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735)
-
[틱탁] “당신의 눈알 굴리는 소리가 들려” (강다연 감독,BIFAN2023)
지난 주 막을 올린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선 모두 262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단편영화는 몇 작품씩 함께 상영된다. ‘코리안 판타스틱:단편2’에는 강다연 감독의 과 ‘작두’(정재용 감독), ‘소년유랑’(이루리 감독), ‘라스트 스탠드’(김동하 감독) 네 편이 같이 상영되었다. 이중 ! 영어제목은 ‘TIKTOK’인데 틱톡이라 하지 않고 ‘틱탁’이라고 한 이유는 있을 것이다. 시계 초침이 째깍째깍 돌아가는 소리이다. 심장을 옥죄는 소리이다. 긴장감과 공포감을 안겨주기에 족하다. 영화가 시작되면 째깍거리는 소리와 까마귀울음소리 등이 이 영화가 어떤 미스터리한 공포감을 안겨주는 영화라는 것을 각인시켜준다. 그리고 어두운 집, 거실을 비춘다. 공간은 흔한 집안 풍경이지만 벽시계와 장식이 묘한 긴장감을 안..
2023.07.21 -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당신의 손은 따뜻한가요 (김희정 감독,2022)
2014년 4월 16일 오전. 그 때 당신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하시나요. 나는 기억을 한다. 가창력이 아주 뛰어난 한 가수의 음반 발매를 앞두고 열리는 간담회 장소로 가기 위해 여의도에서 서강대교를 택시로 건너고 있었다. 라디오에서는 속보로 “무사하다”는 뉴스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그 가수의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되었지만, 그 가수의 신보 발매는 연기되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은 그날을 다양한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김애란 작가의 단편선 에 수록된 단편 는 그날을 절대 잊을 수 없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아니, 그 사람을 영원히 잊지 못해 슬퍼하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한 소년이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거리를 질주하며 어디론가 가고 있다. 아파트 우편함에 편..
2023.07.20 -
[보 이즈 어프레이드] 쫄보의 천로역정, 혹은 첫 경험에 대한 공포 (아리 애스터 감독,2023)
과 라는 유별난 영화로 호러영화팬을 도전의식을 자극한 아리 애스터 감독이 신작 (원제:Beau Is Afraid)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이 영화는 지난 주 개막한 부천국제판타스틱(BIFAN) 개막작으로 상영된 후, 곧바로 극장에서 개봉됐다. 언젠가부터 한국을 찾는 해외 영화인들은 한국의 영화감독 이름을 나열하며 ‘좋아한다’, ‘존경한다’, ‘흠모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이제 거의 관례가 된 듯하다. 그런데 아리 에스터 감독은 봉준호, 나홍진과 함께 유현목, 김기영 감독 이름까지 거명하며 ‘K콘텐츠’에 심취했음을 숨기지 않았다. ‘오발탄’을 이야기하고 ‘김기영 감독’의 괴작을 들먹이다니. 놀랍다! 는 무려 2시간 59분 영화이다.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있을 것이라 했다. ‘재밌다’고 하..
2023.07.20 -
[귀못] 낡은 시골집과 깊은 연못, 그리고 오래된 괴담 (탁세웅 감독)
넷플릭스 같은 OTT 때문에 한국 극장가 풍경이 바뀌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의 칸느영화제 상영 때 작은 소동이 있었지만 넷플릭스는 꾸준히 확장정책을 펼쳤다. 넷플릭스는 2018년 등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인데 이어 해마다 자기들 신작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다. 올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는 ‘온스크린’ 섹션을 통해 넷플릭스 작품뿐만 아니라 디즈니플러스, 티빙, 웨이브 콘텐츠도 ‘프리미어’로 소개되었다. ‘옥자’ 때만해도 넷플릭스에 문을 닫아걸었던 멀티플렉스도 각종 기획전을 통해 넷플릭스 작품을 스크린으로 소개하고 있다. 급하게 된 것은 극장만이 아니다. TV방송사 입장에서도 새로운 활로를 찾기 시작했다. 전통적 TV뿐만 아니라, OTT와 극장스크린까지 염두에 두고 손을 잡기 시작한 것이다. ..
2022.10.24 -
[럭] 행운은 네잎 클로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애플TV+)
지난 5일, OTT(스트리밍서비스) 애플TV+를 통해 공개된 애니메이션 ‘럭’(원제:Luck)은 어쩌면 디즈니채널에서 공개될 픽사스러운 애니메이션인지 모르겠다. 씩씩한 캐릭터도, 펼쳐지는 이야기도, 모험의 방식도, 화려한 상상의 세계와 귀여운 동물들까지, 모든 것이 익숙한 스타일이다. 이 작품을 제작한 사람은 존 라세터(John Lasseter)이다. ‘토이 스토리’, ‘벅스 스토리’, ‘카’, ‘몬스터 주식회사’ 등 걸작들을 잇달아 내놓은 픽사의 그 유명한 애니메이터이자 제작자이다. (그가 픽사의 책임자로 있을 때의 성과는 휘황찬란하다. 1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 8편의 애니메이션 중 5편이 그가 제작한 작품이다.) 그가 스카이댄스 애니메이션(Skydance Animation)으로 자리를 옮..
2022.10.24 -
[프레이] 약탈자 프레데터, 디즈니 수정주의 영화로 거듭나다 (디즈니플러스,2022)
디즈니+에서 지난 5일 공개된 ‘프레이’(Prey)는 1987년 개봉한 아놀드 슈왈츠네거의 ‘프레데터’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프레데터'는 1980년대 남미의 정글을 배경으로 미군(코만도)이 눈에 보이지 않는 외계 약탈자와 죽음의 전투를 펼쳤다. 이 'B급 영화'는 ‘외계침입자’의 독특한 형상과 공격방식, 그에 대항하는 인간의 모습이 꽤나 역동적이고, 창의적이서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그 덕분에 ‘프레데타2’, ‘프레데터즈’, ‘더 프레데터’ 등이 30여 년간 이어질 수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 ‘에일리언 VS. 프레데터’라는 변종 스핀오프 작품도 나왔고 말이다. ‘프레이’ IP를 가지고 있는 20세기폭스가 디즈니로 넘어가면서 ‘프레데터’는 디즈니의 손에서 지구인 사냥을 이어가게 된 것이다...
2022.10.24 -
[외계+인] 1부를 재밌게 보는 방법 “그는 그가 아니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 ‘도둑들’, 그리고 ‘암살’까지 내놓는 작품마다 흥행 성공을 거둔 최동훈 감독의 ‘초’ 기대작 ‘외계+인’(1부)가 개봉된 뒤 관객의 환호성을 받지 못한 것은 예상 밖의 일이다. 초호화 캐스팅과 그동안의 한국영화계가 축적한 CG기술이 충분히 볼만하고, 무엇보다 최동훈 스타일의 상상력이 영화적 재미를 꽉 채웠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머뭇거린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를 찾는 것이 이 영화를 보는 재미일 수도 있다. 영화 ‘외계인’은 고려 말기 1381년과 현재를 오가면, 인간과 외계인이 뒤엉켜 싸우는 구도이다. 그들이 그렇게 바쁘게 오가며 싸우는 것은 단 하나 ‘신검’을 손에 쥐기 위해서이다. 엑스칼리버도, 청명검도 아닌, 그것은 외계에서 온 ..
2022.10.24 -
[신체강탈자의 침입/외계의 침입자] 외계인+지구인 (돈 시겔 감독, 1956)
“외계인들은 그들의 죄수를 인간의 몸에 가두어왔다. 가끔은 죄수들이 인간의 몸에서 나왔는데 그걸 탈옥이라고 했다.” - 외계+인 1부 (2022, 최동훈 감독) 최근 개봉된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1부]는 그동안 한국 영화가 축적해온 상상력과 기술력이 최대한 응집된 SF물이다. ‘외계+인’을 보면 그동안 많이 보아온 영화들의 그림자가 보인다. 그런 영화를 하나씩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우선 영화를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외계인과 지구인’의 접촉방식, 이유이다. 최동훈 감독의 콘셉트는 외계인들이 오래 전부터 그들의 죄수를 인간에 몸에 가두었단다. 이것은 베리 소넨필드의 ‘맨 인 블랙’을 떠올리게도 한다. 그런데 이런 황당한 컨셉은 오래 전에 나왔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 ..
2022.10.24 -
[만주의 호랑이] 호랑이는 그곳에 있어 (BIFAN2022)
최근 열린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소개된 중국 영화 중 흥미로운 작품이 하나 포함되었다. 중국 극장가에서 지난 1월 개봉되었던 겅쥔(耿軍) 감독의 [만주의 호랑이](원제:東北虎/Manchurian Tiger)라는 작품이다. 감독도, 출연하는 배우도 낯선 작품일뿐더러 우리가 기대하는 혹은 상상하는 중국영화는 아니다. 후보 감독의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2018)라는 작품에 가까울 듯하다. 풍광은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는 ‘먼 훗날 우리’(後來的我們) 느낌이다. 헤이룽(흑룡)성의 한 스산한 탄광촌을 배경으로 ‘중국 동북부’지방 특유의 무겁고, 답답하고, 둔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쉬둥은 지금 탄광촌에서 중장비를 운전하고 있다. 광산노동자는 아니었다. 학교 선생님이다. 아내..
2022.10.24 -
[멘] 남성 폭력의 대물림, 혹은 악몽의 릴레이 (알렉스 가랜드 감독2022)
알렉스 갈랜드 감독의 데뷔작 [엑스 마키나]는 윤기가 흐르는 세련된 SF였다. [서던 리치: 소멸의 땅]과 [데브스]에 이어 내놓은 신작 ‘멘’(원제:MEN)은 ‘컨츄리 하우스 호러’이다. 그런 장르가 있다면 말이다.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시골마을로 내려온 여자주인공은 계속되는 악몽에 시달린다. 그것은 ‘마을의 남자들’이 모두 그녀에게 불친절하게 대하거나 무례하게 굴거나, 폭력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런던의 명물 런던아이(London Eye)가 저 멀리 보이는 아파트에서 하퍼 말로위(제시 버클리)는 남편 제임스에게서 폭력적인 위해를 당하자 나가라고 소리 지른다. 그런데 남편이 그 아파트에서 추락하여 죽는다. 사고사인지, 자살인지 모르지만 하퍼는 떨어지는 남편의 눈을 보았기..
2022.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