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 김치를 담그다, 문득 생각나다 (이나연 감독,2018)

2019. 10. 4. 18:27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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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로 24회째를 맞이한다. 어제(3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근사한 건물, ‘영화의 전당’에서 화려한 개막식과 함께 열흘간의 영화축제가 시작되었다.  위대한 거장들의 거창한 작품들과 함께, 내일이 더 기대되는 영화감독의 소품들도 씨네필들을 기다린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단편영화 세 편이 오늘 밤 KBS <독립영화관>시간에 방송된다. 권성모 감독의 <캣 데이 애프터 눈>(임예은 홍지석 김도영,25분), 이나연 감독의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신지이 손정윤 함상훈,28분), 김덕근 감독의 <민혁이 동생 승혁이>(최준우 박지호 김영선,19분)이다. 

이나연 감독의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는 제목부터 궁금해진다. 영화가 시작되면 지혜, 지훈, 지윤 삼남매가 한자리에 모여 김치를 담그는 모습을 보여준다. 오랜만에 둘러앉은 것 같다. 아버지는 아예 언급 되지 않고,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엄마는 이들을 두고 아프리카로 훌쩍 떠난 모양이다. 배추에 김장 속을 버무리며 엄마의 김치 맛을 떠올리고, 어릴 적 추억을 이야기하며  서로 어떻게 지내는지 이야기한다. 그 때 부르키나파소로 떠나간 엄마가 보내준 소포가 도착한다. 박스 안에는 아프리카 토속의상이 들어있다. 문득,  남매는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는지 궁금해진다. 

 영화는 집에 대한 추억과 가족에 대한 정을 담고 있다. 어린 새는 어미새의 보호를 받으며 둥지에서 먹이를 먹고, 세상으로 떠나갈 준비를 한다. 새끼는 어미의 입으로 전해준 벌레의 맛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고, 자기도 그렇게 삶의 지혜를 다음 세대에 전해줄 것이다. 삼남매는 김치 담그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맛을 되살리며 어설프게 김치를 담그며 가족구성원의 연을 이어간다. 

아마도, 아프리카로 떠난 엄마는 배추 비슷한 채소에, 고추장 비슷한 향신료로 김치 비슷한 음식을 만들어 먹을 것이다. 배추가 자라든 자라지 않든 말이다. 엄마는 재개발 직전의 옛집에서 남매가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상상할지도 모른다. 아프리카 토속음악과 그에 어울리는 춤과 함께 말이다.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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