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화리뷰(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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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여자의 몸, 남자의 칼
올해 83살의 리들리 스콧 감독이 다시 한 번 두꺼운 갑옷과 무거운 칼을 들고 싸운다. ‘에일리언’(1편)과 ‘글래디에이터’의 명장 리들리 스콧의 신작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는 1386년 프랑스 땅에서 벌어진 두 기사의 ‘사생결단’ 결투를 담고 있다. 서부극의 두 남자처럼 먼저 총을 뽑아 상대를 쓰러뜨려야 자신이 살아남는 것이다. 둔탁한 갑옷의 두 기사는 말 위에 앉아 기다란 창을 들고 마주 달려온다. 말에서 떨어지자 이번에는 칼을 뽑고, 도끼를 들어 상대를 죽이려 한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이 상황을 아주 특별하게 묘사한다. 이른바 ‘라쇼몽’ 방식으로! 미국의 역사가 에릭 재거는 2004년, 이 사건을 파헤친 책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The Last Duel: A True Story of..
2021.11.20 -
[노 타임 투 다이] 킬러의 연인, 킬러의 딸, 그리고 킬러
로이터통신사의 모스크바 통신사를 거치고, 2차대전 당시에는 군에서 방첩업무를 수행했던 이안 플레밍은 자신의 경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참신한 스릴러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세계를 무대로 악을 무찌르는 이른바 ‘살인면허’를 가진 요원 제임스 본드가 주인공인 ‘007’시리즈였다. 첫 번째 소설 은 1953년 출간되었고, 영화는 (Dr. No)가 1962년 첫 선을 보였다. ‘007’영화는 잊을만하면 새 배우의, 새 작품이 끊임없이 나오는 프랜차이즈 오락영화의 대표주자이다. 은퇴했다는 숀 코넬리의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으로 본드 팬들이 혼란을 겪기도 했다. 여하튼 많은 배우들이 ‘더블-오-세븐, 본드, 제임스 본드’를 연기했지만 다니엘 크레이그만큼 각광받은 요원은 없다. 2006년, 로 처음 본드 역을 맡은 ..
2021.10.31 -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25번째 MCU , 그리고 첫번째 영웅
이른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25번째 작품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1일 개봉된다. 수많은 마블의 슈퍼히어로 계보에서 ‘샹치’는 낯선 이름에 속했다. 하지만 '샹치'도 곧 유명해질 것이다. ‘샹치’(Shang-Chi)는 만화책 시절의 마블이 1973년 내놓았던 코믹북에 처음 등장한다. 미국에서 불기 시작한 쿵푸 열풍에 힘입어 코믹북에 등장한 아시아계 캐릭터이다. 악당 푸만추의 아들이라는 업보를 가진 인간 영웅이다. 푸만추의 손가락에는 열 개의 반지가 끼워져 있다. (타노스의 글로브에 박힌 스톤처럼) 열 개의 반지에는 모두 각각의 능력이 있다. 즉, 10개나 있으니 푸만추의 능력은 가공스럽다. 샹치는 이런 아버지와는 다른 길을 가겠다고 작심한다. 그리고는 어벤저스 멤버가 되어 지구/우주 ..
2021.10.31 -
[올드] “이 영화를 보는 순간 당신은 급속도로 노화한다!”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할리우드 영화계의 보배이자 전 세계 영화팬의 ‘변함없는’ 기대주이다. 그의 신작이 나올 때마다 영화팬들은 그의 어떤 영화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정확히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여하튼 엄청난 신비로움과 [식스센스]급 대반전을 기대하게 된다. 18일 개봉된 [올드](원제:OLD) 역시 마찬가지이다. 예고편 공개와 함께, 도대체 저 섬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왜 벌어졌는지, 어떻게 마무리될지 기대를 하게 된다. 물론, “예고편이 전부였다”라는 악평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말이다. '카파' 가족은 열대 리조트에 휴가를 온다. 리조트 매니저가 이들 가족에게 특별한 휴가지를 소개해준다. 아무도 찾지 않는 은둔의 백사장이 있다고. 밴(운전수로 샤말란 감독이 카미오 출연한다!)을 타고 그들이 ..
2021.10.31 -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여자의 몸, 남자의 칼
올해 83살의 리들리 스콧 감독이 다시 한 번 두꺼운 갑옷과 무거운 칼을 들고 싸운다. ‘에일리언’(1편)과 ‘글래디에이터’의 명장 리들리 스콧의 신작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는 1386년 프랑스 땅에서 벌어진 두 기사의 ‘사생결단’ 결투를 담고 있다. 서부극의 두 남자처럼 먼저 총을 뽑아 상대를 쓰러뜨려야 자신이 살아남는 것이다. 둔탁한 갑옷의 두 기사는 말 위에 앉아 기다란 창을 들고 마주 달려온다. 말에서 떨어지자 이번에는 칼을 뽑고, 도끼를 들어 상대를 죽이려 한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이 상황을 아주 특별하게 묘사한다. 이른바 ‘라쇼몽’ 방식으로! 미국의 역사가 에릭 재거는 2004년, 이 사건을 파헤친 책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The Last Duel: A True Story of..
2021.10.25 -
[프리 가이] 메타버스 트루먼, They Live! (숀 레비 감독,2021)
[트루먼쇼]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 [생방송 에드TV]는 둘 다 한 남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월드와이드하게 훔쳐보는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 이야기이다. 단, 20세기 말까지 미국의 케이블TV에서 훔쳐볼 수 있는 남자의 행동에는 제약이 있었다. 이제 세상은 이미 그 어떤 한계상황을 돌파했다. 숀 레비 감독의 [프리 가이](원제:Free Guy)를 보면 실감하게 된다. 다른 세상 속 인물을 훔쳐보는 단계를 지나 이제 그 인물과 교감을 펼치게 된다. 이게 가능하냐고? 물론, 이전에도 가능했고, 지금은 게임을 통해 더 실감나는 세상이 되었다. 세상은 이미 온택트 되었으니. 가이(라이언 레이놀즈)는 눈이 뜨면 어항 속 금붕어에게 아침인사를 하고 출근 준비를 서두른다. 옷장 속에는 똑같은 푸른색 유니폼만 있다. 도로는..
2021.08.24 -
[그린 나이트] 용자의 게임, 용기의 민낯
영미문학권에서 ‘아서왕의 전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세익스피어 만큼이나 클 것이다. 바위에 박힌, 혹은 호수에서 건진 명검(名劍) 엑스칼리버를 차지한 아서 왕이 원탁의 기사들과 함께 침입자 앵글로색슨을 무찌른 이야기는 수많은 군웅할거의 기사도 이야기를 창조해낸다. 그 최신판이 데이빗 로워리 감독의 [그린 나이트](The Green Knight,2021)이다. * 스포일러- 자세한 줄거리가 있습니다 * [그린 나이트]는 아서왕 말년의 이야기이다. 역사적으로는 아마도 서기 4~5세기 경에 해당한다. 카멜롯 궁성에서 아서왕이 주재하는 크리스마스 연회가 열린다. 왕좌엔 늙은 아서왕이 있고 곁에는 기네비어 여왕이 있다. 연회장에는 칼과 술잔을 든 원탁의 기사들이 포진해 있다. 아서 왕은 젊은 조카인 가웨인(데브 ..
2021.08.24 -
[로맨싱 스톤] 마이클 더글러스와 캐슬린 터너, 정글로 모험을 떠나다
지난 주 개봉된 디즈니 어드벤처 ‘정글 크루즈’는 드웨인 존슨과 에밀리 블런트가 티격태격 거리며 아마존 밀림에서 전설 속 보물을 찾아 떠나는 작품이다. 이 영화를 보면 몇 편의 영화가 떠오를 것이다. 그 옛날 클래식이라고 할 수 있는 험프리 보가트와 캐서린 헵번의 ‘아프리카의 여왕’(1955), 그리고 ‘로맨싱 스톤’, ‘킹 솔로몬’ 등이다. ‘로맨싱 스톤’을 OTT에서 찾아보았다. 있다! 정말 보물을 발견한 것 같다. ‘로맨싱 스톤’(원제: Romancing The Stone)은 1984년에 한국에서도 개봉되었던 작품이다. 감독은 무려 로버트 저매키스. 몇 편의 흥행 실패작을 만들고 할리우드에서 실력을 의심받을 때 만든 회심의 역작이다. 이 작품 다음이 바로 ‘빽투더퓨처’였다! 영화가 시작되면 ‘아마도..
2021.08.24 -
[아프리카의 여왕] ‘정글 크루즈’ 하니 생각나는 할리우드 클래식 (존 휴스턴 감독,1951)
이달 28일 개봉되는 디즈니의 실사 어드벤처 무비 [정글 크루즈]는 디즈니랜드에 있는 놀이동산(어뮤즈파크)의 한 테마공원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아마존 정글의 어딘가 숨어있는 엄청난 보물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여자 탐험가와 현지의 보트(증기선) 선장의 신나는 모험이다. 정글의 증기선? 그렇다. 험프리 보가트와 캐서린 헵번의 [아프리카의 여왕](The African Queen, 1951)을 떠올릴 것이다. [정글 크루즈] 보기 전에 [아프리카의 여왕]에 먼저 올라타 보자. 때는 1914년. 1차 대전이 발발했을 무렵의 아프리카 동부(탄자니아 쪽이란다)의 밀림 원주민 부락에 백인 여자 로즈(캐서린 헵번)는 열정적인 신앙을 가진 오빠와 함께 선교활동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어느 날 이 평화로운 곳에 독일..
2021.07.15 -
[BIFAN리뷰] ‘피의 향연’ 스플래터 필름의 대표작 (허셀 고든 루이스 감독,1963)
지난 주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개막되었다. 코로나 4차 대유행의 우울한 소식과 함께 영화제는 출발부터 비틀거렸다. 그나마 OTT서비스인 웨이브에서의 온라인상영이 그나나 이 유서 깊은 장르영화제 팬들에게 숨통을 안겨준다. 부천에서는 호러와 판타지, 그리고 장르를 규정 짓기 애해만 ‘19금영화’들이 대거 소개되면서 영화팬들의 관심을 모아왔다. 특히 심야상영, 올빼미 상영 등이 BIFAN매니아를 양산시켰다. 올해에는 [스트레인지 오마쥬]라는 섹션을 통해 호러 매니아가 놓쳐선 안 될 고전공포물을 소개한다.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놀이공원’(74), 허셀 고든 루이스 감독의 ‘피의 향연’(63), 로저 코먼 감독의 ‘버켓 오브 블러드’(59), 윤종찬 감독의 ‘소름’(01), 그리고 ..
2021.07.15 -
[킬러의 보디가드2] 잇즈 마더 마더 마더 미션!
[데드풀]의 라이언 레이놀즈와 [마블]의 퓨리 국장 새뮤얼 L.잭슨이 콤비로 출연한 액션 영화 [킬러의 보디가드](원제:The Hitman's Bodyguard,2017)는 우리나라에서 170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흥행성공을 거두었다. 두 사람이 펼치는 액션의 합과 개그의 환상 궁합이 관객의 기호에 딱 들어맞은 것이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AAA’급(그러니까 최상급!) 보디가드이고, 새뮤얼 잭슨은 현재 수감 중인 월드클래스 수준의 킬러. 인터폴이 그 킬러에게 중대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요청한다. 독재자 살인마의 악행에 대한 증인만 서 준다면 그가 사랑해 마지않는 아내 소니아를 사면시켜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렇게 해서 ‘그 보디가드’는 ‘그 킬러’를 감옥에서 법정까지 호송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쏟아지..
2021.07.15 -
[컨저링3] 악마의 조종
‘하우스 호러’는 ‘그 집에 귀신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처음엔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한다. 뭔가 음산한, 스산한 기운이 느껴지지만 막 이사해온 터라 한껏 신이 날 뿐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 집에 가족 말고 누군가가 있는 것 같다.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고, 자고 일어나면 집안 물건의 위치가 바뀌어 있다. 아이가 누군가와 중얼거리며 이야기하는 것 같고, 물건이 날아다니며 위협하기 시작한다. 결국엔 칼이 휙 날아와 꽂힌다. 그제야, "아, 이 집엔 뭔가가 있다!" 제임스 완 감독의 ‘컨저링’ 이전에도 이런 ‘하우스호러’는 많았다. 우리나라엔 그런 귀신 나오는 집은 폐가, 흉가가 되어버리지만 할리우드에서는 꾸준히 리모델링을 거쳐 새 입주자를 모시고 있다. ‘컨저링3’은 숫자3을 달고 세상에..
2021.06.19 -
[더 스파이] 컴버배치 스파이 스릴러
우스개로 ‘악의 제국’ 소련이 붕괴된 뒤 글로벌 방산업체만큼 일자리 걱정을 한 동네가 할리우드였단다. 이제 누구를 ‘빌런’으로 해야 할지 말이다. 확실히 소련은 영화에서 오랫동안 악의 축 역할을 했었다. 소련붕괴 이후 많은 새로운 ‘국제질서의 악당’등이 등장했다. 중동 테러리스트, 외계인, 그리고 김정일까지. 그래서 요즘 만들어지는 회고조의 작품에서는 과연 소련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정치적 올바름’의 바로미터일 것 같다. 오늘(28일) 개봉하는 영화 (감독:도미닉 쿡)도 그러하다. 이 영화의 원제는 ‘The Courier’이다. 물건을 옮기는 ‘택배원’, ‘운반자’의 뜻이다. 과연 주인공은 무엇을 운반하는 것일까. 위험천만한 물건이란다. ● 민간인, 에스피오나지 되다 냉전시기, 영국인 그레빌 윈(베네딕..
2021.04.29 -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흑인 100년의 분노
전 세계를 급습한 코로나로 마블 히어로들이 주춤한 사이, 할리우드에서는 블랙 파워가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틈새를 매우고 있다. 지난해 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감독: 조지 C. 울프 원제:Ma Rainey's Black Bottom)도 그런 카테고리에 포함될 영화이다. 이 작품은 1920년대 반짝반짝 빛났던 1세대 블루스 가수 ‘마 레이니’(Gertrude ‘Ma’ Rainey)의 삶을 다룬다. ‘흑인’의 위상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그러하지만 남북전쟁이 끝나고 미국이 미국다워지던 그 시점에 흑인은 삶은 ‘바닥’이었다. 극작가 어거스트 윌슨은 20세기 아프리카계 미국인 공동체의 경험과 유산을 연대기적으로 쓴 ‘피츠버그 사이클’(The Pittsburg..
2021.04.29 -
[노매드랜드]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고, 집도 없다
코로나 사태로 평소보다 두 달 늦게 열리는 올해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최우수작품상 후보에는 ‘노매드랜드’, ‘맹크’, ‘미나리’ 등 모두 8편의 작품이 후보에 올랐다. 이중 (원제:NOMADLAND)는 작품상과 함께 감독, 여우주연, 각본, 편집, 촬영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클로이 자오는 감독/각본/편집/작품(제작) 등 4개에 이름을 올렸다. 이 작품은 이미 베니스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평론의 일치된 호평을 받았다. 특히 프란시스 맥도맨드의 연기에 대해서는 상찬이 쏟아졌다. 영화팬으로 기대되는 작품임에 분명하다. ‘노매드(Nomad)’는 유목민을 말한다. 고정된 거주지/거처 없이 계절 등의 요인에 따라 이동하는 수렵채집인, 목축유목민, 상인들을 말한다. 그런데, 이게 문학적으..
2021.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