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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더 킹: 헨리 5세 넷플릭스의 세익스피어 정복기 (데이비드 미쇼 감독 The King 2019)
넷플릭스는 ‘영화시장’이라는 거대한 생태계를 바꾸고 있다. 기존의 플랫폼업자들은 이미 극장에서 상영이 끝난 작품들에 대해 비디오판권을 사들여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는 것이 정통적이며, 안정적인 사업모델이었다. 인기신작들과 숨겨진 구작들을 적절히 전면에 내세우면서 말이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직접 영화를 만들고, 드라마를 만들고, 자신들의 인터넷극장을 만들어 전 세계에 퍼뜨리며 판을 흔들고 있다. 한두 편이 아니라, 이제는 극장산업의 미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만큼 파급력을 키우고 있다. 어쨌든 지금까지는 말이다! ‘더 킹 헨리 5세’(원제: The King 감독:데이비드 미쇼)도 그러하다. 원래는 워너브러더스사가 배급을 맡을 예정이었던 작품인데 넷플릭스가 냉큼 손에 쥐고 자신들의 생태계를 통해 공개했다. 베니..
2019.11.11 -
[리뷰] 윤희에게, 엄마와 딸의 오타루 여행
2017년 연말에 개봉된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는 전형적인 독립영화이다. 천안의 작은 이발소 주인은 암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모시고 아버지의 첫사랑을 찾아 서울로 올라오며 ‘아버지가 젊은 시절’ 품었던 영화감독의 꿈을 카메라에 담는다. 아버지는 ‘찰리 채플린’이 되어 왕년의 꿈을 이룬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TV에서 방송되면 마음이 푸근해지고, 삶이 아름답게 보이는 잔잔한 영화였다. 그 영화를 만든 임대형 감독이 두 번째 내놓은 작품 윤희에게>는 지난달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어 잔잔한 울림을 남겼다. ‘여자’ 윤희, 편지를 받다 윤희(김희애)는 남편(유재명)과 이혼하고 고교졸업반인 딸 새봄(김소혜)과 함께 ‘그럭저럭’ 살고 있다. 공사장 식당의 ..
2019.11.07 -
[바보들의 행진] 하길종 감독의 꿈, 죽은 자의 꿈 (하길종 감독 The March Of Fools, 1975)
한국영화 역사 100년을 맞아 KBS가 마련한 의 네 번째 작품은 하길종 감독의 눈물과 한이 서려있는 1975년 작품 이다. 이 작품은 당시 대표적 청년작가였던 최인호가 신문에 가볍게 연재했던 청춘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시절, 캠퍼스의 청춘이 맞닥쳤던 이야기가 해학적으로, 현실적으로, 절망적으로 그려낸다.영화는 입대를 앞둔 병태(윤문섭)과 영철(하재영)의 신검장면부터 시작된다. 병태는 합격, 영철은 불합격 받는 모습과 함께 그들의 캠퍼스생활이 시작된다. 배경은 신촌 Y대학이다. 당시 대학생들의 캠퍼스 생활은 이렇다. 학과대표가 “이웃 여대랑 단체미팅 잡았다”부터 시작하여, 당구장, 학사주점, 과 대항 축구, 과 대항 술마시기 등등으로 일면 낭만적인 캠퍼스 라이프, 따분한 교..
2019.11.01 -
[오발탄] (유현목 감독, 1961)
한국영화 탄생 100년을 맞아 KBS와 영상자료원이 마련한 대형 프로젝트 ‘한국영화 100년 더 클래식’이 지난 주 김기영 감독의 방송에 이어 오늘 밤 두 번째 시간으로 유현목 감독의 을 방송한다. 영화와 함께 백승주 아나운서와 영화잡지 의 주성철 편집장이 영화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눈다.은 소설가 이범선이 1959년 발표한 단편소설 을 유현목 감독이 영화로 옮겼다. 당대 충무로 최고의 스타였던 김진규, 최무룡과 함께 서애자, 김혜정, 노재신, 문정숙, 윤일봉 등이 출연한다.계리사 사무소 서기인 철호(김진규)는 전쟁통에 미쳐 끊임없이 “가자!”를 외치는 어머니(노재신), 영양실조에 걸린 만삭의 아내(문정숙)와 어린 딸, ‘양공주’가 된 여동생 명숙(서애자), 실업자인 퇴역군인 동생 영호(최무룡),..
2019.10.30 -
[휴일] 그 때, 신성일은 왜 그랬을까 (이만희 감독, 1968)
한국영화 탄생 100년을 맞아 KBS와 한국영상자료원이 마련한 대형 프로젝트 ‘한국영화 100년 더 클래식’이 (김기영 감독), (유현목 감독)에 이어 지난 18일 늦은 밤 이만희 감독의 이 영화팬을 찾았다. 은 한국영화사, 특히 검열의 역사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1931년 생 이만희 감독은 1961년 으로 영화감독에 데뷔를 한 후, (63) 등 흥행감독이 되었다. 하지만 곧바로 (65)는 반공법 위반으로 옥고를 치러야했다. 검열을 통과해서 상영허가를 받았지만 검찰이 당시 반공법위반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당시 검찰의 영장청구 논지는 ‘감상적 민족주의를 내세웠고’, ‘국군의 묘사가 허약하며’, ‘북괴병사를 찬양’하고, ‘양공주 참상을 과장했다’는 등의 이유였다. 이만희 감..
2019.10.29 -
[헨리 5세] Sir. 케네스 브래너의 헨리 5세 (케네스 브래너 감독, Henry V 1989)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1599년경 쓴 것으로 추정되는 희곡 헨리 5세>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는 이미 두 편의 걸출한 작품이 세상에 나와 있다. 2차 대전 말기, 전시 체제의 영국민에게 애국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만든 로렌스 올리비에 감독/주연의 클래식 헨리 5세>(1944)와 역시 영국출신의 배우 케네스 브래너의 혁신적인 세익스피어극 헨리5세>(1989)이다. 이 두 작품은 곧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티모시 샬라메 주연의 더 킹: 헨리 5세>와 달리 세익스피어 원작에 충실하다. 특히 케네스 브래너 작품은 더욱 그러하다. ‘헨리 5세’와 세익스피어 (나중에 ‘헨리5세’가 되는) ‘할’은 1386년 헨리 오브 볼링브룩(헨리 4세)의 큰아들로 태어나서, 웨일스 공이 되었고 아버지가 죽자 1413년..
2019.10.28 -
[블러드 심플] 라이터, 생선, 그리고 세 발의 총알 (조엘 코엔, 에단 코엔 감독 Blood Simple, 1984)
씨네필에게는 문화왕국 프랑스의 시네마떼크를 추앙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시네필은 복사된 비디오테이프와 크라이테리온을 통해 금지된 걸작들을 애타게 ‘구해’ 보았었다. 그러다가 인터넷 세상이 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그들을 영접하고 있다. 물론, 최고의 방법은 여전히 커다란 스크린의 극장이다. 코엔 형제의 데뷔작 을 그렇게 맞이하게 되었다. 미국 개봉 34년 만에 말이다.세 살 터울의 조엘 코엔과 에단 코엔 형제는 제작비 150만 달러를 힘겹게 구하고 8주간의 촬영을 거쳐 이듬해 을 완성한다. 형제의 영화사랑이 총집결된 이 영화는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는다. 영화는 치밀하고, 캐릭터는 영악하고, 결말은 드라마틱하다. 영화는 치정에 얽힌 엉망진창 살인소동극이다. 텍사스의 한 마을, 조그만 바의..
2019.10.21 -
[뮤지컬 스위니 토드] 잔혹한 운명의 이발사 (2019년 샤롯데 씨어터)
빅토리아 시대란 1837년부터 1901년까지 64년간의 대영제국을 지배한 ‘영광스러운’ 빅토리아 여왕 치세를 일컫는다. 산업혁명의 엔진을 단 제국 영국은 세계로 식민지를 개척해 나갔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군사 등 모든 면에서 혁명적 경지에 다다랐다. 물론, 그 뒤에는 젠 체하는 보수적인 도덕주의와 함께 허영과 위선, 도시범죄의 어두운 그림자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바로 올리버 트위스트가 구걸하고, 셜록 홈즈와 드라큘라 백작이 숨을 쉬며, 살인마 잭 더 리퍼가 런던 밤거리를 배회하던 시절이었다. 바로 그 곳에 스위니 토드란 이발사도 있었다. 날카로운 면도칼을 들고 복수심에 불타던 한 남자. 스티븐 손드하임의 걸작 뮤지컬 ‘스위니 토드’는 2007년 처음 한국무대에 올랐고, 세월이 좀 지나 201..
2019.10.21 -
[야구소녀] “주수인, 힘 내!” (최윤태 감독 Baseball Girl 2019)
한국에서 프로야구가 출범하고 붐이 일기 시작할 때 허영만 작가가 이라는 재밌는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김용화 감독이 로 영화화했었다) 야구를 사람만 하라는 법이 있냐며, 고질라가 타석에 들어서면서 펼쳐지는 ‘스포츠-애니멀’ 드라마였다. 그런데, 원래 프로야구에는 ‘프로야구에는 남자만 하는 법’이라는 규정이 있었던 모양이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야구소녀’를 보고 알게 된 사실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한 줄 설명이 나온다. “한국 프로야구 출범 당시 ‘의학적으로 남성이 아닌 자’는 부적격 선수로 분류됐다. 1996년, 규약에서 이 문구가 사라진 뒤 여자도 프로야구 선수로 뛸 수 있게 되었다”수많은 스타들이 한국에서,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동안 여자 프로야구선수가..
2019.10.16 -
[하녀] 외도의 끝, 파국 (김기영 감독 The Housemaid 1960)
1919년 10월 27일, 일제강점기 서울 시내에 위치한 극장 단성사에서는 연극이 아닌 특별한 볼거리가 시전되었다. 연쇄극이라 불리던 ‘필름’ 상영이었다. 35mm 흑백무성필름 1권 정도의 길이였다고 하니 10분도 채 안 되는 영화였다. (필름이, 실물이 남아있지 않으니 정확한 런닝타임은 알 수가 없다) 바로, 이 날이 우리나라 국산영화 탄생의 기점이다. 올해로 100년! 한국영화 100년에 맞춰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KBS도 특별히 을 편성하여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 12편을 방송한다. 지난 10월 4일, 그 첫 번째 주자로 김기영 감독의 가 선정되었다. 우리나라 영화판에서 가장 기이한 인물로 손꼽히는 김기영 감독의 필름은 반백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만신창이가 되어 겨우 전해졌다. 영상자료..
2019.10.15 -
[드라마스페셜 2019 렉카] 차 트렁크에서 사람을 보았네 (연출:이호 극본:윤지형 KBS 2TV 2019.10.11 방송)
2019년에도 명맥이 유지된 ‘KBS 드라마스페셜’ 2019년 시즌의 세 번째 작품은 이호 연출 – 윤지형 극본의 액션드라마 이다. 단막극에서는 보기 드문 카 체이싱 액션 장면이 돋보이는 범죄추적극이다. 도로에서 사고가 나면 경찰차보다, 앰블란스보다 먼저 도착하는 것이 ‘렉카’이다. 이번 드라마는 이 렉카 기사가 주인공이다. 태구(이태선)는 렉카업체 사장에게서 오늘도 질책을 받는다. 실적이 너무 저조하다고. 사고를 내서라도 실적을 올리라는 압박에 도로에서 한 건을 올리기 위해 대기 중이다. 그런데 저 먼 곳에 주차한 검은 승용차가 수상하다. 트렁크에 사람이 실린 것 같다. 태구가 가까이 다가가니, 승용차 운전자 도훈(장률)은 아무 일 없다며 꺼지라고 위협한다. 분명 범죄의 냄새가 느껴진다. 이후, 는 뭔..
2019.10.14 -
[판소리 복서] 병구 리턴 (정혁기 감독 My punch-drunk boxer, 2019)
오래전 주말 낮이면 TV에선 항상 프로 복싱을 중계해주던 때가 있었다. 특별한 오락거리가 없던 시절이었기에 두 남자가 사각의 링에서 원초적 혈투를 펼치는 이 리얼 스포츠 드라마는 꽤 인기가 있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엔 두 가지가 남아 있다. 시합이 끝나고 클로징 멘트를 하는 아나운서와 해설자 옆으로 애 어른 할 것 없이 달라붙어 카메라에 얼굴 내보이려고 애쓰는 모습과, 시합 시작할 때 나오는 다이내믹한 음악, BGM. 찾아보니, 프랑스 군가 ‘Sambre et Meuse’와 영화 록키의 테마뮤직 ‘Gonna Fly Now’ 등이 사용되었다. 홍수환, 유재두, 염동균, 박종팔, 장정구, 유명우 등등 기라성 같은 챔피언들이 전설로 남은 가운데, 요즘 누가 복싱을 하나. 충무로에서 한다. 그 서글픈 스포츠를,..
2019.10.14 -
[BIFF] 김초희 감독 ‘찬실이는 복도 많지’ KBS독립영화상
[2019.10.11] 제2회 ‘KBS독립영화상’으로 김초희 감독의 가 수상의 주인공이 됐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을 하루 앞둔 11일 저녁 ‘비전의 밤’에서 진행된 시상식에서 ‘KBS독립영화상’을 수상한 에는 1천만 원의 상금이 수여되었다. ‘KBS독립영화상’은 KBS가 부산국제영화제에 한국독립영화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상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한국영화의 오늘_비전’ 부문 10편과 ‘뉴 커런츠’ 섹션의 3편으로 총 13편의 한국 작품을 대상으로 하였다. 김초희 감독의 는 주인공 찬실이 영화 프로듀서 일을 그만두고 변두리 산꼭대기 마을로 이사하면서 시작되는 일을 다룬 영화다. 세 들어 살게 된 집주인 할머니는 어딘가 이상하고, 더 이상한 건 종종 출몰하는 이 집의 귀신이다. 생전에 홍콩의 유명..
2019.10.12 -
[BIFF리뷰] 커밍 홈 어게인, “웨인 왕 + 이창래 + 이문세, 그리고 엄마의 갈비” (웨인 왕 감독 Coming Home Again 2019)
지난 3일 개막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00여 편의 다채로운 영화가 한국의 시네필에게 소개된다. 그중 (Coming Home Again)은 미국 내 아시아인들의 정체성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하는 웨인 왕 감독의 신작이다. 홍콩 출신의 웨인 왕은 17살에 미국에 왔고, 올해 70살이다. 그가 이번에 관심을 보인 것은 미국에 뿌리를 내린 한국인사회 구성원의 이야기이다. 당초 웨인 왕 감독이 부산을 찾을 예정이었지만 최근 건강상태로 막판에 취소했다.BIFF에서 영화가 상영되기 전, 웨인 왕 감독이 영상으로 자신의 영화를 소개했다. 감독은 한국계 미국인(교포 1.5세)인 이창래 작가가 1995년 ‘뉴요커’에 쓴 에세이를 보고 인상에 남았다고 한다. 작가가 위암에 걸린 어머니를 1년여 병수발을 들며 느낀 복..
2019.10.11 -
[인터뷰] 레이 영 감독 “홍콩은 싸우고 있다” (레이 영 楊曜愷 감독, /양야오카이, 叔·叔,Suk Suk 2019)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300여 편의 다양한 색깔의 영화들이 상영된다. 그중 무지개빛 영화 한 편이 눈길을 끈다. 홍콩 레이 영 감독의 신작 (叔·叔,Suk Suk)이다. 제목은 아재개그 수준이지만 홍콩 LGBT영화의 현주소를 만나볼 수 있다. 영화제 참석을 위해 부산을 찾은 레이 영(Ray YEUNG,楊曜愷/양야오카이) 감독을 만나, 궁금한 점 몇 가지를 직접 물어보았다. [질문] 영화를 보면, 동성애자를 위한 양로원을 설치해달라고 호소하는 장면이 있는데, 진전이 있는가? [레이 감독] 기존의 법을 개정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정부에게 요양원을 만들어달라는 사회복지서비스 확대를 호소하는 사회운동의 일환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디오’는 실제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이다. 시나리오를 작업을 하면서 많은 이..
2019.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