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19호] 레디 스톱 선정 2002년 최악의 영화 (감독:김태규 Emergency Measure 19, 2002)

2008. 2. 18. 22:25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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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03.7.1.) 지금 와서 코미디언 서세원씨를 폄하하는 것은 그야말로 염량세태이다. 일찍이 미국의 논란 많은 라디오DJ 하워드 스턴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언터쳐블 가이>라는 영화리뷰를 쓸 때 난 이 사람에 대해 무척 부정적인 평가를 한 적이 있다…. (어쨌든) 그런 자신만의 열정이 있었으니 그렇게 (영화제작 하기가) 어려웠던 그 시절에 <납자루떼>란 영화를 만들어 쫄딱 망할 수가 있었지…. 그런 그가 돈을 모아 자신의 영화를 한 편 더 만든다. 그게 바로 신은경 주연의 <조폭 마누라>이다. 이 영화가 엄청 성공한 것은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이니 역시 생략하고. 그가 <조폭 마누라>만큼 돈을 벌 요량으로 평소 친분이 있던 연예인들을 몽땅 끌어 모아 <긴급조치 19호>라는 전대미문의 영화를 만들어낸다.

솔직히 이 영화에 쏟아지는 엄청난 독설과, 대종상 직전에 발표된 레디 스톱영화상에서 작년 최악의 영화로 선정되었다는 기사를 접하고, 은근히 <토마토 특공대>정도를 연상했었다.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긴급조치 19호>를 감상했다.

영화가 시작되면 해외토픽란에서나 봄직한 일들이 발생한다. 미국에선 마이클 잭슨이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일본에서도 연예인이 총리가 된다. 세계적인 추세가 이제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 인기스타가 국가지도자로 선출되는 것이란다. 한국은? 청와대에서도 난리가 났다. 비서실장(노주현)은 극단적인 조치를 내놓는다. 가수들을 깡그리 잡아넣자는 것이다. 대통령이 오케이하고 군인들은 방송국으로, 공연장으로 들이닥쳐서는 가수들을 보이는대로 잡아온다. 누가 잡혀 오냐고? 아니 누가 출연하냐고? 2002년 당시 한국의 TV를 주름잡던 대부분의 인기가수들이 카미오로 등장한다. 하리수, 클릭B, 베이비복스, 샤크라, 싸이, 신화, 강타 등 ‘이른바’ 국내 최고의 가수들 말이다.

영화는 이러한 스타들의 몰락과 비서실장의 부당한 법 집행에 분연히 떨쳐 일어나는 인기스타의 열성팬들의 반란과정이 주요 이야기이다. 인기 톱스타 홍경민과 여전히 ‘발차기’밖에 보여줄게 없는 듯한 김장훈은 공효진 등 열성 팬(이른바 빠*이)들에 의해 체포를 면하고 아지트에 숨어 호시탐탐 세상탈출의 기회를 엿보게 된다. 그런데, 공효진의 아버지가 바로 이번 노주현. 평소 가수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는 딸이 속상했던 아버지. 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근심(?)하는 아버지를 이해 못하는 철부지 같은 딸 공효진의 이야기는 이 영화의 또 다른 한 축을 이루는 셈이다. 영화는 형편없는 설정 하에 나름대로 최선의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갖고 있지만 감히 말 못하는 ‘하리수’에 대한 인식문제가 하리수 자신의 입에서 천연덕스럽게 나오고, 클래식을 하는 김동규 교수가 멋들어지게 나훈아 스타일로 뽕짝을 부르고, 싸이는 자신의 최대의 약점인 마약문제까지 희화화하며 보여준다. 게다가 TV프로그램에서 <러브하우스>라는 계도성 휴먼드라마를 진행했던 건축가이자 ‘가수’인 양진석과 ‘캔’멤버가 양념같이 들어간다.

이 영화의 감독 김태규는 1998년에 <마지막 방위>라는 전대미문의 밀리터리 액션물을 내놓았던 인물이다. 당시 레디스톱 영화제가 없었기 망정이지 그 영화도 트로피를 당연히 수상할 자격이 있는 영화였다. 하지만 그 영화도 그러하지만 이 영화도 나름대로 볼만은 하다. 한 시대를 풍미한 톱스타들이 이렇게까지 원색적으로 말을 하는 것을, 무대 조명 뒤의 그런 인간적인 모습을 언제 이렇게 실컷 볼 수 있으리오. 시간 남아돌면 챙겨보시길. 딸을 향한 부성애와 스타를 향한 팬들의 사랑을 만끽할 수 있는 희대의 졸작이니 말이다.

감독: 김태규 출연: 홍경민,김장훈,공효진,노주현,주영훈,김명국 개봉: 2002.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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