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이의 내일은 챔피언] 심형래의 권투영화 (전유성 감독 칙칙이의 내일은 챰피온 1991)

2019. 7. 30. 13:25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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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세대는 확실히 심형래 세대는 아니다. 차라리 배삼룡 세대라고 해야 맞다. 아마 그러면 난 영원히 흑백TV의 노스탤지어에 빠진 노년층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심형래는 1980년대 중반 아니면 말경에 KBS 개그맨 공채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는 KBS의 간판 코미디 프로에서 임하룡 등과 함께 수많은 코믹 캐릭터를 창조해 내었다. 그가 [용가리] 만들기 전에 바로 이런 수많은 캐릭터를 스크린에 옮겨놓았다. 바로 그 중의 하나가 '칙칙이'라는 캐릭터다. 아마 임하룡이 권투 도장의 코치를 맡았고 양종철이 맨날 그 주위에서 얼쩡대는 사람으로 나왔을 것이다. 자료를 보니 이 작품은 1991년에 여름방학 때 개봉된 것으로 나와 있다. 물론, 나는 비디오로 보았고 말이다. 영화의 완전한 제목은 [칙칙이의 내일은 챰피온]이다. 외래어 표기법으로는 챔피언이 되어야하는데 왜 저렇게 개봉되었는지 모르겠다. '칙칙이'란 말은 심형래가 권투 자세 잡는답시고 엉성한 스태프에 입으로만 연신 침을 내뱉으며 "-""-" 해대서 나온 말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한 시골마을을 보여준다. 푸른 산, 탁 트인 들판. 심형래는 열심히 동네를 헤집고 다니다. 그런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해 듣는다. 아버지(최양락)가 개똥에 미끄러져 죽게 생긴 것이다.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이제 아버지까지 저 세상에 보낸 모자란 '심형래'는 고향을 떠나 무작정 상경한다. 취직도 안 되고 돌아다니다가 보육원에 들어간다. 덩치만 컸지 애나 다름없는 심형래는 보육원에서 아이들을 보살피는 착한 마음씨의 '미미'에게 반한다. 심형래는 TV를 보다가 챔피언이 되기로 작정을 하고 무작정 권투도장을 찾아간다. 권투도장의 장고웅 관장은 심형래를 아무리 뜯어봐도 운동할 아이가 아니라면서 내쫓지만 심형래는 죽어도 권투를 해야 한다고 달라붙는다. 어쩔 수 없이 "그래 너 권투해라"고 허락한다. 장고웅이 키운 '싸가지' 없는 왕손이가 돈 때문에 다른 도장으로 가 버리자 심형래는 두 주먹 불끈 쥐고 지옥훈련을 하며 챔피언에 도전한다. 왕손이 일파가 미미를 납치하는 소동도 벌어지지만 결국 심형래는 챔피언이 된다.

 

우와. [록키]? 곽경택 감독의 [챔피언]?아니면 설마 [레이징 불]? 전혀 아니다. 심형래가 만든 영화면 뭐가 달라도 다르다. 뭐가 다른지는 직접 보시기 바란다.

 

이 영화에서 덜 떨어진 심형래가 어떻게 챔피언이 될 수가 있을까. 시골에서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다가 산삼뿌리를 얻어먹었나. 장고웅 사부에게 비법이라도 전수 받는가. 아니다! 그냥 운으로 승승장구한다. 하지만 어느 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들판으로 뛰쳐나온 심형래는 벼락을 정통으로 맞는다. 물론 그 다음에 정신을 차렸을 때는 슈퍼 철권이 되어 있다. 상식보다는 상상력만 조금 대입하면 된다. 왕가위의 [동사서독]에서 임청하가 물보라를 일으키는 멋진 장면이 있다. 이 영화에서 심형래도 멋진 물보라 주먹치기를 보여준다. --;

 

. 이 영화의 감독은 전유성이다. 수많은 카미오가 등장한다. 엄용수는 TV중계 해설위원으로, 김성찬은 권투심판으로, 주병진은 TV중계카메라에 얼굴 내비치려고 안달인 관객으로, 김미화는 일자 눈썹 붙이고 등장한다. 한 시대 TV브라운관을 쥐락펴락하던 코미디언들이다. ( 박재환 2004/6/3)

 

감독:전유성 출연:심형래, 장고웅, 주병진,엄용수,김미화,김미미,김성찬,김학래,최양락,이경래,이경애,양종철,현진영,강원래,구준엽 개봉:199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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