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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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지] 도끼살인의 재구성 (크레이그 맥닐 감독 Lizzie, 2018)
1892년 무더웠던 8월 4일, 바다 건너 미국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매사추세츠의 폴 리버에 사는 부유한 기업가/금융가인 앤드류 보든과 그의 아내 애비 보든이 집안에서 잔인하게 살해당한 것이다. 당시 그 집에는 작은 딸 리지 보든과 하녀 매기가 있었다. 큰딸 엠마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외출 중이었다. 보든 부부는 도끼로 수십 차례 가격을 당한 끔찍한 상태였다. 경찰은 수사에 나섰고, 뜻밖에도 딸 ‘리지’를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한다. 그리고 재판이 시작되었지만, 평의 결과 무죄로 풀려난다. 당시 재판에서는 그런 교양 넘치는 집안의 규수가 그렇게 잔인한 살인을 저지를 수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리지 보든 사건’은 그날 이후 미국의 또 다른 전설이 되었다. 과연 1892년의 미국 양가집..
2019.02.10 -
[그린북] “백인이 운전수고, 흑인이 피아니스트라고?”
톰 행크스가 출연한 영화 에서 ‘달리기만 잘하던’ 그가 체육특기생으로 대학에 진학한다. 그가 캠퍼스에서 마주친 첫 장면은 ‘흑인’ 학생의 등록을 두고 주지사와 미국 정부가 대치하는 역사적인 장면이었다. 1963년 6월 11일 알라바마 대학에서 벌어진 일이다. 당시 주지사는 흑인에 대한 차별정책을 지지했고 워싱턴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어떤 수단을 사용해서라도 차별정책을 무산시키려할 때이다. 마틴 루터 킹이 워싱턴 행진을 할 때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명연설을 한 것도 이 해이다. 이런 류의 영화에서 걸작 소리를 듣는 에서 사건 해결을 위해 미시시피로 간 흑인 형사 시드니 포이티어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것도 이 즈음의 일이다. 이미 수많은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그 당시 미국 땅에서 ‘..
2019.02.10 -
[미성년] 기차를 놓치다 (이경섭 감독 Miss The Train, 2014)
[KBS독립영화관 2019년 1월 25일 방송분리뷰] 오늘 밤(2019.1.25) KBS 1TV 을 주목하시길. 오늘 방송되는 영화는 이경섭 감독의 이란 작품이다. 아직 ‘성년’이 되지 못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감독은 영어제목을 특이하게도 ‘Miss The Train’(기차를 놓치다)로 정했다. 왜 그랬을까. 제목부터 궁금해지는 영화이다. ‘미성년’의 첫 장면은 여주인공 소진(박주희)이 엄마(박소연)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다. 무당인 엄마는 딸이 자신의 뒤를 이어 무당이 되기를 원하지만 딸은 그럴 마음이 전혀 없다. 얼마 뒤 엄마가 죽은 뒤 소진은 이제 엄마의 숨결과 흔적이 남은, 퇴락한 시골집을 영원히 떠날 채비를 한다. 기차를 놓친 뒤 집에 돌아오니 웬 남자(정희태)가 다짜고짜 자신의 잃어버..
2019.02.10 -
[가버나움] ‘반딧불의 묘’와 '하비비’가 만난다면 (나딘 라바키 감독 Capharnaum, Capernaum, 2018)
영화가 한 국가의, 사람 사는 세상의 어두운 면을 비추는 경우가 많다. 지켜보는 사람이 괴로울 정도로. 1999년 우리나라가 IMF의 수렁에 빠져 온 국민이 고통에 허덕일 때 우리나라 영화로는 처음으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작품이 나왔다. 경사스런 일이었지만 수상작 의 내용은 이랬다. IMF 실직자 가장은 가족과 함께 차를 타고 바다를 찾는다. 온 가족은 함께 자살을 한다는 내용. 당시 한 신문은 기사에서 “국민에게 힘을 주어야할 때 이런 영화가 나온 것이 유감”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지난 2009년, 가 아카데미를 휩쓸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원작소설(Q&A)을 쓴 비카스 스와루프는 현직 인도 외교관이었다. 인도의 어두운 면을 썼다고 비난을 받기도 했다. (원작자보다는 영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2019.02.10 -
[졸업| “졸업은 했건만…” (허지예 감독 Graduation, 2018)
[KBS독립영화관 2019년 2월 8일 방송분 리뷰] 오늘밤(2019.2.8) KBS 1TV 시간에는 허지예 감독의 이 영화팬을 찾는다. 졸업시즌에, 취준생에게, 청춘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독립영화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한껏 정장을 차려입고, 굽 높은 구두를 신은 해랑이 모습을 보여준다. 오늘은 대학 졸업사진을 찍는 날. 캠퍼스에서 예쁜 표정으로 마지막 청춘의 한 컷을 남기고는 졸업동기들과 호프에서 맥주를 마신다. 졸업은 하지만 다들 우울하다. 앞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말이다. 어려서부터 엄마와 둘이 살아온 해랑은 아직 한 학기가 남아 있다. 그런데 엄마는 직장을 그만 두시고 고향으로 간단다. 갑작스럽게 ‘독립’하게된 해랑은 나름 열심히, 밝은 미래를 그린다. 커피숍 아르바이트도 하고, 전공을 살려 촬영..
2019.02.10 -
[극한직업] 닭치고 수원왕갈비통닭 (이병헌 감독,2019)
충무로 최고 연기파 배우 이병헌과 이름이 같은 영화감독 ‘이병헌’은 (상업영화) 데뷔작 과 두 번째 작품 때에도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펼쳐야했다. 어쩔 수 없는, 후발주자(?)의 핸디캡이리라. 그의 세 번째 작품 을 계기로 조금은 나아지겠지. 영화 은 맛깔나는 말맛(대사 톤)을 잘 살린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이병헌 감독이 작심하고 코믹하게 시나리오를 완성시킨 작품이다. 근데, 이상하게 말맛보다는 닭맛이 더 궁금해진다. 마포경찰서 마약반 형사들은 지금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마약전달 중간책 체포작전에서 엄청난 허점을 노출하며 서장(김의성)으로부터 “너네들 자꾸 이러면 해체시키겠어!”라는 최후통첩을 받은 상태. 게다가 강력반은 승승장구 중이다. 마약반 반장 류승룡과 이하늬, 이동휘, 진선규, 공명은 이제 목숨..
2019.02.01 -
인랑, “외로운 늑대 따뜻한 인간”
[리뷰] 인랑, “외로운 늑대 따뜻한 인간”2018-07-30 10:35:52 ‘코미디’에서 ‘잔혹스릴러’까지 충무로의 장르대가 김지운 감독이 선택한 신작은 일본 애니메이션 의 실사영화 프로젝트이다. 은 의 오시이 마모루가 창조해낸 ‘대체역사’ 액션물이다.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 등 몇 편의 연작물로 만들어진 ‘인랑’이야기는 이번에 충무로에서 실사영화로 완성된 것이다. 일본 원작(오키우라 히로유키 감독 애니메이션,1999년)의 경우는 1960년대가 시대적 배경이다. 독특한 대체역사를 다룬다. 2차 세계대전에 미국은 참전하지 않았었고, 독일이 일본에 핵무기를 떨어뜨렸고, 일본은 독일의 식민지 지배를 받다가 독립한다. 이후 경제성장 과정에서 과격시위가 일상화되고, 이를 막기 위한 정부 내 권력기간-경찰,공안,..
2018.07.30 -
김지운 감독 “트라우마를 딛고, 벽을 깨고” (영화 '인랑' 인터뷰)
[인터뷰] 김지운 감독 “트라우마를 딛고, 벽을 깨고”2018-07-30 10:38:23 지금 봐도 ‘신박한 코믹호러’ (1998)으로 감독 데뷔를 한 김지운 감독은 코미디 , 느와르 , 만주벌판을 배경으로한 서부극 , 친일파처단 역사스릴러 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작품에서 대가의 솜씨를 선보이며 다양한 장르에서 실력발휘를 할 줄 아는 충무로 대표감독으로 자리 잡았다.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아놀드 슈왈츠네거의 할리우드 액션물 도 있다. 그의 신작은 오시이 마모루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대단한 숭배를 받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한국에서 실사영화로 다시 만든다는 것은 위험부담이 꽤 큰 작업임에 분명하다. 개봉 후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감독은 인터뷰 쉬는 시간에 핸드폰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2018.07.30 -
한효주 “난 멜로라고 생각한다” (영화 '인랑' 인터뷰)
[인터뷰] 한효주 “난 멜로라고 생각한다”2018-07-30 10:40:34 미녀배우 한효주가 김지운 감독의 에 출연한다? 원작 재패니메이션을 생각한다면 ‘빨간망토의 언니’ 캐릭터를 연기할 한효주가 잘 연상되지 않는다. 그런데, 강동원의 파워 슈트가 전해주는 SF이미지와 대비하여 물망울 같은 이윤희의 잔상이 의외로 오래 간다. 한효주를 만나 원작 ‘인랑’과는 달리, 권력기관간의 암투에서 살아남은 뒷이야기를 물어보았다. 한효주는 자신이 연기한 이윤희를 시대의 희생양으로 설명한다. “흔들릴 수밖에 없는 혼돈의 시대에서 몸부림치는 존재이다. 아픈 동생이 있고, 어떻게든 살아야겠고 그러기 위해 ‘섹터’라는 곳에 들어간 인물이다. 뚜렷한 신념을 가진 인물이라기보다는 어떻게든 살려는 의지가 강했던 것 인물이다.” ..
2018.07.30 -
[동성서취] 원스어폰어타임 인 홍콩(射雕英雄传之东成西就,1993)
왕가위 감독이 최근 환갑을 맞았다. 지난 2016년 영국 BBC가 전 세계 영화평론가의 투표를 거쳐 선정한 ‘21세기 가장 위대한 영화 100편’ 중 왕가위 감독의 가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에 이어 2위에 랭크되었다. 왕가위 감독은 하바드 대학에서 명예 문학박사 학위도 받았다. 여하튼 왕가위는 대단한 감독이다. 그 왕가위 감독의 작품 목록 중에 특히 눈에 띄는 작품이 있으니 바로 ‘동사서독’과 ‘동성서취’이다. ‘동사서독’은 왕가위가 메가폰을 잡고 칸까지 진출했던 작품이며, ‘동성서취’는 그의 친구인 유진위가 감독을 맡고 왕가위는 제작을 맡아 ‘갈 데까지 갔던’ 작품이다. 이 두 작품은 그야말로 대단한 히스토리를 가졌다. 지금은 그 이름의 위대함을 제대로 이해할지 모르겠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기라성 같은..
2018.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