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리뷰(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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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화도령] ‘철인왕후’의 남편, 철종 (신상옥감독,1963)
tvN 토일드라마 가 화제이다. 1회 방송과 함께 [역사왜곡]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상승했다. 이 드라마는 원래 중국작품을 들여와 한국식으로 바꾼 것이다. 중국의 TV드라마가 아니고 웹드라마(太子妃升職記)가 원작이었다. ‘중국의 웹드라마’라니? 중국은 거대방송사의 스펙터클한 시대극과는 달리 중국웹드라마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포맷으로 번창하고 있다. 중국원작 웹드라마의 내용은 이렇다. 현대 도시남, 플레이보이가 파티장에서 예전 걸프렌즈들에게 쫓기다 수영장에 빠지게 되고 정신을 차려보니, 먼치킨 왕궁의 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몸은 왕비, 정신은 플레이보이. 그 포맷을 tvN이 가져온 것이다. 청와대 1급세프가 어떤 알력다툼에 끼어 도망가다 수영장에 빠진다. 정신을 차려보니 ..
2021.02.20 -
[크루아상] 우리는 지금 인생을 굽는 중이야
“우리는 지금 인생을 굽는 중이야” 멋진 카피 같지만 실제 저런 대사는 이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조성규 감독의 신작 은 빵을 굽는 청춘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코로나 사태로 질식할 것 같은 요즘 언제 이런 영화를 만들었는지, 그리고 또 언제 개봉되었는지 모르게 극장에서 사라질 영화일지 모른다. 하지만 어쨌든 이 영화는 조성규 감독이 관여한 긴 작품 목록에 남을 것이다. 영화는 방황하는 한국청년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국가적인 문제, 세계적인 비극의 희생양은 아니다. 그저 각자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과정으로서의 삶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희준(한상혁)은 병원에서 피를 뽑고 있다. 아마도 제약회사에서 진행하는 신약 생동성실험 아르바이트인 모양이다. 어쩌면 채혈하는 간호사 윤정 때문에..
2021.02.20 -
[겨울밤에] 춘천 오디세이 (장우진 감독,2018)
춘천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물안개, 닭갈비, 막국수? 아마도 가본 사람이라면 공지천, 소양강댐, 그리고 청평사를 떠올릴 것이다. 30년 전, 이곳에서 군 생활을 한 사람에게는 어떤 추억이 남아있을까. 극중 ‘잔나비띠’ 아저씨가 하룻밤 청평사를 배회한다. 은주(서영화)와 홍주(양흥주) 부부는 소양강댐을 들렸다 택시를 타고 돌아오는 길이다. 택시기사의 시답잖은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은주가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둘은 다시 소양강댐에서 유람선을 타고 청평사로 올라간다. 이미 날은 저물었고, 인적을 끊어졌다. 송하가든에서 따뜻한 오뎅(어묵)국물을 먹고, 예상치 않은 하룻밤을 묶게 된다. 그런데, 오래 전 이곳에 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은주와 흥주가 그렇게 옛 생각을 떠올릴 때..
2020.12.10 -
[잔칫날] 아이고아이고, 가족의 초상
주위를 둘러보면 이런 집안이 많다. 오랜 병치레에 아버지는 병원에서 오늘내일하고 엄마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오빠와 여동생이 번갈아가며 병원을 지킨다. 경만(하준)은 전국의 잔칫집을 찾아 집안행사 이벤트MC로 밥벌이를 하고 있고, 여동생 경미(소주연)는 디자인학원을 다니며, 아르바이트하며 오빠와 번갈아 아빠 병수발을 든다. 병원비는 밀렸고 의뢰들어오는 행사는 없다. 다행히 좀 멀긴 하지만 삼천포에서 200(만원)짜리 행사가 생겼다. 그런데 갑자기 아버지가 숨을 거두신다. 오빠와 동생은 아버지 장례를 어떻게 치를지 막막하다. 초상화 준비부터, 제단 장식도, 얼마나 찾아올지도 모를 문상객을 위해 머리고기도 마련해둬야 하는지 모른다. 수의는 어떻게 하고 장지는 어떻게 할지. 가르쳐주는 어른도 없다. 당장, 상주..
2020.12.07 -
[이웃사촌] '담 너머 동지가 산다'
지난 주말 극장가에서는 이환경 감독의 ‘휴먼’ 정치드라마 이 흥행 정상을 차지했다. 수요일 개봉되어 닷새간 동원한 관객 수는 20만 명에 그쳤다. 코로나의 위력을 실감한 주말이었다. 로 1280만 관객을 끌어 모았던 흥행감독의 신작이지만 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이슈가 되었던 작품이라 흥행 결과가 주목되었다. 영화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어두웠던 정치사의 한 순간을 보여준다. 제작사는 구체적인 시기, 인물을 밝히기를, 혹은 알려지기를 꺼려하는 모양인데, 박정희 유신시절에서 전두환 정권 시절에 행해진 야당지도자 탄압을 모티브로 한다. 당시 ‘가택연금’을 당한 민주화 인사는 많았다. 아마도 영화를 만들 때 누구를, 어떤 사건에 초점을 맞출지 고민을 많이 했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로 나갔다가 기어이 귀국하고, 독재..
2020.11.30 -
[내가 죽던 날] 죽어야 하는 이유, 살아야 하는 이유 (박지완 감독,2020)
박지완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인 은 김혜수와 이정은, 그리고 노정의라는 세 여배우의 출중한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들이 한 사람씩 등장할 때마다 삶과 죽음의 대의명분을 생각하게 된다. 김현수(김혜수) 경위는 개인사로 심사가 복잡하다. 남편과의 이혼소송 문제로 가뜩이나 불안한 가운데 교통사고까지 낸다. 어디 마음잡을 곳이라도 있었으면. 징계위기에 처한 그에게 상사가 간단한 일을 하나 맡긴다. 섬에서 자살한 여고생 세진(노정의)의 사건을 마무리 지으라는 것. 강력사건의 유일한 증인인 세진은 증인보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외딴 섬에서 생활해 왔는데 태풍 치던 날, 유서 한 장만 남겨두고 절벽 아래로 사라졌다. CCTV와 현장 탐문조사 결과 모든 것이 ‘자살’이 명백하다. 그런데, 김현수는 계속하여 이..
2020.11.16 -
[라스트 씬] 그 많은 극장은 어디로 갔나 (독립영화관)
좋아하는 극장이란? 즐겨 찾는 극장은? 슬리퍼 신고 마실 나가듯 찾는 가까운 극장이 있는 세상이다. 빵빵한 사운드나 엄청난 아이맥스 명당자리를 굳이 찾아가는 극장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내 인생의 영화만큼이나 개인적인 추억을 소환하는 극장이다. 이번 주 KBS독립영화관에서 방송되는 영화는 다큐멘터리 (감독:박배일, 2019)이다. 박 감독은 에서 부산의 국도극장과 서울의 인디스페이스·아트시네마,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광주의 광주극장을 담는다. CGV도 롯데시네마도, 메가박스도 아니다. 소극장이자, 예술극장이자,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이다. 이런 극장을 찾아가 본 적이 있으신지. 그렇겠죠? 그래서 경영난에 문을 닫는 극장이 속출한다. 박배일 감독은 부산 국도극장의 마지막 한..
2020.11.11 -
[삼진그룹영어토익반] 사무실에서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 (이종필 감독,2020)
지난 달 26일 개봉된 영화 (감독:이종필 제공/배급:롯데엔터테인먼트)이 12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며 100만 관객을 눈앞에 두었다. 영화는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을지로에 위치한 높은 빌딩의 대기업 본사에는 ‘여상 나온 경리직’ 사원이 ‘경리업무’도 열심이고, 커피 심부름도 열심이며, 사무실 청소, 담배심부름까지 척척 해내는 그런 시절의 이야기이다. 믿거나말거나 사무실에서는 담배도 핀다. ‘경리직 사원’은 부장님 재떨이도 비워줘야 한다.영화는 삼진그룹을 배경으로 한다. 입사 8년차의 이자영(고아성), 정유나(이솜), 심보람(박혜수)은 자기들 부서에서의 실무능력은 완벽하지만 현실은 ‘고졸 스펙’의 정해진 코스를 밟고 있다. 그런데 1990년은 문민정부의 도래와 함께 세계화를 기치로 내세..
2020.11.02 -
[BIFF리뷰] 휴가 - 해고노동자의 삶 (이란희 감독,2020)
지난 주 막을 올린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분에 상영된 (감독 이란희)는 메이저 영화제, 혹은 요즘 영화판에서 만나 보기 힘든 노동과 인권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소설가 황석영의 에서는 해고노동자가 높다란 굴뚝에 올라 기한도 알 수 없는 고공농성을 벌인다. 가족의 삶의 터전이었던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가 자신의 울분을 표현할 방법은 높고, 춥고, 외롭고, 배고픈 탑 위일 뿐일까. 2020년 한국사회, 노동계의 현실은 변함없다. 어디선가 축배를 드는 반면, 또 어느 한 구석에서는 실적의 압박으로, 경기의 후퇴로 끔찍한 고통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이란희 감독의 신작 는 해고무효소송에서 최종적으로 패소한 노동자의 이야기를 담는다. 대법원 판결까지 나섰으니 법적으로 정리된 상태이다. 그럼 그가 갈 곳..
2020.10.29 -
[BIFF] 그대 너머에, 인버전된 박홍민 감독
혹시 박홍민 감독의 전작 (11)나 (15)를 보셨다면 이 영화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영화라는 미디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존재에 대한 끝없는 탐구를 펼치는 감독이 바로 그이다. 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처음 소개된 작품 도 그런 감독의 진지한 탐구생활이 이어지는 작품이다. 는 한 영화감독의 이야기이다. 팔리지 않는 자기만의 이야기를 시나리오에 썼기에 제작사 대표에게서 한 소리를 듣는다는 설정부터가 자기성찰적 이야기로 들린다. 하지만 영화는 그 남자의 시나리오와 현실과 꿈, 그리고 묘하게도 과거의 인연이 서로 뒤엉켜 진행된다. (어쩌면 그게 다 시나리오에 있는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마을공원 풀밭에 개미들이 열심히 기어가고 있다. 카메라는 개미들을 유심히 비춘다. 옆 정자에서 한 남자..
2020.10.27 -
[스윈들러] 신부님의 구마의식 (이동환 감독 Swindler,2019)
코로나19로 극장가가 극한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메이저 영화사들의 신작들의 개봉 스케줄이 줄줄이 파행되고 있고, 그 빈틈을 작은 영화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흥행은 신통찮다. 그런 시국에 저예산 영화 한 편이 개봉되었다. 이동환 감독의 이다. 영화 는 사채 빚 때문에 벼랑 끝에 내몰린 한 남자가 신부님 옷을 구해 입고 가짜 구마의식을 펼치며 사기행각을 펼치는 범죄드라마이다. ‘구마의식’이라면 ‘엑소시스트’부터 ‘검은 사제들’ 같은 악령과의 대결이 기대되겠지만 박중훈의 에 가까운 종교사기극이다. 일단 종교의 외피를 두르면 사회고발극이 될 수 있고, 인간내면의 복잡한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다. 떨어져서 슬픈 건, 가족? 돈? 사채까지 끌어 썼지만 결국 되는 것 하나 없는 도진(유형진 분)은 엄마..
2020.10.10 -
[나를 구하지 마세요] 세상에서 제일 슬픈 영화
지금 이런 시국에 이런 영화를 본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한줄기 빛이 되어 모두에게 희망의 디딤돌이 되어줘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일어난 일은 일어난 것이라니. 몇 년 전, 엄마가 어린 '아들'과 함께 삶을 마감한 사건이 있었단다. 남겨진 아이의 메모에는 “내가 죽거든 색종이와 십자수 책을 종이접기를 좋아하거나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세요”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고 한다. 아이는 자기가 어떤 운명이 될지 알면서도 엄마의 손에 이끌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다. 왜 그랬을까. 아이가 가졌을 두려움은 컸을 것이다. 지금 현재의 괴롭고 힘든 삶, 그리고 혼자 남겨졌을 때의 두려움까지. 정연경 감독은 에서 그 두려움의 시간을 화사한 햇살과 푸르른 녹음의 강촌에서 비극적으로 빚어낸다. (..
2020.09.08 -
[기기괴괴 성형수] 바르고, 찢고, 주물럭거리면 “나도 초미인!”
코가 조그만 높았더라면 큰일 날 뻔한 클레오파트라는 2천여 년 전 사람이다. 그 시절 유물을 살펴보면 이미 그 때부터 여자들은 화장을 했단다. 창포물로 머리 감는 자연친화적인 화장품인줄 알았는데 화학분석을 해보니 구리와 납 성분이 다량 함유되었단다. 그러니, 예뻐지려고 발랐던 것이 세월이 흘러, 시간이 지나면서 세계적 미녀의 얼굴을 어떻게 망가뜨릴지는 짐작이 간다. 어쩌겠는가. 아름다워지려는 인간의 그렇게 오래되었으니. 코로나시절에 가장 괴기스러운 영화가 개봉된다. 국산 애니메이션 이다. 몇 년 전 네이버 웹툰을 통해 공개되어 꽤 인기를 끈 작품이란다. 오성대 작가의 원작 웹툰은 조경훈 감독에 의해 85분짜리 영화로 만들어졌다. 성형수의 수는 물 ‘수’(水)자이다. 얼굴뿐만 아니라 전신성형을 가능하게 ..
2020.09.07 -
[7월 7일] ‘우리 기쁜 젊은 날’ (손승현 감독 On July 7, 2019)
신수원 감독의 , 이환 감독의 의 조감독을 했던 손승현 감독의 장편 이 개봉된다. 손승현 감독의 필모그라피를 보니 아주 오래 전부터 독립영화계 연출부 생활을 해왔다. 어렵게 버티며, 자신의 연출작을 내놓은 것이다. 어려운 시절에 일단 버텨냈다는 것에 대해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영화 은 청춘 커플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그 결말(?)을 보여준다. 청춘은 아름답지만 그 청춘이 항상 싱싱하고, 푸르고, 미래가 보장된 것은 아닐 것이다. 영화는 그런 청춘을 보여준다. 현수(김희찬)의 꿈은 영화감독.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함께 사는 미주(정이서)의 삶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출근길 동네 애들이 난폭하게 모는 오토바이 때문에 다리를 다쳐 고통스럽게 출근한다. 통신사 고객응대팀에 근무하는 미주는 오늘도 ..
2020.08.31 -
[후쿠오카] 해협을 건넌 장률 감독 (장률 감독 FUKUOKA , 2019)
장률 감독은 중국 연변(지린성 옌볜)에서 태어난 사람이다. ‘재중동포’라고도 하고, ‘조선족’이라 부르기도 한다. 중국에 있을 때는 대학 중문과 교수로 재직하며 ‘소설을 씁네하며’ 보낸 세월도 있었단다. 그리고 영화감독이 되기로 작심하였고, 아예 한국에 정착하여 정력적으로 신작을 내놓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과 문학적 정서는 이런 배경에서 기인할 것이다.그의 ‘무려’ 열 두 번 째 작품은 후쿠오카>이다. 중국과 한국의 도시를 거쳐 처음으로 일본 땅에 카메라를 들이댄 것이다. 전작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에서 ‘일본 적산가옥’이 등장하더니 이번엔 일본 현지 로케이션을 감행한 것이다. 장률 감독의 스펙을 생각하면 엄청난 도전인 셈. 궁금한 것은 무대가 확장되는 것과 함께 그의 인간에..
2020.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