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리뷰(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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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습격사건] 공짜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올해 대한민국 출판계에 최고의 화제를 몰고온 책은 상명대 중문과 김경일교수의 작품 라는 책이다. 물론, 탤런트 서갑숙의 자전적 에세이 책이 더 화제거리일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전체의 문화인식과 사회체제의 변화의지 측면에서 보자면 이 '공자죽이기' 책이 더 중요할 것이다. 이 책은 오늘날 우리나라가 이런 형편이 되어버린 것은 맨날 공자가 어쩌고하는 주입식 교육과, 위선과 비도덕으로 똘똘 뭉친 어줍짢은 어른들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그 사람의 주장을 좀더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그 결과 현락한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공자의 도덕은 '사람'을 위한 도덕이 아닌 '정치'를 위한 도덕이었고, '남성'을 위한 도덕이었고, '어른'을 위한 도덕이었고, '기득권자'를 위한 도덕이었고, 심지어..
2008.03.10 -
[가문의 영광] 영광스런 영화
나 라는 영화에도 혹평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니 2001년 대박영화 나 2002년 흥행대박영화 같은 조폭 찌라시 영화에 혹평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당연하다. 이 땅 400만 영화팬을 홀리고, 적어도 그 만한 수의 인구가 비디오로 다시 본-게다가 이번 설 명절에 SBS-TV에서 방송된 의 시청률은 24.3%였단다 우와~ 그러니 이런 현실적 수치 앞에서 의 휘황찬란한 전과를 부정하는 것은 이 나라 400만 영화팬에 대한 모독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미국 땅에서 쓰레기 같은 영화가 1억 달러, 2억 달러를 꾸역꾸역 벌어들일 때에도 경건하게 지켜보았다. 이제 우리 땅에서 그런 경우가 벌어졌다고해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소리를 해서는 안된다. 산업으로서의 영화와 트랜드로서의 영화, 그리고 향유하는 오..
2008.03.10 -
[밀양] 사람의 아들
[밀양]은 소설가 출신의 이창동 감독이 소설가 이청준의 단편 [벌레이야기]를 영화로 옮긴 것이다. 소설가 이청준은 문학가로서도 톱클래스 작가일뿐더러 한국 영화판에서도 꽤 대접받는 작가이다. 오래 전 [이어도]가 있었고 최근엔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이 바로 그가 쓴 소설이 바탕이다. 원작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고 보았기 때문인지 영화를 보면서 제일 먼저 든 느낌은 이 영화는 ‘문학적인 영화’임에 분명한데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마치 빌려 온 남의 옷에 그럴싸한 장식을 단 것 같은 부조화, 비록 화려한 옷의 어떤 비밀을 감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뿌린 흙탕물 자국을 바라다보는 것 같은 불편함들. 도서관에서 이청준 원작 소설을 찾기 시작했다. 원작은 지난 1985년 계간지 >에 처..
2008.03.01 -
[꼬방동네 사람들] 질박한 사람, 진실된 영화 (배창호 감독 People in the Slum 1982)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신문에 난 영화광고를 스크랩하는 것이 취미였다. 아직도 기억하는 것은 이 의 신문광고이다. ‘일간스포츠’에 전면광고가 났었는데, 요즘이야 칼라로 2면 광고까지 나는 시대이지만, 당시에는 영화 전면광고가 극히 이례적이었다. 시커먼 잉크가 여전히 묻어나는 그 영화광고. 그 영화는 사실 굉장한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었다. ‘푸른극장’이란 곳의 개관기념작이었을 것이다. (나야 당시 부산 살던 아이라서 그게 얼마나 크고, 어떤 정도의 극장인지는 몰랐다. 아마 이 극장은 폐관되었든지 아니면, 연흥극장으로 이름을 바꾸었을 것이다.) 다른 것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데 노란 우산을 썼던 김보연이 무척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었다. 이 영화 감독은 배창호이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한국의 스필버그’..
2008.02.24 -
[반칙왕] Shall we 레슬링? (김지운 감독 The Foul King, 2000)
(박재환 2000.1.29.) 영화가 웬만큼 웃겨야지. 배를 잡고 깔깔대더니 아예 허리를 부여잡고 뒹굴기 시작할 지경이다. 웬만한 코미디 영화에는 도대체 참을 줄 모르는 평자는 이 영화를 보노라가 급살할 뻔했다. 굉장히 웃긴 영화이기 때문이다. 아마, 20년 전 이후 이런 이런 통쾌무비를 만난 건 정말 오랜만인 듯. 그럼, 웃을 준비하고. 영화가 시작되기 전 극장 로비에서 송강호를 보았다. 여전히 스타답지 않은 헤어스타일에, 전혀 멋없는 모습으로 관객의 반응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이 아저씨. 과연 어떤 영화가 나올까. 에서는 PPL로 치장하는 바람에 무척이나 어설프게 보인 에이전트였었는데 관객들은 여전히 그에게서 불사파 두목의 '초라한'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그럼 관객의 배신을 '때리는지 안 때리는..
2008.02.24 -
[생활의 발견] 홍상수식 농담 (홍상수 감독 On the Occasion of Remembering the Turning Gate 2002)
이른바 홍상수 영화라는 것은 언제나 영화평론가에게 매력적인 것이다. 일단 굉장한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함께 엄청 말할 거리가 많은 영화로 치부되니깐 말이다. 역시 그러하다. 극장에서 놓친 을 보면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홍상수의 영화미학관을 좀 살펴볼까한다. 홍상수 영화는 일단 그 제목부터 '영화적'이다. 전작 의 영어 제목은 라는 다소 황당한 제목이다. '처녀가 남자들에 의하여 벌거벗겨졌다'라니? 그런데 나중에 설명을 들으니 이 영어제목은 프랑스화가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작품 제목에서 유래한 것이란다. 그래서 또 도대체 어떤 작품이기에 한국영상원 교수이기도한 홍상수 감독의 영감을 자극했을까 인터넷을 뒤져봤다. 뒤샹의 작품 제목은 정확히 (신부는 지 신랑에 의해 벌거벗겨..
2008.02.18 -
[파이란] 3류 깡패가 사랑과 인생에 눈뜰 때
[리뷰 by 박재환 2001/4/28] 작년에 나온 한국영화 중 가장 평가를 덜 받은 작품 중의 하나가 오승욱 감독의 일 것 같다. 주문진을 배경으로 형사와 깡패라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쌍동이 형제의 극적인 인생유전과 3류 건달들의 결코 풀리지 않는 인생사를 담담하게 그려나간다. 그리고 종국에 가서는 화면 전체를 피바다로 만들며 가슴 아프게 하였다. 는 의외로 흥행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것은 키타노 타케시 감독의 류의 아류작으로 치부하고 지나친 폭력씬에 매몰된 작가의식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이른바 '깡패영화'가 성공하려면 멜로라는 '코드'가 포함되어야한다는 것은 충무로에서 기본법칙이 되어버린 모양이다. 그것은 시절부터 있었던 것이고, 에서 확인된 상황이다. 최근 인터넷영화 ..
2008.02.18 -
[공공의 적] 오락영화의 달인이 만든 사회드라마
[리뷰 by 박재환 2002/3/10] 국민의 지팡이 vs. 펀드매니저 패륜아 영화는 에서 보았던 거칠고 생생한, '국민의 지팡이'라는 거창한 명분하에 악당, 사기꾼, 부정, 비리와 맞서 싸우는 강력계 형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강철중(설경구)은 마약범과 살인범과 하루도 빠짐없이 부딪히며 살아간다. 어느날 그가 맞닥친 나쁜 놈은 존속살해범인 유망 펀드매니저 조규환(이성재)이다. 관객은 영화시작 이후 곧바로 이들 두 사람의 본색을 파악한다. 에서의 섬뜩한 연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설경구에게서는 강력계 형사의 땀냄새가 폴폴 묻어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샤워씬에서부터 곧바로 이어지는 이중적 인간상의 이성재에게서는 '사이코'나 '이중인격자'라는 말이 곧장 떠오를 것이다. 그 동안 연기력에서 왠지 부족한 ..
2008.02.18 -
[긴급조치 19호] 레디 스톱 선정 2002년 최악의 영화 (감독:김태규 Emergency Measure 19, 2002)
(박재환 2003.7.1.) 지금 와서 코미디언 서세원씨를 폄하하는 것은 그야말로 염량세태이다. 일찍이 미국의 논란 많은 라디오DJ 하워드 스턴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라는 영화리뷰를 쓸 때 난 이 사람에 대해 무척 부정적인 평가를 한 적이 있다…. (어쨌든) 그런 자신만의 열정이 있었으니 그렇게 (영화제작 하기가) 어려웠던 그 시절에 란 영화를 만들어 쫄딱 망할 수가 있었지…. 그런 그가 돈을 모아 자신의 영화를 한 편 더 만든다. 그게 바로 신은경 주연의 이다. 이 영화가 엄청 성공한 것은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이니 역시 생략하고. 그가 만큼 돈을 벌 요량으로 평소 친분이 있던 연예인들을 몽땅 끌어 모아 라는 전대미문의 영화를 만들어낸다. 솔직히 이 영화에 쏟아지는 엄청난 독설과, 대종상 직전에 발표된 ..
2008.02.18 -
[디 워] 심형래의 도전 (심형래 감독 D-War, 2007)
(박재환 2007/7/24) 심형래는 지금도 여전히 코미디언으로 각인되어 있다. 처음에는 뜬끔 없이 길 지나가는 사람 붙잡아서는 혀 짧은 소리로 “주민등록증 좀 봅시다.”라는 허무형 개그로 유명해졌다. 그러다가 곧 “영구 없~다”라는 희대의 유행어를 창조해내면서 시청자들을 바보로 만들었다. (초등학생에게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학부모들이 걱정해 마지않던 저질 개그맨의 대명사로 지목될 때도 있었다) 그렇게 TV 코미디 프로를 평정한 심형래는 지난 20여 년간 심형래표 영화로 한국의 어린이들을 꾸역꾸역 극장으로 불러 모으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줬다. 실제 심형래는 1984년 남기남 감독의 [각설이 품바타령]이란 영화로 영화계 데뷔를 했다. 이후 설 명절, 추석명절, 여름방학, 겨울방학 등 틈만 나면 ‘후다닥’ ..
2008.02.18 -
[드래곤 투카] 심형래의 1996년작 작품
지난 (1999년) 7월 한달. 충무로 최고의 화제거기는 단연 심형래 감독의 였다. 이 작품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로는 뛰어난 CG, 훌륭한 열정,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더불어 어설픈 연기, 엉성한 각본, 유치한 전술 등이 아쉬운 점으로 거론되었다. 원래 종합예술로서의 영화는 모든 사람에게 다 만족을 시켜줄 수는 없다. 하지만, 는 그 외적 화려함에 경도되어 내적 진지함을 결여한 작품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심각하게 이 영화를 보아야할지 모른다. 그래서 바로 직전에 내놓은 심형래 감독의 또 다른 SF작품 부터 살펴보았다. 그래야 를 보더라도 심형래의 미적 세계나 영화적 창작력의 실체를 알 수 있을 것 같으니 말이다. 우선, 들어가기 전. 같은 흥미진진한 소설..
2008.02.18 -
[이중간첩] 같은 핏줄, 다른 사람 (감독: 김현정 Double Agent 2003)
어렸을 적에 KBS-TV의 이라는 반공드라마를 너무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남파간첩에 대한 기록을 본 적이 있다…. 원산에서 통통배를 타고 어둠을 틈타 공해를 지나 남한 땅 어딘가에 몰래 숨어드는 그 인간들. 발각되면 독약 앰플을 깨물어 자살한다는 비장한 혁명일꾼들 말이다. 이들은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극기훈련을 받은 인간병기들이다. (우리나라 북파공작원의 훈련이야기를 들었을 때처럼!) 자, 그럼 우리는 영하의 날씨에 물구덩이에 빠져서 하룻밤을 꼴딱 세우고, 들쥐나 독사뱀을 잡아먹으며 흔적하나 남기지 않고 무덤을 파서 들어가 숨어 지내고, 손에 쥐어지는 흉기라면 아무거나 휘둘러 상대를 순식간에 살상하는 가공할 실력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모든 훈련을 거친 후 마지막 두 가지 테스트가 더..
2008.02.18 -
[두사부일체] 여고괴담, 상춘고 스타일 (윤제균 감독 頭師父一體, My Boss, My Hero, 2001)
정준호가 연기하는 '계두식'은 아마도 닭대가리에서 따온 이름인 것 같다. 그런데 마지막 '-식'은 어디서 왔을까? 궁금했다. 이전에 필름2.0>>의 오동진 컬럼에서 아주 충격적인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어서 다시 찾아보았다. 그때 사학비리의 대표적 학교로 손꼽히던 그 학교의 당시 교장이름이 '상춘식'이었다. 물론 그 문제의 학교는 '상문고'였고. 근데 두사부일체>의 배경이 되는 그 엄청난 학교이름은 '상춘고'였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오동진 기자가 나보다 5~6년 연배일 것 같은데.. 내가 다니던 부산의 중학교, 고등학교에도 물론 그러한 흉악무도한 선생이 있기는 했었다. 물론, 자기 아들 '소중하다'고 학교 와서 선생 멱살 잡고 행패 부리던 그런 학부모도 있긴 했었다. 내가 전교조가 아닌 이상, 그리고..
2008.02.18 -
[달은.. 해가 꾸는 꿈] 박찬욱 N0.1 이마쥬 느와르
(2002년) 3월 29일, 한국영화 팬들의 엄청난 기대 속에 개봉되었던 박찬욱 감독의 네 번째 장편영화 은 뜻밖에도, 아니면 '전문가들이' 염려한대로 개봉 셋째 주에 서울 박스오피스 차트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두 해 전 으로 한국영화의 흥행기록과 충무로의 영화제작 방식을 뒤바꾸어 놓았던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 말이다. 박찬욱 감독은 개인적으로 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맘껏 풀어놓았다고 밝혔다.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 흥행감독이 아니라 작가감독으로서 자신의 창작 의욕대로 찍어내고 편집한 영화? 박찬욱은 공식적으로 과 의 처절한 흥행실패의 굴레를 지고 있는 감독이다. 하지만 그는, 시나리오 작업을 했었고 단편 도 만들었었다. 그리고 이훈 감독의 라는 작품도 그의 필모그라피에 포함되어 있다. 어떤 ..
2008.02.18 -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싸이보그를 지켜라
지난 주말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 개봉되었다. ,, 등 이른바 ‘복수 3부작’을 통해 세계적인 감독으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한 박찬욱 감독이 한류 톱스타 정지훈(비)을 캐스팅하여 내놓은 작품은 제목마저 ‘무지’ 찬란한 이다. 뭐가 괜찮은가.박찬욱식 라이스메가트론 취식법정신병원. ‘영군’(임수정)이 새로 들어온다. 영군은 자신이 싸이보그인 줄 안다. 형광등과 자판기와도 말을 나눌 수 있다. 그런 증세는 이런 곳에서는 있을 법한 이야기. 그러나 문제는 자신이 싸이보그이기 때문에 밥을 먹을 수 없고 충전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녀를 지켜보는 일순(정지훈). 일순은 타인의 능력을 흡수할 수 있는 특이공능을 지녔다. 일순은 영군에게 새로운 해결책을 내놓으려고 무지 애쓴다. 정신병원이라는 지극히 비정상적..
2008.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