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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 정우성 같이 생긴 사람은 평범하게 살기가 어렵다 (정우성 감독,2023)
배우 정우성은 잘 생긴 얼굴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그런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은 발언과 행보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물론, 그게 일심동체라면 멋진 일일 테고. 정우성은 오랫동안 감독의 꿈을 품고 살았다. 언젠가는 멋진 자기만의 작품을 연출해 볼 것이라고. 아마 많은 시나리오를 검토한 끝에 자기의 얼굴과 자기의 꿈에 어울리는 작품을 골랐을 것이다. 마침내 그런 영화가 완성되었다. 15일 개봉된 영화 이다. 정우성이 감독과 함께 직접 주연을 맡았다. 그와 함께 김남길, 김준한, 박성웅, 박유나, 이엘리야 등이 출연한다. 충무로 대스타 정우성이 수십 년을 벼른 일검의 직격을 지켜본다. 영화 시작은 교도소에서 만기로 출소하는 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수혁(정우성)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2023.08.17 -
[콘크리트 유토피아] “평범한 사람들의 마지막 안식처” (엄태화 감독,2023)
아파트(건축물)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적어도 왕이 사는 궁(宮)보다는 훨씬 짧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의 ‘세대’에 준할 만큼 다들 재개발과 재건축을 기대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집에 대한 애착, 아파트에 대한 기대심이 높으니깐. 영화 는 바로 그런,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 대한 고찰이다. 집이 우리에게 실질적으로 무슨 기능을 하는지 가혹한 환경 속에서 테스트를 해본다. 어느 날 자연재해가 발생한다. 분명 우리 동네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서울, 대한민국, 아니면 지구 전체를 덮친 대재앙이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무너졌다. 도로는 뒤틀리고, 건물은 무너지고, 사람들은 죽어나간다. 오직 언덕배기에 있는 서민아파트 황궁아파트 한 동이 무너지지 않았다. 도대체 어느 건설사가 만든 아파트이기..
2023.08.17 -
[비공식작전] ‘88 서울올림픽의 뒤안길’ (김성훈 감독,2023)
전두환 정권시절로 시계바늘을 돌려보자. 그때 충무로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만들기 어려웠던 영화는 SF가 아니라 정치드라마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 한국인의 시야가 넓어지고, 한국영화감독의 배포가 커진 모양이다. 은 그 시절의 이야기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중동, 레바논의 베이루트에서 대한민국 외교관 한 사람이 백주대낮에 소총을 든 무장 세력에 납치된다. 정부가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중동에 안기부(국정원의 전신) 요원이 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당시 정권에선 가용할 수단도 별로 없었다. 사실 그 당시 레바논은 엉망인 상태였다. ‘모자이크 국가’라 불릴 만큼 수많은 종교, 종파가 복잡하게 얽혀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 내전을 펼치던 시절이었다. 많은 무장단체들이 이합집산하거나, ..
2023.08.17 -
[더 문] “메이데이 메이데이, 수동조작으로 바꿔라!” (김용화 감독,2023)
, 1,2의 흥행감독 김용화 감독이 이번엔 한국인을 우주로, 달로 보내는 초특급우주탐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물론, 로켓에 우주인을 태워 카운트다운하고 환호성을 지르는데 그치지 않는다. 우주인은 사연이 있고, 여정에는 첩첩이 난관이다. 그 과정에서 한국인의 피와 땀과 눈물을 보여주고, 인류애적 희생과 함께 김용화 감독 특유의 ‘용서와 구원’을 선사한다. 만약 그걸 못 느꼈다면 화려한 CG와 놀라운 VFX에 현혹당한 것이다!! 한국, 우주를 향해, 미래를 향해영화는 5년 전 사고에서 시작된다. 광활한 우주를 향해 ‘나래호’가 발사되지만 지구 궤도를 벗어나기도 전에 폭발한다. 그 사고의 여파로 우주탐험을 진두지휘한 김재국(설경구) 센터장은 자리에서 물러나고 소백산탐사기지에 칩거한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우..
2023.08.07 -
[유랑지구2] 사과나무 대신 로켓을 개발하는 인류 (곽범 감독,2023)
[삼체](三體)로 휴고상을 받은 중국 작가 류츠신(劉慈欣)이 2000년에 SF잡지에 처음 발표한 는 중국작가, 혹은 중국SF의 스케일이 할리우드 버금가고, 사이즈가 롤랜드 애머리히 뺨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단편을 곽범(郭帆 구오판)감독이 영화로 옮겼는데 그야말로 어머어마했다. 설정은 대단히 과학적이다! 어느 날 태양이 급속팽창, 급속 노화한다는 것이다. 중국과학자는 300년 내에 태양이 팽창하여 지구를 삼키고, 태양계가 소멸될 것이란 것이다. 이런 천문현상은 별들의 역사에서 일반적인데, 과학자들은 100억 년 뒤에 실제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단다. 아주 먼 미래의 일로 여겨지던 재앙이 300년 뒤에 발생한다면? 과연 인류는 사과나무를 심을 것인가? 미래 세대를 위해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
2023.07.23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가모라의 슬픈 기억, 로켓의 아픈 과거”
‘슈퍼맨’과 ‘배트맨’만이 존재하던 슈퍼히어로 마켓에 ‘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이 한동안 완전 장악하더니 어느 날 우주 공간의 이상한 것들만 잔뜩 끌어 모아서는 거창하게 ‘우주 보호자’라고 자처하고 나선 작품이 있다. 제임스 건 감독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Guardians of the Galaxy)이다. 말하는 너구리(라쿤)와 “아임 그루트”라는 말밖에 못하는 나무뭉치라니. 놀랍게도 1편(2014년), 2편(2017)이 차례로 박스오피스에서 대박 흥행기록을 세운다. 그리고, 코로나가 물러가고, 마블이 몇 차례 죽을 쑤더니 드디어 다시 한 번 놀라운 존재들의 집합체인 ‘가오갤’의 마블러스한 ‘우주보호자’의 파워를 보여줄 요량이다. (‘가오갤2’이후 지구 시간으로 6년이 흐른 뒤) ‘Knowhere..
2023.07.23 -
[그녀의 묻혀진 이야기] 대만 백색테러 시기, 녹도의 비극 (주미령 감독)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중화권 영화는 이런저런 이유로 극장에서 제때에 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부산이나 전주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에서나 화제의 작품을 겨우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기간에 소개된 도 그런 작품 중 하나이다. 주미령(周美玲, 쩌우메이링=제로 츄) 감독의 2022년 영화이다. 국내에 소개되는 대만영화는 몇 가지 경향성이 있다. 청춘멜로드라마이거나 LGBTQ 영화, 아니면 그들의 슬픈 현대사가 응축된 작품이다. 한국영화팬에겐 양조위의 슬픈 눈빛으로만 이미지가 남아 있는 를 비롯하여 넷플릭스 드라마로도 소개된 이 그런 역사물이다. 에는 어떤 슬픈 대만 현대사가 숨어있을까. 의 대만 원제목은 ‘류마구15호’(流麻溝十五號)이다. 대만 섬 동쪽 앞바다의 작은 섬 녹도(綠島)의 한..
2023.07.23 -
[리턴 투 서울] 내 마음의 안식처는 어디인가 (데이비 추 감독, 2022)
태어나자마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해외로 입양 간 아이의 운명에 관한 이야기는 많다. TV 아침교양 프로그램에서, 사회고발 시사프로그램에서, 애니메이션에서, 절망적인 영화로도 만나봤다. 이런 해외 입양아의 처연한 모습은 한국전쟁 이후 대규모로 발생한 전쟁고아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개발시대에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갓난아기는 버려지거나 고아원을 거쳐 해외로 나간다. 그렇게 떠나간 한국출신의 해외입양아의 수가 20만을 뛰어넘는다고. ‘고아수출’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써야 했다. 거기까지이다. 각자의 사연이 있으니. 오늘(3일) 개봉하는 프랑스 영화 은 그렇게 떠난 한국입양아에 관한 이야기이다. 전쟁고아는 아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씩씩한 프레디(박지민)의 모습이 보인다. 프랑스인이다. 2주의 휴..
2023.07.23 -
[자전거 도둑] 살아남아라, 훔쳐서라도!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1948)
75년 전 영화가 한국 극장에서 개봉된다. 이탈리아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1948년 작품 이다. 파시스트 무솔리니의 이탈리아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국이 된 뒤 이탈리아의 모습은 짐작 가능할 것이다. 전쟁은 모든 국민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다. 당장 생계가 급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영화 은 냉혹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쟁이 막 끝난 뒤. 로마의 발 멜라이나(Val Melaina)에 사는 안토니오(람베르토 마지오라니)는 아내 마리아(리아넬라 카렐), 아들 브루노(엔조 스타이올라), 그리고 갓난 아이를 부양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일자리를 찾고 있다. 겨우 일자리를 하나 구했는데 자전거가 꼭 필요하단다. 결국 아내는 침대시트를 전당포에 맡기고 예전에 저당잡힌 자전거를 찾아온다. ..
2023.07.23 -
[드림] “사람은 꼿꼿해야 해요. 그게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봐요” (이병헌 감독)
과 의 흥행감독 이병헌 감독의 신작 은 장항준 감독의 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포츠영화이며, 보는 사람에게 재미와 감동, 혹은 삶에 대한 용기를 북돋아준다는 공통점이 있을 것이다. 를 보기 전에는 부산의 한 고등학교 농구부가 그런 경기를 펼쳤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을 것이다. 이 영화 도 비슷하다. 2010년에 노숙자(홈리즈) 월드컵 경기가 있었고, 한국의 홈리스팀이 출전했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그 경기를 모티브로, 박서준과 아이유라는 스타캐스팅으로 영화가 만들어졌다. 과연 보다 강한 울림과 보다 더 높은 스코어를 안겨줄까. 영화은 축구선수 윤홍대(박서준)의 몰락과 함께 시작된다. 그라운드를 열심히 누벼야할 그가 같은 팀 에이스(강하늘 특별출연!)와 경쟁하는 어이없는 플레이를 펼치고, 가..
2023.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