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워] 심형래의 도전 (심형래 감독 D-War, 2007)

2008. 2. 18. 22:24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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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07/7/24) 심형래는 지금도 여전히 코미디언으로 각인되어 있다. 처음에는 뜬끔 없이 길 지나가는 사람 붙잡아서는 혀 짧은 소리로 “주민등록증 좀 봅시다.”라는 허무형 개그로 유명해졌다. 그러다가 곧 “영구 없~다”라는 희대의 유행어를 창조해내면서 시청자들을 바보로 만들었다. (초등학생에게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학부모들이 걱정해 마지않던 저질 개그맨의 대명사로 지목될 때도 있었다) 그렇게 TV 코미디 프로를 평정한 심형래는 지난 20여 년간 심형래표 영화로 한국의 어린이들을 꾸역꾸역 극장으로 불러 모으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줬다.

실제 심형래는 1984년 남기남 감독의 [각설이 품바타령]이란 영화로 영화계 데뷔를 했다. 이후 설 명절, 추석명절, 여름방학, 겨울방학 등 틈만 나면 ‘후다닥’ 만든 심형래표 영화가 쏟아졌다. 무려 50여 편에 이른다. ‘우뢰매’ 시리즈나 ‘영구와 땡칠이’ 같은 영화이다. 이들 영화들은 일반극장에서뿐만 아니라 OO시민회관이나 XX시립문화원 같은 틈새극장에서 주로 공개되면서 지방흥행업자들의 금고를 두둑하게 채워줬다. 이 때문에 한국 역대 최고흥행영화는 심형래 영화 중 하나일 것이라는 믿을만한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 “영구 없~다”급 영화를 만들던 심형래는 1999년 [용가리]를 내놓으면서 한국영화계의 폭풍의 눈이 된다. 물론 ‘신지식인 1호’와 ‘용가리’에 얽힌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업계 영역싸움같은 꼴불견을 보여주기도 했다. 어쨌든 지난 몇 년 동안 심형래는 ‘거대한 사기꾼’으로 내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심형래는 좌절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다음 작품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 ‘100% 한국기술’을 내세우며 말이다.

심형래말고 영화

심형래의 99년도 작품 [용가리]는 단순하게 [용가리]로 끝나는 영화는 아닌 것이 분명해졌다. [디 워]로 보고나면 [용가리]가 남긴 유산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심형래의 한맺힌 ‘100% 한국산 블록버스터의 의지’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개봉 당시 [용가리]에 대해 쏟아진 비판 가운데 가장 많았던 것이 “심형래씨, 각본에 신경 좀 써세요.”와 “심 감독은 제작에만 매진하세요.”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심형래는 전혀 굴하지 않고 [디 워]에서도 각본과 감독으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다. 스토리가 부실하다고? 잠깐 생각해본다. [트랜스포머]에서 뚜렷한 줄거리가 있었던가? 생각해보면 이런 B급 오락영화에 가장 충실한 영화인이 심형래 아닐까 싶다. 영화내용은 단순하다. 지구평화를 책임진 운명의 착한 놈이 있고, 그에 맞서 지구를 쑥대밭으로 만들 나쁜 놈이 있다. 500년의 시간을 두고 이 둘이 다시 지구 어디선가 만나 쑥대밭을 만들면 된다. 그런 허술한 줄거리, 혹은 단순한 이야기 전개에 신경 쓸 틈도 없이 화려한 그래픽과 놀라운 CG의 향연으로 관객의 90분을 책임져주면 되는 일 아닌가.

용가리 말고 디워

바로 그것이다. [디 워]는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다. ‘조선의 전설’을 ‘할리우드 우주재난극’에 접합시킨 것은 참신한 아이디어이지만 이종접합의 부조화가 곳곳에서 노정된다. ‘이무기의 전설’은 하나의 설정일 뿐이다. 마치 [천사몽]에서 엄청난 창조신화의 황당한 전개만큼 관객에게 전이되지 못하는 상황극 설정에 머무른다. 그래서 관객들은 북한영화 [불가사리]에서나 보았음직한 장면에 대해서는 ‘빨리빨리’ 건너뛰고 L.A. 나와라 할지도 모른다. 아마도 한국적 미학(전설이 되었든 멜로가 되었든)에 집착하는 심형래와 관객의 재미에 초점을 맞추려는 편집사이에 심한 다툼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 워]는 굉장한 영화이다. 단연 [용가리]를 거치며 심형래 감독은 효율적인 제작방법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노하우를 습득한 것이 맞다. 그 과정을 거쳐 한국영화의 자양분은 튼실해졌다. 물론 대부분의 CG는 창의적이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거대한 특수효과를 할리우드 1/10 가격으로 창조해내었다는 것은 한국적 IT의 능력일 것이다. 오락영화의 본령을 지키는 이러한 도전이 한국영화의 자양분을 튼튼하게 한다는 점에 있어서 기립박수!

흥행예측

여름방학이다! [트랜스포머]가 600만 관객을 넘어서며 역대 외화흥행 1위를 기록했다. 아이들 눈이 아무리 [해리 포터]로 높아졌다하지만 ‘영구’ 심형래는 흥행파워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팝콘 먹으며 콜라 마시며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는 장면을 보고나면 한국적 크리에이티브가 팍팍 생길지도 모른다. ‘영구없다’의 심형래가 21세기 한국 어린이에게 주는 선물인 셈이다.


감독: 심형래 출연: 제이슨 베어, 아만다 브룩스,크레이그 로빈슨 개봉:200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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