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저링3] 악마의 조종

2021. 6. 19. 08:42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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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우스 호러’는 ‘그 집에 귀신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처음엔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한다. 뭔가 음산한, 스산한 기운이 느껴지지만 막 이사해온 터라 한껏 신이 날 뿐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 집에 가족 말고 누군가가 있는 것 같다.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고, 자고 일어나면 집안 물건의 위치가 바뀌어 있다. 아이가 누군가와 중얼거리며 이야기하는 것 같고, 물건이 날아다니며 위협하기 시작한다. 결국엔 칼이 휙 날아와 꽂힌다. 그제야, "아, 이 집엔 뭔가가 있다!"

 제임스 완 감독의 ‘컨저링’ 이전에도 이런 ‘하우스호러’는 많았다. 우리나라엔 그런 귀신 나오는 집은 폐가, 흉가가 되어버리지만 할리우드에서는 꾸준히 리모델링을 거쳐 새 입주자를 모시고 있다. ‘컨저링3’은 숫자3을 달고 세상에 나왔지만 컨저링 시리즈(컨저링 유니버스)의 무려 여덟 번째 작품이다. 컨저링 시리즈는 실제 있었던 ‘귀신들린 집’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 1편은 1971년 로드 아일랜드 해리스빌에서 있었던 일을, 2편은 1976년 애미티빌의 저택살인사건을 다루었고 이번 3편에서는 1981년 코네티컷에서 발생한 하우스 살인사건이다. 공통점은 이들 집에서 발생한 기이한 현상을 모두 워렌 부부(에드, 로레인)가 관여했다는 것이다. 이들 부부는 ‘디모노로지스트’(demonologist)라 불린다. ‘악마연구자’이다. 영어로 표현해서 있어 보이지 실제는 ‘곡성’에서 일광(황정민)이 하던 일을 좀 학자 연(然)하게 파고드는 사람이다. 

 1981년, 워렌 부부는 코네티컷 브룩필드의 한 가정집에서 귀신들린 8살 소년 데이빗을 위해 구마의식을 치르고 있다. 왕년의 호러영화 ‘엑소시스트’에서처럼 소년의 관절이 기이하게 꺾이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엑소시즘이 펼쳐진다. 한참 사투가 펼쳐지더니 소년의 몸에 있던 악령이 현장에 있던 어니(로우리 오코너)에게 옮겨간다. 그리고 며칠 뒤 어니는 브루노라는 남자를 칼로 22차례 찔러 죽이는 일이 벌어진다. 워렌 부부는 어니의 행동이 악령에 의해 조종된 일이라고 변호사에게 알려준다. 이 황당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부부는 악령을 뒤쫓기 시작한다. 

 워렌 부부는 귀신이 나온다는 집, 귀신이 씌었다는 사람들을 쫓아 수십 년을 돌아다녔다. ‘믿거나 말거나’일수도 있고, ‘서프라이즈 스토리’이기도 한 이 이야기는 책으로, 영화로 많이 만들어졌다. 브룩필드 사건은 어찌된 것일까. 워낙 평범한 동네에서 발생한 끔찍한 일이라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마을이 생기고 193년 만에 발생한 첫 살인사건이란다. 그리고, 법정에서 변호사가 “이것은 살인이 아니라, 누군가의 조종, 악령의 꾐에 의해 발생한 사건”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신문에서는 대문짝하게 보도를 했던 것이다. 그 덕분에 헐리우드는 이렇게 영화로도 만들었고 말이다. 

제임스 완이 그린 ‘컨저링’ 월드는 진화를 거듭한다. 호러에서는 어두운 공간 어디에선가 뭔가가 튀어나올 것이고, 예상 못한, 그러나 어쩌면 예상할 수 있는 순간에 악령이 등장한다. 공포를 극대화하는 음향효과와 함께 말이다. 베라 파미가와 패트릭 윌슨은 1,2편에 이어 이번 3편에서도 “이 집에 악령이 있고, 저희들이 그 놈을 잡겠습니다”하고 뛰어다닌다. 믿을 수 있냐고? 아이맥스에서 보면 아마, 그 공포스런 음향효과에 절로 믿게 될 듯하다.

참, 1971년 재판정에서 ‘악마가 시켰다’라는 변호사의 주장이 먹혔을까. 미국 법정에서 살인의 이유에 대해 “악마가 시켰어요”(the Devil Made Me Do It)라는 변론이 처음 나왔기에 미디어의 관심을 받았단다. 영화 원제로 쓰인 용어는 저 때 등장했다. 변호사는 “지금까지 법정이 신의 존재를 증명했다면, 이제부터는 악마의 존재도 논해야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판사의 판단은? 증거도 없는 말은 하지 말라고 제지했단다. 그래서. 변호사는 ‘자기방어’를 주장했고 결국 1급살인죄로 유죄평결을 받는다. 

1,2편의 제임스 완 감독은 ‘아쿠아맨’ 등으로 바빠서,‘컨저링3’은 ‘요로나의 저주’를 감독한 마이클 차베스가 감독을 맡았다. ‘컨저링’ 오리지널리티를 적절히 유지하며, 음향효과와 함께 ‘심령추리극’으로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이다. 공포물 매니아에겐 ‘엑소시스트’, ‘오멘’, ‘샤이닝’의 그림자를 조금씩 느낄 수 있다는 기쁨도 있다. 

케빈 베이컨이 출연한 TV영화 ‘The Devil Made Me Do It case’도 같은 살인사건을 다룬다. 이 작품에서는 치정에 얽힌 살인극으로 묘사된다. 이 영화에서도 그런 가능성은 엿볼 수 있다. 2021년 6월3일 개봉/ 15세관람가 ⓒ박재환 2021

 

[리뷰] 컨저링3 ‘악마의 조종’

‘하우스 호러’는 ‘그 집에 귀신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처음엔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한다. 뭔가 음산한, 스산한 기운이 느껴지지만 막 이사해온 터라 한껏 신이 날 뿐이다. 그런데 언젠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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