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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에서] 홍상수의 최신 실험 "300만원과 명예”
홍상수 감독의 29번째 장편영화가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이번 작품의 러닝타임은 61분이다. 그동안 홍상수 감독 영화를 꾸준히 따로잡은 씨네필이라면 이번 작품에서도 ‘홍상수월드’의 동일한 감흥을 얻게 될 것이다. 홍상수 감독은 영화라는 미명 아래 자기 이야기(로 의심되는 에피소드)를 끊임없이 스크린에 영사시킨다. 의욕상실의 남자가 나오고, 자의식 과잉의 여자가 나온다. 찌질한 아저씨가 인사동에서 막걸리를 마실 것이며, 다음 골목길에서 만난 외국인과 예정에 없는 산책을 하고, 초록색 병(소주)을 나눠 마실 것이다. 남자는 끊임없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여자는 바르게 살기의 힘듬을 말할 것이다. 술판의 끝에서는 개똥철학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제작실장이 영화에 등장하여, “우리 이야기에 ..
2023.07.23 -
[스즈메의 문단속] “스즈메,너의 임무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
지금부터 12년 전, 일본열도의 동쪽 바다에서 커다란 해일(츠나미)이 몰려온다. 311 도호쿠(東北)대지진이라고 불리는 자연재난이었다. 그 때 지진은 일대 해안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었고, 후쿠시마의 원자력발전소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사건이 크면, 사람을 잊을 때가 있다. 그때 그곳이 삶의 터전이었던 사람들은 아침이면 “학교 다녀오겠습니다.”하거나 “여보 출근할게요”하고 집을 나섰을 그 사람들 말이다. 여기에 그 사람들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가 있다. 과 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 (원제:すずめの戸締まり)이다. ‘스즈메’는 극중 주인공의 이름이다. '문단속'이라니?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이미지였다. 영화가 시작되면 꿈속의 장면을 만나게 된다. 어린 소녀 하나가 폐허가 된 ..
2023.07.22 -
[똑똑똑] “종말의 지연, 무명의 희생” (M.나이트 샤말란 감독,2023)
인도에서 태어나 갓난아기 때 미국 필라델피아로 건너온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를 보는 사람은 당연히 무언가를 기대한다. ‘엄청난 대반전’ 혹은 ‘깜짝 감동스토리’를. 은 그런 샤말란 감독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개봉된 영화이다. 예상대로 미국 극장가를 한동안 지배하던 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2월 첫 째주) 어떤 대반전이, 어떤 인류애적 감동을 전해줄지 기대를 갖게 한다. 먼저 제목, ‘똑똑똑’은 운명의 노크 소리이다. 그 문을 열어야할지, 말아야할지 인류적 운명이 달려있다!영화가 시작되면 숲속의 작은 오두막집이 보이고, 어린 웬(크리스틴 쿠이)이 들판에서 메뚜기를 잡아 유리병에 담는다. 그런데 멀리서 한 낯선 인물이 다가온다. 거구의 남자, 레너드(데이브 바티스타)이다. 이어 몇 명이 더 나타난다..
2023.07.22 -
[어떤 영웅] 테헤란의 명예전쟁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2021)
이란 영화 한 편이 극장에서 개봉된다. 와 으로 아카데미외국어영화상(국제장편영화상)을 두 차례 받은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2021년 작품 이다. 아쉬가르 감독은 베를린과 깐에서도 상을 받았었다. 은 2021년 칸 영화제에서 핀란드영화인 ‘6번 칸’과 함께 공동으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이란 영화는 어떤 경향성이 있다. ‘저예산+서민+아동+휴머니즘’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까지 소개되는 이란영화라면 말이다. 이번 작품은 어떨까. 이 영화를 통해 이란의 사법시스템, 특히 교도소의 재소자 관리가 어떻게 이뤄지는 엿볼 수 있다. 라힘 솔타니는 이틀간의 귀휴(교도소에서 며칠 가석방되어 집에 다녀오는 것)동안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처남인 바람(Bahram)에게 15만 토만의 빚이 있었는데 ..
2023.07.22 -
[더 웨일] 역겨운 육신과 위~대한 유산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2022)
지난 1일 개봉된 할리우드 영화 (원제:The Whale) 속 주인공의 몸무게는 273킬로그램이다. 엄청난 육신을 가누지 못하고 연신 숨을 헐떡이는 가련한 남자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 남자는 육신만 가련한 것이 아니라, 그의 가족 관계와 살아온 과거가 모두 가련하다. 올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수상이 유력해 보이는 브렌든 프레이저가 연기하는 영화 속 주인공이다. 물론 그는 고래가 아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미국 아이다호의 호젓한 시골길에 버스가 정차하고 한 남자가 내린다. 선교사 토마스(타이 심프킨스)이다. 그가 찾아간 곳은 찰리(브랜드 프레이저)의 집. 273킬로의 그 남자는 지금 한참 게이 포르노를 보면 수음 중이다. 이 남자는 순간 숨을 헐떡이며 곧 죽을 것 같다. 선교하려 왔다가, 뜻..
2023.07.22 -
[6번 칸] 무르만스크 행 기차의 우연한 여행자 (유호 쿠오스마넨 감독,2021)
지구본, 아니 구글맵을 펼치고 러시아 북쪽을 찾아보자. ‘무르만스크’(Мурманск)라는 동토의 땅이 있다. 이 영화는 그곳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로드 무비이며, 기차 영화이며, 힐링의 고행길이다. 8일 개봉하는 영화 (영어제목:(COMPARTMENT NO.6)은 핀란드 유호 쿠오스마넨(Juho Kuosmanen) 감독 작품이다. 핀란드 배우 세이디 하를라와 러시아의 유리 보리소포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전체가 러시아에서 촬영되었다. 모스크바의 좁은 아파트를 떠나, 숨 막히는 러시아 장거리열차를 타고 무르만스크로 길을 떠난다. 추위와 눈, 불친절해 보이는 러시아 사람들과 부대끼는 한 핀란드 여자 유학생의 길을 따라가 보자. 영화는 1970년대 영국의 인기 록그룹 ‘록시뮤직’의 ‘Love Is The..
2023.07.22 -
[다음 소희] “학교의 명예, 국가의 위신” (정주리 감독, 배두나+김시은)
중국의 영화와 관련된 법률에 시나리오 심의제도란 게 있다. (우리나라도 있었다!) 영화를 만들기 전에는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하는 것이다. 그렇게 만든 영화를 해외영화제에 출품하려면 완성된 작품을 다시 승인받아야 필름을 반출할 수 있다. 창작자들은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가서 해외에 자기들의 작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지아장커나 로우예 감독이 그러했다. 이들 감독의 작품은 대체로 “자본주의의 물결에 휩쓸린 인민들이 겪는 극도의 불행한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중국은 이들 영화가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며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을 싫어했다. 즉 ‘국가의 위신’이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법으로 저지한 것이다. 어제(8일) 개봉된 우리영화 를 보면서 문득 그 생각이 ..
2023.07.22 -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 사랑의 묘약 (임성용 감독, 윤시윤+설인아)
‘첫 눈에 반하다’ 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자신이 경험한, 그 기묘한 감정의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설명은 할 수 없지만 문학적으로나마 표현해 보려고 했을 것이다. 만약, 그 기제(機制), 원리를 정확히 알 수 있다면 인류문명에 큰 족적을 남길 수 있을지 모른다. 상업적 성공은 물론이고 말이다. 여태까지는 “알코올이 일정 수준 이상 흡수되면 테이블 맞은편의 상대가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가설이 확립되어 있다. 여기에, 전 세계 향수업계에 일대 혁신을 일으킬 실험이 시작된다. ‘첫사랑을 불러일으키는 향수’이다. 페르몬과는 다른 것이다. 여하튼 어제 개봉된 영화 이야기이다. 높은 빌딩이 줄지어 서 있는 인천 송도의 풍광이 보이고, 남자주인공 창수(윤시윤)가 오늘도 늦잠에, 허겁지겁 정류소로 달려간다. 출..
2023.07.22 -
[메리 마이 데드 바디] 허광한이 귀신과 공조수사를 하게된 기이한 사연 (청웨이하오 감독,2022)
또 한 편의 대만영화가 한국 극장가에 공개된다. 한국에 개봉되는, 즉 한국 영화팬에게 소구되는 대만영화는 청춘로맨스, (대만현대사의 비극을 다룬) 역사물, 퀴어를 곁들인 가족드라마가 대세이다. 이번 영화는 대만의 청춘스타가 출연하는 코미디이다. 그런데 단순한 코미디가 아니다. 경찰 활극이며, 버디물이다. 그런데 말이다. 파트너가 이미 ‘죽은 사람’이다. 동성(同性) 원귀(冤鬼)와의 버디물이라니. 참신하다. 기대된다. 대만에서는 큰 흥행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제목인 ‘메리 마이 데드 바디’(‘내 죽은 몸과 결혼해)라니! 어떤 상황일까. 대만 신베이(新北)의 정항분국(正港分局) 소속 형사 우밍한(허광한)은 마약사범 체포를 위해 동료형사 린자칭(왕정)과 함께 할리우드 액션 버금가는 카 체이스를 벌인다. 죽을 ..
2023.07.21 -
[슬픔의 삼각형] 벌거벗은 평등과 공정의 모계사회
올해도 5월이 되었고, 어김없이 칸에서 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작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스웨덴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이 개봉되었다. 스웨덴과 황금종려상이라.. 품격과 파격이 기대되는 작품일 것이다. 감독은 이미 (2018)로 한 차례 황금종려상을 받았었다. ,품격‘과 ’파격‘에 집착하는 칸의 선택을 한 번 보자. 영화는 젊은 패션모델 커플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둘은 젊고, 잘 생겼고, 그 나이의 젊은이답게 세상을 보는 눈이 자기중심적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젊은 남자들이 한껏 기대에 부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패션모델 오디션을 보는 중이다. 카메라를 든 남자가 그 사이를 누비며 가벼운 유튜브 영상이라도 찍는 모양이다. 관객들은 이 짧은 순간에 모델업계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게 된다. 발..
2023.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