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괴괴 성형수] 바르고, 찢고, 주물럭거리면 “나도 초미인!”

2020. 9. 7. 08:06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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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가 조그만 높았더라면 큰일 날 뻔한 클레오파트라는 2천여 년 전 사람이다. 그 시절 유물을 살펴보면 이미 그 때부터 여자들은 화장을 했단다. 창포물로 머리 감는 자연친화적인 화장품인줄 알았는데 화학분석을 해보니 구리와 납 성분이 다량 함유되었단다. 그러니, 예뻐지려고 발랐던 것이 세월이 흘러, 시간이 지나면서 세계적 미녀의 얼굴을 어떻게 망가뜨릴지는 짐작이 간다. 어쩌겠는가. 아름다워지려는 인간의 그렇게 오래되었으니.

 코로나시절에 가장 괴기스러운 영화가 개봉된다. 국산 애니메이션 <기기괴괴 성형수>이다. 몇 년 전 네이버 웹툰을 통해 공개되어 꽤 인기를 끈 작품이란다. 오성대 작가의 원작 웹툰은  조경훈 감독에 의해 85분짜리 영화로 만들어졌다. 성형수의 수는 물 ‘수’(水)자이다. 얼굴뿐만 아니라 전신성형을 가능하게 하는 기적의 물이란다. 처음 들으면 사기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아름다워지려는 절박함이 기적의 호러를 만들어낸 것이다. 

지금은 안하무인의 톱스타 미리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는 예지는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다. 어린 시절 발레를 했던 예지는 경연대회에 참가하여 수많은 트로피를 받았었다. 그런데 보면 전부 ‘은상’, ‘2등상’이다. 뚱뚱한 몸매와 못생긴 얼굴에 대한 열등감은 예지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간다. 어느 날 우연히 먹방 영상의 주인공이 되고 인터넷 악플의 타깃이 되어 큰 상처를 받는다. 그런 예지에게 어느 날 행운의 문자가 온다. 바르기만 하면 미녀가 된다는 ‘성형수’ 광고. 성형수의 도움으로 완벽한 초미녀가 된 예지는 이름마저 바꾸고 제2의 화려한 삶을 살 꿈에 부풀어 오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피부에 문제가 생기고, 더욱더 성형수에 의존하게 되면서 끔찍한 결말로 치닫게 된다. 

오성대 작가가 창조해낸 성형수는 창의적이다. 물과 성형수를 4:1 비율로 섞은 후, 20분간 얼굴을 담가두면 근육과 살의 성질이 완전히 변하게 된단다. 찰흙처럼. 그럼, 원하는 대로 얼굴을 재창조해낸다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인체공학적으로 가능한지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예지같이 절박하다면 무슨 짓을 못하겠는가. 신체보형물을 넣는다는 컨셉이 처음에는 얼마나 황당했겠는가.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는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끔찍한 현실을 풍자하면서 호러의 외피를 두른다. 욕조에 가득한 성형수와 정말 피부가 녹아내려가는 듯한 비주얼은 지방제거수술 현장 같은 기시감을 준다. 예지에게 크나큰 모욕감을 안겨주는 톱스타 미리의 모습도 식상하지만 이해된다. 

예뻐지고 싶은 여자의 욕망을 담은 작은 소품이지만 스치듯 지나가는 작은 이야기에 큰 울림이 숨어있다. 인간을 사지로 몰아넣은 인터넷 악플, 사람의 약점이나 절박함을 이용하는 장사꾼, 그리고 화목한 가족 내에서도 일어나는 편애와 질투가 초래한 끔찍한 일들(지훈), 그리고 빠지지 않은 괴물미디어까지. 

그런데, 이런 괴이한 작품 ‘기기괴괴 성형수’를 누가 볼까. 예쁜 사람, 예쁘진 사람, 예쁘질 사람 모두에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다. (박재환 2020.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