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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타니안] 위대한 미국? 애국자 게임!
2001년 9월 11일 무슨 일이 있었는가. 미국이 안방에서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받았다. 아직도 기억에 뚜렷한 것은 하이재킹당한 민간항공기가 차례로 뉴욕의 상징 쌍둥이빌딩에서 쇄도 충돌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모습은 한 시대, 한 문명의 종말을 상징하듯 건물을 무너져 내린다. 미국이 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테러리스트를 찾아 복수에 나서는 것이리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비행기를 납치한 사람, 비행기 조종술을 가르친 사람, 미국을 붕괴 시켜고 한 사악한 존재를 잡아내어 처단하려고 할 것이다. 영화 (원제:The Mauritanian, 2020)는 그런 상황에서 시작된다. 2001년 11월, 아프리카 대륙 북서해안. ‘모리타니아’라는 나라가 있다. 이 영화가 아니었다면 그 위..
2021.03.26 -
[중경삼림] 왕가위 1994년 홍콩 러브스토리
코로나 때문인지 웬만한 영화는 다 ‘리바이벌’되는 듯하다. 그 아이러니한 잔칫상에 왕가위 영화가 빠질 순 없을 것이다. 왕가위 영화가 ‘디지털 리마스터링’이라는 화려한 왕관을 쓰고 극장에서 관객을 다시 부른다. 그리고 OTT서비스 ‘왓챠’에서도 그의 영화를 선보이고 있다. 언제 적 왕가위며, 언제적 홍콩이야기인가. 이 영화는 1995년에 한국에서 개봉되었었다. 그리고 26년 만에 다시 만나는 중경삼림. 첫사랑을 다시 만나는 느낌이랄까. 한때는 열광하던, 그러나 끝없는 자기복제로 홍콩영화란 것이 도매금으로 쓰레기취급 받을 때 왕가위는 혼자 빛났던 별이다. 시네필들은 그의 작품에 열광했었다. 홍콩의 (자기들 말로는) ‘영화로운 중국회귀’에 맞춰서 특히나 열광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중경’(충칭,重慶)은 스촨(..
2021.03.26 -
[태극기 휘날리며] 형제의 전쟁
강제규 감독은 한국영화사의 큰 별이다. [쉬리] 이전에도, [마이웨이]이후에도 말이다. 그가 [보스턴 1947]을 찍는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한 차에 그의 대표작 중 하나가 다시 극장에 내걸렸다. 2004년 개봉된 이다. 한국영화판을 스케일을 키우며 영화산업을 가능성에서 현실로 바꾸었던 그의 역작이다. 17년 만에 ‘디지털 리마스터링’된 ‘태극기 휘날리며’를 다시 보면 충무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가늠해본다. 영화의 기본적 플롯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따라간다. 지금 한창 6·25격전장에서 유골 발굴 작업이 진행된다. 죽을 때 자세 그대로 백골로 발굴된 사체 옆에는 '이진석'이라는 이름이 각인된 만년필이 있다. 그리고 유품(만년필)을 둘..
2021.03.26 -
[70 빈라덴] 은행강도와 인질의 몸값
할리우드 알 파치노가 주연을 맡은 시드니 루멧 감독의 영화 (원제: Dog Day Afternoon/뜨거운 오후, 1975)에서는 은행강도와 그들의 인질이 된 사람들이 기묘한 정서적 교감을 펼친다. 은행 강도의 기대와는 달리 금고 안은 텅 비어 있고, 어느새 바깥은 경찰에 포위되어 버렸다. 갈수록 초조해지는 갱들, 사태는 뜻밖의 방향으로 내몰린다. 엄청나게 무더운 날, 은행에 갇힌 강도와 인질들은 ‘살아남아야한다’는 생각을 공유하게 된다. OTT서비스 왓차에서 만나볼 수 있는 스페인 영화 (원제: 70 Binladens 감독: 콜도 세라)은 그런 벼랑 끝에 매달린 은행강도와 인질의 사정을 만나볼 수 있다. 먼저 제목으로 쓰인 ‘70 빈 라덴’의 기대(?)와는 달리 아랍 테러리스트가 등장하지 않는다. ‘빈..
2021.02.20 -
[마리오네트] 망상의 줄 끊기
마리오네트’는 줄을 매단 인형으로 펼치는 유희이다. 꼭두각시놀음으로 소개되듯 누군가에게 영혼이 사로잡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관절이 움직이며 주인이 시키는 대로 움직인다. 17일 개봉하는 영화 (감독: 엘버트 반 스트리엔 원제:Marionette) 속 주인공이 지금 처한 상황이 그렇다. 한번 그녀의 사정을 살펴보자. 영화가 시작되면 어느 고즈넉한 건물 위에서 한 남자가 “네 맘대로 될 것 같애?”라고 외치더니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자살을 시도한다. 알고 보니 이 남자는 스코틀랜드의 한 아동병원에서 일하던 심리학자였다. 그 자리에 아동심리상담사 메리언(테크라 레우텐)이 들어온다. 메리언은 미국에서 이곳으로 건너온 사람이다. 그가 맡은 어린 환자 중에는 검정색 크레용으로 ‘재난’ 그림만 그리는 매..
2021.02.20 -
[살아남은 사람들] 불안, 불온, 불신의 시절에 만나는 영혼의 안식
헝가리 영화 한 편이 곧 극장에서 개봉된다. 요즘은 전주나 부산국제영화제 등 영화제를 통해 헝가리 영화를 가끔 만나 볼 수는 있다. 벨라 타르나 미클로시 얀초 감독 작품이 그런 식으로 영화팬에게 소개되었다. 물론 그런 특별한 자리가 아니어도 , , 같은 헝가리 영화가 국내에 소개되며 신선함을 더한다. 10일 개봉되는 (영어제목:Those Who Remained)은 처럼 홀로코스트를 다룬다. 히틀러의 나치가 유럽을 유린했을 때 헝가리 사람 56만 명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이 영화는 그런 역사적 비극을 다루면서 조금은 다른 접근법으로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린 인간의 비애를 담고 있다. 버르너바시 토트(Barnabás Tóth) 감독의 은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사람의 이야기를 전한다. 사랑하는 가족이 눈앞에서..
2021.02.20 -
[헌트] 트럼프시대를 박제한 미국영화
작년 4월, 코로나 정국에서 반짝 개봉했던 미국영화 (The Hunt, 크레이그 조벨 감독)는 꽤나 논쟁적인 작품이다. 미국에서는 2019년 개봉될 예정이었는데 총격사건(엘파소, 데이톤)이 잇달아 터지자 영화사는 극장개봉을 미뤄야했다. 게다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이 영화를 두고 악평하는 트윗을 날리면서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키웠다. 트럼프가 영화를 본 것은 아니고, 예고편을 두고 폭스뉴스 논객들의 말을 옮기며 증폭된 것이다. 도대체 무슨 내용을 다룬 영화일까. 가 지난 주 넷플릭스에 올라왔다. ‘청불’ 영화이다. 잔인하다. 예고편을 보면, 마치 ‘헌팅’을 스포츠 즐기듯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아프리카의 보호종 코뿔소를 밀렵할까? 정글에서 사자를 잡을까? 아니다. 사람을 사냥/처형한다. 납치된 사람(..
2021.02.20 -
[영화 강화도령] ‘철인왕후’의 남편, 철종 (신상옥감독,1963)
tvN 토일드라마 가 화제이다. 1회 방송과 함께 [역사왜곡]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상승했다. 이 드라마는 원래 중국작품을 들여와 한국식으로 바꾼 것이다. 중국의 TV드라마가 아니고 웹드라마(太子妃升職記)가 원작이었다. ‘중국의 웹드라마’라니? 중국은 거대방송사의 스펙터클한 시대극과는 달리 중국웹드라마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포맷으로 번창하고 있다. 중국원작 웹드라마의 내용은 이렇다. 현대 도시남, 플레이보이가 파티장에서 예전 걸프렌즈들에게 쫓기다 수영장에 빠지게 되고 정신을 차려보니, 먼치킨 왕궁의 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몸은 왕비, 정신은 플레이보이. 그 포맷을 tvN이 가져온 것이다. 청와대 1급세프가 어떤 알력다툼에 끼어 도망가다 수영장에 빠진다. 정신을 차려보니 ..
2021.02.20 -
[키드] 찰리 채플린 100년 전에 만든 영화
지금으로부터 딱 100년 전 오늘, 1921년 1월 21일 미국에서 공개된 영화가 있다. 물론 흑백 무성영화이다. 찰리 채플린이 만든(제작, 감독, 주연까지 한) (Kid)이다. 흑백무성영화 는 53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100년의 세월이 흘러도 이 영화에 대한 애정은 빛이 바래지 않는다. 이 날을 잊지 않고, 이 영화를 잊지 않고 개봉하는 영화관이 있다. 영화는 한 여인이 자선병원에서 홀로 아이를 낳으면서 펼쳐지는 비극적 인간드라마이다. 여인은 가난으로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대저택 앞에 세워진 고급 자동차 안에 아이를 두고 울면서 그 자리를 떠난다. 그런데 하필 자동차도둑이 그 차를 훔치게 되고, 뒤늦게 아이를 발견한 악당은 아이를 골목 쓰레기통 옆에 버린다. 그런데 우연히 길을 지나던 떠돌이 찰리..
2021.02.20 -
[크루아상] 우리는 지금 인생을 굽는 중이야
“우리는 지금 인생을 굽는 중이야” 멋진 카피 같지만 실제 저런 대사는 이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조성규 감독의 신작 은 빵을 굽는 청춘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코로나 사태로 질식할 것 같은 요즘 언제 이런 영화를 만들었는지, 그리고 또 언제 개봉되었는지 모르게 극장에서 사라질 영화일지 모른다. 하지만 어쨌든 이 영화는 조성규 감독이 관여한 긴 작품 목록에 남을 것이다. 영화는 방황하는 한국청년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국가적인 문제, 세계적인 비극의 희생양은 아니다. 그저 각자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과정으로서의 삶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희준(한상혁)은 병원에서 피를 뽑고 있다. 아마도 제약회사에서 진행하는 신약 생동성실험 아르바이트인 모양이다. 어쩌면 채혈하는 간호사 윤정 때문에..
2021.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