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화리뷰 160

[코다] 반짝이는 박수 소리 (션 헤이더 감독,2021)

[박재환 2022.02.28] ‘코다’는 농인(聾人) 부모 아래서 태어난 자녀(Children Of Deaf Adults)를 일컫는다. ‘반짝이는 박수 소리’와 ‘기억의 전쟁’을 만든 이길보라 감독이 한국 영화계의 대표적 ‘코다’이다. 이길보라 감독이 쓴 책 를 보면 ‘코다’의 처지를 엿볼 수 있다. 이길보라 감독은 태어나면서 줄곧 ‘침묵의 세계(농사회)와 ’소리의 세계‘(청사회) 사이에서 말을 옮기는 것’이 정체성이 되었다고 말한다. 션 헤이더 감독의 영화 [코다]도 그런 인물이 주인공이다. 미국 해안마을에 사는 루비(에밀리아 존스)의 아빠, 엄마, 오빠는 모두 농인이다. 고등학생 루비는 이들 가족의 ‘침묵의 세계’와 ‘소리의 세계’를 연결하는 유일한 존재이다. 매일 새벽 루비는 아빠, 오빠와 함께 작..

미국영화리뷰 2022.05.22

[맥베스의 비극] 애플TV+에서 만나는 코엔 감독의 세익스피어극

세계적인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1606년 무렵에 처음 공연한 ‘맥베스’가 다시 한 번 영화로 만들어졌다. ‘맥베스’라면 적어도 오손 웰즈 버전(1948)부터 최근의 저스트 커젤 감독 버전까지 수도 없이 많이 만들어졌다. ‘맥베스’ 리스트에는 로렌스 올리비에가 그의 (두 번째) 아내 비비안 리와 함께 찍으려고 했던 미완의 ‘맥베스’도 있다. 그 넓고도 깊은 셰익스피어의 바다에 코엔 감독이 뛰어든 것이다. 그동안 형 조엘 코단은 동생 에단 코엔과 함께 ‘블러드 심플’을 시작으로 ‘바톤 핑크’, ‘파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 많은 걸작을 만들었다. 이번 신작 [맥베스]는 조엘 코엔이 동생과의 협력 없이 혼자 작업한 첫 작품이다.이 영화는 작년 9월 뉴욕필름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되었고, 12월 미..

미국영화리뷰 2022.01.24

[킹스맨:퍼스트 에이전트] 영화로 20세기 유럽사 공부하기 (매튜 본 감독,2021)

최근 콘텐츠업계에서 관심을 가질만한 것은 아마도 ‘설강화’일 듯. 역사적 사실/사건을 다루는데 있어서의 창작의 자유, 혹은 한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해묵은 논쟁거리를 던져준다. 여기에 조금이나마 그 한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 최근 개봉되었다. 매튜 본 감독의 흥행 프랜차이즈 ‘킹스맨’의 신작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원제:The King's Man)이다. 물론, 철저한 할리우드 오락물이다. 2015년 개봉된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에서는 세계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영국 런던의 고급 양복점 지하에 아지트를 구축하고 전 세계를 상대로 악당을 처치하는 현대판 비밀조직을 보여준다. CIA나 MI5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것은 국가 차원의 공인기관이 아닌, ‘정의로 뭉친 신사들의 집단’이라는 것..

미국영화리뷰 2022.01.24

[매트릭스 1편] 숟가락으로 매트릭스를 구부리는 방법

영화  1편이 공개된 것은 1999년이었다. [매트릭스 리저렉션]이 개봉되기까지 22년이 걸렸다. 그동안 영화판은 많이 바뀌었다. CG로 구현하는 세상이 훨씬 하이퍼 리얼리티가 되었고, 극장 대신 OTT가 영화팬을 더 끌어들이고 있으며, 와쇼스키 ‘형제’가 사라졌다. [매트릭스 리저렉션] 개봉에 앞서 극장에 잠시 4K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의 [매트릭스]가 개봉되었다. 사실 더 달라진 것도, 더 새로운 것도 없지만, ‘오리지널 매트릭스’ 속으로 들어가 본다. 대도시, ‘하트 오브 더 시티’호텔. 허름한 방 안에서 노트북을 앞에 둔 트리니티(캐인 앤 모스)는 자신을 체포하려온 경찰을 공중 부양하듯이 떠오르더니 회전하며 순식간에 총을 든 경찰들을 압도한다. 그리고 이어 선글라스를 쓴 요원의 추적을 피해 도시..

미국영화리뷰 2022.01.22

[아웃사이더] 스티븐 킹의 수사방식 (웨이브)

스티븐 킹은 할리우드에서 각광받는 인기 작가이다. 그는 SF판타지, 호러, 추리 장르에서 장인의 솜씨를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끊임없이 드라마로, 영화로 만들어진다. ‘캐리’, ‘샤이닝’, ‘미스트’, ‘쇼생크탈출’, ‘그린 마일’, ‘미저리’, ‘그것’, ‘스탠 바이 미’ 등이다. 이들 작품 외에도 “원작이 도대체 어땠기에 이렇게 엉망인가?”싶은 작품 목록도 따로 있을 정도이다. 그런 그의 작품은 이제 OTT(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웨이브에는 ‘아웃사이더’(원제:The Outsider)가 올라와 있다. 스티븐 킹이 2018년 쓴 소설이고, 작년 초 HBO에서 방송되었으니 최신작인 셈. 장르는 범죄드라마이다. 그런데 스티븐 킹 원작답게 단순한 범죄드라마가 아니다.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미국영화리뷰 2022.01.22

[파워 오브 도그] 브로큰하트 마운틴 (제인 캠피온 감독, 넷플릭스)

(스포일러 경고. 자세한 영화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1993년 [피아노]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오스트레일리아의 제인 캠피온 감독이 오랜만에 신작을 내놓았다. 넷플릭스를 통해 12월 1일 공개되는 ‘파워 오브 도그’(원제: The Power of the Dog)이다. 이 영화는 지난 17일부터 일부 극장에서 선 공개 되고 있다. 호주 출신의 여성감독이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남자다움’에 대한 섬세한 접근을 한다. ‘파워 오브 도그’는 초극세사의 소프트함과 카우보이의 와일드함이 우아하게 직조되어 있다. 1925년의 미국은 독립전쟁과 인디언 학살(대량이주)을 끝내고 도시화와 산업화가 시작되던 시기였다. 몬태나는 여전히 서부시대의 향수와 카우보이의 정서가 남아있다. 이곳에서 필(베네딕트 컴버배치)..

미국영화리뷰 2022.01.22

[이터널스] “인간을 만들고, 진화시키고, 마블영화 보게 하고....”

마블의 26번째 슈퍼히어로 무비 [이터널스](원제:Eternals, 클로이 자오 감독)가 이달 초 개봉되었다. 이 영화를 더 재밌게 보려면 ‘가오갤’(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을 다시 보거나, 원작 코믹스를 찾을 필요는 없다. 차라리 ‘단군신화’를 보는 게 나을 듯하다. 하늘의 황제 환인은 항상 인간세상에 뜻을 두고 있는 서자 환웅에게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며 천부인(天符印) 세 개와 함께 삼천 무리를 이끌고 태백산(지금의 묘향산)으로 내려 보낸다. 그곳에서 풍백, 우사, 운사를 거느리고 인간 세계를 교화시키는 것이다. 곰과 호랑이가 등장하고 마늘을 던져주는 것이 이야기가 하이라이트이다. 한국 사람이면 다 아는 이야기이다. 지금으로부터 반만년 전 이야기이다. 미국은 사이즈가 훨씬 큰 신화를 만들었다. ..

미국영화리뷰 2021.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