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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 로얄] 생존게임, 그 자체 (후카사쿠 킨지 감독 バトル ロワイアル, Battle Royale 2000)
(박재환 2001/7/4) 지난 봄, 일본 극장가에서는 조그만 소동이 있었다. 올해 일흔 둘의 노장감독 후카사쿠 킨지가 그의 60번째 작품으로 이라는 상당히 폭력적인 작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소설로 출간되면서 그 내용의 폭력성 때문에 도덕성 논란을 불려 일으킨 이 작품은 현대 일본의 교육 붕괴와 사회질서 파괴를 단적으로 보여준 작품이었다. 실업자의 양산과 학생들의 학교 사보타주에 대항한 국가의 통제방식은 전혀 새로운 생존게임을 고안하는 것이다. 일단의 학생들이 통제된 무인도에 보내져서는 단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서로 죽고 죽이는 ‘진짜’ 서바이벌 게임을 펼친다는 충격적인 내용과 함께 수십 명의 참가학생들이 마치 파리목숨 같이 하나씩 죽어 가는 것이 카운팅될 때의 인명경시 풍조의 논란을 야기한 것이다..
2019.07.29 -
[간장선생] 간염과 군국주의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 カンゾ-先生,1998)
(박재환 2001/6/11) 물론, 이 영화에서 말하는 ‘간장’은 음식이 아니라 신체의 장기를 일컫는다. 우리나라에 일본영화가 정식으로 개방된 역사는 일천하지만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대표작은 이미 소개되었다. 그것도 둘 다 깐느 국제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인 와 이다. 이 도 지난 98년 제3회 부산국제영화제때 폐막작으로 국내 영화팬에게 이미 한차례 소개된 작품이다. 얼마 전에 막을 내렸던 54회 깐느 영화제에서는 올해 75살의 이마무라 감독이 신작 로 경쟁부문에 진출하여 깐느영화사상 전무후무한 3번째 황금종려상 도전이라는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하였다. 물론, 는 수상에 실패하였지만 여전히 해외영화제에서 이름값을 하는 일본 영화의 현주소를 보여주었고, 그 영화 또한 수입이 확정되어 올 연말쯤 개봉을 준비 ..
2019.07.29 -
[은혼] “우주적 병맛을 보여주마!” (후쿠다 유이치 감독 実写映画 銀魂,2017)
[2017.12.5] 일본 대중문화를 소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작품을 대하는 시선과 감정이 다양할뿐더러, 이미 ‘은혼’에 빠져든 수많은 ‘오타쿠’와 열혈 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銀魂)도 그런 작품 중의 하나이다. 소라치 히데아키의 원작만화가 처음 나온 것은 2004년. , 등등 수많은 매니아급 망가가 쏟아져 나오는 일본에서 여전히 연재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의 인기는 짐작할 수 있다. 단행본은 물론, TV애니메이션, 극장판 애니메이션 등이 수도 없이 나온 이 이번에는 실사판 영화로 만들어졌다. 원작만화를 아는 사람들은 ‘실사판 영화소식’에 놀랄 수밖에. “누가 주연?”보다는 “어떻게 가능하지?”라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난 7월 일본에서 개봉된 실사판 영화 (감독 후쿠다 유이치)..
2019.07.29 -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수요미식회 (츠키카와 쇼 감독 君の膵臓をたべたい,2017)
[박재환 2017-10-25] 이것은 호러 식인종 이야기가 아니다. “오겡끼데스카~”의 여운이 남는 에 가까운 학원 로망이다. 삶과 죽음이 있는, 그래서 그 중간에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더하는 영화이다. ‘췌장’은 위장 뒤쪽, 십이지장과 비장 사이에 있는 15센티미터 정도 되는 작은 소화기관이다. 이게 탈이 나면 복통, 식욕부진, 체중감소 등으로 점차 허약해진단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의 사인도 췌장암이었다. 무시무시한 영화제목의 (君の膵臓をたべたい(감독: 츠키카와 쇼)가 개봉된다. 이달 초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되며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소소한, 그러나 치명적인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 일러준 영화이다. 소년 하루키(키타무라 타쿠미)는 학교에서 친구가 없다. 없어도 별로 불편함을 못 느낄 만큼 ..
2019.07.29 -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 자격시험이 있다면 당신은 몇 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そして父になる 2013)
최근 우리 사회를 뒤흔든 사건이 있었다. 계모의 학대로 어린아이가 ‘맞아죽은’ 일. 애비는 뭐하는 인간이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리고 최근 결혼한 한 대중가수 여가수와 그 생모가 벌이는 낯 뜨거운 뉴스를 보면 정말로 애비나 어미의 조건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생각해보게 된다. 이 땅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가 될 사람은 이 영화를 곱씹어 봐야할 듯하다.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라는 영화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주인공은 일드 등에 출연하며 국내에도 팬이 꽤 있는 후쿠야마 마사하루이다. 아들이 바뀌었어요, 아버지가 변했어요 대형 건설회사에 다니는 료타는 누가 봐도 성공한 사람이라고 할만한 엘리트이다. 직장에서는 상사로부터 신임받고, 퇴근 후 도심 고급아파..
2019.07.29 -
[행복한 사전] 배를 엮다 (이시이 유야 감독 舟を編む 2014)
행복한 사전, 꽃의 이름을 짓다 인터넷이 일상화되면서 좋은 영화를 추천할 경우 ‘강추한다’고 한다. ‘강력추천’의 줄임말일 것이다. “변호인 강추!”처럼 쓰인다. ‘렛 잇 고~’ 노래만 흥얼거리고 안 본 사람에게는 “겨울왕국 초강추”라고도 할 것이다. 그런데 ‘개강추’라는 말도 사용된다. 우리나라 말에서 접두사 ‘개-‘가 붙어 좋은 뜻, 귀한 의미로 쓰인 예는 거의 없다. 그런데, 인터넷 세상에서는 ‘개-’가 ‘아주아주’의 의미로 사용된다. (‘캐’‘도 사용된다!) 반려동물 애호자가 많아서 언어의 의미가 바뀐 것일까. 아님 인터넷 세대의 독특한 언어유희 탓일까. 적어도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수록되어있지 않다. 물론 네이버 오픈사전이나 지식인에는 올라있다. 그럼 누가 이런 단어를 찾고(채록), ..
2019.07.29 -
[카운터스] 일본극우 혐한데모대에 맞선 야쿠자 (이일화 감독 Counters, 2017)
(박재환 2018.08.14.) 지난 2014년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는 특별한 전시회가 하나 열렸다. ‘일본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혐한(嫌韓) 출판물 전시회’였다. 당시 일본에서는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와 ‘혐한(嫌韓) 출판물’이 증가하면서 한일관계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다. 일본에서 벌어지는 헤이트스피치의 대상은 ‘유태인’도 ‘예멘난민’도 아니었다. 주로 재일한국인과 조선인(조총련)을 대상으로 하는 인종차별적 증오발언이 문제였다. 이를 주도하는 일본단체는 ‘재특회’로 알려졌다. ‘재특회’는 ‘재일(在日)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의 약칭이다. 일본의 관점에서 보자면 우익단체이다. 당시 전시된 책 제목만 봐도 이들이 얼마나 한국/한국인을 싫어하고 증오하는지 ..
2019.07.29 -
[아틱] 설원의 조난자 매즈 미켈슨 (조 페나 감독 Arctic, 2017)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꿈에 그리던 아카데미 트로피를 안긴 영화 는 미국 서부시대의 실존인물 휴 글래스가 겪었던 일을 극화한 것이다. 1993년 작 는 1972년 안데스 산맥에 추락한 우루과이 비행기의 생존자들이 72일 동안 눈 덮인 산을 걸어 살아 돌아온 일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한 걸을 한 걸음 내딛으며 끝내 살아서 가족을 재회하는 이야기는 평범하게 도시민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 준다. 그런 ‘서바이벌 드라마’가 극장에 막 도착했다. 이번에는 북극 극지방이다. 끝없이 하얀 눈이 덮인 곳. 강추위와 백곰의 습격까지 우려되는 극한의 동토이다. 조 페나 감독의 영화 (원제:Arctic)에는 출연자가 단 두 사람뿐이다. (마지막 장면은…) 그 중 대사가 있는 사람은 매즈 ..
2019.07.29 -
[리틀 드러머 걸] 나를 사랑한 스파이 (박찬욱 감독 The Little Drummer Girl -Director's Cut 2018)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으로 전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데에는 ‘세익스피어의 영어’뿐만 아니라, ‘정보의 힘’도 주효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실존인물 T.E 로렌스는 아랍문화를 사랑해 마지않은 군인이었고, 007 제임스 본드의 작가 이언 플레밍도 모스크바 특파원과 정보관련 부대에서 일했다. 금세기 최고의 스파이소설 작가 존 르 카레는? 그는 냉전시대에 영국 외무부와 MI6에서 일했단다. 음험한 정보의 나라 영국이 느껴지는 작품 하나가 공개됐다. 존 르 카레가 1983년에 쓴 소설 을 원작으로 한국의 박찬욱 감독이 영국 BBC와 미국 AMC를 위해 만든 6부작 TV드라마이다. 유대인과 관련된 장구한 역사, 그리고 이스라엘 건국과 관련된 짧은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 땅은 ‘영국의 외교적 실책’의 압축..
2019.07.29 -
[안도 타다오] 빛, 물, 그리고 콘크리트 (미즈노 시게노리 감독 Tadao Ando – Samurai Architect, 2016)
조선의 궁궐 등 옛 건축물을 제외하고, 현재 한반도 땅에서 솟아오른 건축물 중 절로 눈이 가는 아름다운, 고혹적인, 멋진 건축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건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도시를 살아 숨 쉬게 만드는 것이 건축물이다. 적어도, 여행사진의 멋진 배경사진이 되는 그런 존재 말이다. 단순히 공간이용의 효용성과 에너지사용의 효율성 문제를 떠나 오랫동안 시선을 사로잡는 건물이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눈앞의 건물이 새롭게 보일지 모른다. 일본의 건축가 안도 타다오(安藤忠雄) 이야기이다. 25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감독:미즈노 시게노리)는 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에게 건축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건축가는 토목공사적 의미가 앞선다. 하지만 조금 규모가 큰 창작품을 디자인한다는 의미에서 확실히 예술가이..
2019.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