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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칙이의 내일은 챔피언] 심형래의 권투영화 (전유성 감독 칙칙이의 내일은 챰피온 1991)
내 세대는 확실히 심형래 세대는 아니다. 차라리 배삼룡 세대라고 해야 맞다. 아마 그러면 난 영원히 흑백TV의 노스탤지어에 빠진 노년층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심형래는 1980년대 중반 아니면 말경에 KBS 개그맨 공채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는 KBS의 간판 코미디 프로에서 임하룡 등과 함께 수많은 코믹 캐릭터를 창조해 내었다. 그가 [용가리] 만들기 전에 바로 이런 수많은 캐릭터를 스크린에 옮겨놓았다. 바로 그 중의 하나가 '칙칙이'라는 캐릭터다. 아마 임하룡이 권투 도장의 코치를 맡았고 양종철이 맨날 그 주위에서 얼쩡대는 사람으로 나왔을 것이다. 자료를 보니 이 작품은 1991년에 여름방학 때 개봉된 것으로 나와 있다. 물론, 나는 비디오로 보았고 말이다. 영화의 완전한 제목은 [칙칙이의 ..
2019.07.30 -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배창호 감독 The Winter Of The Year Was Warm, 1984)
(박재환 1988) 난 한때 배창호의 지독한 팬이었다. 그게 아마도 안녕하세요 하느님>까지였을 것이다. 그의 데뷔작 꼬방동네 사람들>을 어린 나이에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물론 남아있는 기억이야 김보연이랑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남자랑 키스할 때 우산으로 카메라 앞을 탁 가리는 재기발랄한 장면과 공옥진 여사의 춤추던 장면만이 단편적으로 떠오를 뿐이지만 말이다. 당시 국산영화진흥책의 일환으로 ‘우수영화’란 것을 만드는 제작사에게는 외국영화 수입권이 주어졌다. 그래서 보지도 않을 영화들-반공영화나 문예물 같은-이 ‘우수영화’란 명목으로 만들어졌다. 배창호가 만든 그러한 ‘우수영화’는 현대 정주영의 쥬베일항 신화를 영화화한 철인들>이란 게 있다. 배창호는 물론 그러한 자신의 감독 데뷔작 전에 이..
2019.07.30 -
[스케이트] 그해 겨울 가장 조용했던 빙판 (조은령 감독,1998)
(2003년 4월) 아침에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조은령 감독이 뇌진탕으로 사망했다는 기사입니다. 서른 한살이라는 정말 젊은 나이랍니다. 명복을 빕니다. 이전에 쓴 조은령 감독님의 리뷰. (**1998년 11월에 쓴 글입니다**) 먼저 줄거리부터 소개한다. 보영이는 어느날 얼음을 지치려 빙판으로 간다. 원래 같이 가기로 한 친구 경희는 "울 엄마가 못 가게 하는데 어떡해. 공부하래..." 그래서 보영이는 혼자 얼어붙은 강물에서 스케이팅 한다. 혼자 하니 재미없지. 그래서. 소녀는 주섬주섬 챙겨 집으로 갈까 하는데 한 소년을 발견한다. 소녀는 놀래서 뒤로 넘어지고, 소년이 다가와서 일으켜 세우려 한다. 보영이가 순간 당황하고 경계의 눈빛을 보이는 것은 당연. 소년은 갑자기 하얀 눈이 덮인 땅바닥에..
2019.07.30 -
[모넬라] 여자는 충동한다? (틴토 브라스 감독, Monella 1998)
이 영화를 보면서 컴퓨터그래픽의 발전을 실감한다. 이전에 란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될 때는 신체 특정부위가 노출되는 장면에서는 전체 장면을 삭제하는 대신 이른바 ‘보카시’(ぼかし) 처리가 되었다. 이 영화는 그런 장면이 많다보니 영화상영 내내 특정 신체부분을 가린 하트가 따라 다닌다. 이 영화의 수입가가 5만 달러로 저가 상품에 해당한다. 그런데 극장에 내걸 때 그러한 특수처리-컴퓨터그래픽 작업에 또 그만큼 돈을 썼다고 한다. 로라는 곧 빵집 청년 타마소와 결혼할 여자이다. 영화가 처음 시작되면 이 로라가 자전거로 마을을 휘젓는 것을 보여준다. 바람에 치마가 나풀거리며 속옷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런 것으로 다 가리기에는 어림도 없을 만큼 엄청난 엉덩이와 치부를 적나라하게 내보여준다. 이 엄청난 도입부 ..
2019.07.30 -
[숨은 요새의 세 악인] 구로사와 아키라의 ‘장작의 제왕’
(박재환 2004/5/11) 지난달에 서울 시네마떼크에서는 【구로사와 아키라(黒澤明) 회고전】이 열렸다. 거장 중의 거장인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작품 중 [주정뱅이 천사], [들개], [이키루], [7인의 사무라이], [거미집의 성], [숨은 요새의 세 악인[, [천국과 지옥] 등 모두 15편이 상영되었다. 낡은 비디오나 DVD로만 볼 수 있었던 이들 작품을 대형 스크린의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가. 하지만 이번 기회도 놓치고 말았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1958년도 작품 [숨은 요새의 세 악인]의 일본어 제목은 ‘隱し砦の三惡人’이다. ‘요새’라고 하면 기병대가 등장하는 서부극이나 잔다르크가 활동하던 중세의 육중한 성탑과 성곽을 떠올릴지 모르겠지만 일본 전국시대(서기 1500년경..
2019.07.30 -
[그 남자 흉포하다] 나쁜 경찰 (기타노 다케시 감독 その男,凶暴につき 1989)
(박재환 1999) 그 남자가 흉폭하다는 것을 관객에게 인지시키는 데는 10분이면 족했다. 10대 청소년 불량배를 두들겨 패는 장면에서 이 좌충우돌 목숨 내놓고 사는 듯한 경찰에게 맛이 가 버린다. 그리고 마약거래에서 이루어진 난도질 장면에서 이 영화가 동경식 느와르란 것을 눈치 채게 된다. 아즈마 형사는 ‘똘아이’이다. 동생이랑 놀아난 놈팽이의 머리를 때리고 걷어차고 하는 장면에서 이 사람의 심리상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경찰이 그런다. “아즈마 선배는 실수로 꼬마앨 쏜 적이 있어.. ” 그러자 아즈마 형사가 한 소리는 “조준해서 쏜 거였어” 이 영화는 우선 일본 경찰의 폭력성에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물론 영화이니까. 하지만 에서 경찰의 폭력 씬을 본지라 일본에선, 영화에서 경찰을 아주 무..
2019.07.30 -
[수라 유키히메] ‘킬 빌’의 원형 일본영화 (후지타 토시야 감독 修羅雪姫, Lady Snowblood ,1973)
(박재환 2004/6/7) 쿠엔틴 타란티노는 비디오샵에서 한동안 했다고 한다. 얼마나 큰 비디오 가게에서 얼마나 오랜 세월을 일했는지 모르겠지만 타란티노 감독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비디오를 섭렵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때 그 시절에 본 영화들에서 신나는 엑기스만 긁어모아 아시아 액션영화의 종합선물세트랄 수 있는 [킬 빌]을 만들었다. [킬 빌]이 인기를 끌자 타란티노가 [킬 빌]에서 인용한(패러디한, 오마쥬한) 영화들이 하나 둘씩 다시 각광받기 시작했다. [킬 빌1]에서 흰색 스트라이프의 노란색 츄리닝을 입은 복수의 화신 우마 서먼은 확실히 이소룡의 [사망유희]에서 따온 캐릭터이다. 그런데 [킬 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영화는 아마도 1973년도 일본 영화 [수라설희]일 것 같다. 타란티노가 ..
2019.07.30 -
[쉘 위 댄스] 댄서의 순정, 아저씨 버전 (수오 마사유키 감독 Shall we ダンス 1996)
(박재환 2000.5.9)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96년도 작품 가 한국 극장가에 내걸린다. 재작년 말 일본영화가 합법적으로 국내에 소개되면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구작과 기타노 타케시 영화가 소개되면서 일본영화에 대한 부담감을 높였다. 올해부터는 조금은 가볍고, 조금은 경쾌한 일본영화를 만난다. 나 같은 일본영화는 우리나라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일본 영화에 대한 어떤 편견을 깨주는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이번에 소개될 일본영화도 그러한 파격과 동참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영화는 한 춤 바람 난 중년의 샐러리맨을 통해 인생의 숨겨진 재미와 아슬아슬한 외도의 즐거움을 동시에 안겨준다. 물론 이 외도는 신나는 외도이다. 수오 마사유키 감독은 1984년 라는 핑크무비로 데뷔하였다. 핑크무비란 일본에..
2019.07.30 -
[마지막 사랑, 첫사랑] 상하이에서의 일본남자+중국여자 (토마 히사시 감독 最後の恋,初めての恋 ,2004)
(박재환 2004.4.2) 최근 아시아 각국의 영화제작 방식 중 두드러진 것은 이웃 나라와의 협력방식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연합 제작 방식은 자본의 결합이라는 형태를 띠기도 하고 외국배우의 출연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화는 영화내용에서 보자면 이국적 느낌을 강화시키며 영화시장을 확대시키는 역할을 한다. 우리 영화에 중국자본과 인력이 동원된 [무사]나 [비천무]의 경우처럼 이런 결합방식이 할리우드에 대항하는 유익한 윈-윈 전략이 되기도 한다. 이미 홍콩의 경우 중국과 태국, 일본, 한국 등의 영화인과 함께 전방위 합작방식을 채용하여 영화부흥을 노리고 있다. 세계 영화시장에서 미국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일본도 이런 새로운 아시아 영화제작방식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 배..
2019.07.30 -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라디오의 시간 (미타니 코기 감독 ラヂオの時間 1997)
(박재환 2000.10.21.) 극장에서 너무 웃다 턱이 빠질 정도의 영화 는 영어권 국가에 소개된 제목이다. 원래 일본어 제목은 이다. 이미지가 비슷할 것 같은 영화로는 우디 앨런이 감독과 주연을 맡았던 라는 영화가 있다. 우디 앨런은 텔레비전이 미국 안방에 침투하기 전인 1940년대, 미국의 중산층 가정 내에 진입한 유일한 오락도구였던 라디오를 둘러싼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경쾌하고 발랄하게 풀어나갔다. 그럼, 일본인 감독 미타니 코키의 97년도 은 어떤가. 일본만 하더라도 더 이상 라디오의 시대는 아니다. 극장영화의 시대도 지났다. 일본은 이미 20년째 극장입장 관객이 하향추세이다. ‘소니’의 막강한 영상기기들과, 이웃나라 한국에까지 흘러넘치도록 풍족한 비디오소프트웨어들은 더 이상 일본의 젊은 관객들을..
2019.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