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사부일체] 여고괴담, 상춘고 스타일 (윤제균 감독 頭師父一體, My Boss, My Hero, 2001)

2008. 2. 18. 22:20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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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02.7.22.) 정준호가 연기하는 '계두식'은 아마도 닭대가리에서 따온 이름인 것 같다. 그런데 마지막 '-'은 어디서 왔을까? 궁금했다. 이전에 <필름2.0>>의 오동진 컬럼에서 아주 충격적인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어서 다시 찾아보았다. 그때 사학비리의 대표적 학교로 손꼽히던 그 학교의 당시 교장이름이 '상춘식'이었다. 물론 그 문제의 학교는 '상문고'였고. 근데 <두사부일체>의 배경이 되는 그 엄청난 학교이름은 '상춘고'였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오동진 기자가 나보다 5~6년 연배일 것 같은데.. 내가 다니던 부산의 중학교, 고등학교에도 물론 그러한 흉악무도한 선생이 있기는 했었다. 물론, 자기 아들 '소중하다'고 학교 와서 선생 멱살 잡고 행패 부리던 그런 학부모도 있긴 했었다. 내가 전교조가 아닌 이상, 그리고 <PD수첩>PD가 아닌 이상 이런 이야기는 하지 않아도 한국에서 일반적인 학교 다닌 사람이라면 <두사부일체>가 그려내는 학교의 그림을 대강은 알 것이다. 그러니, 씁쓸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여고괴담>이 극장에서 선풍을 불러일으킬 때 "아니, 선생님을.. 그렇게.."라든가 "아니, 선생님이...어떻게"라는 의견이 분분했었다. 그러나 당시 많은 학생들은 그 내용에 공감하고 공감하고 또 공감했다. <여고괴담>의 충격이 지나간 지 어언 5. 그야말로 엉망진창 문제투성이의 학교를 또 하나 보여준다. 이게 실제 모습이라고? 그거야 자신이 다닌 학교가 어딘지에 따라 소회가 다를 것이다. 

감독은 <PD수첩>이나 전교조 이야기를 아주 많이 들었고, 지난해 극장가를 휩쓴 조폭영화를 충실하게 학습하여, 이렇게 아주 할 말 많은 영화를 만들어내었다. 윤제균 감독은 <신혼여행>이라는 그랜드호텔식 호러물의 시나리오를 썼던 사람이다. 그는 일곱 쌍이나 되는 신혼부부가 제주도에 신혼여행 가서 펼치는, 서로 얼키고 설킨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려냈던 사람이다. (물론, <신혼여행>은 차승원의 연기가 빛을 바랠 만큼 여러 가지 문제로 가득한 작품이었다.) 

정준호, 즉 계두식은 조폭의 중간보스이다. 요즘 밑에 애들이 얼마나 설치면서 올라오는지, 자기수양이 필요한 때이다. 어느 날 오야붕 보스가 그런다. "요즘 애들 다 대학물 먹었다. 너 고등학교는 나와야 것다." 그래서 계두식은 군대에, 아니 학교에 간다. 룸쌀롱 등 이권을 위해 사시미 칼을 휘두르던 계두식이 목격하게 되는 2001년 대한민국 고등학교의 모습은 어떨까. 상상할 수 있는 그런 그림이다. 게다가 그놈의 학교는 사학비리의 전형이니깐. 교장이나, 선생이나, 학생이나... 조폭이나... 게다가 바바리 코트맨까지. 우울한 자화상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굉장히 날 것이다는 느낌이 든다. 땅에 떨어진 사도의 위상을 바로잡자는 사회고발이나 조폭사회에까지 만연하고 있는 학벌중시 경향을 날카롭게 지적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이 위대한 오락영화를 모욕하는 것이다. 감독은 한국사회를 딱 두 개의 케이스로 해부한다. 하나는 조폭이며, 또 하나는 학교이다. 조폭은 발전가능성이라도 있다. 무식한 놈과 유식한 놈이 적당히 '넘버 투' 신경전을 벌이면서 조직 내의 경쟁력을 유도, 앞선 놈이 조직을 장악해가는 것이다. 그에 반해 학교라는 곳은 웃대가리부터 그러하니 얼라들까지 최악의 것들만 보고 자란다. 그런 사회? 결코 좋은 사회가 될 수는 없다. 송능한 감독의 <세기말>보다 윤제균 감독의 <두사부일체>가 훨씬 한국사회를 정확하게 진단했다고 할 수 있다. 

문제학교가 문제학교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 문제인 것이다. 요즘 누가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바라는가. 물론, 모두 다 바라고 있긴 하다. 하지만, 그것은 대학합격 이후의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누가 학교 선생을 존경하는가. 물론 존경할만한 스승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선생님은 나중에 그 제자가 노벨문학상이나 타야지 인정받을 만큼 형편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조폭은 조폭의 길에서, 학생은 학생의 길에서, 스승의 스승의 길에서 살아야한다. <<논어>>에 이런 말이 있다. 君君臣臣父父子子.. 군주는 군주다와야하고, 신하는 신하답게 행동해야하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모범을 보여야하고 아들은 아들답게 살어라는 소리이다. 두사부는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다. 되어서도 안 되고... 노는 물이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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