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영화리뷰

[박치기] 낯선 멜로디, 낯선 로맨스, 낯선 조국애 (이즈츠 카즈유키 감독 パッチギ! 2004)

by 내이름은★박재환 2019. 7. 30.
반응형

(박재환 2005.12.7) 장훈과 조치훈. 2차 대전에서 일본이 패망한 뒤 일본에서 갖은 민족적 차별을 받아가면서도 ‘한민족의 강인함’으로 정상에 우뚝 선 인물이다. 우리는 익히 재일 교포 2세, 3세들의 고난을 알면서도 그들이 ‘일본에 귀화를 했니 안 했니’와 ‘한국말도 제대로 못 하니..’ 식으로 그들의 숨은 고통을 외면하기도 한다. 

최근 일본에서의 한류열풍을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이봉우라는 사람도 있다. 영화제작자이며 영화수입업자이다. 아무도 그렇게까지 성공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던 <쉬리> 를 일본에 소개하며 일본에 한류열풍의 씨앗을 뿌렸던 인물이다. 그가 일본에 이런저런 한국영화를 수입하여 소개하더니 이번에는 서울 명동에 자그마한 극장을 하나 오픈했다. 100석도 안 되는 작은 상영관이지만 한 곳에선 1년 내내 일본영화만을 전문적으로 상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 주 극장 개관을 앞두고 일본문화 관계자와 영화계 인사들을 ‘모시고’ 조촐한 기념행사를 가졌다. 그리고 <박치기>라는 일본영화의 시사회를 가졌다. CNQ 극장 상영 일본영화 1호 작품이다. 

<박치기>는 상당히 멋있고 힘이 넘치는 영화이다. 감독은 이즈츠 카즈유키라고 조금 낯선 인물이다. 영화는 <<소년 M의 임진강>>(少年Mのイムジン河)이라는 책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웬 임진강? 

영화가 시작되면 1968년 벚꽃 울창한 교또의 한 유원지를 보여준다. 일본 학생들이 버스를 타고 단체 소풍을 온다. 이곳에서 일본학생 둘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곱상한 여학생을 희롱한다. “이봐 예쁜데 뒷산에서 우리 연애나 한번 할까?” 그런데 그 여학생은 곧이어 오빠를 데려오겠다고 한다. 맙소사 그리고 나타난 한 무더기의 조선족 학생들. 이들은 조총련계 학생들이었다. 이들은 일본 학생들을 두들겨 팬다. 민족적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순간이 지나고 관객은 곧바로 1968년 일본에서 벌어지는 희한한 로맨스를 목격하게 된다. 

조총련계 학생들은 일본 학생만 보면 두들겨 패고, 일본학생들도 벌벌 떨면서 복수의 기회만을 노린다. 그런데 이 와중에 플룻을 곱게 부는 조총련 여학생에게 완전히 반한 일본 남학생이 분위기파악 전혀 못하고 두 위험천만한 두 집단 사이를 오가며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하게되는 것이다. 

이 남학생은 그 조선족 여학생이 플롯으로 연기하는 곡에 완전히 매료된다. 그 노래는 바로 ‘임진강’이라는 북한 가요였다. (나로서는 처음 듣는 곡이지만 이미자의 <동백꽃 아가씨>나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만큼이나 중요한 곡이다. 1957년 북한 시인 박세영의 시에 북한의 작곡가 고종환이 곡을 붙인 노래이다.) 

그 노래는 1968년 일본의 ‘더 포크 크루세다즈’가 취입한 곡이다. 당시 예민한 국제정세 때문에 이 음반은 방송금지 결정이 내려진 뒤 30년 동안 사장되고 만다. 2001년 NHK의 가요홍백전에서 김연자가 이 노래를 열창했다고 한다. 30년 전 북한의 노랫말을 일본말로 옮겼던 마츠야마 다케시(松山 猛)의 자전적 소설이 바로 <<소년 M의 임진강>>이다. 임진강의 물새는 남과 북을 자유로의 오가는데 우리는 왜 못 가느냐는 100% 감상조의 노래이다. 

이야기는 조선인(조총련계 한민족을 의미함. 극중에서 북한을 조국으로 여기는 무리임)의 활화산 같은 응집력과 일본에 대처하는 극단적 민족애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들은 떼거리로 몰려다니며 사고를 저지르며 반일감정을 분산한다. 그러다가 두들겨 맞아도 절대 굽히거나 굴하지 않는다. 반면 소심하고 세심한 일본 학생 코스케는 ‘임진강’ 노래를 독학으로 익혀 조선 여학생에게 잘 보이려고 각고의 노력을 펼쳐 보인다. 그 와중에 패싸움이 야기한 끔찍한 사고로 조선 학생이 하나 죽고 양국간의 관계는 극한 대립을 맞게 된다. 영화는 때로는 날 것 그대로의 딱딱함이 입안에서 바로 씹힐 정도이지만 그 맛은 알싸하기 그지없다. 

이 영화가 일본에서 개봉되었을 때 일본의 영화관객은 마냥 유쾌할 수만은 없는 영화였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보아온 민족 간의 모순과 갈등의 해결책은 역시 극단적 갈등의 정점에서 상대에 대한 이해와 포용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소년은 북한으로 가지 않아도, 소년은 더 이상 일본 애들을 두들겨 패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 말이다. 

이 영화는 동아시아에서 애매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일본내 조총련계의 샘솟는 조국애를 엿볼 수 있는 보기 드문 작품이다. 

[박치기!| パッチギ!, Break Through!, We Shall Overcome Someday, 2004] 감독: 이즈츠 카즈유키 출연: 시오야 슌, 타카오카 소우스케, 사와지리 에리카, 오다기리 죠, 야나기하라 쿄코, 마키 요코 개봉:2006.2.14 

 

[특파원 칼럼] ‘에다가와 조선학교’에서 알립니다

서울의 강동구와 같은 한자를 쓰는 일본 도쿄 고토구의 도요스역 근처에 작은 초등학교가 하나 있다. 이 일대는 오래전 쓰레...

www.hani.co.kr

 

パッチギ! - Wikipedia

 

ja.wikipedia.org

0123456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