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9 위도우메이커] 애국자 게임 (캐스린 비글로 감독 K-19: The Widowmaker 2002)

2019.09.07 11:10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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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03.9.9.) 냉전시대라 함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민주주의 국가 세력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 국가세력들 사이에 벌어진 치열한 이데올로기 전쟁 시절을 이야기한다.

이들 두 세력은 '한반도''쿠바' 등에서 열전을 벌일 뻔했고, 수십 년 동안 상대 국가에 엄청난 핵무기를 겨냥한 채 서로의 체제가 훨씬 낫다고 선전해 왔다. 그런 시절에 이런 이야기도 있었다는 것이다. 두 나라는 우주를 향해 로케트를 쏘아 올리며 서로의 과학력을 자랑하는 한편 엄청난 핵미사일을 개발하여 상대를 위협했다.

1961. 당시 소련 지휘부가 가장 우려했던 것은 모스크바까지 도달할 수 있는 미국의 핵미사일이 자기들 코앞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소련 지도층은 잠수함을 생각해낸다. 흑해의 소련 잠수함이 나토의 감시망을 뚫고 미국 동부 해안까지 진격하여 뉴욕과 워싱턴에 핵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단 말인가? 물론, 소련은 자신의 잠수함이 미국 연안에서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다는 사실만 시위하면 목표는 달성한 것이다. 그럼 적어도 핵 억지력에서는 동등해지니 말이다. 소련을 미국을, 미국은 소련을 가장 두려워한 것은 바로 이러한 가공할 핵 위력이었다.

이런 소련의 생각은 리암 닐슨의 핵 잠수함 K-19에 떨어진다. 하지만 이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임무를 띤 잠수함은 테스트 운항 도중에 벌써 치명적인 기계 결함을 드러낸다. 핵으로 중무장한 잠수함이지만 우습게도 밸브나 파이프 연결 등 초보적인 기계 부품에서 결함이 드러난 것이다.

*** 소련은 지구 밖으로 유인 우주선을 제일 먼저 쏘아 올리고 가장 많은 핵무기를 갖고 있을 만큼 군사과학부문 초강대+선진국이다. 하지만 소련제국이 무너지기 전까지 철저히 은폐- 프라우다 같은 신문에서 결코 보도되지 않은 사실은 - 바로 TV브라운관 폭발사고란다. 우주선을 만드는 나라에서 생필품 부족은 둘째 치고 TV브라운관조차 변변찮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후 알려지기로는 소련에서는 매일 과열, 부품결함으로 인한 TV브라운관이 폭발하여 화재, 인명사고가 비일비재 했었단다. ***

미하일 폴레닌 함장(리암 닐슨)은 핵 잠수함의 사소한 부품 결함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상층부에 항의도 해보지만 돌아온 것은 새로운 함장 알렉세이 보스트리코프(해리슨 포드)의 갑작스런 승선이었다. 보스트리코프 함장은 미국에 대항하는 군사지도자들의 의지를 간파, 최대한 빨리 미국연안까지 도달, 핵무력 시위를 펼치는 것이 조국 러시아에 대한 최고의 애국이란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잠수함이 정식으로 진수식을 갖는 날. 샴페인 병이 깨지지 않는다. 이 잠수함에 대한 불행, 비극, 불운의 시작이었다. 군의관이 사고로 죽자 뱃멀미하는 대타가 탑승하게 되고, 핵기술장교도 출항 직전에 교체된다. 어쨌든 조국의 영광을 위해 이 잠수함은 흑해의 차가운 바다 속으로 잠항한다.

<크림슨 타이드>에서 함장(진 해크먼)과 부함장(댄젤 워싱턴)의 카리스마 대결에서 볼 수 있었듯이, 잠수함이라는 폐쇄공간 내에의 팽팽한 긴장감은 이 영화에서도 똑같이 그려진다. 신념과 돌파력으로 뭉친 함장과 이성적 판단력이 앞서는 부함장(전직 함장) 사이에는 출항과 동시에 갈등이 생겨난다. 예상대로 함장은 잠수함의 몇몇 사소한 문제점을 무시하고 실전을 방불케 하는 강훈련, 비상훈련, 돌발훈련을 거듭 실시한다. 사고가 속출하고 승무원들은 조금씩 흥분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조국의 영광을 위해 철저한 군인정신으로 무장된 함장의 일관된 지휘체제는 마침내 북극해에서 시범 핵미사일 발사실험에 성공한다. 이에 고무된 함장은 곧바로 미국 쪽을 향해 진군, 미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이때 소련의 핵 잠수함에서 치명적인 결함이 드러난다. 거듭된 훈련과 실험미사일 발사는 곧바로 근근히 버티던 장비에게 충격을 주었고 핵 연료봉이 녹아 내리기 시작한다. 핵 융합로가 1,000도까지 치솟으면 이 잠수함은 폭발할 것이고 히로시마 원폭 수십 배의 피해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때부터 믿기 어려운 진압작업이 시작된다. 러시아 군인들은 비옷 같은 허술한 장비만 걸치고 누출된 핵 방사능을 온몸으로 맞아가며 구멍난 곳을 봉합하기 시작한다. 맙소사!

결국, 잠수함은 온도를 내리고 방사능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면으로 부상한다. 인근을 지나던 미국 구축함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려하지만 함장은 적에게 핵 잠수함을 넘길 수 없다며 접촉을 거부한다.

이 영화는 40년 전 냉전시대 소련의 고물 핵 잠수함의 핵 유출 사고를 다룬 영화이다. 그것도 냉전시대에서 승리를 거둔 미국에 의해 만들어진 아이러니컬한 영화이다. 당시 사고로 7명이 죽고 이 배는 또 다른 소련 잠수함에 견인되어 고국으로 돌아왔다. 승무원들은 당시 사고에 대한 비밀 준수를 서약해야만 했고 말이다. 40년이 지나도록 이들은 소련당국으로부터 영웅은 고사하고 제대로 대접조차 받지 못했단다. 소련제국이 무너지고 이제 노인네가 되어버린 이들은 묘지에 묻힌 동료를 추모하며 "조국이 우리에게 무얼 해 주었느냐"고 비분강개한다.

해리슨 포드는 워낙 톰 클랜시 영화에서의 애국자 이미지가 강해 러시아 애국자로의 갑작스런 변신은 다소 혼란스러운 면이 있다. 리암 닐슨과의 카리스마 연기대결이 이 영화의 알짜배기 재미.

이 영화 프로덕션 노트를 보면 미국의 내셔널지오 그래픽이 참여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홈페이지를 가보면 K-19에 대한 간단한 다큐가 있다. 실제 수십 년 동안 수십 건의 핵 잠수함 사고가 있었단다. 관심 있는 분은 꼭 보시길.

냉전시대의 우화 가운데 이런 게 있다. 레이건과 고르바쵸프가 마지막 체제경쟁을 벌일 때, 고르바초프가 미국에 이런 전문을 보낸다. "세계평화를 위해 우리 다같이 군사력을 줄여나가자.... 군사력을 줄이기 위해서 자본주의대국 미국이 우리에게 콘돔을 대량 제공해 줄 것을 요청한다. 사이즈는 우리 러시아 군인에게 딱 맞는 30센티 짜리로...." 물론, 미국은 발칵 뒤집어진다.... 미국의 전문가들(심리학자, 생물학자, 군사연구가... 등등)이 모여 대책을 내놓는다. 30센티 짜리 콘돔을 긴급 제조한 후 이런 표기를 첨가한다.

"MADE IN U.S.A.

Size S.M.A.L.L."

냉전시대 두 강대국의 대결을 보여주는 유머이다. (박재환 2003/9/9)

 

K-19: The Widowmaker - Wikipedia

2002 film by Kathryn Bigelow K-19: The Widowmaker is a 2002 historical submarine film directed and produced by Kathryn Bigelow, and produced by Edward S. Feldman, Sigurjon Sighvatsson, Christine Whitaker and Matthias Deyle with screenplay by Christopher 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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