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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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스터 초치] 쇼핑 백 속의 갓난아기 (개빈 후드 감독 Tsotsi 2006)
지난(2006년) 3월 열린 78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작품이 국내에 개봉된다. 올 아카데미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이 출품되었지만 수상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라는 영화에 돌아갔다. 남아공? 흑인들의 땅 ‘아프리카’이지만 오랫동안 서구 백인들의 식민지로, ‘아파르트헤이트’ 백인들의 지배하에 있던 이 나라는 ‘만델라’가 상징하는 아프리칸 들의 자유와 민주의 상징이 되었다. 그런데 실제 남아공의 모습은 어떨까. 대도시에는 현대식 초고층 건물이 있지만 그 구역을 벗어나면 빈곤과 폭력이 난무하는 흑인들만의 빈민가가 존재하고 있다. 는 그러한 남아공의 현실을 담고 있다. 이 영화는 남아공의 인종차별 문제를 작품에 담아온 작가 아솔 푸거드의 동명소설을 영화로 옮긴 것이다. 주인공 ‘초치’는 오늘도..
2019.07.28 -
[눈보라 체이스]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 (양윤옥 옮김, 소미미디어)
일본 추리소설의 대가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가 돌아왔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내놓은 듯한 겨울시즌 맞춤형 소설 (양윤옥 옭김, 367쪽, 소미미디어)이다. 실제 스노보드를 즐기는 겨울스포츠 마니아로 알려진 히가시노 게이고가 과 에 이어 내놓은 이른바 ‘설산(雪山)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이다. 취업을 앞둔 평범한 대학생 와키사카 다쓰미는 스노보드 매니아. 이날도 신게스 고원의 설산을 찾아 활주금지구역의 비밀스런 포인트에서 자기만의 스노보딩을 즐긴다. 아무도 밟아보지 않은 파우더 스노우를 활강하는 매력은 아는 사람만 아는 법. 그런데, 아무도 찾지 않을 것 같은 그곳에 한 여자가 있었다. 셀카를 찍으려는 그녀를 위해 사진을 찍어준다. 그녀가 남긴 말은 “내 홈그라운드 사토자와야!”라는 말뿐. 그리..
2019.07.28 -
[불능몰유니] 아빠와 딸 不能沒有你
지난달(2009년 11월), 대만에서는 46회 금마장 영화시상식이 열렸다. 금마장은 홍콩의 금상장과 함께 중국어권에서는 양대 영화제로 손꼽힌다. 근래 들어 두 영화제 모두 중국, 홍콩, 대만에서 만들어진 영화들이 경쟁을 벌인다. 알다시피 대만은 후효현과 양덕창 외에는 뚜렷한 스타급 영화감독이 없는지라 대만에서 열리는 이 영화제가 남 좋은 일만 시킨다는 비아냥거림을 받을 정도로 외지(중국 혹은 홍콩)영화인의 잔치판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대만영화계도 조금씩 자기들 생존방식을 모색하고 있고 해마다 깜짝 놀랄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작년에는 해각7호>라는 초특급 흥행 작품을 만들어내더니 올해에는 불능몰유니>라는 작은 작품으로 대만영화계의 만만찮은 생존본능을 보여주고 있다. ‘불능몰유니’(不能沒有你)의 뜻은..
2019.07.26 -
[스피드 4초] 사격왕, 연쇄경찰살인마 장국영 (鎗王,2000)
(박재환 2004.1.12.) 작년(03년) 4월, 홍콩의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中環文華東方酒店) 24층에서 차갑고 딱딱한 아스팔트 도로 위로 뛰어내려 삶을 마감한 장국영이 죽기 3년 전에 찍은 (창왕)란 작품은 그를 아끼는 팬들에겐 정말 끔찍한 영화라 아니할 수 없다. 스스로의 고뇌를 견디다 못해 극한적 행동에 나서는 극중 주인공의 연기는 에서의 장국영보다 더 가슴이 아프다. 영화의 원제목은 이며 영어 제목은 ‘더블 탭’, 혹은 ‘CONFUSION OF MIND’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라는 타이틀로 비디오로 출시되긴 하였다. 이 영화의 제작자 이동승과 감독 나지량은 장국영과 함께 이미 를 만든 적이 있다. (그리고 장국영의 유작 도 함께 작업했다.) ‘더블 탭’이란 사격대회에서 일반인은 거의 인지할 수 ..
2019.07.25 -
[나랏말싸미] 영화가 정설과 달라 서로 사맛디 아니할새 (조철현 감독 2019)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인물,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필연적으로 ‘역사왜곡’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오랫동안 ‘한글창제’와 관련된 신화 가운데 하나는 집현전에서 밤새 연구하다 잠이 든 정인지에게 세종이 곤룡포를 덮어주었다는 것이다. 이 장면은 이야기에서 소설로 전승되면서 ‘애민의 상징 세종, 고뇌의 결과물 한글’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데 일조했다. 그런데, 한글이 집현전에서 만들어지지 않았고, 세종의 힘이 아니었다면? 하늘에서 떨어졌나? UFO를 타고 온 외계인이 전해주었나? 조철현 감독은 ‘한글 창제설’에 얽힌 많은 버전 중에 신미대사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불러낸다. 영화에서 거듭 나오는 말이 고려는 불교 때문에 망했고, 조선은 반면교사로 삼아 유교를 숭상하고, 명을 받들어 천세만세 살..
2019.07.25 -
연극 <오이디푸스> 황정민, 제 눈을 찌르다
연극 오이디푸스 공연:2019/01/29 ~ 02/24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출연: 황정민, 배해선, 남명렬, 최수형, 박은석, 정은혜 연출:서재형 제작:샘컴퍼니 (박재환 2019.02.11) 호머(호메로스)작품이나 그 옛날 희랍문화에 대해선 몇 편의 영화로 조금은 알고 있다. 에게해(海) 근처에 산재해 있던 당시 도시국가들이 힘을 합쳐 페르시아 세력을 꺾었고, 곧이어 그 유명한 스파르타가 아테네를 접수한다. 그 때까지 이곳은 당대 최고의 문명을 자랑했고, 지금까지도 전해오는 최고수준의 문화를 향유하였다. 어떤 문화? 높은 언덕에 위치한 아크로폴리스의 야외극장 디오니소스에서 형식적으로 최상의 수준에 다다른 연극을 아테네 시민이 맘껏 즐겼다. 옛 기록과 유적을 통해 이 근사한 공연장에서는 수많은 명작들..
2019.02.11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박재환 2018.08.13) 노인복지정책을 다룬 듯한 느낌을 주는 제목의 영화 (No Country For Old Men)는 가슴이 서늘해지는 스릴러이다. , 등 묵직한 독서감을 안겨주는 코맥 매카시의 소설을 , , , 등을 만든 에단 코엔/ 조엘 코엔 형제가 영화로 만들었다. 2006년 개봉된 이 영화는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남우조연상(하비에르 바르뎀),각색상을 수상했다. 오랜만에 다시 극장에서 재개봉되어 영화팬을 찾고 있다. 그 동안 코엔 형제는 더 거장이 되었고, 이 영화에 나왔던 죠슈 브롤린은 마블 영화 속 최강자가 되었다.영화는 미국 텍사스 시골마을 보안관 벨(토미 리 존스)이 직면한 일련의 살인사건을 다룬다. 마약 밀거래 현장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마약을 팔던 놈과 사는 놈이 서로에게..
2019.02.11 -
[산나물처녀] 순심과 달래, 찰스와 리처드 (김초희 2016)
(박재환 2018.08.13)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에 수십 개의 국제영화제가 사시사철 열리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만 있는게 아니다. 9월엔 울산광역시 울주군의 영남알프스에서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열릴 예정이다. 올해로 3회째. 장르적 특성을 보여주는 영화제이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 맞춰 KBS 시간에서는 영화제가 제작지원을 한 세 편의 독립영화를 소개한다. (김초희 감독), (최진영 감독), (김준성 감독)이다. 김초희 감독의 는 우리나라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순심(윤여정)은 미지의 행성에서 온 70세 노처녀. 짝을 찾아 지금 막 지구에 도착한 것이다. 그가 도착한 곳은 ‘남자’라고는 코빼기도 안 보이는 숲속. 순심은 혼자 나물을 켜고 있는 달래(정유미..
2019.02.11 -
[공작] 롤렉스와 호연지기 (윤종빈 감독 The Spy Gone North, 2018)
(박재환 2018.08.13) ‘블랙리스트’ 정권을 지나자마자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류의 영화가 쏟아지고 있다. 윤종빈 감독의 도 그 중의 하나이다. ‘공작’은 YS정권 시절에 있었던 대북스파이활동을 다룬 작품이다. 정확히는 1993년, ‘북핵위기’가 고조될 때이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둘러싸고 의문스런 행보를 이어간다.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탈퇴를 선언하면서 클린턴은 이른바 외과수술식 폭격도 불사하겠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올 때이다. 당시 YS정권의 안기부(국정원 전신)에서는 이 엄중한 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왔는지 은 흥미진진하게 전해준다. 영화는 당시 중국에서 활동한 한 안기부 요원의 활약상을 저본으로 삼는다. ‘박채서’란 인물이다. 정보사 요원이었던 그는 안기부..
2019.02.11 -
[뼈] 1949년 4월의 제주도 (최진영 감독,2017)
(박재환 2018.08.14) 올해는 제주도 4.3항쟁 70주년 되는 해이다. 광복의 길목에서 제주도는 비극의 섬이 되어버렸다. 당시 수많은 제주도민이 어이없게도 국군과 경찰의 손에 학살당했다. 아직도 구천을 떠돌고 있을 영혼들. 제주 4.3항쟁과 그 무고한 희생자를 다룬 영화가 띄엄띄엄 만들어지고 있다. 최진영 감독의 단편영화 도 그런 작품의 하나이다. 할아버지 이장(移葬) 문제로 제주에 내려온 동희(류선영)는 선배의 부탁으로 마침 일본에서 제주도로 온 하루코 할머니(이영원)를 모시게 된다. 하루코 할머니는 어머니의 유골을 옛 고향 산천에 모실 생각이다. 동희는 잠시 주저하더니 곧 하루코 할머니를 따라 산으로 오른다. 산에서 할머니로부터 옛날이야기를 듣게 된다. 1949년의 제주도의 그 산에서 있었던 ..
2019.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