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스] “인간을 만들고, 진화시키고, 마블영화 보게 하고....”

2021. 11. 20. 09:33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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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스 ⓒ마블 - 월트디즈니컴퍼니

마블의 26번째 슈퍼히어로 무비 [이터널스](원제:Eternals, 클로이 자오 감독)가 이달 초 개봉되었다. 이 영화를 더 재밌게 보려면 ‘가오갤’(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을 다시 보거나, 원작 코믹스를 찾을 필요는 없다. 차라리 ‘단군신화’를 보는 게 나을 듯하다. 하늘의 황제 환인은 항상 인간세상에 뜻을 두고 있는 서자 환웅에게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며 천부인(天符印) 세 개와 함께 삼천 무리를 이끌고 태백산(지금의 묘향산)으로 내려 보낸다. 그곳에서 풍백, 우사, 운사를 거느리고 인간 세계를 교화시키는 것이다. 곰과 호랑이가 등장하고 마늘을 던져주는 것이 이야기가 하이라이트이다. 한국 사람이면 다 아는 이야기이다. 지금으로부터 반만년 전 이야기이다. 미국은 사이즈가 훨씬 큰 신화를 만들었다. 마블코믹스에 1976년 처음 등장한 [이터널스]이다.

영화 [이터널스]가 시작되면 마치 [스타워즈]처럼 우주적 관점에서 인간창조 신화가 스크롤된다. 원래 셀리스티얼(Celestials)이란 엄청난 존재가 있고, 그들이 ‘이터널스’라는 신의 대리인을 지구로 내려 보내 인간을 ‘창생-진화’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데비언츠(Deviant)라는 나쁜 무리가 나타나 인간을 끝장내려 하는 것이다. 이터널스는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데비언츠와 싸우는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데비언츠나 이터널스도 인간처럼 셀리스티얼에겐 장기판의 졸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영화는 천상계에서 벌어지는 신들의 놀이와 지상계에 펼쳐지는 인간생존극을 IMAX급으로 보여준다. 놀랍게도 그들이 행성(지구)을 만든 것도, 생물(인간)을 창조한 것도 다 목적이 있었다. 종교적 거룩함보다는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서란 사실이 꽤나 형이하학적이다. 

이터널스 ⓒ마블 - 월트디즈니컴퍼니

‘맨 프롬 유니버스’

‘셀리스티얼’ 아리셈이 지구로 보낸 10명의 불멸의 이터널스는 데비언츠에 맞서 오랜 세월 싸운다. 영화에서 인류역사의 고비마다 등장하여 인류의 운명을 바꾼 그들의 활약상을 보여준다. 기원전 5천년 메소포타미아에서, 서기 575년에 바빌론에서 데비안츠와 싸운다. 그런데, 1521년엔 (아즈텍 제국) 테노치티틀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1945년에 나가사키는 또 어떻고. 

영화는 우주적 차원에서 인간의 역사를 보여준다. 바닷가에서 작대기로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연명하던 인간종족에게 이터널스는 패셔너블한 무기 샘플도 건네주고, 수레바퀴 만드는 법도 알려주고, 글자도 전파한다. 과학자 파스토스는 원자력 기술도 전수해 준다. 오랜 세월에 걸쳐 인간에게 온갖 과학적 지식을 알려주며 뇌용량을 키워주었더니 인간이란 종족이 어떤 짓을 저질렀는가. 파스토스는 핵폭탄이 떨어진 뒤의 일본의 모습을 보며 크게 낙심한다. 배은망덕한 인간들이여! 

여하튼 이터널스는 오랜 세월 인간들 사이에 스며들어 조용히 살아가는 것이다. ‘죽지 않는 존재’이니 나이는 들지 않고 말이다. 그럼, 그 10명의 이터널스는 누구인가. 리더(프라임 이터널스)인 에이작(살메 헤이엑), 슈퍼맨으로 착각할 이카리스(리처드 매든), 전사 테나(안젤리나 졸리), 손만 대면 물질의 성질을 바꾸는 능력을 가진 세르시(젬마 챈), 과학자 파스토스, 플래시맨처럼 광속 달리기를 자랑하는 마카리, 우리의 주먹왕 길가매시(마동석), 사람의 심리를 꿰뚫는 드루이그(베리 케오간), 그리고 환상술을 구사하는 스프라이트(리아 맥휴), 또 누가 있었지? 놀라운 것은 마블 코믹북에서 셀리스티얼은 원래 100명의 이터널스를 만들었다니 한두 명 쯤 사라졌다고 해도 찾지 말기를. 

이터널스 ⓒ마블 - 월트디즈니컴퍼니

‘맨 프롬 어스’

이터널스의 멤버들은 제각기 매력이 있다. 영화관객은 이카리스와 세르시가 옛날에 바빌론 전투 당시 연인이었던 사실은 다시 한 번 ‘재생’해 준다. 그런데, (시공사에서 나온) 마블 코믹북과 (네이버웹툰에 연재되고 있는) 원작만화를 보면 이들 관계는 조금 난잡(!)하다. 세르시가 7000년 동안 이카리스만 사랑한 것도 아니고, 스프라이트가 영원한 아이인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캐릭터들은 매력적이다. 오랜 세월 살아온, 즉 만화에서 오래 연재된 이야기에서 흥미로운 부분을  잘 뽑아낸 클로이 자오 감독의 공이 클 것이다.

속도광 마카리는 웹툰에서는 남자였다. 감독은 여자로 바꾸고, 청각장애인으로 설정을 전환시켰다. 실제 배우(로렌 리드로프)도 청각장애인이다. 스프라이트는 7천년동안 지켜본 것이 사람이 자라고, 어른이 되고, 가족을 이루고, 행복하게 늙어가는 것이었다. 얼마나 원통할까. 자신은 영원히 ‘아이’로 묶인 몸인데 말이다. 피터팬이자 팅커벨 신세인 스프라이트의 사연이나 성장담은 ‘스파이더맨’만큼이나 매력적이다. 

클로이 자오의 [이터널스]는 마블의 슈퍼히어로 무비임과 동시에 거대한 가족극이다. 이터널스가 자신들에게 부여한 임무를 완수해야한다는 의무감과 어느새 보호할 대상(인간)을 사랑하게 된 딜레머에 대한 위대한 이야기이다. ‘인간’에 진심이었던 파스토스는 아버지로, 남편(아내인가?)으로 충실한 삶을 이어가고, 스프라이트는 기꺼이 영생을 포기한다.

물론, 이 영화에도 쿠키가 있다. 타노스의 동생 에로스와 세르시의 ‘인간남친’ 데인 휘트먼(키트 해링턴)을 활용할 계획을 세워둔 것이다. 참, 마동석은 어떻게 되냐고? ⓒ박재환KM

 

[리뷰] 이터널스 “인간을 만들고, 진화시키고, 마블영화 보게 하고....”

이터널스 ⓒ마블 - 월트디즈니컴퍼니마블의 26번째 슈퍼히어로 무비 [이터널스](원제:Eternals, 클로이 자오 감독)가 이달 초 개봉되었다. 이 영화를 더 재밌게 보려면 ‘가오갤’(가디언즈 오브 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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