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론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에는 인류역사에 오랫동안 존재해온 성적 취향에 대한 간절한 종교적 치료법이 등장한다. 물론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그다지 효과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미국 청소년’ 카메론 포스트가 동성에 끌려 키스를 하게 되고, 그 현장이 발각되어 특별한 기관에서 정신적 치료를 받게 된다. 독실한 기독교에서 개설한 ‘캠프’에 입소하여 같은 증세의 아이들과 함께 열심히 회개하고, 기도하고, 간증하면 새로운 삶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가능할까? 아니 가당키나 한 일인가.
영화는 우리나라에 <사라지지 않는 여름>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에밀리 M. 댄포스의 소설이 원작이다. 소설은 열두 살 캐머런부터 따라간다. 캐머런은 소꿉친구 아이린과 장난스런 키스한다. 그리고 소녀는 성장을 한다. 10대 청소년의 흔들리는 성(性)정체성이 제도권 학교와 종교라는 권위의 왕국에서 어떻게 보호받거나 침해받는지를 꼼꼼하게 관찰한다. 디자이리 아카반 감독은 소설의 후반부 이야기를 영화로 옮긴다. 17살 캐머런(클로이 모레츠)이 어느 날 밤, 차 뒷좌석에서 우정 이상의 감정을 나누던 동성친구 콜리와 뜨거운 키스를 나누는 현장이 들통 나면서 동성애 치료센터인 ‘하나님의 언약'이라는 캠프에 강제로 입소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는 청소년의 성 정체성, 동성애 문제를 다룬다. 그것이 정상/비정상인지, 혹은 처벌/교정의 대상인지 이야기 하려는 것은 아니다. 누가 봐도, 잘못된 방식의 접근이니 말이다. 실제 이러한 치료센터는 전문가의 친절한 심리상담이 우선 있어야겠지만 영화에서 만나게 되는 치유의 모습은 하느님의 영광을 열정적으로 찬양하는 목사님과 히스테리 가득한 사감 같은 그의 누이일 뿐이다.
카메론 포스트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언약’ 캠프에 입소한 청소년들이 목사가 바라는 대로 올바르게 교화되거나 교정되었다고는 기대되지 않는다. 만약 그게 가능한 일이라면 <시계태엽 오렌지>의 루도비코 실험 같은 과격한 물리적 치료법이나 화학적 수단이 더 필요할 것이다. 애시당초 말이 안 되는 접근법이었기에 캠프에 입소한 어린 양의 갈 길은 정해진 듯하다. 목사님의 기도의 힘이 부족했다거나, 그들에 의지가 박약해서는 아닐 것이다. 만에 하나 그들이 마치, 완전히 치유된 듯, 어쩌면 처음부터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고 여긴다면, 그래서 치료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 빙산’이 다 녹아버린 듯 믿게 된다면 그것은 어쩌면 비극의 유예일 뿐인지 모른다.
클로이 모레츠의 연기는 빛난다. 어린 나이에 자신을 덮친 불운과 불안, 이해할 수 없는 공간에서 맞닥치는 억압과 부조리는 ‘카메론 포스트’의 선택을 합리화 시킨다.
이데올로기처럼, 인간의 성적 취향을 재단하려는 열정적이면서도 기발한 노력들이 어떤 결과를 이끌지는 모르겠지만 카메론 포스트와 그 친구들의 결정은 개인의 의지와 존엄성이 합치한 지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듯하다. (박재환 202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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