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방 시스템은 전통적인 맨파워 측면에서 육군, 해군, 공군의 삼군 체제로 이뤄졌다. 물론 해병대와 해안경비대도 있고, 우리에겐 낯선 다른 (준)군사조직도 더 있다. 여기에 지난 연말 트럼프 대통령이 호기롭게 네 번째 군사 전력인 ‘우주군’(USSF)을 창설했다. 미국, 러시아, 중국이 잇달아 레이저 무기를 개발하면서 대기권 밖 ‘스타워즈’가 현실화되자 취한 선택인 것 같다. 때맞춰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페이스 포스’가 공개되었다. 지난 주말 10부작이 한꺼번에 공개된 <스페이스 포스>(Space Force)에서는 점점 현실화 되어가는 미국과 러시아, 혹은 미국과 중국의 최첨단 우주전쟁을 다룰지 관심이 간다. 아뿔싸 주인공이 ‘스티브 커렐’이다. 이제 미국의 우주전략은 그의 손에 달렸다. 기대하시라. “빰 빰~ 빠라빠라밤~”
보스니아 내정 당시 전투기를 몰다 적지에 추락하여 6일 동안 벌레만 잡아먹으며 버틴 것을 굉장한 프라이드로 생각하고 있는 마크 네이드(스티브 커렐)가 공군사령관 킥 그라바스톤을 따돌리고 새로 창설된 미합중국 우주군(USSF)의 첫 번째 대장(별 넷!)이 된다. 그러나, ‘우주군’의 앞길은 창창하기 보다는 막막하기만 하다. 우주선을 쏘아 올리기도 전에 다른 군(육군/해군/공군) 대장들은 한마음으로 풋내기 네이드가 우주군을 말아먹기를 끝없이 기대하고 있으며, 백악관 대통령은 끝없이 트위터로 말도 안 되는 주문을 내놓는다. 천신만고 끝에 콜로라도의 기지에서 우주선이 발사된다. 하지만, 궤도에 들어서자마자 중국위성이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와서는 태양광 패널을 싹둑 잘라버린다. 이제 책임감과 자긍심으로 똘똘 뭉친 미 우주군 사령관 네이드 대장은 지상의 정적들과, 천상의 적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 - 군사적 싸움, 과학적 싸움, 그리고 자존심 싸움-을 펼쳐야한다. 아뿔싸, 집안일도 산더미 같다. 아내는 무슨 일인지 40년형을 선고받아 감옥에 가 있고, 사춘기 딸은 엇나가기 시작한다. 치매 걸린 아버지는 국가적 위기와는 전혀 상관없이 문제를 일으킨다. 이런 총체적 난리통 속에 미합중국 우주군은 살아남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페이스 포스>는 인기 미드인 <오피스>의 스티브 카렐과 그레그 다니엘스(제작자/감독)가 손잡고 만든 작품이라 꽤 큰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게다가 넷플릭스 공개에 맞춰 무려 NASA와 일런 머스크가 시의적절한 우주쇼도 펼쳐주었다.
<스페이스 포스>는 스티브 커렐 출연 코미디답게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전략적으로 배치해놓고, 적절하게 사건 사고를 펑펑 터뜨린다. 스티브 커렐은 새로 창설된 미국 우주군(Space Force)의 첫 번째 사령관(사성장군)을 맡아 온갖 난관을 뚫고 ‘민주적’ 리더십을 빛낸다. 그런 사령관의 주위에는 우주사령부를 지탱하는 특급 조연들이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다. 최고의 전략가이자 참모인 과학연구팀장에는 애드리안 맬로리(존 말코비치)를 위시하여, 트럼프 시대에 걸맞게 반짝이고 뺀질대는 홍보책임자(소셜미디어 담당자) 토니 스카라피두치(벤 슈와츠), 관제소의 챈 박사(지미 O. 양), 사령관 전속 헬기 조종사 안젤라 대위(토니 뉴섬), 부관 브래드(돈 레이크)이다.
이들 군인/군무원과 함께 사령관의 힘이 되어 주거나 골칫거리가 되어 주는 사람들도 즐비하다. 워싱턴에서 잘 지내다가 갑자기 아빠 따라 산골마을로 전학 온 사춘기 딸(다이아나 실버스), 나오자마자 감옥에 가 있는 아내 매기(리사 쿠드로우), 그 아내의 빈 공간에 차근차근 다가오는 민간인 켈리(제시카 클레어) 등이다.
2020년 넷플릭스 <스페이스 포스>에서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실재하고 현존하는’ 미국의 적은 더 이상 러시아가 아니라 중국이라는 사실이다. 기지에 파견 나온 러시아 연락관 유리(알렉스 스패로우)는 더 이상 음흉한 스파이가 아니다. 참, 여덟 번째 에피소드에서 홍콩출신의 과학자 챈과 썸을 타는 안젤라 대위가 함께 펼치는 귀여운 ‘K팝’ 리액션이 눈길을 끈다.
스티브 커렐과 미드 <오피스>의 화려한 전적에 비해 <스페이스 포스>는 고궤도에서 정상적으로 진입하지 못한 심심한 가족드라마 느낌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이 펼치는 굉장한 시사적 적대감과 트럼프로부터 파생된 파장에 비해 너무 한가한 입담과 불꽃놀이 수준의 파괴력을 보여준다.
만약에, 만약에 시즌2가 만들어진다면, 좀 더 파격적이며, 파괴적인, 우주적인 스토리로 전환되기를 기대한다. 마크 네이드 장군이 잘리지 않는다면 말이다. (박재환 202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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