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 1편] 숟가락으로 매트릭스를 구부리는 방법

2022. 1. 22. 21:00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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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매트릭스> 1편이 공개된 것은 1999년이었다. [매트릭스 리저렉션]이 개봉되기까지 22년이 걸렸다. 그동안 영화판은 많이 바뀌었다. CG로 구현하는 세상이 훨씬 하이퍼 리얼리티가 되었고, 극장 대신 OTT가 영화팬을 더 끌어들이고 있으며, 와쇼스키 ‘형제’가 사라졌다. [매트릭스 리저렉션] 개봉에 앞서 극장에 잠시 4K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의 [매트릭스]가 개봉되었다. 사실 더 달라진 것도, 더 새로운 것도 없지만, ‘오리지널 매트릭스’ 속으로 들어가 본다.

대도시, ‘하트 오브 더 시티’호텔. 허름한 방 안에서 노트북을 앞에 둔 트리니티(캐인 앤 모스)는 자신을 체포하려온 경찰을 공중 부양하듯이 떠오르더니 회전하며 순식간에 총을 든 경찰들을 압도한다. 그리고 이어 선글라스를 쓴 요원의 추적을 피해 도시 빌딩 위를 휙휙 날아다니더니 공중정화 부스로 달려 들어간다. 그리고 전화벨이 울리고, 수화기를 든 트리니티가 사라진다. 영화사에 길이 남은 멋진 오프닝 씬 중 하나! 그 시각, 해커 토마스 앤더슨(키아누 리브스)은 요원 스미스(휴고 위빙)에게 체포되었다가 풀려난다. 그리고 자신을 찾아온 트리니티를 따라갔다가 모피어스(로렌스 피시번)를 만난다. 모피어스는 빨간 색과 파란색 알약을 내밀면서 하나를 선택하란다. 지금 세상을 잊는 파란색과 그 세상의 진실을 깨우치는 빨간색. 토마스 앤더슨은 빨간색을 삼키면서 이제 관객과 함께 ‘매트리스’의 세상으로 들어가고,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친다. 때로는 목덜미에 연결된 선을 통해 데이터가 다운로드 되고, 수화기를 들기 위해 공중전화 부스로 달려든다. 그러면서 네오는 매트릭스 세상의 요체를 깨닫는다. 선의 경지에 다다른 쿵푸 실력과 시간을 멈추는 듯한 우아한 손동작과 함께. 이것은 100퍼센트 리얼 영.화.로.운.세.상.이라고.

 와쇼스키 형제가 설정한 세상은 인간과 지능형기계(지금은 그것을 그냥 AI라고 부른다) 사이의 전쟁의 결과물이다. AI가 이겼고, 인간은 AI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배터리 역할로 ‘포드’ 속에서 배양되고 사육될 뿐이다. 그러면서 그 인간은 ‘1999년 사바세계’로 프로그래밍된 시뮬레이션 속에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매.트.릭.스.’이다. 존 코너처럼 토머스 앤더슨은 ‘더 원’이 되어 거대한 전쟁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매트릭스]가 개봉된 후 대중문화에는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중에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시뮬라르크와 시뮬라시옹’이라는 책 때문에 더욱 우쭐한 철학논쟁까지 더해진다. 분명 많은 영화팬들은 장 보드리야드의 책은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시각적으로 구현된 니오의 활약 때문에 ‘매트릭스’를 이해한 듯한 ‘가상(假想)과 가장(假裝)’의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관객은 ‘테이스티 휘트’의 진짜 맛보다는 빨간 옷 여자의 원본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이다. 

아마 [매트릭스 리저렉션]을 극장에서 보고 온 관객은 다시 한 번 [매트릭스]를 찾아볼 것이다. 5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그럼 100년 뒤에는? 인간뿐만 아니라, AI들도 [매트릭스]를 디지털 단위로 복기하며 인간을 실효적으로 지배할 방법을 강구할 것 같다.

참, 1999년 ‘매트릭스’가 개봉되고 한 달도 되지 않아 미국에선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콜로라도 주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이다. 고등학생 둘이 끔찍한 사건을 일으킨 것이다. 그 학생들이 그런 영화/게임을 즐겼고, 트렌치코트를 입고 다녔단다. 당연히  영화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고, 총기규제 이야기도 나왔다. 22년이 지났지만 똑 같다. 그 사이 미국에선 잊을만하면 그런 총기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말이다. 적어도 22년이 지났는데 ‘매트릭스’와 ‘덜 떨어진 따라쟁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기에 여기에 언급한다. ‘숟가락으로는 총알을 막을 수 없다’고. 워쇼키스 ‘형제’의 오리지널 [매트릭스]는 현재 웨이브/티빙/왓챠/쿠팡플레이 등 OTT에서 만나볼 수 있다. ⓒ박재환 2021.12.23

 

[리뷰] 매트릭스 1편 “숟가락으로 매트릭스를 구부리는 방법”

매트릭스 (1999)영화 1편이 공개된 것은 1999년이었다. [매트릭스 리저렉션]이 개봉되기까지 22년이 걸렸다. 그동안 영화판은 많이 바뀌었다. CG로 구현하는 세상이 훨씬 하이퍼 리얼리티가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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