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810)
-
[JIFF리뷰] 첫 54년 - 약식 군사 매뉴얼 “이스라엘은 어떻게 그 땅을 차지했나”
혹자에게 영화감상은 우표수집과 같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특히 역사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볼 때는 말이다. 지난 주 막을 올린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마스터즈] 섹션에서 소개되는 이스라엘 아비 모그라비 감독의 다큐멘터리 (원제:The First 54 Years – An Abbreviated Manual for Military)을 보면 그러하다. 러닝타임 110분짜리 이 작품을 보면서 우리가 몰랐던 중동 그 지역의 감춰진 역사의 한 면을 보게 된다. 한국 사람이 갖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한 생각은 주로 웅장한 음악의 OST와, [탈무드], 그리고 유대인의 우수한 DNA에 관한 전설 같은 이야기이리라. 아마도 21세기 이전, 영문 시사잡지를 보았던 세대라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펼쳐지던 폭동, ..
2021.05.04 -
[JIFF리뷰] 짱개 “나는 어느 나라 국민이지?”
들어가기 전에 우선 설명부터. 국가인권위원회는 작년 8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함께 성별·장애·종교·성적지향·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모욕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긴 '혐오표현 대응 안내서'를 전국 학교에 배포했다. 여기에는 중국인을 비하하는 '짱개'나 흑인을 지칭하는 '흑형' 등을 혐오표현이라 적시했다. 그런데 [짱개]를 내세운 영화가 소개된다. 난감하다. 그런데, 감독이 ‘자신의 처지’를 그보다 더 적확하게 내세울 수가 없었나보다. 지난 주 막을 올린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시네마천국] 섹션에서 상영되는 작품 중 장지위(張智瑋) 감독의 영화 제목이 바로 (Jang-Gae: The Foreigner)이다. 감독의 영문표기(Chang Chih-wei)를 봐서 그가 대만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다...
2021.05.04 -
[JIFF리뷰] 혼자 사는 사람들, '고독한 사람들, 위험하다!' (홍성은 감독)
‘고독사’라는 말이 이제 낯설지 않다. 자식과 아내를 멀리 유학 보낸 기러기아빠의 고독사, 독거노인의 고독사, 그리고 요즘엔 청년고독사 소식까지 들려온다. 국가(글로벌) 차원의 경제문제와 지극히 개인적인 원인 혼재된 사회문제로 현대인은 위축되고, 문을 닫아 걸고 고립되더니 말라비틀어간다. 그런 문제를 바라보는 영화가 지난 주 개막된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되었다. 홍성은 감독의 데뷔작 이다. 주인공은 혼자 산다. 칸막이 쳐진 사무실에서 일하고, 혼자 밥을 먹고,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쓸쓸한 아파트에서 눈을 뜨고, 눈을 감는다. 진아(공승연)는 카드회사 콜센터의 유능한 직원이다. 그 어떤 고객의 전화에도 차분하게, FM대로, 무난하게 상담을 끝낸다. 그 어떤 진상고객의 황당한 전화에도 최상의 솔루..
2021.05.04 -
[JIFF리뷰] 개막작 ‘아버지의 길’ (스르단 고루보비치 감독)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오늘(29일) 개막식과 함께 열흘간의 영화축제를 시작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전주는 코로나로 잔뜩 위축된 상황에서 축제를 열어야하지만 미지의 영화에 대한 전진은 계속될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 전주영화제 개막작은 세르비아의 스르단 고루보비치 감독의 이 선정되었다. 복잡한 근현대사의 아픔을 갖고 있는 발칸의 날아온 은 지켜보기에 가슴 아픈 영화이다. ‘이데올로기’와 ‘민족감정’이 할퀴고 간 그 땅엔 가난만이 남은 모양이다. 보스니아의 어느 산골 마을, 빌랴나가 아들과 딸을 데리고 남편의 공장을 찾아온다. 남편이 몇 달간 월급도, 약속한 수당도 받지 못했다면서 울부짖는다. “우린 너무 배가 고파요. 애들이랑 그냥 죽어버릴래요”라며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붙인다. 그제야 사람들이 달..
2021.05.03 -
[겟 더 헬 아웃] 엉망진창이네~ 개판 좀비판 국회의사당
어느 나라든 여론조사를 하면 가장 신뢰도가 낮은 등급을 받는 직업군이 정치인이다. 영화평론가보다 더 낮은 등급을 받는다. 해외뉴스에서는 멱살잡이를 넘어 격투기를 펼치는 국회의원 모습을 심심찮게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한때(?) 그랬다. 난장판 국회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나라가 바로 대만이다. 대만은 총통(대통령)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고, 의원이 바뀌어도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만큼 다혈질인 모양. 그런 모습을 날카롭게 풍자한 영화가 (Get The Hell Out 감독:왕이판)이라는 작품이다. 중문제목은 ‘逃出立法院’(‘입법원=국회’를 탈출하라)이다. 얼마나 난장판이기에? 상상을 초월한다. 작년 대만에서 개봉되었고, 지난 주 개막한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불면의 밤] 섹션에서 소개..
2021.05.03 -
[더 스파이] 컴버배치 스파이 스릴러
우스개로 ‘악의 제국’ 소련이 붕괴된 뒤 글로벌 방산업체만큼 일자리 걱정을 한 동네가 할리우드였단다. 이제 누구를 ‘빌런’으로 해야 할지 말이다. 확실히 소련은 영화에서 오랫동안 악의 축 역할을 했었다. 소련붕괴 이후 많은 새로운 ‘국제질서의 악당’등이 등장했다. 중동 테러리스트, 외계인, 그리고 김정일까지. 그래서 요즘 만들어지는 회고조의 작품에서는 과연 소련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정치적 올바름’의 바로미터일 것 같다. 오늘(28일) 개봉하는 영화 (감독:도미닉 쿡)도 그러하다. 이 영화의 원제는 ‘The Courier’이다. 물건을 옮기는 ‘택배원’, ‘운반자’의 뜻이다. 과연 주인공은 무엇을 운반하는 것일까. 위험천만한 물건이란다. ● 민간인, 에스피오나지 되다 냉전시기, 영국인 그레빌 윈(베네딕..
2021.04.29 -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흑인 100년의 분노
전 세계를 급습한 코로나로 마블 히어로들이 주춤한 사이, 할리우드에서는 블랙 파워가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틈새를 매우고 있다. 지난해 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감독: 조지 C. 울프 원제:Ma Rainey's Black Bottom)도 그런 카테고리에 포함될 영화이다. 이 작품은 1920년대 반짝반짝 빛났던 1세대 블루스 가수 ‘마 레이니’(Gertrude ‘Ma’ Rainey)의 삶을 다룬다. ‘흑인’의 위상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그러하지만 남북전쟁이 끝나고 미국이 미국다워지던 그 시점에 흑인은 삶은 ‘바닥’이었다. 극작가 어거스트 윌슨은 20세기 아프리카계 미국인 공동체의 경험과 유산을 연대기적으로 쓴 ‘피츠버그 사이클’(The Pittsburg..
2021.04.29 -
[노매드랜드]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고, 집도 없다
코로나 사태로 평소보다 두 달 늦게 열리는 올해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최우수작품상 후보에는 ‘노매드랜드’, ‘맹크’, ‘미나리’ 등 모두 8편의 작품이 후보에 올랐다. 이중 (원제:NOMADLAND)는 작품상과 함께 감독, 여우주연, 각본, 편집, 촬영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클로이 자오는 감독/각본/편집/작품(제작) 등 4개에 이름을 올렸다. 이 작품은 이미 베니스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평론의 일치된 호평을 받았다. 특히 프란시스 맥도맨드의 연기에 대해서는 상찬이 쏟아졌다. 영화팬으로 기대되는 작품임에 분명하다. ‘노매드(Nomad)’는 유목민을 말한다. 고정된 거주지/거처 없이 계절 등의 요인에 따라 이동하는 수렵채집인, 목축유목민, 상인들을 말한다. 그런데, 이게 문학적으..
2021.04.15 -
[화이트 타이거] 닭장 속의 닭이 봉황이 되는 법
지난 200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등 8개 부문을 휩쓴 영화 는 감추고 싶은 비참한 인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의 원작소설을 읽어보면 영화보다 훨씬 쓰레기 같은, 막장의 인도 모습에 놀라게 된다. 그런데 소설을 쓴 작가가 인도 외교관이었다는 사실에 더 놀라게 된다. 자기 나라 얼굴에 먹칠을 하는 작품을 쓰다니. 그에 맞먹는 작품이 하나 더 나왔다. 지난달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The White Tiger, 감독:라민 바흐라니)이다. 하얀 호랑이(백호)이다. 백년에 한번 나올까말까 한 대단히 성스러운, 영물이다. 개천에서 용 나듯이, 인도 쓰레기 하수구에서 과연 백호가 나올 수 있을까. 인구가 14억이나 되는 이 나라는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라고 한다. 소와 사람이 나..
2021.04.09 -
[천녀유혼:인간정] 이개형-진성욱을 기억하라
명말청초를 산 포송령(蒲松齡, 1640-1715)은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었을 만큼 가난한 삶을 산 서생이었다. 그런데, 그가 남긴 작품은 400년이 지나서 빛을 보고 있다. 그는 동네에 전해져오는 전설, 괴담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이야기만을 채록하여 문집으로 남겼다. 수백 편의 짤막한 이야기로 채워진 괴담집 이다. 괴이한 것을 좋아하거나, 환상적인 스토리를 원한다면 이 이야기 책에서 한 편을 뽑아내어 색칠하고 CG를 더하면 된다. 그렇게 나온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천녀유혼’이다. 장국영-왕조현이 나왔던 그 작품(1987)이다. 물론 그 전에 쇼브러더스 시절 이한상 감독의 작품(1959)도 있고, 서극의 애니메이션도 있으며, 유역비의 (2011)도 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워낙..
2021.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