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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kinocine.com 박재환 영화이야기
한적한 도로 변, 바람 부는 언덕에 한 소녀가 서 있다. 바람에 갈대가 마구 춤을 춘다. 아마도 이 소녀는 방금 무언가 특별한, 어쩌면 엄청난 일을 저질렀을 것 같다. 영화는 저 소녀가 왜 저렇게 서 있는지를 이제 보여줄 것이다. 소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어머니의 블라우스, 아버지의 허리띠, 그리고 삼촌이 사준 신발을 신고 있다.”고.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의 미스테리에 가득찬, 하지만 어찌 보면 진부한 도입부이다. 이 ..
대만 출신의 세계적 감독 이안의 최신작 <라이프 오브 파이>는 생각 이상으로 판타스틱하고, 스토리 이상의 충격적 의미를 담고 있다. 얀 마텔의 원작소설을 읽고 나서야 영화가 말하고자한 바를 제대로 이해할지도 모른다. 영화는 그러하다. 인도 소년, 망망대해에 표류하다 영화는 낯선 연대의 낯선 동네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1950년대. 인도라는 나라가 영국에서 독립된 ..
‘마침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초기대작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개봉된다. 어제 서울 시내 한 극장에서는 영화팬들의 기대를 잔뜩 모으고 있는 놀란 감독의 신작 배트맨 영화 기자시사회가 열렸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몰렸기에 아이맥스 버전 상영관은 일찌감치 만석이었고 일반(디지털버전) 관람만도 감지덕지해야할 형편이었다. 그렇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올 여름 영화저널 관계자, 평론가, 호사가들의 가장..
문화적 토양의 차이랄까, 정의사회 구현에 대한 방법론의 차이랄까, 아니면 상상력의 레벨 문제인지는 몰라도 유독 미국에는 히어로 캐릭터가 많다. 물론 출발은 만화이다. 마블이니 DC코믹스니 하는 종잇장에서 튀어나온 가면 쓴 영웅들이 속속 영화로 진출하고 있다. 그것도 몇 번씩이나 거듭 우려먹으면서. 스파이더맨도 그러하다. 스파이더맨은 1962년에 세상에 처음 등장했다. 마블 코믹스 영웅의 아..
영화 <프로메테우스>의 첫 장면은 최고조에 오른 컴퓨터그래픽 실력이 창조해낸 (아마도) 지구의 초창기 모습이다. (아마도) 인류가 존재하기 전, 티라노사우루스가 활개 치기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돌도끼를 발명하기 전보다 훨씬 전의 까마득한 옛날 모습이다. (아마도) 지구가 만들어졌다는 40억 년 쯤 전의 지구. 그 때 지구는 얼마나 황량할까. 아니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조지 루카스가 오랜 침묵을 깨고 ..
수퍼 수다쟁이 윌 스미스와 고집불통 인상의 토미 리 존스 두 사람의 콤비 플레이가 볼만했던 <맨 인 블랙>은 만화가 원작이다. 올 블랙 슈트 차림에 검은색 선글라스 차림의 이들 콤비가 속해 있는 비밀 정보기관은 통상 M.I.B이다. 이들이 하는 일은 외계인집중관리이다. 지구, 특히 미국의 뉴욕에는 불법체류 중인 외계인이 꽤 많다는 것이다. 지구를 정복하려는 못된 악당 외계인도 있..
지난 일요일 서울 시내 한 극장에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맨인블랙3>의 기자시사회가 열렸다. 일요일 진행된 시사회였지만 객석은 기자들로 꽉 찼다. 다음날 윌 스미스의 방한 기자회견이 잡혀있기에 일요일에 급하게 시사회가 진행된 것이다. 그 덕분에 <맨 인 블랙3>을 전 세계 최초로 관람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날 영화사는 기자들에게 선물을 하나씩 돌렸다. 요원들이 쓰는 레이밴 선글..
꼭 '배틀쉽'이 아니어도 외계인과의 조우(Close encounter)를 다룰 때는 몇 가지 우리(지구인)만의 약속이 있다. 지구-태양계 너머 저 광활한 우주에는 우리 같은 생명체가 사는 외계 행성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그들 과학문명의 수준은 우리보다 월등히 뛰어나며, 생김새는 아마도 우리기준으로는 상당히 난폭하게 징그러울 것이다. (그리고 컴질이나 통신을 많이해서 손가락이 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스티브..
지금부터 14년 전, 한국의 극장을 물론이고 전 세계 영화계를 완전 석권했던 영화가 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이다. 이미 <어비스>나 <터미네이터2> 등을 만들며 기존 영화의 형식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던 그는 <타이타닉>을 통해 영화기술과 대중적 드라마가 이룰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보여주었다. <타이타닉>은 20세기 들어 실제 발생했던 재난이었으..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세계적인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가 한국을 찾은 적이 있다. 한국전쟁이 끝난 이듬해 1954년 2월. 두 번째 남편이었던 야구선수 조 디마지오와 함께 일본으로 신혼여행 왔다가 한국으로 날아온 것이다. 그녀는 기특하게도 한국의 전방부대 미군의 사기를 북돋워주기 위해 나흘간 순회공연을 가졌다. 당시 10만 여명의 주한미군들이 마릴린 먼로의 춤과 노래와 몸매를 구경할 수 있었단다. 그 때 많은 사진도 남겼고 말이다. 마릴..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 싸우면 시작은 600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간과는 종이 다른 두 집단이 인간의 눈에 띄지 않는 지하세계에서 대를 이어가며 펼치는 혈투이다. <언더월드> 시리즈 전반을 관통하는 전설의 내용은 이렇다. 옛날에 역병이 나돌았고 죽거나 바이러스에 적응되거나 돌연변이가 된다. 불사의 힘을 가진 자의 두 아들 중 박쥐에게 물린 놈은 뱀파이어가 되어 밤이면 피를 찾아 돌아다니고, 늑대에게 물린 놈은 보름달이 ..
우선 인간은 꾸준히 진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기술적, 과학적 성과와 함께 인간 인지의 진화도 포함하고 있다. 인간이 생각해내는 모든 것들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영화도 그러할 것이다. 그 옛날 흑백동영상이 요즘은 컬러에, 3D로 진화되었고 청각적 영역에서도 진화를 거듭했다. 원래 소리가 없던 동영상이 어느 순간에 소리가 입혀졌고 다양한 입체사운드가 갖춰지면서 영화/극장을 찾을 때 음향시스템을 체크하는 영화팬이 있을 정도이다..
이번 주 개봉될 할리우드 영화 <고스트 라이더 3D - 복수의 화신>는 2007년 개봉되었던 영화의 속편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비주류 영화를 오가며 독특한 위상을 보여주던, 그런데 최근에는 꽤 실망스런 작품에 잇달아 출연하고 있는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인공을 맡은 영화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속편은 ‘3D'로 제작되었지만 지난 주 국내 기자시사회에서는 어찌된 일인지 ’2D버전‘이 공개되었다. 이런 경우는 3D의 완성도가 형..
<스타워즈 에피소드1 - 보이지 않는 위협>을 3D로 본다는 것은 '반만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겨우 수백 년의 ’자국‘ 역사밖에 가지지 못한 미국은 실버스크린(영화)세상에서만은 무한대의 역사관과 세계관을 자랑하고 있다. 당연히 그 선두에는 <스타워즈>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반지의 제왕>이나 <아바타>영상세대에게는 <스타워즈>는 그 옛날 프리츠 랑의 <..
‘친절한 톰 아저씨’ 톰 크루즈가 <미션 임파서블4 - 고스트 프로토콜>의 개봉을 앞두고 이달 초 한국을 찾았었다. 전 세계적 슈퍼스타답게 타이트한 스케줄을 쪼개어 전용기를 타고 서울로 날아와 열성팬들과 번개팅을 갖고 다음 목적지로 후다닥 날아간 것이다. 그 날 아이맥스관에서 기자시사회를 가졌었는데 기절초풍할 만큼의 아찔한 액션 씬으로 채워진 영화였다. 역시 <미션 임파서블>은 명불허전이다! 고스트 프로토콜 영화가 시..
<틴틴의 모험>, 혹은 <탱탱(땡땡)의 모험>은 유럽에서는 아주 유명한 만화작품이다. 1929년에 벨기에의 조르주 레미(필명:에르제)가 창조해낸 만화 속 캐릭터 ‘틴틴’은 70년에 걸쳐 24개편의 작품에 등장한다. 이 만화의 컨셉은 자국에서의 영웅담에 덧붙여 세계로 눈을 돌려 기이한 풍물을 접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모험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배운다는 진취적인 것이다. 틴틴은 악당에 맞서, 보물을 찾아 전 세계 곳곳을 누..
제목에 감독 이름을 달고 있는 영화를 기억하는가. <이장호의 외인구단>이 있다. 이현세의 초특급 베스트셀러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을 1986년에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대단하지 않은가. 그런데 실상 작품은 원작만화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공포의 외인구단>은 각기 다양한 사연을 갖고 있는, 요새 말로 하자면 ‘루저’를 긁어모아 만든 ‘특이한 집단’의 이야기이다. 프로야구 경기에 정식으로 올라가기엔 왠진 문..
‘시간은 돈이다’라는 금언이 있다. 유한한 인간의 삶을 충실하고 보람있게 보내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변호사 비용’이나 ‘연예인 행사개런티’는 모두 시간단위로 계산된다. 정말 시간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다면? <트루먼쇼>의 기발한 시나리오와 <가타카> 같은 특이한 SF를 만들었던 앤드류 니콜 감독이 이에 대해 기발한 생각을 한다. 미래에는 모든 가치가 시간으로 환산된다는 것이다. 이때가 되면 의학의 발전인지 인류문명의 진..
베를린 찍고, 부산 찍고, 도쿄 찍고.. 근사한 외관의 ‘영화의 전당’에서 막을 올린 부산국제영화제는 명실상부한 국제적 영화제로 자리매김했다. 국제영화제가 국제영화제다우려면 일단의 상영되는 영화가 국제적이어야할 것이다. 화려한 외관과 개막식 패션 쇼 같은 이벤트가 아니라 영화 그 자체가 경쟁력과 소구력을 가져야할 것이다. 그동안 못 보던 영화, 화제의 영화, 숨은 걸작, 내일을 책임질 감독들의 재기 넘치는 작품들이 골고루 포진되어 영화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