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쉘] 블론디, 뷰티, 브로드캐스팅, 그리고 회장님의 갑질 (제이 로치 감독 Bombshell 2019)

2020. 7. 21. 13:39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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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디어중에 CNN과 함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뉴스채널 ‘폭스뉴스’가 있다.  트럼프 때문에 유명해진 채널인데 앵커들의 뉴스 진행 모습을 보면 우리의 TV뉴스와는 조금 다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차이!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을 보면 조금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미국의 메이저 뉴스 네트워크의 적나라한 모습을 말이다. 

오래 전 <오스틴 파워>와 <미트 페어런츠> 시리즈로 코미디에 일가견을 보여준 제이 로치 감독은 언젠가부터 정치적 코미디, 풍자극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제목만 봐도 느낌이 확 오는 <게임 체인지>, <선거캠페인>, <트럼보>, <백악관을 무너뜨린 사나이>에 이어 내놓은 작품이 바로 이 영화 <밤쉘>이다. 한국에서는 친절하게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이라고 부연 설명한 제목을 달았다. 

트럼프를 권좌에서 물러나게 만드는 정의의 뉴스 기자를 이야기 하는 것일까? 대통령의 여자문제를 터뜨리는 것일까? CNN에 맞서 미국 보수주의 기치를 주창하는 폭스뉴스 채널의 방송 앵커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채널 회장님의 ‘성추행’, ‘갑질’ 범죄행각을 드라마틱하게, 저널리스틱하게 담고 있다. 

 영화는 폭스뉴스에서 실제 일어났던 일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폭스뉴스의 로저 에일스 회장(존 리스고)은 앵커 자리를 걸고 유망한 여성들을 성적으로 이용했단다. 그것도 오랫동안, 여러 사람에게. “앵커 자리를 맡길 테니, 내 말 잘 들어라”고. 미국 최대 방송사 폭스의 CEO이자, 역대 미국 대통령과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온 이 사람 앞에서 그들이 어떻게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지 보여준다.

 “내게 충성심을 보여줘”, “어떻게 할지는 알아서”

로저 에일스 회장에게 맞서는 첫 번째 인물은 그레첸 칼슨(니콜 키드먼)이다. 미스 아메리카 출신의 그레첸은 CBS를 그쳐 2005년부터 폭스 뉴스에서 일하며 메인 뉴스 진행자로 활약해 왔다. 그녀가 어느날 갑자기, 오래된 비리를 터뜨린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밤쉘’ 사건이 터졌다. 미국의 경우는 어떻게 진행될까. 변호사 천국에서 말이다. 폭스뉴스의 물주는 그 유명한 루퍼트 머독이다. 머독은 산하에 수많은 방송사와 신문사와 영화사를 갖고 있다.(영화사는 작년 디즈니에 넘겼다) 머독은 신문기자를 거쳐 신문사를 경영했고, 오늘날의 미디어왕국을 건설한 타이쿤이다. 그는 로저 에일스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고, 이런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하는지 꿰뚫고 있다. 

 영화는 시니컬하게, 직선적으로 사건을 보여준다. 그레첸 칼슨이 쏘아올린 신호탄을 시작으로 “나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자가 잇달아 등장한다. 그중에는 메긴 켈리(샤를리즈 테론)도 있다. 2004년부터 2017년까지 폭스뉴스에서 메인 뉴스 프로그램 앵커를 맡은 능력 있고, 인기 있는 진행자이다. 

 로저 에일스 회장은 그런 일 없다고 발뺌한다. 그 후 이야기는 참모와 변호사들, 그리고 머독 패밀리가 등장하여 돈과 권력의 막후게임을 펼친다. 저널리즘의 우아함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이다. 물론, 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나고 머독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으로 어떻게 일이 마무리 되었는지 보여준다. 폭스 측은 23명의 피해여성에게 5천만 달러를 지급하는 것으로 일단락 짓는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폭스는 물러나는 회장에게 퇴직금(보상금)으로 6천 5백만 달러를 지불했다고 한다. 세상에!

그들의 뒷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메긴 켈리는 계속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메긴은 폭스뉴스를 떠나 곧바로 CBS로 자리를 옮긴다. 메인 뉴스 진행을 맡았지만 시청률이 예전 같지 않다. 게다가 설화에 휩쓸린다. 이른바 ‘블랙페이스’ 논란을 일으킨 것이다. 미국사회의 역린을 건들린 셈이다. 메긴 켈리는 다음날 울먹이며 사과방송을 했지만 결국 NBC를 떠나야했다. 남은 계약기간의 연봉 3000만 달러는 받고서 말이다. 

폭스뉴스의 로저 에일스 회장을 고소한 그레첸 켈리는 미스 아메리카 출신에, 스탠포드 대학을 나온 인물이다. 지역 방송사 리포터를 거쳐 CBS에 합류했고, 폭스뉴스의 진행자로 맹활약하다가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버린다. 그레첸 칼슨은 폭스와 2천만 달러로 합의했단다. 이후 미투운동과 여성인권운동의 일선에 선다.

로저 에일스 회장은? 2016년 7월, 폭스를 불명예스럽게 떠났지만 트럼프의 대선 캠프에 합류해서 TV토론을 도와주었단다. 닉슨, 레이건, 부시에 이어 ‘대통령 트럼프’를 세우며 ‘보수적 가치’를 설파한 그는 2017년 혈우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머독의 손아귀에 있는 폭스뉴스의 현재 CEO자리는 수잔 스콧이 차지했다. 메이저 TV뉴스네트워크의 첫 번째 여성CEO란다. 영화사 20세기폭스사를 디즈니에 70조원에 파는 결정을 내린 루퍼트 머독은 올해 아흔 살이다. 그의 두 아들은 왕국의 미래를 두고 경쟁 중이다.

 마고 로비가 연기한 케일라라는 인물은 이 영화를 위해 창조해낸 캐릭터이다. 그녀가 로저 에일스 회장 앞에서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 스커트를 올리는 장면을 찍기 위해 제이 로치 감독은 여러 대의 카메라를 동원해서 다양한 앵글에서 단 한 번에 끝냈단다. 마고 로비의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서였단다. 

‘밤쉘’을 볼 사람은 많다. 방송국 관계자들, 특별한 시청의 사람들, 그리고 세상의 갑질하는 사람들과 그 잠재적 피해자들. 이 영화를 본 피해당사자들은 “사실은 더 심했다”고 평했다. 메긴 켈리는 극중에서 케일라가 켈리를 비난하는 장면과 관련하여 이런 말도 했다. “이 영화는 남자들이 각본을 쓴 것”이라며 ‘피해자를 비난하는’ 속성에 대해 비난했다. 영화를 보면 피해자의 주장을 외면하고, 가해자를 동정하고, 편을 드는 모습을 보게 된다. ‘피해자를 비난’하는 것은 결국 무엇을 의미할까. 이 점은 새겨들어야할 것 같다. 2020년 7월 8일 개봉 15세관람가  (박재환 202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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