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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드러머 걸] 나를 사랑한 스파이 (박찬욱 감독 The Little Drummer Girl -Director's Cut 2018)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으로 전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데에는 ‘세익스피어의 영어’뿐만 아니라, ‘정보의 힘’도 주효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실존인물 T.E 로렌스는 아랍문화를 사랑해 마지않은 군인이었고, 007 제임스 본드의 작가 이언 플레밍도 모스크바 특파원과 정보관련 부대에서 일했다. 금세기 최고의 스파이소설 작가 존 르 카레는? 그는 냉전시대에 영국 외무부와 MI6에서 일했단다. 음험한 정보의 나라 영국이 느껴지는 작품 하나가 공개됐다. 존 르 카레가 1983년에 쓴 소설 을 원작으로 한국의 박찬욱 감독이 영국 BBC와 미국 AMC를 위해 만든 6부작 TV드라마이다. 유대인과 관련된 장구한 역사, 그리고 이스라엘 건국과 관련된 짧은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 땅은 ‘영국의 외교적 실책’의 압축..
2019.07.29 -
[안도 타다오] 빛, 물, 그리고 콘크리트 (미즈노 시게노리 감독 Tadao Ando – Samurai Architect, 2016)
조선의 궁궐 등 옛 건축물을 제외하고, 현재 한반도 땅에서 솟아오른 건축물 중 절로 눈이 가는 아름다운, 고혹적인, 멋진 건축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건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도시를 살아 숨 쉬게 만드는 것이 건축물이다. 적어도, 여행사진의 멋진 배경사진이 되는 그런 존재 말이다. 단순히 공간이용의 효용성과 에너지사용의 효율성 문제를 떠나 오랫동안 시선을 사로잡는 건물이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눈앞의 건물이 새롭게 보일지 모른다. 일본의 건축가 안도 타다오(安藤忠雄) 이야기이다. 25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감독:미즈노 시게노리)는 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에게 건축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건축가는 토목공사적 의미가 앞선다. 하지만 조금 규모가 큰 창작품을 디자인한다는 의미에서 확실히 예술가이..
2019.07.29 -
[걸캅스] 웃다가 웃다가 놓친 것들 (정다원 감독 Miss & Mrs. Cops, 2019)
이 극장가를 맹폭하는 이 때에 용감하게 총을 뽑아든 한국영화가 있다. 여배우 둘을 내세운 버디무비 (감독:정다원)이다. 라미란-이성경이 주인공이다. 애매하다. 왕년에 날리던 기동대 형사 출신 주무관 라미란과 꼴통형사 이성경이 손을 잡고 ‘디지털 성범죄’ 나쁜놈들을 일망타진하는 것이란다. 이들은 경찰서 주력(!) 부서에서 밀려난 ‘잉여’ 인력이다. 뻔해 보인다. 당연히 현장의 지원 없이, 여성의 힘만으로, 열악한 상황을 극복하고 비열한 범죄자들을 통쾌하게 물리칠 것이다. 암. 그래야지. 영화 보기도 전에 다 알 것 같은 스토리이다. 그런데, 영화는 뜻밖의 재미를 안겨준다. 그것은 윤상현의 등장순간부터이다. 관객들은 예상 못한 인물설정에 당황하며 곧바로 걸쭉한 캐릭터의 욕설과 함께 정신없이 재밌는 107분의..
2019.07.29 -
[배심원들] 8명의 성난 사람들 (홍승완 감독 Juror 8, 2018)
법과 관련된 경구 중엔 유명한 것이 많다. “죄 없는 사람이 돌을 던져라”부터, “유전무죄, 무전유죄”까지. 빵 한 조각을 훔친 장 발장이 법정에 섰다고 가정해 보라.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중형을 내릴 판사도 있을 것이다. 세상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모른 채, 고시원에 틀어박혀 사법전서만 달달 외던 샌님들이 ‘기막힌 사연의 피고’를 어찌 지혜롭게 단죄할 수 있으리오. 그런데 당신이 재판관이 된다면? 미국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법정드라마에서 ‘배심원’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검사와 변호사는 배심원을 상대로 불꽃 공방을 펼친다. 기실, 그 배심원들은 법을 잘 알지도, 피고인을 알지도 못한다. 법전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일반 ‘법’ 상식의 눈높이에 맞춰 ‘죄와 벌’을 평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2019.07.29 -
[김군] “김군이 온다” (강상우 감독 KIM-GUN, 2018]
1979년, 1026사태 이후 대한민국은 산업화의 그림자를 벗어나서 급속하게 민주화의 시대로 넘어간다. ‘서울의 봄’이라고 불리던 1980년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과 시민의 함성과 열기로 가득했다. 그와 함께 일부 군인들의 야심도 꿈틀거렸다. 5월 17일, 정치군인들은 전국적으로 계엄령을 확대하고 각 대학에 공수부대를 속속 투입했다. 그렇게 5월 18일 광주의 비극은 시작된다. 피를 부르는 폭력적 시위 진압에 시민들은 분노하기 시작한다. 계엄군(공수부대)는 진압봉이 아니라 총칼을 휘두른다. 당시, 민주화를 외치던 사람들은 누구였으며, 계엄군에 대항해 총을 든 사람들은 무슨 마음이었을까. 그 유명한 지만원씨가 색다른 주장을 내놓는다. ‘광주소요사태’, ‘광주항쟁’,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불리던 그 때 북..
2019.07.29 -
[알라딘] 디즈니의 매직램프 (가이 리치 감독 Aladdin,2919)
디즈니의 화수분 같은 금고에는 스타워즈, 픽사, 마블만 있는 것이 아니다. 창업자 월트 디즈니가 오래전 만들어 놓은 유물들이 여전히 반짝거리고 있다. 그걸 꺼내어 먼지만 털어내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재창조 작업을 한다. 그렇게 디즈니 클래식 애니메이션이 차례로 실사영화로 영화팬들을 찾고 있다. 최신작은 ! 1992년 로빈 윌리엄스가 수다쟁이 지니 요정으로 활약했던 애니메이션 의 실사판이 만들어졌다. 고아 알라딘이 자파의 계략으로 모래동굴에 들어갔다가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요정 지니가 똬리를 튼 마법램프를 손에 쥐게 되고, 그걸 문질러 공주 ‘자스민’의 진정한 사랑을 얻게 된다는 내용이다. 물론 마법의 카펫을 타고 “A Whole New World”를 부른다. ‘아라비안 나이트’와 알라..
2019.07.29 -
[더 보이] 슈퍼맨 다크 버전 (데이비드 야로베스키 감독 Brightburn, 2019)
1939년 만화책 히어로로 탄생한 ‘슈퍼맨’은 지구인이 아니었다. 머나먼 행성 크립톤 출신이다. 외계인 베이비 ‘칼-엘’은 크립톤 행성이 폭발하기 전에 생물학적 부모에 의해 작은 우주선에 태워져 지구로 보내진다. 그의 우주선이 떨어진 곳은 이름부터 작은 미국의 시골마을 ‘스몰빌’(Smallville)이다. 우주 베이비를 발견한 지구인 켄트 부부는 아기를 잘 건사하여 훌륭한 지구인 가족으로 키운다. ‘클라크 켄트’는 지구인으로 자라면서 ‘정체성의 혼란’도 겪게 되지만 지구가 위험에 처했을 때 기꺼이 망토를 펄럭이는 좋은 친구가 된다. DC코믹스의 막강한 슈퍼히어로 ‘슈퍼맨’의 이러한 성공담을 철저하게 뒤집은 다크 히어로가 탄생했다. 마블 영화 시리즈를 연출한 제임스 건이 제작한 영화 (감독:데이비드 야로..
2019.07.29 -
[기생충] 버닝 패밀리 (봉준호 PARASITE,2019)
봉준호 감독의 신작 은 작금의 한국 경제상황에 비추어보면 반지하에 사는 전형적인 ‘하층’ 서민가족의 자급경제를 다룬 블랙코미디이다. 호구지책으로 박스 접기 같은 단순노동으로 살아가는 이들 가족에겐 ‘계획’이란 것은 사치일 수도 있다. 어느 날 백수 아들 기우(최우식)의 친구(박서준)가 찾아와서 괜찮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넘겨준다. 박서준은 이 집에 재물운과 합격운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참으로 시의적절하게’ 육사 출신의 할아버지가 수집했다는 산수경석을 선물한다. 이를 두고 기우는 “아, 상징적인 거네”라고 말한다. 이 때부터 관객들은 천재감독 봉준호의 ‘상징’과 ‘은유’를 찾아 영화에 빠져든다. 인물 하나하나, 대사 하나하나, 소품배치 하나하나에 대해 숨겨진, 대단한 의미를 찾기 위해 집착하게 된다. 기우에..
2019.07.28 -
[갱스터 초치] 쇼핑 백 속의 갓난아기 (개빈 후드 감독 Tsotsi 2006)
지난(2006년) 3월 열린 78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작품이 국내에 개봉된다. 올 아카데미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이 출품되었지만 수상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라는 영화에 돌아갔다. 남아공? 흑인들의 땅 ‘아프리카’이지만 오랫동안 서구 백인들의 식민지로, ‘아파르트헤이트’ 백인들의 지배하에 있던 이 나라는 ‘만델라’가 상징하는 아프리칸 들의 자유와 민주의 상징이 되었다. 그런데 실제 남아공의 모습은 어떨까. 대도시에는 현대식 초고층 건물이 있지만 그 구역을 벗어나면 빈곤과 폭력이 난무하는 흑인들만의 빈민가가 존재하고 있다. 는 그러한 남아공의 현실을 담고 있다. 이 영화는 남아공의 인종차별 문제를 작품에 담아온 작가 아솔 푸거드의 동명소설을 영화로 옮긴 것이다. 주인공 ‘초치’는 오늘도..
2019.07.28 -
[눈보라 체이스]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 (양윤옥 옮김, 소미미디어)
일본 추리소설의 대가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가 돌아왔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내놓은 듯한 겨울시즌 맞춤형 소설 (양윤옥 옭김, 367쪽, 소미미디어)이다. 실제 스노보드를 즐기는 겨울스포츠 마니아로 알려진 히가시노 게이고가 과 에 이어 내놓은 이른바 ‘설산(雪山)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이다. 취업을 앞둔 평범한 대학생 와키사카 다쓰미는 스노보드 매니아. 이날도 신게스 고원의 설산을 찾아 활주금지구역의 비밀스런 포인트에서 자기만의 스노보딩을 즐긴다. 아무도 밟아보지 않은 파우더 스노우를 활강하는 매력은 아는 사람만 아는 법. 그런데, 아무도 찾지 않을 것 같은 그곳에 한 여자가 있었다. 셀카를 찍으려는 그녀를 위해 사진을 찍어준다. 그녀가 남긴 말은 “내 홈그라운드 사토자와야!”라는 말뿐. 그리..
2019.07.28 -
[불능몰유니] 아빠와 딸 不能沒有你
지난달(2009년 11월), 대만에서는 46회 금마장 영화시상식이 열렸다. 금마장은 홍콩의 금상장과 함께 중국어권에서는 양대 영화제로 손꼽힌다. 근래 들어 두 영화제 모두 중국, 홍콩, 대만에서 만들어진 영화들이 경쟁을 벌인다. 알다시피 대만은 후효현과 양덕창 외에는 뚜렷한 스타급 영화감독이 없는지라 대만에서 열리는 이 영화제가 남 좋은 일만 시킨다는 비아냥거림을 받을 정도로 외지(중국 혹은 홍콩)영화인의 잔치판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대만영화계도 조금씩 자기들 생존방식을 모색하고 있고 해마다 깜짝 놀랄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작년에는 해각7호>라는 초특급 흥행 작품을 만들어내더니 올해에는 불능몰유니>라는 작은 작품으로 대만영화계의 만만찮은 생존본능을 보여주고 있다. ‘불능몰유니’(不能沒有你)의 뜻은..
2019.07.26 -
[스피드 4초] 사격왕, 연쇄경찰살인마 장국영 (鎗王,2000)
(박재환 2004.1.12.) 작년(03년) 4월, 홍콩의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中環文華東方酒店) 24층에서 차갑고 딱딱한 아스팔트 도로 위로 뛰어내려 삶을 마감한 장국영이 죽기 3년 전에 찍은 (창왕)란 작품은 그를 아끼는 팬들에겐 정말 끔찍한 영화라 아니할 수 없다. 스스로의 고뇌를 견디다 못해 극한적 행동에 나서는 극중 주인공의 연기는 에서의 장국영보다 더 가슴이 아프다. 영화의 원제목은 이며 영어 제목은 ‘더블 탭’, 혹은 ‘CONFUSION OF MIND’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라는 타이틀로 비디오로 출시되긴 하였다. 이 영화의 제작자 이동승과 감독 나지량은 장국영과 함께 이미 를 만든 적이 있다. (그리고 장국영의 유작 도 함께 작업했다.) ‘더블 탭’이란 사격대회에서 일반인은 거의 인지할 수 ..
2019.07.25 -
[나랏말싸미] 영화가 정설과 달라 서로 사맛디 아니할새 (조철현 감독 2019)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인물,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필연적으로 ‘역사왜곡’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오랫동안 ‘한글창제’와 관련된 신화 가운데 하나는 집현전에서 밤새 연구하다 잠이 든 정인지에게 세종이 곤룡포를 덮어주었다는 것이다. 이 장면은 이야기에서 소설로 전승되면서 ‘애민의 상징 세종, 고뇌의 결과물 한글’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데 일조했다. 그런데, 한글이 집현전에서 만들어지지 않았고, 세종의 힘이 아니었다면? 하늘에서 떨어졌나? UFO를 타고 온 외계인이 전해주었나? 조철현 감독은 ‘한글 창제설’에 얽힌 많은 버전 중에 신미대사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불러낸다. 영화에서 거듭 나오는 말이 고려는 불교 때문에 망했고, 조선은 반면교사로 삼아 유교를 숭상하고, 명을 받들어 천세만세 살..
2019.07.25 -
연극 <오이디푸스> 황정민, 제 눈을 찌르다
연극 오이디푸스 공연:2019/01/29 ~ 02/24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출연: 황정민, 배해선, 남명렬, 최수형, 박은석, 정은혜 연출:서재형 제작:샘컴퍼니 (박재환 2019.02.11) 호머(호메로스)작품이나 그 옛날 희랍문화에 대해선 몇 편의 영화로 조금은 알고 있다. 에게해(海) 근처에 산재해 있던 당시 도시국가들이 힘을 합쳐 페르시아 세력을 꺾었고, 곧이어 그 유명한 스파르타가 아테네를 접수한다. 그 때까지 이곳은 당대 최고의 문명을 자랑했고, 지금까지도 전해오는 최고수준의 문화를 향유하였다. 어떤 문화? 높은 언덕에 위치한 아크로폴리스의 야외극장 디오니소스에서 형식적으로 최상의 수준에 다다른 연극을 아테네 시민이 맘껏 즐겼다. 옛 기록과 유적을 통해 이 근사한 공연장에서는 수많은 명작들..
2019.02.11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박재환 2018.08.13) 노인복지정책을 다룬 듯한 느낌을 주는 제목의 영화 (No Country For Old Men)는 가슴이 서늘해지는 스릴러이다. , 등 묵직한 독서감을 안겨주는 코맥 매카시의 소설을 , , , 등을 만든 에단 코엔/ 조엘 코엔 형제가 영화로 만들었다. 2006년 개봉된 이 영화는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남우조연상(하비에르 바르뎀),각색상을 수상했다. 오랜만에 다시 극장에서 재개봉되어 영화팬을 찾고 있다. 그 동안 코엔 형제는 더 거장이 되었고, 이 영화에 나왔던 죠슈 브롤린은 마블 영화 속 최강자가 되었다.영화는 미국 텍사스 시골마을 보안관 벨(토미 리 존스)이 직면한 일련의 살인사건을 다룬다. 마약 밀거래 현장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마약을 팔던 놈과 사는 놈이 서로에게..
2019.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