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810)
-
[로봇 드림] 우정의 조건 (파블로 베르헤르 감독)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는 말은 인간은 저 혼자 살 수 없으며,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관계를 유지해야만 자신의 존재를 영위하고,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주로 경제적 이유나 정치적 이유로 이런 명제가 납득된다. 그런데, 꼭 인간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혼자보다는 여럿일 경우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으니. 여기 흥미로운 영화 한 편이 개봉된다. 13일(수) 개봉하는 스페인 파블로 베르헤르 감독의 (원제:Robot Dreams) 이라는 애니메이션이다. 거대로봇의 지구 지키기나 소년소녀의 꿈 이야기가 아니다. ‘개’ 한 마리와 ‘로봇’ 한 대의 상호작용과 유대, 관계와 우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마치 사람처럼, 사회적 동물을 의인화한 작품이다. 배경은 1980년대 뉴욕 맨..
2024.04.09 -
[파묘] “나 한국 사람이에요!” (장재현 감독)
장재현 감독이 꾸준히 한 우물을 파고 있다. 과 에 이어 이번엔 로 오컬트 무비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파묘’는 파 들어간 땅의 깊이만큼, 첩첩이 쌓인 관의 무게만큼 한국적 신비로움과 우리 땅의 소중함을 전해준다. 덤으로 공포감과 긴장감, 극강의 몰입감으로 영화 감상의 재미를 더한다. 영화는 전반부와 후반부가 나뉜다. 이 둘은 하나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감독은 영화의 허리를 동강 자른다. 영화를 처음 볼 때는 이상했지만, 두 번 볼 때 더 많은 것이 보이고, 그 ‘동강난 허리’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영화가 시작되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이른바 ‘MZ세대’ 무속인인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을 만난다. 스튜어디스는 화림이 일본사람인줄 알고 일본말로 서비스하고 화림은..
2024.03.08 -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호기심은 지구소녀를 각성시킨다” (김다민 감독)
진화론을 이야기하거나 인간의 지적 능력의 획기적 도약 순간을 설명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그때 외계인이 지구에 왔다!”이다. 도 그랬고, 에서도 그랬다. 이제 한국 영화판에서 엄청난 우주 비밀을 밝히는 초특급 SF가 만들어졌다. 와 와 함께 나란히 극장에서 영화팬을 매혹할 영화 이다. 김다민 감독의 장편영화 감독데뷔작이다. 넷플릭스의 의 극본작업에 이름을 올렸던 인물이다. 특이하다. 어쨌든 일단 이 막걸리를 마셔보자. 이 영화는 저예산 독립영화이다. UFO도 광선검도, ET도 등장하지 않는다. 애당초 그런 할리우드 SFX는 기대하지 마시라. 영화는 유치원 나이의 어린 동춘이가 아빠의 휑한 정수리를 쳐다보다가 질문을 던지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아빠, 대머리가 영어로 뭐에요?”라고. 질문은 좋은 것이다...
2024.03.08 -
여기는 아미코] “아미코에겐 친구가 필요하다, 오버!” (모리이 유스케 감독)
지난 주 개봉된 일본영화 (원제: こちらあみ子)는 같은 날 개봉된 한국영화 와 함께 본다면 영화적 충격이 배가될 듯하다. 의 11살 소녀 동춘이는 순수한 호기심이 안드로메다까지 뻗어가는 작품이고, 의 주인공 아미코는 순수한 호기심이 비극을 잉태한다. 그렇다. 이 작품은 철저한 비극이다. 영화는 이마무라 나쓰코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바다가 보이는 히로시마의 교외에 살고 있는 아미코는 순진하고 순수한 아이이다. 하교 종이 울리자 아미코는 열심히 ‘노리’를 찾는다. 아미코는 노리가 좋지만, 노리는 귀찮아하는 모습이다. 호기심이 많은 것인지, 아직 철이 덜 들었는지 아미코의 산만한 모습을 계속 보여준다. 하지만 아미코는 아빠, 엄마, 오빠와 행복하게 살고 있다. 아이답게 정원에는 ‘금붕어 무덤’..
2024.03.08 -
[대결! 애니메이션] “훗, 아니메에 인생을 걸어봤어?” (요시노 코헤이 감독)
한창 일드가 인기를 끌 때, 일본드라마의 특징을 ‘특정 직군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라고 분석했다. 세대를 이어가는 노포(老鋪), 투철한 직업정신 등이 드라마에 녹아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루는 직업군도 다양하다는 것이다. 일반적 직장인 수준을 넘어 파견 직군에 대해서도 돋보기를 들이대는 식으로 말이다. 요즘은 한국 드라마에서도 그런 요소를 쉽게 만난다. 물론, 한국에서는 ‘로맨스’나 ‘멜로’가 빠질 수 없겠지만 말이다. 내일(6일) 개봉하는 일본 영화 은 그런 일본의 특정 직업군의 화려하고도, 고달픈, 그들만의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바로 애니메이션업계의 속사정이다. 흥미롭다. 극중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일본을 대표하는 엔터테인먼트인 애니메이션의 시장규모는 연 2조엔, 매 분기 양 50편의 신작이..
2024.03.08 -
[패스트 라이브즈] "두유 노 '인연'?" (셀린 송 감독)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언제부터 알고, 언제부터 사랑했었나요? 셀린 송 감독의 영화 를 보고 나면 옆에 앉은 사람을 잠시 안아보고, 손을 잡고, 등을 두드리고, 살포시 안아볼지 모르겠다.만약, 오래된 연인이라면. 오늘(6일) 개봉하는 영화 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 그 인연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이어진 사랑일 수도 있고, 지나간 사랑일 수도 있다. 여하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로맨스이다. 영화는 뉴욕의 한 바에서 시작된다. ‘동양 남자, 동양 여자, 그리고 서양 남자’ 이렇게 셋이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내레이션처럼 이들은 어떤 관계일까. 누가 누구와 연인인지, 혹은 지금의 연인은 누구일지, 혹은 누가 관찰자일지 궁금해진다. 영화는 24년 전으로 거슬러..
2024.03.08 -
[괴물] STAND BY ME (고레에라 히로카즈 감독)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포스터의 한 줄 태그라인이 궁금해서 어두운 극장 안으로 들어가서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에 푹 빠져들 때가 있다. 아마도 고레에라 히로카즈 감독의 이 그런 영화일 것이다. 이 영화는 보기 전에 (이런, 영양가 없는) 영화리뷰도 읽지 말고, TV영화 프로그램의 상세한 소개도 보지 말고, 유튜브 짜깁기 영상도 멀리한 채 편안한 마음으로 머리와 가슴을 비우고 스크린을 응시하기를 권한다. 당신 눈앞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과 소신, 사고방식, 철학관의 반영일 테이니. 에는 초등학교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 그리고 교장선생님이 나온다.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서, 교실에서 어떤 생각으로, 어떤 장난을 치고, 어떤 친구를 사귀는지, 그 친구와는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관..
2023.11.27 -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이렇게 살았노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지브리의 명장 미야자키 하야오(宮﨑駿) 감독이 은퇴작이라고 공언한 (風立ちぬ,2013) 이후 은퇴를 번복하고 다시 내놓은 영화 (원제:君たちはどう生きるか)가 지난 달 개봉되었다. 가 되었던, 가 되었던, 이 되었던 미야자키의 지브리 세상에 입문한 영화팬이라면 이 거장의 신작에 관심과 기대를 가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이전의 영화 개봉 때와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였다. 사전에 홍보(선전) 활동을 전혀 펼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그랬고, 한국에서도 언론시사회 같은 행사 없이 바로 극장에 내걸렸다. 지브리의 자존심인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기대인지는 몰라도, 오랜만에 ‘작품만을 오롯이 보고, 영화의 숨은 의미를 찾아보는’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이 영화는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2023.11.27 -
[국가의 탄생: 메리 개프니의 저항] "옛날 옛적에 여자노예가 있었다" (티빙-파라마운트+)
넷플릭스와 힘겨운 ‘구독자 전쟁’을 펼치고 있는 국산OTT 중 하나인 티빙에는 ‘파라마운트+’라는 일종의 ‘채널 속 채널’이 있다. [탑건], [미션임파서블], [트랜스포머]. [대부] 같은 파라마운트 영화사 작품과 함께 ‘라이어니스-특수작전팀’, ‘헤일로’, ‘더 그레이트’, ‘NCIS’ 같은 미니시리즈가 가득 하다. 미드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옐로우 재킷’이나 ‘프롬’ ,‘래빗홀’, ‘와이 우먼 킬’을 찾아봤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웹(앱) 목록을 뒤지다 보니 이런 게 있었다. ‘파라마운트+ 오리지널&독점’에 올라온 ‘국가의 탄생: 메리 개프니의 저항’이란 작품이다. 사실 데이비드 그리피스 감독의 ‘국가의 탄생’(The Birth of a Nation,1915)은 미국 영화사에서 기념비적인 무성영화이..
2023.11.24 -
[만추 리마스터링] “탕웨이는 왜 편지를 뜯어 삼켰을까?” (김태용 감독,2010)
탕웨이와 현빈이 주연을 맡은 김태용 감독의 (2010)가 10여년 만에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다시 극장에 내걸렸다. 탕웨이는 김태용 감독과 2014년 결혼하였고, 현빈은 손예진과 결혼했다. 는 10년이 지나서 다시 봐도, 잘 만든, 완숙한 멜로 드라마이다. 아마 시간이 갈수록 더 가치를 발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미국 시애틀에서 시작된다. 탕웨이가 한적한 주택가 도로를 정신없이 뛰어내랴오더니, 순간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누군가 쓰러져 있고, 탕웨이는 허겁지겁 편지를 뜯어서 꾸역꾸역 삼킨다. 경찰차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그리고, 7년 뒤, 탕웨이가 연기하는 안나는 엄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사흘의 가석방을 얻는다. 쓸쓸한 모습의 안나가 장거리버스에 앉아 하염없이 허공을 바라볼 때, 누군가 ..
2023.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