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 데드] 보리스 칼로프의 복수 (마이클 커티즈 감독 Walking Dead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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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02.10.21.) 마이클 커티즈 감독이라면 <카사블랑카>의 명감독 아닌가? 이 사람은 한 세대 전인 1912년부터 흑백무성영화를 만들어왔다. 그가 만든 영화 중에 <워킹 데드>(36년)라는 흑백영화가 있다. 지난 주 스카이라이프 TCM채널에서 이 영화를 방영했다. 'Walking Dead'가 유명한 이유는 마이클 커티즈 감독 작품 때문이라기 보다는 주인공이 보리스 칼로프(보리스 카를포프 Boris Karloff)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보리스 칼오프(보리스 칼로프)는 <미이라>, <프랑켄슈타인> 같은 컬트 급 호러물의 주인공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화인이다. '워킹 데드'에서 칼오프는 예의 무표정한 얼굴 연기로 무시무시한 운명의 주인공 역할을 해낸다.

영화가 시작되면 긴장감이 흐르는 재판정을 보여준다. '로져 쇼' 판사는 협박을 무릅쓰고 범죄자에게 유죄를 선고한다. 그러자 범죄 집단의 우두머리는 쇼 판사를 암살하기로 한다. 10년 전 피치 못하게 살인을 저지르고, 쇼 판사에 의해 유죄로 판결나서 감옥에 들어갔던 존 엘먼(보리스 칼오프)이 이들이 꾸민 함정에 빠지고 만다. 쇼 판사가 암살당하고 존 엘먼은 쇼 판사의 암살범으로 재판을 받게 된다. 악당들의 간계에 의해 존 엘먼은 사형을 선고받고 전기의자에서 억울한 삶을 마감하게 된다.

그런데 존 엘먼의 무고함을 알고 있는 과학자에 의해 새로운 생(生)을 얻게 된다. 이 과학자는 '린드버그 하트'라는 인공 순환장치를 작동시켜 심폐호흡술로 다시 부활하게 되는 것이다. '린드버그 하트(심장)는 비행사 린드버그가 노벨상 수상자 알렉시스 카렐 박사를 비롯한 여러 의사들의 도움으로 개발한 실제 의료장비란다. 그런데, 이 남자는 육체적으로 소생했지만 사형당하기 전의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하질 못한다. 대신, 자신을 사지로 몰아넣은 악당들에 대해서는 본능적으로 적의를 나타낸다. 그러더니 그는 믿지 못할 초능력을 발휘하며 악당들을 하나씩 없애기 시작한다. 마지막 대결은 음산한 공동묘지에서 이루어진다. 무고한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한 악당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존 엘먼 또한 총에 맞아 '다시' 한 번 죽음을 맞이한다.

영화에서 과학자 박사는 인간이 죽은 뒤의 세계, 사후의 세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진다. 그래서 존 엘던에게 '잠시 죽었을 때의 느낌'이 어떠했는지 알려달라고 한다. 하지만 존 엘던은 아무런 느낌이 없고 평화로웠다고만 말한다. 1936년에 만들어진 호러물이란 것이 '죽음과 소생, 그리고 복수'라는 내용을 띄었다는 것이 흥미롭다. 보리스 칼오프의 느릿느릿한 걸음걸이와 길게 늘어진 그림자는 이 영화의 근원적 공포감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영화에서 호러의 느낌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은 보리스 칼오프의 일그러진 얼굴이 아니라 죽음에 직면한 초조함이 살아있는 감옥에서의 이야기이다. 존 엘먼의 무죄를 입증할 증인이 나타났고 주지사는 급하게 감옥에 전화를 걸어 사형집행을 중단시키려한다. 전화벨 소리는 계속 울리고 간수는 잡담을 하며 전화기 쪽으로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순간의 초조감 말이다.

억울한 누명으로 사형대의 이슬로 사라진다는 내용은 아주 드라마틱하다. 하지만 놀라운 과학적 성과로 되살아나서 초능력으로 원수를 갚는다는 것은 다소 실망스럽다. 복수의 과정에서의 스릴이나 절대적 정당성이 다소 부족하다. 접하기 어려운 올드 무비의 잊힌 스타 '보리스 칼오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 큰 성과!! (박재환 2002/10/21)

The Walking Dead (1936 film) - Wikipedia

Boris Karloff - 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