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일드가 인기를 끌 때, 일본드라마의 특징을 ‘특정 직군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라고 분석했다. 세대를 이어가는 노포(老鋪), 투철한 직업정신 등이 드라마에 녹아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루는 직업군도 다양하다는 것이다. 일반적 직장인 수준을 넘어 파견 직군에 대해서도 돋보기를 들이대는 식으로 말이다. 요즘은 한국 드라마에서도 그런 요소를 쉽게 만난다. 물론, 한국에서는 ‘로맨스’나 ‘멜로’가 빠질 수 없겠지만 말이다. 내일(6일) 개봉하는 일본 영화 <대결! 애니메이션>은 그런 일본의 특정 직업군의 화려하고도, 고달픈, 그들만의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바로 애니메이션업계의 속사정이다. 흥미롭다. 극중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일본을 대표하는 엔터테인먼트인 애니메이션의 시장규모는 연 2조엔, 매 분기 양 50편의 신작이 쏟아진다.” 그 엄청난 재패니메이션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지금 사이토 히토미가 면접을 보고 있다. ‘국립대학을 나와, 공무원 하다가 애니메이션업계를 지원한 이유가 뭐죠?’라는 면접관의 질문에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오우지 치하루 감독을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말한다. 호기롭게 업계에 뛰어들었지만 현실은 고달프다. 7년 뒤, 이제 사이토는 진검승부를 하게 된다. 일본 TV애니메이션 시장의 격전지인 ‘토요일 오후 5시’ 타임에 신작으로 승부하는 것이다. 신인감독이 된 사이토 히토미는 <사운드백 카나데의 돌>이라는 작품으로, 이미 인기감독인 오우지 치하루 감독은 <운명전선 리델라이트>로 돌아온다. 편성이 잡히고, 첫 방송일이 다가올수록 프로덕션과 방송사들은 거의 전쟁을 치른다. 그리고 업계 외곽의 잡지, 굿즈 팬들은 열광에 빠질 준비를 한다. 물론, 지갑을 열 마음의 준비까지. 제목 <대결! 애니메이션>은 두 작품 중 어느 게 더 시청자의 선호를 받을지, 시장경쟁에서 톱을 차지할지를 상징한다. 일본 원제는 ‘패권! 아니메’이다. 누가 패권을 차지하느냐의 문제이다.
이제부터 영화 <대결! 아니메>의 볼거리가 펼쳐진다. 애니메이션 제작의 전(全) 단계가 ‘특정 직군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가 갑(甲)이라는 분석처럼 화려하게, 정밀기계 속 나사처럼 착착 돌아간다. 감독은 최상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회의하고, 고치고, 수정하고, 읍소하고, 달래고, 울고, 뛰고, 난리다. 원화담당에서부터 ‘그림’과 관련한 수많은 스태프가 등장한다. 여자주인공의 목소리를 담당한 것은 전문성우가 아니라 아이돌이다. (시청률 때문에 프로듀서가 꽂아 넣었을 것이다) 감독은 못 마땅하지만 조율해야한다. 이들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 분투한다. 감독의 요청, “이 장면, 빛을 좀 더 주세요” 그러면 CG담당이 “몇 퍼센트? 수치로, 더 구체적으로 말해주세요!”란다. 색깔이 더 파랬으면 좋겠다면, 색상담당의 반응은 이렇다. “코발트블루? 세룰리언? 이지안?”
제작 현장만 그런 것이 아니다. 홍보담당과 편성담당, 당연히 마케팅담당은 각자의 목표가 있어서 감독과 대립한다. 물론, 그런 지난한 줄다리기 끝에 진군한다. 과연, <사운드백 카나데의 돌>와 <운명전선 리델라이트>의 시청률 경쟁은 어떻게 끝날까. 그들은 열정을 쏟아 붓고, 장인의 기술을 펼친다. 그리고, 시청률표가 전해진다. 누군가는 짐을 싸고, 누군가는 더 분발할 것이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지갑을 열어 DVD도 사고, 굿즈도 사고, 피규어도 덕템한다. 멋진 포스터를 벽에 붙일 것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대결! 애니메이션>에서는 애니메이션 감독만의 꿈이 아니라, 하나의 프로젝트, 공동의 작품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하얗게 불타고 마는 열정의 현장을 목도하게 된다.
▶ 대결! 애니메이션 (원제:ハケンアニメ!) ▶원작: 츠지무라 미즈키(辻村深月) 소설 < 패권 애니!> ▶감독: 감독: 요시노 코헤이(吉野耕平) ▶출연: 요시오카 리호(吉岡里帆/사이토 히토미), 나카무라 토모야(中村倫也/오우지 치하루) 에모토 타스쿠(柄本佑/유키시로 오사무) 오노 마치코(尾野真千子아라시나 카야코) ▶수입/공동배급: ㈜블루라벨픽쳐스 ▶배급:㈜블레이드이엔티 ▶개봉:2024년3월6일/12세이상관람가/1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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