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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病)] 코로나 시대의 에이즈공포 (이우동 감독 Sick, 2019)

한국영화리뷰

by 내이름은★박재환 2020. 8. 1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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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020.8.14) 밤 KBS 1TV 독립영화관 시간에는 ‘바이리스’를 다룬 두 편의 한국 독립단편영화가 소개된다. 이우동 감독의 <병>과 이병윤(예명:BEFF) 감독의 <유월>이다. 각기 독특한 스타일의 영화로 한국 독립영화계의 깊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AIDS, 후천성면역결핍증이 대중적으로 각인된 것은 1980년대 중반 헐리우드 스타 록 허드슨의 발병과 죽음이 뉴스에 오르내리면서였다. 이후 오랫동안 AIDS는 천형으로 여겨졌고, 환자에게는 접근조차 꺼려하는 전염의 공포가 넘쳐났다.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한국단편독립영화가 바로 이우동 감독의 작품 단편 <병>(病)이다. 상영시간은 38분.

1990년 경상도 시골의 한 작은 병원, ‘폐병’환자 한 사람이 피를 토하며 쓰러진다. 이 사람이 에이즈에 걸렸단다. 그리고 그 사람의 침이나 피를 맞은 사람은 피부가 썩고 죽는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그 병원에 근무하는 우식(이우동)과 재구(이재혁)는 원무과장의 부름을 받는다. 그 환자의 병원비가 지불되지 않았다며 환자 집에 가서 통장과 환자의 어린 딸 태분(임은서)을 병원으로 데려오라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마지못해 길을 떠난다. 혹시나 그 사람의 물건을 잘못 만졌다가 ‘에이즈’에라도 감염될까 극도의 공포에 휩싸인다. 아무것도 모르는 태분은 살갑게 두 사람에게 엉겨 붙지만 두 사람은 기겁한다.

미지의 두려움, 전염의 공포

영화는 딸 태분을 데리고 사는 시골 홀아비의 시골집 모습에서 시작된다. 그러다가 그 사람이 피를 토하며 병원 복도에 쓰러지면서 영화는 호러가 될 듯하다. 하지만 영화는 ‘미지의 병균’에 대한 무지가 불러오는 블랙코미디 풍으로 진행된다. 실제, 공포의 원인을 모르는 경우에는 충분히 이해할만한 인간의 반응이리라. 이전에는 웃으면서 보았겠지만 ‘코로나사태’를 겪으며 마스크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극중에서 보여주는 우식과 재구의 과잉반응은 이해할 만하다.

이우동 감독 겸 배우

이동우 감독은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보다는 ‘선입견의 무서움’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한 듯하다. 선입견은 전염병처럼 사람들의 이해의 폭을 막아버리는 것이다. 다행히 우식은 ‘태분’을 두고 자신이 벌인 과잉 반응에 대해 충분히 후회하고 막판에는 눈물을 흘린다.

간단한 이야기지만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 미지의 상황에 놓였을 때 벌이는 행동양상을 돌이켜보게 만든다. 감독이기도 한 이동우가 중국집에 펼치는 짜장면 먹는 장면은 명장면이다. 단무지를 뿌리칠 수도 없는 이 절박한 상황이란!

이우동 감독의 <병>은 작년 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단편경쟁부문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 특이한 것은 이 영화 마지막에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이 BGM으로 흐른다. 마지막까지 인상적인 영화이다. (박재환 202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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