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결] 정소동, 실력 발휘하다

2008. 2. 17. 19:05홍콩영화리뷰

[리뷰 by 박재환 2004/6/3]    홍콩의 재능 있는 영화인 중에 정소동이란 사람이 있다. [천녀유혼], [소오강호], [동방불패], [녹정기] 게다가 [진용] 같은 끝내 주게 재미있는 홍콩영화를 만든 사람이다. 때로는 감독으로, 무술감독으로 맹활약을 하는 사람이다. 그의 1982년 감독 데뷔작인 [생사결]은 두 가지 면에서 검토해볼 수 있다.

  [생사결]은 쿠엔티 타란티노가 [킬 빌]을 만들면서 참조로 했다는 수많은 홍콩 쇼 브라더스의 걸작 중의 하나이다. [킬 빌]을 보면서 이 영화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나름대로 생각해보면 될 듯하다. 하나 신기한 것은 타란티노 감독이 그렇게 많은 영화에서 어떻게 그런 장면을 다 생각해내어 오마쥬(?)로 바쳤는지가 궁금해질 뿐이다. 또 하나 당시 한국의 영화제작 스타일이다. '네이버 영화자료실'에 가보면 이 영화가 '한국-홍콩' 합작영화로 나와 있다. 당시 성룡영화를 한국에 독점 공급하던 동아수출공사와 홍콩 추문회의 골든 하베스트가 만든 영화이다. 도서관에 가서 옛날 신문을 찾아봤다. 한국에선 1982년 추석특선영화로 10월 1일 개봉되었다. 신문광고에도 한국-홍콩 합작영화로 나와있다. 실제 한국배우가 몇몇 등장한다. 당시 한국에는 인가 받은 영화사만이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고, 해마다 20여 편의 제한된 외국영화만이 국내에 수입되었었다. 그런 영화법 때문에 번듯한 홍콩영화가 '한국-홍콩 영화인들의' 개인적인 친분과 서로간의 필요에 따라 이렇게 조금의 편집과정이라는 세탁과정을 거쳐 한국에서 상영되었던 것이다. 여하튼 내가 본 것은 홍콩에서 발매된 DVD타이틀을 기준으로 리뷰 한다. 1978년 초원 감독도 [생사결]이란 작품을 낸 적이 있다.

  중국과 일본은 10년에 한번씩 무술대회를 개최한다. 무림의 고수들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문파의 명예를 뽐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올해 일본에서는 하시모토(서소강)와 뽑혀 중국에 파견된다. 그런데 일본측에서는 엄청난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하시모토는 모르고 있었다. 중국 측에서는 소림사에서 무술을 갈고 닦은 정완(유송인)이 출전하게 되어있다. 그 외 많은 무사들이 대결이 펼쳐지는 장소로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한다.

  이들이 어느 저택에 도착하게 되면서 본격인적 음모극이 펼쳐진다. 집 주인은 알고 보니 일본의 앞잡이. 그는 중국의 무술 고수들을 모두 죽이거나, 납치할 계획을 세운다. 무술대회에서 우승하는 최고 실력자를 일본으로 납치할 음모까지 있었다. 물론 이는 일본이 중국을 집어삼키기 위한 거대한 음모의 하나일 뿐이었다. 명예를 중시하는 사무라이 하시모토는 조국의 그러한 음모에 낙담한다. 하지만 그는 조국의 명에를 위해, 그리고 자신의 칼 솜씨를 공인 받기 위해 죽음의 결투에 나선다. 중국 칼잡이 정완은 일본의 사무라이에 의해 스승과 동료들이 모두 죽는 것을 보고서는 복수의 칼을 든다.

  이런 내용은 익히 알려진 무술대결=복수혈전의 형태를 띤다. 하지만 단순히 활극이 보여주는 호쾌함을 뛰어넘는 재미있는 구석이 있다. 국가별로 나뉘는 명예에 대한 관점이나, 무사로서의 공통점 등이 흥미롭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런 이야기 구성은 쿠엔틴 타란티노를 포함하여 많은 아시아 액션영화 매니아에게 큰 기쁨을 준 모양이다. 실제 이 영화에는 눈에 띠는 괜찮은 액션 장면이 많다.

  특히 커다란 연(KITE)에 납작하게 붙어서 기습하는 장면과 어둠에 싸인 강물에서 갑자기 칼잡이들이 튀어 오르는 장면은 우리 나라 [비천무]에서도 사용된 장면이다. 그 외에도 많은 액션장면은 정소동 감독이 이후 수많은 영화에서 보여줄 화끈한 액션장면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닌자의 여러가지 모습들, 잠행법, 자폭, 은신술, 활공술 등은 어디 하나 내버릴 데 없는 결정적인 장면들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장철 감독 영화에서 선을 보였던 하드고어적 장면도 몇 잇다. 단칼에 사람을 수직으로 두 동강이 내는 장면과 마지막 손목과 팔이 잘리는 장면은 미이케 다카시나 타란티노 이전에 벌써 사지절단의 미학적 경지를 보여준 셈이다. 특히 하시모토와 정완이 바닷가 돌섬 위에서 마지막 대결을 펼치는 장면은 정말 액션 영화 베스트 씬에 속할 만큼 멋있다. 검술의 달인인 두 사람이 각종 초식을 보여주며 환상적인 대결을 선사한다. 한쪽이 한쪽의 가슴을 찌르러 한다. 그러자 이 남자는 순간적으로 상대의 칼날을 움켜쥐며 상대의 심장에 칼을 꽂는다. 이 남자 칼에 꽂히면서도 칼날을 획 돌린다. 손가락이 잘려나가면서 순식간에 남자의 한쪽 팔을 베어버린다. 이런 눈 깜짝할 사이 벌어지는 결전의 디테일함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우리 액션매니아는 이것을 '예술'이라 감히 말한다!!!!!!!!!!!

  참고로, 아무리 보아도 마지막 액션 장면의 촬영지 부산 태종대인 것 같다. 포스터는 확실히 태종대라고 한다. 우리 와이프(부산이 고향임!)의 고증에 의하면 아마도 태종대 자살바위 밑일 것 같아고 한다. 다음에 부산국제영화제에 가는 사람은 남포동에서 태종대 들어가는 버스 아무거나 타고 직접 가보기 바란다. 30분 정도 소요된다. 태종대 정말 절경이다. 홍콩 액션매니아는 홍콩은 못 가더라도 태종대는 가봐야 한다!!!!!!!!!!!!!!!!!!!!!!!!!!!!!!!!!

  참 , 아까 말한 '한홍합작'과 관련하여 이 영화가 어떻게 재편집, 혹은 더빙되어 한국에서 상영되었는지는 네이버 영화에 나온 시놉시스를 보면 이해가 갈 듯하다. 다음과 같이 나와있다.

......왜국과 고려의 무사가 겨루는 자리가 열리면서 일본의 미야모도와 고려의 강검성이 맞붙게 된다. 이 대회를 관장하는 성검장의 김후연은 자신의 양녀 화심을 내보내기 위해 왜국의 밀사와 짜고 강검성을 없애려 한다. 의부의 속셈을 안 화심은 강검성을 구출하려다 죽음을 당한다. 강검성과 미야모도는 무인의 기강을 합하여 왜국의 밀정들이 납치한 고려의 명사들을 함께 구출하고 미야모도의 도전으로 두 사람의 결투를 벌이게 된다..

  일본 무사 하시모토 역은 서소강이 중국 무사 역에는 유송인 나온다. 이 두 사람은 요즘도 홍콩 느와르에서 무게 있는 조폭 보스로 곧잘 등장한다. 그리고 당시 홍콩에서 활동하던 한국 영화인이 이 영화에도 등장한다. 아직도 현역에서 활동 중인 왕호가 이 영화에 출연한다. 찾아보시라!

생사의 결투 Duel to the Death
감독: 정소동(程小東)
출연: 서소강(徐少强), 유송인(劉松仁), 장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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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혀기2010.01.12 10:30

    태종대 맞아요.
    저는 어릴때 이영화를 극장에서 봤답니다.
    포항에 시민극장이라는 곳에서 말이죠 ㅎㅎ
    그 당시로써는 매우 충격적인 영화였고요...
    여자닌자가 스님 홀릴때 옷벗는 장면이랑 마지막에 엔딩이 달랐던걸로 기억합니다.
    얼마전 다시 보았더니 이런장면들이 다 복원이 되었더군요.
    비슷한 시기 비슷한 영화로 명검이 있습니다.
    이영화도 꽤나 볼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