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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 홍상수식 농담 (홍상수 감독 On the Occasion of Remembering the Turning Gate 2002)

한국영화리뷰

by 내이름은★박재환 2008. 2. 18.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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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홍상수 영화라는 것은 언제나 영화평론가에게 매력적인 것이다. 일단 굉장한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함께 엄청 말할 거리가 많은 영화로 치부되니깐 말이다. <생활의 발견> 역시 그러하다. 극장에서 놓친 <생활의 발견>을 보면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홍상수의 영화미학관을 좀 살펴볼까한다.

홍상수 영화는 일단 그 제목부터 '영화적'이다. 전작 <! 수정>의 영어 제목은 <Virgin Stripped Bare by Her Bachelors>라는 다소 황당한 제목이다. '처녀가 남자들에 의하여 벌거벗겨졌다'라니? 그런데 나중에 설명을 들으니 이 영어제목은 프랑스화가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작품 제목에서 유래한 것이란다. 그래서 또 도대체 어떤 작품이기에 한국영상원 교수이기도한 홍상수 감독의 영감을 자극했을까 인터넷을 뒤져봤다. 뒤샹의 작품 제목은 정확히 <The Bride Stripped Bare by her Bachelors, Even>(신부는 지 신랑에 의해 벌거벗겨졌다. 이전에)였다. 작품을 아무리 쳐다보아도 이은주의 내숭이나 정보석의 멍청함은 찾아볼 수가 없다. 아무래도 <강원도의 힘>같이 감독의 맹랑한 작명법에 영화팬이 놀아난 것이리리라.

홍상수 감독의 신작 제목이 <생활의 발견>이라고 했을 때 우선 임어당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임어당(林語堂 린위탕)19세기 말 중국에서 태어나서 미국과 독일에서 철학과 언어학을 공부하고 혁명의 와중에 휩싸인 중국의 대학에서 교편을 잡다가 미국으로 건너가서 문필활동을 했었다. 그가 남긴 많은 글중에 우리나라 을유문화사에서 출판된 것 중 <The Importance of Living>이 있다. 우리나라 번역제목이 <생활의 발견>이 된 것이다. 피천득 수필같다고 생각하면 되고... 홍상수가 임어당의 책에서 모티브를 얻었을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의 영어제목은 (imdb에 나와 있는 것을 따르자면) <On the Occasion of Remembering the Turning Gate>이다. 홍상수식 영어제목 작명에 범인이 무슨 말을 하리오. 아마, 영화제목 가지고 이야기하자면 왕가위 감독만큼이나 홍상수 감독도 어떤 강박관념이 있는 모양이다. (왕가위 감독의 작품은 모두 사자성어로 되어있다!) 여하튼 제목은 그렇게 넘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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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영화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는 일상에 대한 세심한 관찰이라고 한다. 그것이 '망원경입네' '현미경입네' 하며 잔인할 정도로 파고드는 섬뜩한 영화작가의 풍속도라는데 이견은 없다. <!수정>만 봐도 확실하잖은가. 남자는 어떻게 여자를 잡아먹어볼까 그 생각뿐이고, 여자는 어떻게 남자랑 한번 그 짓 해볼까 속셈 뿐이니 말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영상학도가 다니는 영상학원의 교수라는 작자가 심혈을 기울여 만드는 영화란 것이 맨날 남자가, 여자가.. 어떻게 해볼 요량뿐인 것이다. 어제 <생활의 발견>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홍상수 감독이 너무 오래 캠퍼스에 있어서 감각이 젊은이 쪽에 경도된 것일 거라고. 한국의 많은 대학생들의 사고 수준이 보통 그 수준이니깐. 아니라고? 나만 그랬나? 그렇다면 한국의 장래는 엄청나게 밝은 것이고.

어쨌든 홍상수는 또 한 번 섹스 오디세이를 떠난다. 영화판에 나갔다가 재미를 못 본 연극배우 경수(김상경)은 선배의 전화를 받고 춘천으로 간다. 춘천에서 선배 따라 술집에서 거하게 술을 퍼마신다. 그 다음날엔 또 선배 따라 나섰다가 무용학원의 명숙(예지원)을 만난다. 셋이서 술 마시다가 둘이 눈이 맞아 여관으로 간다. 예지원과 김상경은 놀랍도록 리얼한 섹스를 한다. 명숙 왈, "날 사랑한다고 말해줘". 그런데 그 다음날 상경은 명숙(예지원)과의 또 한 번의 섹스를 생각하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나 지금 여관이야. 그 선배랑 있어. 샤워하고 있어." 뭐야 이건 또. 상경은 그제야 그 여자가 선배의 여자란 것을 알고는 한편 미안한 감정, 한편 찝찝한 마음에 춘천을 떠난다.

그가 가는 곳은 부산이지만 중간에 또 일이 꼬인다. 기차서 웬 여자가 자신을 알아본 것이다. 인기 없는 연극배우를 알아보다니. "저 경주 살아요." 남자는 물론 경주에서 내린다. 이 여자 선영(추상미), 은근히 꼬리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알고 봤더니 국립대학교수의 아내. 유부녀였다. 유부녀면 어때? 둘은 이번엔 여관이 아니라 호텔에 간다. 예지원보다는 조금 못 하지만역시 리얼한 섹스를 한다. 한숨 자고 여자가 옷을 입더니 "집에 일이 있어 가 봐야 해요." 남자 그런 여자를 붙들고 또 한다. ? 당연히 섹스지.. 여자 그런다. "집안 일 보고 다시 올게요." 남자 길목에서 온다는 여자를 기다린다.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여자는 올 것 같지 않다. 남자는 그 곳을 떠난다.

어때? 홍상수 감독은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섹스의 여정을 이렇게 단조롭게 그린다. 그 장소가 춘천이 되었든 경주가 되었든 관객은 일상의 변주로 여길 뿐이다. 일반적으로 여관이나 러브호텔, 모텔에서 이루어지는 그러한 관계들이 똑같이 스크린에서 재현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홍상수식 일상의 잔인함이란 것이 나타난다. 이들 관계들은 모두 개별적이지만 모두 어떻게든 연결된다. 그것이 삶이란 것을 강요하기라도 하듯이. 사실, 영화를 보고 나면 남는 것이 얼마 없다. 섹스 씬에 대한 감상은 순간적일 것이고 그냥 홍상수가 또 한 번 잔인한 삶을 복제해놓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 뿐. 후략... (박재환 2002/8/6) 

 

 

Marcel Duchamp, The Bride Stripped Bare by Her Bachelors, Even (The Large Glass) – Smarthistory

Marcel Duchamp, The Bride Stripped Bare by Her Bachelors, Even (The Large Glass), oil, varnish, lead foil, lead wire, and dust on two glass panels, 277.5 × 177.8 × 8.6 cm © Estate of Marcel Duchamp (Philadelphia Museum of Art) You might know Marcel D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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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ing Gate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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