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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리뷰

[철도원] Japanese Sense (후루하타ㅏ 야스오 감독 Poppoya, 鐵道員: ぽっぽや, 1999)

by 내이름은★박재환 2019.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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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00.1.2)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철도원>이 상영되었을 때 관객들의 관람포인트는 ‘일본흥행기록 1위’라는 대중적 호기심이었다. 우리나라에선 <쉬리>라는 엄청난 한국형 블록버스트가 나왔기에 일본인의 영화관람 취향을 확인해 보고 싶었을만하다. 영화는 뜻밖에 <쉬리>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조용하고, 지루하고, 거의 변화 없는 화면만을 내보인다. <러브 레터>로 우리 팬에게도 낯이 익은 홋카이도의 어느 지방의 끝없이 눈 덮인 산을 보게 된다. 

여기는 일본열도 끝단에 위치한 ‘호로마이’라는 작은 역. 이 곳은 이전에 탄광촌이었지만 이젠 폐광이 되어버렸고 젊은이들은 전부 도회로 떠나고 늙은이들만이 남아있는 곳이다. 호로마이 역에는 ‘데고이치'(D51형 증기기관차)만이 하루에 몇 번씩 본 역인 ‘비요로’까지 오고간다. 단선이며, 한 칸짜리 증기기관차가 여전히 운행되는 것은 호로마이에 그만한 여객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이제는 은퇴할 역장을 위해서일 것이다. 

호로마이 역의 사토 오토마츠 역장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묵묵히 이 역을 지켜왔다. 이제 자신의 정년퇴임과 더불어 이 호로마이線의 폐선을 담담히 기다려야하는 것이다. 이 남자, 자신의 청춘과, 자신의 가족과, 자신의 삶을 오직 ‘역장’이라는 직업에 바친 것이다. 17년 전, 자신의 하나뿐인 딸이 호로마이 역에서 비요로 쪽으로 급히 실려 갈 때도 여전히 깃발을 들고 호각을 불며, “출발”을 외쳤었고, 2년 전 아내가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갈 때도 여전히 호로마이의 썰렁한 플랫폼에서 빨간 깃발을 들고 호각을 불며 “출발”을 외쳤었다. 돌아오는 기차에는 싸늘하게 식은 어린 딸과 이미 유명을 달리한 아내였다. 사토 역장은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같이 하지 못할 만큼 자기의 자리를 지키는데 충실했던 것이다. 


한국 개봉을 앞두고 방한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은 이 사토 오토마츠의 직업관에 대해 “이 사람의 인생이 모든 사람이 본받을만한 정답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냥 우직하고 바보스럽게 살아가는 한 사람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IMF로 우리 한국민만이 고통을 당한 것이 아니라 일본에서도 크나큰 사회적 변화가 일어났었다. ‘평생직장’이라는 일본식 산업구조-고용구조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제는 중장년층조차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변화하는 사회의 물결을 따르라고 말한다고 한다. 우리가 <담뽀뽀>에서 볼 수 있었던 장인 정신, 몇 대째 이어가는 가내수공업의 전통들은 현대식 직업관과 변화하는 의식 속에서 차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는 것이다. 감독은 자기세대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가 없음을 한탄하고는 이 영화를 기획하였다고 했다. 그리고 많은 일본인들이 이제는 사라져 가는 그러한 존재에서 자신들의 불안한 현실을 바라보았기 때문에 흥행에 성공을 거두었으리라. 

우리에겐 이 영화가 <오싱>이나 <우동 한 그릇>에 비추었던 일본의 모습과 겹친다. 가난하고 어려웠던 일본의 전후 시대와 그 고통의 시간을 이겨내는 강인한 일본인들 모습 말이다. 하지만 일본의 사회분위기는 이미 오래 전에 그러한 그들의 아버지세대를 부인하고 세계 경제의 최선두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좌표 잃은 모습을 보여준 지 오래다. 그들에겐 어려웠던 시절이란 것도, 화려했던 현재란 것도 모두 접어둔 채 미래에 대한 불안과 허무로 몰려가는 것이다. 

그런 일본인들에게 우리도 이런 시대가 있었다. 우리가 오늘날 이렇게 사는 배경에는 저 눈 덮인 산 위에 저런 역장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영화는 올해 예순 여섯의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의 그러한 인생철학이 담겨있다. 영화는 크게 튀지도 엄청난 충격도 없다. 단지 눈과 기차와 인간을 거듭 보여주며 마지막 종착역을 향해 달려갈 뿐이다. 역장이 아내를 보내고 딸을 보내고, 다시 한밤에 찾아온 ‘유키오’를 대하는 모든 순간은 결코 역장만이 볼 수 있는 환상일 것이다. 그것은 그의 가슴에 평생 남아있는 서글픔이며 죄책감일수도 있다. 그래서 마지막 플랫폼의 역장의 모습에서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올 것이다. 

후회 없는 인생, 성실한 직업관, 전통적 직업관으로 뭉친 한 역장의 죽음에 숙연해지면서 직업과 가족과 인생을 되새김질하게 하는 영화이다. 조용한 영화인만큼 울림이 큰 영화이다. 

[철도원| Poppoya, 鐵道員: ぽっぽや, 1999] 감독: 후루하타 야스오 (降旗康男) 출연: 다카쿠라 겐(高倉健), 오다케 시노부(大竹しのぶ), 히로스에 료코(廣末凉子), 고바야시 넨지(小林稔侍),안도 마사노부(安藤政信) 원작 : 아사다 지로 한국개봉: 2000/2/4 

 

鉄道員 (小説) - Wikipedia

 

ja.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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