[오케이 마담] 하와이 상공, 무명의 헌신 (이철하 감독,2020)

2020. 8. 14. 16:25한국영화리뷰

박정희 시절의 중앙정보부, 전두환 정권의 안전기획부(안기부), 그리고 국가정보원(국정원)까지. 이 명칭도 곧 바뀔 듯하다. 할리우드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인지 이런 정보기관에 대해서는 제임스 본드, 이단 헌트, 제이슨 본 같은 멋진 요원을 떠올리거나 민주인사를 잡아서 고문하고, 간첩조작사건도 뚝딱 만들어내는 사악한 집단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시대(?)가 좋아져서인지 이제 ‘국정원요원’이 등장하는 영화가 심심찮게 충무로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12일 개봉된 영화 <오케이 마담>에도 국정원이 등장한다. 영화 속에는 ‘김현희’부터 ‘흑금성’, 그리고 북한과의 공작전이 마구 펼쳐진다.

영화는 2009년 마카오에서 벌어진 북측 공작조의 ‘끝내지 못한’ 미션을 보여준다. 임무수행 중 철승(이상윤)은 ‘철목련’의 총을 맞고 쓰러진다. 그리고 영화는 영천시장에서 소문난 꽈배기를 만들고 있는 생활력 만렙의 씩씩한 아줌마 미영(엄정화)과 전파상을 하는 소심한 남편 석환(박성웅)의 서민 내 폴폴 나는 현재로 넘어간다. 하늘이 도왔는지 병뚜껑이벤트에서 하와이 가족여행 티켓을 손에 쥐게 된다. 미영과 석환, 그리고 딸아이는 신이 나서 생전 처음 비행기에 오르는데... 이상윤과 북한 공작조도 그 비행기에 탑승한다. 사라진 철목련이 그 비행기에 탔다는 정보를 입수했단다. 이제 하와이로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버라이어티한 액션이 펼쳐지게 된다. 근데, 누가 국정원 요원이고, 누가 철목련인가. 그게 중요한가. 어떻게 얻은 하와이행 가족여행인데 말이다.

비행기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보니 영화는 그랜드호텔식 인물들을 선보인다. 이상윤을 필두로 한 북한공작조는 우리가 상상하는 용맹무쌍한 킬러가 아니다. 이들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도 ‘이단 헌트’급은 절대 아니다. 왠지 어수룩한 공작조와 아기자기하면서도 어영부영하는 승객들이 합심하여 하이재킹을 저지하려고 나선다. 대형비행기이다 보니 승객 중에는 별 사람이 다 있다. 수많은 신혼여행 커플들 사이에 정체를 숨긴 톱스타, ‘악플을 각오하고 나온 듯한’ 국회의원, 그리고 승무원들. 승무원도 다양한 개성을 보여준다. 이렇게 워낙 캐릭터가 넘치다보니 정작 주인공의 활약상은 활공 팀워크에 녹아들었다. 그게 좋은 것만은 아닐 듯.

엄정화는 <미쓰 와이프>이후 5년 만에 영화로 돌아왔다. 이번엔 타이틀 롤을 맡아 제목만큼 강한 액션 씬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된 셈. 비행기 안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계산된 액션으로 무난하게 제 역할을 수행한다. 그동안 센 캐릭터와 푸근한 인상을 오가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던 박성웅은 어깨에 힘을 빼고 코미디 본령에 충실하다.

카미오를 영리하게 활용한 코미디 <오케이 마담>은 여름시즌이 아니라 추석에 개봉되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배우들만큼, 부담 없이 웃고 즐기면 되는 영화이다. 2020년 8월 12일 개봉/15세관람가 (박재환 202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