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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화리뷰

[파워 오브 도그] 브로큰하트 마운틴 (제인 캠피온 감독, 넷플릭스)

by 내이름은★박재환 2022.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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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오브 도그 ⓒ넷플릭스


(스포일러 경고. 자세한 영화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1993년 [피아노]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오스트레일리아의 제인 캠피온 감독이 오랜만에 신작을 내놓았다. 넷플릭스를 통해 12월 1일 공개되는 ‘파워 오브 도그’(원제: The Power of the Dog)이다. 이 영화는 지난 17일부터 일부 극장에서 선 공개 되고 있다. 호주 출신의 여성감독이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남자다움’에 대한 섬세한 접근을 한다. ‘파워 오브 도그’는 초극세사의 소프트함과 카우보이의 와일드함이 우아하게 직조되어 있다.

1925년의 미국은 독립전쟁과 인디언 학살(대량이주)을 끝내고 도시화와 산업화가 시작되던 시기였다. 몬태나는 여전히 서부시대의 향수와 카우보이의 정서가 남아있다. 이곳에서 필(베네딕트 컴버배치)과 조지(제시 플레먼스) 형제는 수천 마리의 소를 키우는 거대한 목장을 운영하고 있다. 형제는 성격이 판이하다. 형 필은 마초 같은 위압감을 보여주면서도 내면으로는 고전문학과 음악을 이해하는 남자로 경외의 대상이 되는 리더였다. 반면 동생 조지는 형의 그늘에서 조용히 목장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이들이 소를 몰고 읍내로 가서 로즈(키얼스틴 던스트)의 가게에 들른다. 로즈의 작은 가게에서 필은 로즈의 ‘계집애 같은 아들’ 피트(코디 스밋 맥피)가 만들어 놓은 종이꽃을 두고 모멸감을 느끼게 할 만큼 놀린다. 그런데, 동생 조지가 로즈와 결혼했다면서 집으로 데리고 온다. 이제 이 집에는 불온한 기온이 감돌기 시작한다. 필은 로즈에게 혐오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갈수록 모멸차게 대한다. 로즈는 점차 술에 의존하게 된다. 방학을 맞아 아들 피트가 목장에 온다. 그런데 ‘계집애 같은’ 아들 피트가 필과 가까워진다. 불안해하는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피트는 필과 함께 말을 타고, 산으로 향한다.

[파워 오브 도그]의 긴장감은 역대급이다. 필과 조지 형제의 목장 생활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부터 관객들은 확실한 권력관계를 알게 되지만, 이어 등장하는 로즈와 피트의 불쌍한 모습, 그리고 뜬금없이 이어지는 조지와 로즈의 결혼이 가져오는 ‘필’의 초조함이 삼각관계의 불안정함을 고조시킨다. 혹시 필이 로즈를 짝사랑하지 않았을까 오해하는 사이, ‘브랑코 헨리’라는 인물이 소환된다. 여기에 ‘sissi’라는 놀림을 받을 만큼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는 피트가 합류하면서 목장은 캐릭터간의 긴장감으로 가득 찬다. 

영화 [파워 오브 도그]는 1967년 토머스 새비지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비교적 덜 알려진 이 책이 어떻게 제인 캠피온의 눈에 띄었고, 넷플릭스에서 영화로 만들어진 것이다. 최근 민음사에서 출판된 원작소설을 보면 ‘애니 프루’의 해설이 붙어있다. 애니 프루가 누구인가. ‘브로크백 마운틴’을 쓴 작가이다. 서부시대, 카우보이의 정서를 작품에 녹여낸 애니 프루가 극찬한 [파워 오브 도그]답게 소설도, 영화도 완벽에 가깝게 1925년의 몬타나 카우보이 목장의 사람의 심리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 토머스 새비지의 소설과 제인 캠피온의 영화

영화는 소설을 대부분 정직하게 옮긴다. 그런데, 소설에서 몇 가지 중요한 내용을 줄였다.

영화가 시작되면 “아버지가 죽은 뒤 엄마를 돌보는 것은 나의 몫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를 지킬 것”이라는 피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영화에서는 생략된 부분이 로즈의 전 남편 이야기이다. 로즈의 전 남편은 이 척박한 땅에서 의사의 뜻을 펼치려 하지만 이루지 못한다. 그리고, 어느 날 카우보이 필에게 모욕을 당하기까지 하고 목을 매고 자살한다. 어린 피트는 그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다. 형에 비해 마음이 여린 조지는 로즈를 아내로 맞이하고, 어린 피트에게 의학공부를 계속 시킨다.

1925년의 미국은 이미 서부시대는 종말을 고했다. 인디언들은 몰살당하고, 고향땅에서 쫓겨나 먼 곳 ‘인디언보호구역’으로 내몰린다. 영화에서 초라한 마차를 타고 저택 앞에 등장하는 인디언 부자가 있다. 소설에서는 인디언의 서글픈 역사가 조금 나온다. 원래 이 지역에 살던 인디언들이 결국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내몰린다. 마지막 추장은 그 산의 돌무덤에 묻힌다. 보호구역에 갇혀 살던 그 추장의 아들은 어린 아들(추장의 손자)과 함께 먼 길을 떠난다. ‘할아버지 추장의 무덤’을 보여주기 위해. 그들이 얼마나 위엄 있고, 존경 받았던 존재였는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인디언들은 하필 ‘필’의 눈에 띄었고, 야멸찬 대우를 받고는 쓸쓸히 발길을 돌려야했다. 어린 아들의 가슴에 커다란 멍에만 남기고. 그 처량한 인디언 부자에게 ‘로즈’는 친절을 베푼다. 소설에서의 이 장면과 이후 유태인에게 소가죽을 팔아넘기는 장면이 영화에서는 뒤섞인다.


영화를 보고 나면 브랭코 헨리라는 사람이 궁금해진다. 마치 히치콕 감독의 [레베카]처럼. 레베카는 화면에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지만 작품 속 인물의 영혼을 옭아매는 역할을 한다. ‘파워 오브 도그’의 ‘브랭코 헨리’도 그러하다. 필이 어릴 때(피트의 나이 즈음에) 그 목장에 브랭코 헨리가 카우보이(소몰이꾼)로 들어온다. 필은 그에게서 말 타는 법부터 사나이다움을 다 배웠던 것이다. 그럼, 필과 브랭코는 동성애 관계였을까? 영화를 보면 계속 그런 뉘앙스를 느끼게 된다. 소설에서는 딱히 그런 관계를 그리지 않는다. 어쩌면 그 텍스트 뒤에 숨은 관계를 제인 캠피온은 캐치했는지 모른다. 영화에서는 거의 끝부분에 피트의 질문(“옷을 벗고요?”)에서 관계를 상상하게 만든다.

결국, [파워 오브 도그]는 남자다움에 매몰된 ‘카우보이’ 목장주 필이 자신의 업보로 ‘계집애 같은’ 어린 피트에게서 커다랗게 한방 먹는 복수극이다. 그 과정에서 카우보이와 인디언과 알코올과 탄저병, 그리고 저택 뒤에 병풍처럼 자리한 산등성이가 관객을 억누른다. 제목으로 쓰인 [파워 오브 도그]는 성경에 나오는 구절이다.(시편 22편 20절) 소설에서는 필의 장례식이 끝난 뒤 피트가 이 구절을 읽는다. “칼에 맞아 죽지 않게 이 목숨 건져 주시고, 저의 하나뿐인 소중한 것, 개의 아가리에 빼내 주소서.” 굉장한 작품이다. 올해 최고의 넷플릭스 작품이다. ⓒ박재환 2021.11.30

 

 

[넷+리뷰] 파워 오브 도그 브로큰하트 마운틴 (제인 캠피온 감독,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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