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무비(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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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휴일] 러블리 오드리 (윌리엄 와일러 감독 Roman Holiday,1953)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꽁꽁 묶여 있는 동안 영화계는 그야말로 고난의 겨울나기를 이어가고 있다. 관객의 발길이 뚝 끊긴 극장가에서는 신작이 사라졌고 업계는 각종 기획전으로 애처롭게 영화팬을 불러 모은다. 최근 극장가에는 ‘오드리 헵번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반세기 전, 전 세계 영화팬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할리우드의 전설적 여배우 오드리 헵번을 대형 스크린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오드리 헵번(1929~1993)이 출연한 작품 중 (Roman Holiday,1953), ‘사브리나’, ‘화니 페이스’, ‘티파니에서 아침을’, ’샤레이드’, ‘마이 페어 레이디’ 등 대표작 6편이 상영되고 있다. 물론, 이들 작품은 TV에서도 수십 차례 방송되었고, OTT서비스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2020.05.14 -
[바보들의 행진] 하길종 감독의 꿈, 죽은 자의 꿈 (하길종 감독 The March Of Fools, 1975)
한국영화 역사 100년을 맞아 KBS가 마련한 의 네 번째 작품은 하길종 감독의 눈물과 한이 서려있는 1975년 작품 이다. 이 작품은 당시 대표적 청년작가였던 최인호가 신문에 가볍게 연재했던 청춘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시절, 캠퍼스의 청춘이 맞닥쳤던 이야기가 해학적으로, 현실적으로, 절망적으로 그려낸다.영화는 입대를 앞둔 병태(윤문섭)과 영철(하재영)의 신검장면부터 시작된다. 병태는 합격, 영철은 불합격 받는 모습과 함께 그들의 캠퍼스생활이 시작된다. 배경은 신촌 Y대학이다. 당시 대학생들의 캠퍼스 생활은 이렇다. 학과대표가 “이웃 여대랑 단체미팅 잡았다”부터 시작하여, 당구장, 학사주점, 과 대항 축구, 과 대항 술마시기 등등으로 일면 낭만적인 캠퍼스 라이프, 따분한 교..
2019.11.01 -
[오발탄] (유현목 감독, 1961)
한국영화 탄생 100년을 맞아 KBS와 영상자료원이 마련한 대형 프로젝트 ‘한국영화 100년 더 클래식’이 지난 주 김기영 감독의 방송에 이어 오늘 밤 두 번째 시간으로 유현목 감독의 을 방송한다. 영화와 함께 백승주 아나운서와 영화잡지 의 주성철 편집장이 영화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눈다.은 소설가 이범선이 1959년 발표한 단편소설 을 유현목 감독이 영화로 옮겼다. 당대 충무로 최고의 스타였던 김진규, 최무룡과 함께 서애자, 김혜정, 노재신, 문정숙, 윤일봉 등이 출연한다.계리사 사무소 서기인 철호(김진규)는 전쟁통에 미쳐 끊임없이 “가자!”를 외치는 어머니(노재신), 영양실조에 걸린 만삭의 아내(문정숙)와 어린 딸, ‘양공주’가 된 여동생 명숙(서애자), 실업자인 퇴역군인 동생 영호(최무룡),..
2019.10.30 -
[휴일] 그 때, 신성일은 왜 그랬을까 (이만희 감독, 1968)
한국영화 탄생 100년을 맞아 KBS와 한국영상자료원이 마련한 대형 프로젝트 ‘한국영화 100년 더 클래식’이 (김기영 감독), (유현목 감독)에 이어 지난 18일 늦은 밤 이만희 감독의 이 영화팬을 찾았다. 은 한국영화사, 특히 검열의 역사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1931년 생 이만희 감독은 1961년 으로 영화감독에 데뷔를 한 후, (63) 등 흥행감독이 되었다. 하지만 곧바로 (65)는 반공법 위반으로 옥고를 치러야했다. 검열을 통과해서 상영허가를 받았지만 검찰이 당시 반공법위반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당시 검찰의 영장청구 논지는 ‘감상적 민족주의를 내세웠고’, ‘국군의 묘사가 허약하며’, ‘북괴병사를 찬양’하고, ‘양공주 참상을 과장했다’는 등의 이유였다. 이만희 감..
2019.10.29 -
[하녀] 외도의 끝, 파국 (김기영 감독 The Housemaid 1960)
1919년 10월 27일, 일제강점기 서울 시내에 위치한 극장 단성사에서는 연극이 아닌 특별한 볼거리가 시전되었다. 연쇄극이라 불리던 ‘필름’ 상영이었다. 35mm 흑백무성필름 1권 정도의 길이였다고 하니 10분도 채 안 되는 영화였다. (필름이, 실물이 남아있지 않으니 정확한 런닝타임은 알 수가 없다) 바로, 이 날이 우리나라 국산영화 탄생의 기점이다. 올해로 100년! 한국영화 100년에 맞춰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KBS도 특별히 을 편성하여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 12편을 방송한다. 지난 10월 4일, 그 첫 번째 주자로 김기영 감독의 가 선정되었다. 우리나라 영화판에서 가장 기이한 인물로 손꼽히는 김기영 감독의 필름은 반백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만신창이가 되어 겨우 전해졌다. 영상자료..
2019.10.15 -
[타임 머신] 백 투 더 퓨쳐 (죠지 팔 감독 The Time Machine 1960)
(박재환 2002/11/21) ... 영화채널 중에 'TCM채널'은 오히려 스카이라이프에만 있고 케이블TV에는 없는 경우이다. 이 채널은 제인 폰더의 남편으로 더 잘 알려진 CNN사장 테드 터너가 만든 클래식영화 전문 채널이다. '테드 클래식 무비!' 이 채널은 스카이라이프를 이용하는 영화팬에겐 굉장히 반가운 채널이다. 우리가 보기 힘든, EBS-TV에서 어쩌다 한번쯤 방영하는 1930,40,50년대의 고전영화를 전문적으로 보내주는 채널이기 때문이다. 클라크 게이블, 에바 가드너, 에드워드G.로빈슨, 미키 루니, 말론 브란도 등등. 우리나라엔 비디오로도 안 나왔고, DVD로도 출시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그러한 영화들을 종일 방송하는 채널이다. 이 정도 소개하면 될 듯하고. 앗, 그런데 TCM을 국내에 공..
2019.09.17 -
[워킹 데드] 보리스 칼로프의 복수 (마이클 커티즈 감독 Walking Dead 1936)
(박재환 2002.10.21.) 마이클 커티즈 감독이라면 카사블랑카>의 명감독 아닌가? 이 사람은 한 세대 전인 1912년부터 흑백무성영화를 만들어왔다. 그가 만든 영화 중에 워킹 데드>(36년)라는 흑백영화가 있다. 지난 주 스카이라이프 TCM채널에서 이 영화를 방영했다. 'Walking Dead'가 유명한 이유는 마이클 커티즈 감독 작품 때문이라기 보다는 주인공이 보리스 칼로프(보리스 카를포프 Boris Karloff)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보리스 칼오프(보리스 칼로프)는 미이라>, 프랑켄슈타인> 같은 컬트 급 호러물의 주인공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화인이다. '워킹 데드'에서 칼오프는 예의 무표정한 얼굴 연기로 무시무시한 운명의 주인공 역할을 해낸다. 영화가 시작되면 긴장감이 흐르는 재판정을 ..
2019.09.06 -
[퍼블릭 에너미] 미국 금주법 시대, 공공의 적 (윌리엄 A.웰먼 감독 Public Enemy 1931)
(박재환 2002-4-9) 얼마 전, 집에 스카이라이프를 설치했다....................가장 만족스러워한 것은 뜻밖의 영화채널 CS-TCM와 MGM 두 채널이었다. MGM은 미국의 MGM영화사의 막강한 올드 클래식 무비가 방영되고 있고, TCM은 정말 보기 힘든 영화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TCM이 뭐냐고? '터너 클래식 무비'이다. CNN의 테드 터너가 클래식 영화만을 방영하기 위해 설립한 무비 채널이다. TCM에서 며칠 전 방영된 영화가 바로 퍼블릭 에너미>이다. (2008/3/6 이제는 TCM채널이 없어졌다. 아쉽다..)퍼블릭 에너미>. 민중의 적>, 공공의 적>이란 뜻이다. 설경구의 열연이 돋보였던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을 떠올릴 것이다. 공공의 적>은 2002년 한국사회의 패륜적 ..
2019.09.05 -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 정치초년병, 혁명을 일으키다 (프랭크 카프라 감독 Mr. Smith Goes to Washington 1939)
(박재환 1999.3.29.) ** 이 리뷰는 1999년 3월 29일에 작성한 것입니다. 헐~ 그 때는 이런 글도 썼네요. --; 국민을 위한다는 게 뭔지 생각해 볼 겸 다시 올립니다. ** 그래 야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세상을 뒤바꿔 보려는 포부를 가질 만 하다. 그것은 ‘권력’과 ‘부패’로 상징되는 정치와, ‘부’와 ‘탐욕’으로 남는 재벌회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내가 직접 국회에 진출해 보았다. "국회에 가면 말야. 내가 말야. 스크린쿼터제도 손도 보고, 한국영화진흥법안도 만들고, 검열제도나 극장법 등도 고치고. 연예인들 비디오 팔아먹는 놈들 잡히면 궁형에 처하고.. 어쩌구저쩌구 " 그런데, 막상 가보니 그렇지 않다. "저... 선배의원님. 회의 같은 거 안 해요? 여기선?" "어이 박 의원...
2019.09.04 -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화려한 날은 가고... (엘리아 카잔 감독 A Streetcar Named Desire 1951)
(박재환 2003.2.28.) 내가 처음 본 연극은 대학 연극반이 공연했던 테네시 윌리엄스 원작의 유리 동물원>이었다. 1945년 불황의 그늘이 두텁게 드리워진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싸구려아파트를 배경으로, 이루지 못하는 꿈을 안고 가혹한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 군상을 잔인하게 그려내었던 작품이다. 현대 미국문학, 그 중에서 특히 희곡에 있어 찬란한 업적을 남긴 테네시 윌리엄스는 작품 발표와 동시에 영화 쪽에서도 각광을 받았다. 그의 작품 중 뜨거운 양철 지붕위의 고양이>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영화로도 격찬을 받았다. 그럼,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대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1947년에 처음 무대에서 공연되었고 곧바로 엘리아 카잔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연약한 남부여인 블랑쉬 역..
2019.09.04 -
[가스등] 클래식 미스터리, 잉그리드 버그먼의 운명 (죠지 쿠커 감독 Gaslight 1944)
(박재환 2002.2.25.) 미국 영화 팬이 만든 영화사이트 중에 ‘무비 푸퍼’라는 사이트가 있다. "내가 범인을 알려줄게"라는 캐치플레어 아래 영화감상의 공적이라 할 '범인 까발리기', '결론 미리 알려주기'를 자행하고 있는 페이지이다. 예를 들자면 식스 센스>를 이렇게 설명한다. "Malcolm Crowe (Bruce Willis) is dead." 이 사람이 이런 페이지를 개설한 이유에 대해서는 마지막 깜짝 쇼를 보기위해 8달러라는 입장료를 지불하는 영화팬이 불쌍해서라고 한다. 물론, 이 페이지를 개설한 또 다른 이유는 오래 전에 보았던 영화의 가물거리는 결론을 다시 환기 시켜주기 위해서라고. 오늘 흥미로운 옛날 영화를 한 편 다시 보았는데 바로 잉그리드 버그만 주연의 가스등>이다. ‘무비푸퍼’에..
2019.09.04 -
[운명의 손] 한국영화사상 최초 남녀주인공 키스장면 등장 (한형모 감독, 1954)
(‘운명의 손’ 리뷰 앞부분은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2002)와 관련된 한국 영화심의에 대한 내용이 있었는데.. 삭제합니다) ..... 이런 영화판의 소란을 뒤로하고 아주 재미있는 우리영화 한 편을 보았다. 1954년 세밑에 개봉된 흑백영화 운명의 손>이란 작품이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수선하던 시절에 개봉된 운명이 손>이 아직도 '한국영화사'에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는 이유는 바로 이 영화에서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남녀 주인공의 키스장면이 등장하기 때문이란다. 당시, 성인 남녀주인공의 2초짜리 키스 씬은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당시로서는 국산영화 애정 신의 코페르니쿠스 적인 전환이었다. 당시만 해도 '남녀7세 부동석'이니 '부부유별'이니 하는 유교적 가치관이 사회..
2019.08.23 -
[사보타지] 히치콕 감독 초기 걸작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Sabotage 1936)
(박재환 2001-9-3)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21년 만에 재편집하여 내놓은 지옥의 묵시록 Apocalypse Now>이 최근 한국에서도 개봉되었다. 이 영화에 대해서 모든 영화평론가들이 앞 다투어 격찬을 해대고 있지만, 내가 정작 보고 싶어하는, '영문학자가 쓴' 리뷰는 아직 볼 수가 없다. 이 영화의 원작이 된 소설 는 조셉 콘라드(Joseph Conrad 1857-1924)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학교 다닐 때 영문학과의 한 원서강독 시간을 청강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이 작가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조셉 콘라드는 1857년 폴란드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세익스피어 작품을 번역하고 애국적인 작품을 남긴 시인이었지만 반역을 꾀했다는 혐의로 폴란드를 떠나 러시아 북부로 피신했다. 그 후 어린..
2019.08.18 -
[이브의 모든 것] 코지 판 투테 조셉 L. 멘키에비츠 감독 All About Eve,1950)
(박재환 2002-7-19) 이라고? 영화평론가 정영일씨(키노의 정성일 말고…)가 살아있었다면 분명 “이 영화 절대 놓치지 마세요.”라고 입에 침을 튀겨가며 극찬했을 것 같다. 간단한 영화퀴즈! 아카데미 최다수상작은? 과 가 11개를 받아냈다. 그럼 최다’후보’작품은? 과 오늘 소개할 이 14개로 수위에 올랐다. 은 여우주연 두 명, 여우조연 두 명이 나란히 후보에 올랐다. 그러니 11개 부문 14개의 후보인 셈이다. 노미네이트 14개에 결국 작품, 감독, 각본, 남우주연, 사운드,의상상 등 6개를 차지했다. 은 메이 오(Mary Orr)의 단편소설-라디오드라마 각본을 원작으로 조셉 L.멘키에비치가 시나리오로 옮겼다. 원작의 원제목은 (The Wisdom of Eve)였다. 내용은 ‘이브’라는 이름을 가..
2019.08.17 -
[날개] 전쟁과 청춘이여 (윌리엄 A. 웰먼 감독 Wings 1927) 제 1회 아카데미작품상 수상작
(박재환 2003.2.26.) 미국 LA시간으로 (2003년) 3월 23일(한국시각으로는 3/24 월요일 아침)이면 또 다시 미국 헐리우드발 쇼쇼쇼가 시작된다. 이른바 전지구적 영화축제로 각광받는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이 화려하게 펼쳐진다는 것이다. 변방에서 게거품 물어가며 '미국판 대종상', 자기들만의 동네잔치'라고 평가절하하면서도 여전히 고개를 기웃거리며 "이 상을 뽑아라, 저 놈이 왜 후보에 올랐냐?"하며 훈수 든다. 그리곤 막상 시상식이 끝나면 마치 시사평론가가 되기라도 한듯이, "911테러 이후 미국 사회를 휩쓴 보수주의적 물결이 어쩌구..."하며 심오한 해석까지 내놓을 것이다. 오스카의 역사가 75년이나 되다보니 아카데미협회의 결성과정이나 초창기에 행해졌던 시상식 이야기는 그야말로 전설같이 ..
2019.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