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삼원] 신부님,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서극 감독 大三元 1996)

2008. 2. 17. 18:26홍콩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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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고 나면 A.J.크로닌의 <천국의 열쇠>이 생각날 것이다. 아마 감동은 사람을 크게 하는 모양이다.

서극 감독은 이해하기 힘든 감독이다. 정말로 가리지 않고 영화를 만들면서 자신의 재능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 이 영화도 그런 범주에 속한다.

어쨌든 관객으로선 또 다시 장국영-원영의의 풋풋한 사랑을 만날 수 있다. 이 영화에서 특별난 것은 장국영이 성직자로 나온다는 것이다. 사실 장국영에게는 뭘 입혀놔도, 무슨 역할로 나오더라도 이쁘고 매력적이다. 그게 이 영화의 유일한 볼거리이다. 원영의의 직업은 유흥업소에서 몸도 파는 여자다. 물론 몸 파는 장면 같은 것은 없다. 오직 웃기기 위한 상황설정들이 나타난다.

언젠가부터 홍콩영화의 키워드가 되어버린 갱-보스-진퇴양난의 위기에 빠진 가련한 여인, 그리고 수렁에서 빠진 그 여자를 건져내는 우리의 히어로 등이 단골 소재이다. 그리고 보기 드물게 종교적 색채-카톨릭 성당과 우리 신부님 장국영이 나온다.

‘대삼원’(大三元)은 마작(麻雀-영어로는 majong이라함)에서 쓰이는 말이다. 삼원패(三元牌), 즉 백판(白板), 녹발(綠發), 홍중(紅中)를 모두 ‘刻子’로 하여 짝짓기한 것. 역만관(役滿貫)의 하나…라고 설명되어 있다. 이 영화 보면 마작씬이 좀 나오지만 그게 이 영화제목과는 관계없고 그냥 라스트에 장국영이랑 원영의랑, 그리고 유청운과 또 여자하나랑 맺어지는 것이 아마 이 영화제목이랑 연관되는 모양이다. (혹시 연관 있다면 극중 이름이다. 張國榮- 洪中/종국강, 袁詠儀 – 白雪花 , 劉靑雲 – 劉靑發)

영화는 첫 장면부터 장국영의 매력으로 이끌어갈 것임을 보여준다. 종국강 신부님 역할을 맡은 장국영이 허겁지겁 성당 혼례미사를 집전한다. 그런데 신부가 장국영의 눈을 바라보더니 완전히 빠져버린다.

그리고, 어떻게 하여 원영의가 술집에서 빚진 돈을 갚게 해주기 위해 장국영이 그 곳에 가게 되고, 단지 웃기려고 캐스팅된 유청운 홍콩경찰과 그의 덜 떨어진 부하, 그리고 역시 웃기기 위해 나오는 갱들이 뒤섞여 웃음을 선사한다.(제대로 선사안해서 문제이다!)

장국영 신부가 원영의에게 그 짓 그만두고 새 직업을 구하라는 의미에서 꽃 선물을 하러 꽃집에 가서 주인에게 물어본다.

“실례지만. 여자에게 꽃을 선물하려면 어떤 게 좋아요?“

“어떤 꽃이든 상관없어요. 상대의 순정을 원하면 백합을 주고, 헤어지고 싶은 경우엔 흰 국화꽃을 선사하면 되요. 또 이미 정해진 상대면 풀(?)꽃를 주고, 결혼할 거면 안 줘도 괜찮아요. 손님의 경우는 어떤 경우죠?“

“전 그냥 여자를 격려해 주고 싶어서요.”

“격려요? 그런 건 없어요.”

이 영화에선 왕가위 영화에서 많이 본 핸드헬드 카메라 트래킹이 쓰인다. 홍콩의 허름한 건물 옥상에서 밤에 여자 넷이랑 장국영 신부가 노래 연습을 할 때의 그 흔들리는 영상들. 그리고, 원영의가 노래방에 갇혀있을 때의 그 부산함들. (박재환.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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