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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승리] 왕가위와 담가명 (最後勝利,1987)
우리나라에는 1년에 몇 개 정도의 국제영화제가 열릴까. 단순히 부산국제영화제만 생각하고 있다면 큰 오산이다. 거의 매주 하나 이상의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국제영화제란 것이 어디 UN에서 공인해 주는 행사도 아니고, 문화관광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만 하는 국제행사도 아니다. 외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매니아 중심의 영화제가 하나둘씩 생겨나고 그들만의 팬들을 거느린 채 나름대로 생존해 가고 있는 것이다. 호러만 다룬다든지, 흑백영화만 다룬다든지, 아니면 요즘은 여성관객을 위한 핑크빛 영화만을 다룬 영화제도 열렸다. 프로그래머의 미학에 따라 영화제는 그 성격을 달리한다. 그런 면에서 최근 열린 충무로국제영화제는 흥미로운 영화제이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를 역임했고 한국영상자료원장으로 있으며 한국..
2008.02.17 -
[서검은구록] 건륭황제, 청향비, 그리고 진가락
[리뷰 by 박재환 2005/4/14] 무협종사 김용의 첫 소설작품은 1955년에 쓴 [서검은구록](書劍恩仇錄)이다. 우리나라에선 (이젠 부도로 없어진 출판사인) 고려원에서 [소설 청향비]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판되었었다. [서검은구록]을 원작으로 한 TV드라마는 홍콩-중국에서 몇 차례 만들어졌다. 영화로는 쇼 브러더스에서 초원 감독에 의해 1981년도에 영화화되었다. 그 후 허안화 감독에 의해 [서검은구록]과 [향향공주]라는 연작물로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선 이 두 편이 [진가락]이란 타이틀로 재편집=압축 비디오 출시되었다. 김용의 원작소설 [서검은구록]은 무척 흥미로운 두 가지 역사적 내용을 담고 있다. 하나는 만주 오랑캐가 세운 '청나라'의 최절정 시대를 다스린 건륭 황제의 출생의 비밀을 담고 있고 ..
2008.02.17 -
[음식남녀] 살며 사랑하며 먹으며… (이안 감독 飮食男女/ Eat, Drink, Man, Woman 1994)
(박재환 2002/10/31) 난 개인적으로 대만영화를 좋아한다. 불행히도 최신 대만영화를 만나보기란 무척이나 어렵다. 지난 10여 년간 대만영화는 내리막길을 걸어야만 했다. 이안과 채명량, 후효현이 (외국자본으로) 빠져나간 자리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독립영화나 실험영화들 뿐이었는데 올해 들어 대만영화가 다시 활기를 찾을 조짐을 보인다고 하기에 기뻤다. 으로 서구인들을 열광시킨 이안 감독의 1994년도 작품 는 지금 보아도 여전히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이안은 대만에서 태어나 자랐다. 다 커서 미국으로 건너가서 영화공부를 하였다. 대학다닐 때 써놓은 시나리오가 대만 신문국(우리나라 문광부+국정홍보처 같은)이 주최한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되어 대만에서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안은 , 을..
2008.02.17 -
[생사결] 정소동, 실력 발휘하다
[리뷰 by 박재환 2004/6/3] 홍콩의 재능 있는 영화인 중에 정소동이란 사람이 있다. [천녀유혼], [소오강호], [동방불패], [녹정기] 게다가 [진용] 같은 끝내 주게 재미있는 홍콩영화를 만든 사람이다. 때로는 감독으로, 무술감독으로 맹활약을 하는 사람이다. 그의 1982년 감독 데뷔작인 [생사결]은 두 가지 면에서 검토해볼 수 있다. [생사결]은 쿠엔티 타란티노가 [킬 빌]을 만들면서 참조로 했다는 수많은 홍콩 쇼 브라더스의 걸작 중의 하나이다. [킬 빌]을 보면서 이 영화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나름대로 생각해보면 될 듯하다. 하나 신기한 것은 타란티노 감독이 그렇게 많은 영화에서 어떻게 그런 장면을 다 생각해내어 오마쥬(?)로 바쳤는지가 궁금해질 뿐이다. 또 하나 당시 한국의 영화제작 ..
2008.02.17 -
[드러머] 대부의 아들, 북에 빠지다
(by 박재환 2008-01-08) 아마도 [쉬리]인 것 같다. 한국영화팬들이 한국영화를 재밌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 말이다. 그 후 10년 동안 어떤 이유에서였든지 한국영화는 초강세였고 다양한 미디어 매체들의 발달로 지상파TV에서 방송되는 영화는 점차 심야대로 밀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KBS에서는 다양한 영화선택과 새로운 상영방식이 시도되었다. 이른바 프리미어영화제이다. TV방송 전에 극장상영을 시도한 것이다. 조금 기이한 방식이다. 프리미어영화제를 통해 소개되는 영화는 흔히 보기 힘든 영화들임에는 분명하다. 지난 주말 방영된 작품 [드러머]도 그러하다. [드러머]는 표면적으로는 대만 영화이지만 요즘 영화가 다 그러하듯이 다국적 영화이다. 대만과 홍콩, 그리고 독일 자본이 투입되었고 대부분의 배우들이..
2008.02.17 -
[용호문] 홍콩액션영화의 진화, 또는 그 한계
[리뷰 by 박재환 2007/5/18] 홍콩영화, 특히 액션영화는 한국극장에서 더 이상 대접받기는 어려워졌다. 이소룡은 이미 잊혀진 배우(전설!)가 되어버렸고, 성룡은 나이 드는 것이 팬들에겐 안타까운 지경(현실!)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이연걸이나 견자단이 한국에서 확실하게 흥행배우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 와중에 같은 태국산 틈새영화나 할리우드나 뤽 베송의 익스트림 계열 영화까지 등장하니 홍콩 액션영화는 그 위상마저 위태롭다. 이럴 때 홍콩의 액션영화 한 편이 극장에서 개봉되었다. 바로 이다. 은 홍콩액션영화의 계보를 조금이나마 기억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반가운 영화이다. 적어도 홍콩영화계가 그들만의 장기인 액션영화를 어떤 방향으로 살릴지 고민하면서 만들었다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2008.02.17 -
[용문의 결투] 칼로 새긴 중국사 (호금전(胡金銓) 감독 龍門客棧 Dragon Gate Inn 1967)
(박재환 2002/7/29) 제목은 유명한데 실제 본 사람이 얼마 없는 작품을 '클래식'이라고 한다면, 확실히 이 영화는 '클래식 중의 클래식'이다. 다분히 과대평가된 작품 중의 하나이기도하고 말이다. 국내 영화팬에게 호금전 감독이 정식으로 소개된 것은 작년(2001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호금전 회고전'을 가지면서이다. 이때를 즈음하여 호금전 감독의 걸작 중의 걸작이라도 평가받은 가 비디오로 출시되었다. 1931년 중국 북경에서 태어난 호금전은 나이 열여덟에 홍콩으로 건너와서 우연하게 영화판에 뛰어들게 된다. 미술 일을 하다가 '놀랍게도' 배우생활도 하게 된다. 그러다가 등을 홍콩에서 찍고 곧바로 대만으로 영화사를 옮기며 (67)을 내놓는다. 이후 협녀(71), (73), (75), (79) 등..
2008.02.17 -
[대취협=방랑의 결투] 호금전+정패패
[리뷰 by 박재환 2003/7/18] 2년 전, 2001년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에서 호금전 회고전이 있었다. 그때 상영된 작품은 , , , , 등 모두 5편이었다. 순전히 중국영화사적 측면, 혹은 무협영화의 관점에서 보자면 호금전 영화 회고전의 대표작품은 당연히 이 되어야 했었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유로 은 제외되었었다. 그러다가 홍콩에서 의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이 진행되었고 이번 2003년 피팬에서 '쇼브러더스 홍콩영화전성기 특별전'에 장철 영화와 함께 '특별히' 호금전 영화 이 한편 추가되었다. 호금전 영화들을 보게 되면 그의 대표작은 가 아니라 이라는 주장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가장 호금전다운 영화이며, 가장 무협영화다운 완성품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1931년 북경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미술을 ..
2008.02.17 -
[대삼원] 신부님,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서극 감독 大三元 1996)
이 영화를 보고 나면 A.J.크로닌의 이 생각날 것이다. 아마 감동은 사람을 크게 하는 모양이다. 서극 감독은 이해하기 힘든 감독이다. 정말로 가리지 않고 영화를 만들면서 자신의 재능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 이 영화도 그런 범주에 속한다. 어쨌든 관객으로선 또 다시 장국영-원영의의 풋풋한 사랑을 만날 수 있다. 이 영화에서 특별난 것은 장국영이 성직자로 나온다는 것이다. 사실 장국영에게는 뭘 입혀놔도, 무슨 역할로 나오더라도 이쁘고 매력적이다. 그게 이 영화의 유일한 볼거리이다. 원영의의 직업은 유흥업소에서 몸도 파는 여자다. 물론 몸 파는 장면 같은 것은 없다. 오직 웃기기 위한 상황설정들이 나타난다. 언젠가부터 홍콩영화의 키워드가 되어버린 갱-보스-진퇴양난의 위기에 빠진 가련한 여인, 그리고 수렁에..
2008.02.17 -
[도마단] 서극 감독의 미녀삼총사
[리뷰 by 박재환 2001/6/27] 들어가기 전에... 장국영이 예쁘게 나왔던 영화 는 중국현대사를 배경으로 하여 '경극' 배우의 사랑을 다루었었다. 경극(京劇)이란 중국 북경 지역에서 공연되는 전통극 형태의 음악극 양식이다. 물론 서구의 오페라 양식과는 조금 다르다. 이러한 형태의 음악 극은 중국 각 지방에서 수백년 동안 전해지면서 정제되어왔다. 오늘날에는 북경 중심의 경극 외에도 광동성이나 안휘성, 호북성 등지에서도 그들만의 전통극을 유지해오고 있다. 이들의 황금시기는 청나라 말기이다. 건륭제에서 도광제 시대(18~19세기)를 거쳐 세도가들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했다. 서태후 또한 이들 경극의 열성 매니아였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금도, 상하이나 항주, 소주 등 중국의 유서 깊은 도시의 고택..
2008.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