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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 외도의 끝, 파국 (김기영 감독 The Housemaid 1960)
1919년 10월 27일, 일제강점기 서울 시내에 위치한 극장 단성사에서는 연극이 아닌 특별한 볼거리가 시전되었다. 연쇄극이라 불리던 ‘필름’ 상영이었다. 35mm 흑백무성필름 1권 정도의 길이였다고 하니 10분도 채 안 되는 영화였다. (필름이, 실물이 남아있지 않으니 정확한 런닝타임은 알 수가 없다) 바로, 이 날이 우리나라 국산영화 탄생의 기점이다. 올해로 100년! 한국영화 100년에 맞춰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KBS도 특별히 을 편성하여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 12편을 방송한다. 지난 10월 4일, 그 첫 번째 주자로 김기영 감독의 가 선정되었다. 우리나라 영화판에서 가장 기이한 인물로 손꼽히는 김기영 감독의 필름은 반백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만신창이가 되어 겨우 전해졌다. 영상자료..
2019.10.15 -
[드라마스페셜 2019 렉카] 차 트렁크에서 사람을 보았네 (연출:이호 극본:윤지형 KBS 2TV 2019.10.11 방송)
2019년에도 명맥이 유지된 ‘KBS 드라마스페셜’ 2019년 시즌의 세 번째 작품은 이호 연출 – 윤지형 극본의 액션드라마 이다. 단막극에서는 보기 드문 카 체이싱 액션 장면이 돋보이는 범죄추적극이다. 도로에서 사고가 나면 경찰차보다, 앰블란스보다 먼저 도착하는 것이 ‘렉카’이다. 이번 드라마는 이 렉카 기사가 주인공이다. 태구(이태선)는 렉카업체 사장에게서 오늘도 질책을 받는다. 실적이 너무 저조하다고. 사고를 내서라도 실적을 올리라는 압박에 도로에서 한 건을 올리기 위해 대기 중이다. 그런데 저 먼 곳에 주차한 검은 승용차가 수상하다. 트렁크에 사람이 실린 것 같다. 태구가 가까이 다가가니, 승용차 운전자 도훈(장률)은 아무 일 없다며 꺼지라고 위협한다. 분명 범죄의 냄새가 느껴진다. 이후, 는 뭔..
2019.10.14 -
[판소리 복서] 병구 리턴 (정혁기 감독 My punch-drunk boxer, 2019)
오래전 주말 낮이면 TV에선 항상 프로 복싱을 중계해주던 때가 있었다. 특별한 오락거리가 없던 시절이었기에 두 남자가 사각의 링에서 원초적 혈투를 펼치는 이 리얼 스포츠 드라마는 꽤 인기가 있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엔 두 가지가 남아 있다. 시합이 끝나고 클로징 멘트를 하는 아나운서와 해설자 옆으로 애 어른 할 것 없이 달라붙어 카메라에 얼굴 내보이려고 애쓰는 모습과, 시합 시작할 때 나오는 다이내믹한 음악, BGM. 찾아보니, 프랑스 군가 ‘Sambre et Meuse’와 영화 록키의 테마뮤직 ‘Gonna Fly Now’ 등이 사용되었다. 홍수환, 유재두, 염동균, 박종팔, 장정구, 유명우 등등 기라성 같은 챔피언들이 전설로 남은 가운데, 요즘 누가 복싱을 하나. 충무로에서 한다. 그 서글픈 스포츠를,..
2019.10.14 -
[BIFF] 김초희 감독 ‘찬실이는 복도 많지’ KBS독립영화상
[2019.10.11] 제2회 ‘KBS독립영화상’으로 김초희 감독의 가 수상의 주인공이 됐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을 하루 앞둔 11일 저녁 ‘비전의 밤’에서 진행된 시상식에서 ‘KBS독립영화상’을 수상한 에는 1천만 원의 상금이 수여되었다. ‘KBS독립영화상’은 KBS가 부산국제영화제에 한국독립영화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상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한국영화의 오늘_비전’ 부문 10편과 ‘뉴 커런츠’ 섹션의 3편으로 총 13편의 한국 작품을 대상으로 하였다. 김초희 감독의 는 주인공 찬실이 영화 프로듀서 일을 그만두고 변두리 산꼭대기 마을로 이사하면서 시작되는 일을 다룬 영화다. 세 들어 살게 된 집주인 할머니는 어딘가 이상하고, 더 이상한 건 종종 출몰하는 이 집의 귀신이다. 생전에 홍콩의 유명..
2019.10.12 -
[BIFF리뷰] 커밍 홈 어게인, “웨인 왕 + 이창래 + 이문세, 그리고 엄마의 갈비” (웨인 왕 감독 Coming Home Again 2019)
지난 3일 개막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00여 편의 다채로운 영화가 한국의 시네필에게 소개된다. 그중 (Coming Home Again)은 미국 내 아시아인들의 정체성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하는 웨인 왕 감독의 신작이다. 홍콩 출신의 웨인 왕은 17살에 미국에 왔고, 올해 70살이다. 그가 이번에 관심을 보인 것은 미국에 뿌리를 내린 한국인사회 구성원의 이야기이다. 당초 웨인 왕 감독이 부산을 찾을 예정이었지만 최근 건강상태로 막판에 취소했다.BIFF에서 영화가 상영되기 전, 웨인 왕 감독이 영상으로 자신의 영화를 소개했다. 감독은 한국계 미국인(교포 1.5세)인 이창래 작가가 1995년 ‘뉴요커’에 쓴 에세이를 보고 인상에 남았다고 한다. 작가가 위암에 걸린 어머니를 1년여 병수발을 들며 느낀 복..
2019.10.11 -
[인터뷰] 레이 영 감독 “홍콩은 싸우고 있다” (레이 영 楊曜愷 감독, /양야오카이, 叔·叔,Suk Suk 2019)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300여 편의 다양한 색깔의 영화들이 상영된다. 그중 무지개빛 영화 한 편이 눈길을 끈다. 홍콩 레이 영 감독의 신작 (叔·叔,Suk Suk)이다. 제목은 아재개그 수준이지만 홍콩 LGBT영화의 현주소를 만나볼 수 있다. 영화제 참석을 위해 부산을 찾은 레이 영(Ray YEUNG,楊曜愷/양야오카이) 감독을 만나, 궁금한 점 몇 가지를 직접 물어보았다. [질문] 영화를 보면, 동성애자를 위한 양로원을 설치해달라고 호소하는 장면이 있는데, 진전이 있는가? [레이 감독] 기존의 법을 개정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정부에게 요양원을 만들어달라는 사회복지서비스 확대를 호소하는 사회운동의 일환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디오’는 실제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이다. 시나리오를 작업을 하면서 많은 이..
2019.10.10 -
[인터뷰] 라우 컥 후앗 감독 “할아버지는 정글에서, 나는 영화로 게릴라전을 펼친다” (라우 컥 후앗 廖克發 베라 첸 陳雪甄 감독, 菠蘿蜜 Boluomi ,2019)
1950년대 인도네시아의 정글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혹시 아시는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인도네시아가 영국에서 독립하기 전까지 이 나라 또한 공산주의 세력과 싸워야했다. 인도네시아/자유주의 진영에서는 이때를 ‘말라야 비상사태’(Malayan Emergency)라고 하고, 공산세력은 ‘반영 민족해방전쟁’이라고 한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당시를 언급하는 영화 (菠蘿蜜)가 소개되었다. ‘잭푸르트’는 동남아시아에 자라는 ‘과일’이다. ‘뽀루오미’이라고 불리는 커다란 육즙과일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여러 가지 궁금증이 일어 감독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팜플렛에는 ‘라우 컥 후앗’(LAU Kek Huat)으로 표기된 읽기 어려운 이름이다. 중국어로는 ‘랴오커파’(廖克發 료극발)이다. 라우 ..
2019.10.10 -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 김치를 담그다, 문득 생각나다 (이나연 감독,2018)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로 24회째를 맞이한다. 어제(3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근사한 건물, ‘영화의 전당’에서 화려한 개막식과 함께 열흘간의 영화축제가 시작되었다. 위대한 거장들의 거창한 작품들과 함께, 내일이 더 기대되는 영화감독의 소품들도 씨네필들을 기다린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단편영화 세 편이 오늘 밤 KBS 시간에 방송된다. 권성모 감독의 (임예은 홍지석 김도영,25분), 이나연 감독의 (신지이 손정윤 함상훈,28분), 김덕근 감독의 (최준우 박지호 김영선,19분)이다. 이나연 감독의 는 제목부터 궁금해진다. 영화가 시작되면 지혜, 지훈, 지윤 삼남매가 한자리에 모여 김치를 담그는 모습을 보여준다. 오랜만에 둘러앉은 것 같다. 아버지는 아예 언급 되지 않고, 엄마에 대한..
2019.10.04 -
[게임의 법칙] 장현수 감독의 열혈남아 (장현수 감독, The Rules Of The Game 1994)
이번 추석에도 이런저런 많은 영화가 쏟아져 나왔다. 가장 흥미를 끌었던 것은 이 게임의 법칙>이 가장 볼만했던 것 같다. 이 영화는 언젠가 비디오로 잠깐 봤는데 (열혈남아>보다 먼저 보았음..그래서, 한 동안 정체성의 혼란을 느꼈음) 언젠가 꼭 곱씹어 봐야지..하고 있었는데 다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장현수 감독은 1992년 걸어서 하늘까지>의 감독이다. 내가 좋아하는 우리 영화였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은 물새의 테마>라는 곡과 여주인공 배종옥이 소매치가 하다 잡힐 때의 슬로우모션 장면이다. 참 멋진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정보석의 "씨바씨바"하는 욕지거리도 당시에는 쇼킹했었고 말이다. 그 감독의 94년 작품으로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영화이다. 이야기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열혈남..
2019.10.01 -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이명흠 대위와 772명의 학도병 (곽경택 김태훈 감독 Battle of Jangsari, 2019)
* 이명흠은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이명훈 대위의 모델이 된 군인이다.* 지난 25일 개봉된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감독:곽경택 김태훈)은 특별한 영화이다. 한국전쟁 당시, 한반도의 한 지점에서 일어난 전투를 다룬다. 공산당이 쳐들어왔고, 국군이 낙동강 밑으로 내몰렸고,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기사회생할 수 있었던 바로 그 시점의 이야기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언제부터인가 별로 이야기하려 하지 않고, 들으려고 하지 않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서, 그리고 영화가 전해준 이야기를 알고 나서는 좀 더 다르게 이 영화를 생각하게 만든다. 왜, 2019년에 이 영화가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인천상륙작전과 장사리 상륙작전, 양동작전, 혹은 성동격서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2019.09.27 -
[애드 아스트라] 우주 끝에서 만난 아버지와 아들 (제임스 그레이 감독 Ad Astra, 2019)
(박재환 2019.9.24) ‘트웰브 몽키스’에서 우주여행이나 시간여행을 하지 않았던 브래드 피트가 이번 신작SF 애드 아스트라>에서는 저 멀리 해왕성까지 날아간다. 무언가를 애타게 찾기 위해서 말이다. 지난 8월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애드 아스트라>는 그동안 보아온 수많은 우주탐사 SF영화의 그림자를 잔뜩 품고 있다. 왜소한 인간이 저 광활한 우주로 떠나는 이유,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위험과 그 사이를 스며드는 적막감, 그리고 인간의 경지를 넘어서는 절대적 존재에 대한 경외감 등이 차곡히 우주공간을 채운다. 가까운 미래, 지구 대기권 밖에서 거대한 구조물 정비에 나섰던 우주인 로이 맥브라이드(브래드 피트)는 갑자기 몰아친(혹은 쏟아진) 이상전류(power surges)로 아찔한 고공에서 ..
2019.09.24 -
[몬몬몬 몬스터] “교복 입었다고 청춘물이 아니고, 귀신 나온다고 호러가 아니다” (구파도(九把刀) 감독 報告老師! 怪怪怪怪物! Mon Mon Mon Monsters, 2017)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로 대만청춘영화의 정점을 찍었던 구파도 감독의 다음 작품 역시 학교이야기이다. 그런데 호락호락한 학원물이 아니다. 사회드라마인 듯 하더니 공포감에 짓눌린 비명소리로 가득한 호러이다. 영화는 대만의 어두운 뒷골목, 노숙자 세계에서 시작한다. 어둠이 내리면 꾀죄죄한 노숙자들이 지하도 어느 한쪽 구석에 주섬주섬 자리를 차지한다. 이때 어디선가 나타난 ‘괴물’ 둘이 노숙자를 낚아채더니 날카로운 손톱과 ‘이빨’로 뜯어먹기 시작한다. 이어 밝은 세상, 우리네 고등학교 모습과 별반 다를 것 같지 않은 대만의 고등학교를 보여준다. 급우에 대한 괴롭힘(‘霸凌’), 따돌림이 있고, 나쁜 짓하는 패거리가 있다. 그 안에는 맨날 당하기만 하는 놈이 정해져 있다. ‘린슈웨이’는 오늘도 ‘런하오..
2019.09.24 -
[커커시리] 우리 자연 우리가 지킨다 (루추안 감독 可可西里,2004)
영화판의 큰손 CJ가 지난 달(2004년 11월) 개최한 제1회 CJ아시아인디영화제에서 흥미로운 중국영화 한 편이 소개되었다. 지난 2002년 제7회 부산영화제에서 [사라진 총]으로 소개된 중국 신예감독 륙천(陸川,루추안)의 두 번째 작품 [커커시리](可可西里)이다. 중국 지도를 펼쳐놓고 '커커시리'를 찾아보았다. 달라이 라마로 유명한 '티벳'과 실크 로드로 유명한 서북부 '신장위구르'지역 사이에 위치한 칭하이(靑海)성 일대의 해발고도 4~5,000미터의 청장고원(靑藏高原)이다. 어쩌다 영화나 TV영상물에서 중국의 황량한 자연 풍광을 보게 될 때 그 엄청난 규모에 놀라게 되는데, 바로 이곳 커커시리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영화는 10여 년 전의 일을 다큐멘터리 터치로 다룬다. 4만 5천 평방킬로미터..
2019.09.23 -
[카프리콘 원 = 카프리콘 프로젝트] “NASA는 화성에도 가지 않았다” (피터 하이암스 감독 Capricorn One 1978)
(박재환 2019.9.20.) 어릴 적 TV에서 방송된 영화 중 세월이 한참 지나도 절대 잊히지 않는 작품이 있다. (찰턴 헤스턴이 나온) ‘혹성탈출’ 시리즈와 ‘레마겐의 철교’, 그리고 이 영화 ‘카프리콘 원’이다. 요즘 같이 영화채널이 넘쳐나고, DVD에 넷플릭스까지 있는 세상에선 보고 싶거나, 궁금한 영화는 언제라도 다시 볼 수 있지만 말이다. ‘카프리콘 원’은 1978년에 미국에서 개봉된 영화이다. 영화는 NASA의 화성탐사가 사기극이라는 이야기이다. 나사의 아폴로 11호가 달에 간 것은 1969년이다.(올해가 50주년 되는 해!) 그 때부터 “나사는 결코 달에 가지 않았다”라는 음모론이 끊이지 않았다. 지금도 유튜브엔 그런 주장이 넘쳐나고 말이다. 그런 음모론에 ‘창의력’이라는 로켓을 달아준 것..
2019.09.20 -
[스페이스 카우보이] 노인들의 우주여행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Space Cowboys, 2000)
(박재환 2000/10/5)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처음 본 것은 아마도 TV에서 방영된 몇 편의 ‘마카로니 웨스턴’이었을 것이다. 그리고는 더티 해리> 시리즈가 소개되었고, 엄청 인상 찌푸리는 무법자 이미지에서 언젠가부터 스타감독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러다가 어느 해인가 용서받지 못할 자>로 확실한 작가감독이 되었다. 이번 베니스 영화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평생공로상을 안겨 주었다. 영화예술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지속적으로 했다는 것이다. 그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신작 스페이스 카우보이>는 여러모로 재미있는 영화이다. "암스트롱이 달나라에 발을 내딛는 순간 자살하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다면...." 여기 그러한 사람들이 온다. 저 광활한 우주를 향해, 한없이 미약한 인간이 만든 부실한 우주선을 타고 지구..
2019.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