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단] 서극 감독의 미녀삼총사

2008. 2. 17. 18:25홍콩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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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by 박재환 2001/6/27]  <도마단> 들어가기 전에... 장국영이 예쁘게 나왔던 영화 <패왕별희>는 중국현대사를 배경으로 하여 '경극' 배우의 사랑을 다루었었다. 경극(京劇)이란 중국 북경 지역에서 공연되는 전통극 형태의 음악극 양식이다. 물론 서구의 오페라 양식과는 조금 다르다. 이러한 형태의 음악 극은 중국 각 지방에서 수백년 동안 전해지면서 정제되어왔다. 오늘날에는 북경 중심의 경극 외에도 광동성이나 안휘성, 호북성 등지에서도 그들만의 전통극을 유지해오고 있다. 이들의 황금시기는 청나라 말기이다. 건륭제에서 도광제 시대(18~19세기)를 거쳐 세도가들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했다. 서태후 또한 이들 경극의 열성 매니아였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금도, 상하이나 항주, 소주 등 중국의 유서 깊은 도시의 고택에 가보면 대저택 내부에는 경극 공연무대가 갖추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 경극의 공연배우는 전부 남자이다. 여자 역은 모두 남자가 여장을 해서 이루어진다. 어릴 적부터 여장에 익숙한 배우들 중에서 <패왕별희>에서 장국영이 연기한 '데이'처럼, 자신이 정말 여자인 것처럼 느껴 비련의 사랑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모양이다. 경극에서 배우들이 맡게 되는 역을 생(生), 단(旦), 정(淨), 축(丑)이라 한다. 이는 주연-여자-호걸과 악한-어릿광대이며 단역으로 말(末)이 있다. 그 중 여자 역인 '단'은 다시 청의(晴衣), 화단(花旦), 무단(武旦), 도마단(刀馬旦), 노단(老旦) 로 나뉜다. 모르긴 해도 이 영화 <도마단>은 경극배우에서 여자 역을 맡은 사람이 주인공 이리라.

  이 영화는 홍콩의 재간둥이 서극 감독이 1986년에 만든 영화이다. <접변>으로 평단의 환영을 받던 그가 <촉산> 등의 실험작을 내놓으며 홍콩에 신선한 바람을 불려일으키고 있을 때였다. 물론, 그는 <황비홍>으로 1인자가 된다. <도마단>을 보고 있노라면 서극 감독의 출중한 영화적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오밀조밀한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도 재미있거니와 영화 곳곳에서 무성시대 슬랩스틱 코미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유쾌한 액션 씬을 볼 수 있다. 이방 저방, 왔다갔다하며 펼쳐지는 정신없이 어지러운 상황전개는 성룡영화의 소품 액션에 비길만하다.

  영화는 원세개의 음모에 맞서는 국민당 정부의 투쟁이 다루어진다. 원세개가 누구고 국민당 정부가 뭔지는 따로 공부하고... 어쨌든 외국 은행차관을 끌어들여 꿀꺽 삼키려는 군벌 세력의 음모를 파헤치려는 정의의 용사는 '임청하-종초홍-엽청문' 트리오이다. 이들 미녀 삼총사를 옆에서 돕는 남자는 국민당 비밀요원과 군벌의 졸병 하나이다. 임청하의 아버지는 군벌 사령관. 하지만 임청하는 국가를 위해 아버지의 금고에 숨겨진 비밀 문서를 빼돌리는 임무를 맡게 된 것이다. 그리고, 우연히 이 일에 말려든 엽청문(경극단장의 딸)과 종초홍(돈에 환장한 떠내기 공연단 가수).

  세 명은 좌충우돌하며 영화를 이끌어간다. 이들은 때론 액션으로 때로는 미인계로 대활약을 하게 된다. 영화 틈틈이 경극이 보여진다. 이러한 구조는 헐리우드 코미디물에서 종종 보아오는 추적극의 양식이다. 서극 감독은 여기에다 기와 지붕 위에서 벌어지는 액션을 추가하여 경극이 무대 밖으로 튀어나온 것처럼 정교하고 화려한 유희를 펼쳐놓는다.

  임청하의 서른 한살때의 도도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머리를 짧게 자르고 제복을 입은 임청하 특유의 중성적인 매력과, 군벌 일당에게 잡혀 고문을 당하는 장면에서 볼 수 있는 임청하의 불쌍한 모습까지. 이제는 결코 볼 수 없는 명장면이다. 게다가, 종초홍의 활달한 연기와 <첩혈쌍웅>에서 한 인기를 얻게 되는 엽청문의 신선한 모습도 구경할 수 있는 걸작이다.

<도마단>은 한국에서는 오래 전에 비디오로 출시되었고, 최근에는 새롬에서 DVD로도 출시되었다. 홍콩 영화팬이라면 찾아서라도 챙겨볼 가치가 있는 영화이다.

刀馬旦 (1985)Peking Opera Blues
감독: 서극
주연: 임청하, 종초홍, 엽청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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