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412)
-
[말할 수 없는 비밀] 쇼팽의 남자, 비밀의 여자 (서유민 감독, 도경수 원진아 주연)
2008년 한국에서 개봉된 대만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원제:不能說的秘密)은 대만영화의 존재감과 주걸륜(周杰倫,Jay Chou)의 천재적 음악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주걸륜은 이 영화에서 주연과 함께 감독과 각본을 맡았다. 물론, 피아노 연주도 직접 했다. 그는 3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운 ‘모차르트’였다. 대만판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예술고등학교로 전학 온 상륜(주걸륜)이 캠퍼스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연주소리에 이끌려 연습실에 들어갔다가 그곳에서 한 여학생(샤오위)을 만나면서 펼쳐지는 미스터리한 인연, 운명의 사랑을 담고 있다. 그 여학생은 누구이며, 그 피아노 연주곡은 무엇일까. 관객들은 치기어린 피아노 배틀과 그림 같은 대만(신베이의 딴수이) 풍광, 그리고 주걸륜-계륜미의 매력에 흠뻑 빠져 ..
2025.01.18 -
[아침바다 갈매기는]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박이웅 감독, 2024)
바닷마을의 30대 남자는 무엇을 꿈꾸는가. 치열한 생활전선을 보여주는 TV 프로그램을 통해 어촌마을 사람들이 열심히 사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바다에서의 거친 삶과 뭍에서의 힘든 생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풍어와 만선의 꿈은 사라지고 낙오된 삶에 대한 회환과 분노가 많은 작품을 통해 보여주었으니. 여기에 ‘베트남 신부’가 끼어든 풍경이 있다면? 영락없이 오늘의 한국사회의 이면일 것이다. 로 평단의 주목을 받은 박이웅 감독의 두 번째 작품 이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에 이어 곧바로 극장에서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부산영화제에서 ‘뉴 커런츠상’, ‘KB 뉴 커런츠 관객상’,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 등 3개의 트로피를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어떤 이야기일까. 강원도 양양의 남애항에서 ..
2025.01.11 -
[1승] 1등만 기억하는 세상, 1승을 기원하는 사람들 (신연식 감독,2024)
코트 위에서 불꽃 스파이크가 작렬하는 스포츠 ‘배구’를 소재로 한 영화 이 관객들을 만난다. ‘페어러브’, ‘조류인간’, ‘프랑스 영화처럼’, ‘로마서8:37’ 등 개성적인 작품을 감독하고 와 의 각본을 쓴 신연식 감독이 작심하고 만든 대중적 작품 은 승리와는 거리가 멀었던 사람들이 해체 직전의 여자배구단 ‘핑크스톰’에서 단 한 번의 승리를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충무로 최강의 아우라를 가진 송강호가 절망의 배구팀을 이끄는 감독으로, 충무로 최고의 연기변신을 자랑하는 박정민이 그 배구팀의 운명을 쥐락펴락하는 ‘관종’ 구단주로 출연하여 장윤주 등 오합지졸의 선수들이 코트 위에서 울고 웃게 만든다. 과연 프로의 세계에서 선수를 춤추게 하는 것은 돈일까, 칭찬일까. 서브한 공, 토스한 공, 스파..
2025.01.11 -
[소방관] 화염 속으로 (곽경택 감독, 주원 곽도원 주연)
불(火)은 고마우면서도 위험한 것이다. 가장 스마트한 전기차에서도 불이 나고, 인덕션을 건드린 고양이 때문에도 화재가 발생한다. 불이 나면 119로 전화할 것이고, 소방차는 긴급 출동한다. 불이 얼마나 더 번질지 모르니, 한 대만 달랑 출동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소방차는 좁은 골목길 초입에서부터 난관에 부딪친다. 이중주차,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이제부터 육중한 소방복을 입은 소방관은 각종 장비를 메고, 지고, 긴 소방호스를 들고 불구덩이 속으로 달려간다. 소방관의 임무이다. 그 판단이 숙명이기도 하다. 지난 4일 개봉된 곽경택 감독의 은 그런 대한민국 소방관의 애환을 다룬 작품이다. 순전히 지어낸 억지감동의 드라마가 아니다. 2001년 실제 발생했던 화재를 모티브로 해서 만든 인간극장이다. 화재는 ..
2025.01.11 -
[조명가게] 강풀이 그리고, 김희원이 켜다 (디즈니플러스)
디즈니플러스 최고의 '아웃풋'이라고 할 수 있는 의 성공에 힘입어 강풀 작가의 또 다른 원작 웹툰이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2011년 연재된 이다. 이 ‘우리 안에 숨어있는’ 초능력자들의 커밍아웃이었다면, 는 사바세계와 겹친 사후세계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명운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그들이 이승의 인연을 끊고, 영원히 저 세상을 사라질지 아니면 생의 불꽃을 다시 피울지. 바로 그 림보(Limbo)의 공간이 ‘조명가게’이다. 필라멘트가 파르르 떨면서 마지막 숨을 쉬는 곳이다. 강풀 작가의 원작 웹툰처럼 드라마는 사연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어두운 골목을 헤매다가 불빛이 빛나는 ‘조명가게’를 찾아오는 모습을 그린다. 그들은 친구가 있고, 가족이 있고, 연인이 있으며, 삶이 있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들의 ..
2025.01.11 -
[오징어게임 2] 업라이징 게임 (황동혁 감독,2024)
지난 2021년 9월 공개된 황동혁 감독의 (시즌1)은 K콘텐츠의 위상을 적어도 몇 단계 끌어올린 엄청난 작품이었다. 흥행지표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한국 콘텐츠의 산업적 측면을 다룬 수많은 논문이 쏟아졌다. 은 하나의 현상이었고, 이후 ‘K-콘텐츠’는 확실히 글로벌 시장에서 트렌드가 되었다. 3년 만에 그 속편이 나왔다. 작품에 대한 고민으로 치아가 7개 빠졌다는 황동혁 감독의 피와 땀과 눈물, 그리고 영혼을 갈아 넣어 만든 속편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시즌1이 9개의 에피스드였고, 오늘(26일) 공개되는 시즌2는 7개의 에피소드로, 그리고 내년 공개되는 시즌3도 7개의 에피소드로 이야기가 완성될 예정이다. 시즌1에서는 쌍문동의 성기훈(이정재)이 엄마가 시장에서 고생하며 번 돈을 ..
2025.01.11 -
[가족계획] “주목! 땡냥꿍의 비밀, 특교대의 그랜드디자인” (쿠팡플레이)
2020년 10월 런칭한 쿠팡플레이는 꾸준히 오리지널 드라마와 예능 콘텐츠를 내놓고 있지만 여타 OTT 플레이어에 비해 작품 수도 적고 완성도도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스포츠 관련 콘텐츠 제외하고!) 그나마 (2022)와 (2023)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올해, 단 한 편의 쿠팡작이라면 이 될 것 같다. 은 '쿠팡플레이'만큼 미스터리한 작품이다. 김선, 김곡이라는 개성 넘치는 창작자 형제감독의 첫 번째 OTT 연출작품이지만 제작발표회에서부터 감독은 보이지 않고 극본가 김정민을 내세웠다. 김정민 작가는 드라마 [슈츠](18)와 [허쉬](20)의 극본을 썼던 작가이고, 이번 작품에서는 일종의 쇼러너로 참여했다. 은 6부작으로 심플하다. ‘위대한 가족’의 탄생을 그린다. 영화는 ‘특교대’(특수교육대..
2025.01.11 -
[디즈니+ 왓 이프.. 시즌3] "만약, 황동혁이 감독했다면...”
디즈니플러스의 앤솔로지 시리즈 (원제:What If...?)가 이번 크리스마스 즈음하여 ‘시즌3’으로 돌아왔다. ‘왓 이프’는 마블 코믹스 시리즈를 기반으로 MCU 영화에서 주요 사건의 결정적 순간이 달라진다면 그 후과(後果)가 어떻게 되는지 멀티버스의 대체 타임라인을 그린다. 2021년(9편), 2023년(9편)에 이어 또 한 번 마블 팬들에게 그들 슈퍼 히어로 군단의 무궁무진한 조합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번 시즌이 마지막 시즌이라고 한다.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상상력이 고갈 되었든지, 이런 무한증식이 더 이상 참신하지 않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는 '마블 만화책'에서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존재 '왓쳐'(Watcher) 우아투의 내레이션으로 무한대의 상상이 펼쳐진다. '왓쳐'는 전지적 시점..
2025.01.11 -
[총을 든 스님] 부탄에는 총이 없다 (파오 초이닝 도르지 감독)
우선 ‘부탄’이라는 나라. 북쪽으로는 중국(티벳자치구)과, 남쪽으로는 인도와 접하고 있는 남아시아의 입헌군주제 국가이다. 면적은 38,394 km²로 서울 강남구 정도 크기이고 인구는 75만 명이다. 왕정국가였던 이 나라에서 국왕폐하가 어느 날 갑자기 민주적 선거를 치르겠다고 선포한다. 독실한 불교국가에서의 흥미로운 체제변화의 순간이다. 그것만 알면 이 영화가 더 재밌다. 물론, 이 작은 나라도 영화라는 것을 만든다는 것이 흥미롭다. 영화가 시작되면 조금 뜻밖의 정보를 전해준다. 2006년, 국왕은 TV, 인터넷에 이어 또 하나의 선물인 선거제도를 국민에게 안겨주겠다고 선포한다.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게 뭐람? 가상현실이란 말인가 아니면 행복을 빙자한 세속적 타락의 출발점이 될 것인가..
2025.01.11 -
[밀레니엄 맘보] 타이베이의 청춘은 나이 들고, 유바리의 눈은 녹을 것이다 (허우샤오셴감독, 2001)
지금은 한낱 우스갯소리로 들리겠지만 서기 2000년 1월 1일 00시를 앞두고 IT업계에서는 ‘밀레니엄 버그’(Y2K)라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혹은 마케팅 수단)였다. 수십 억 년의 지구, 수백 억년의 우주의 나이와 비교하면 단지 새로운 ‘1000년’의 시작일 뿐인데 ‘밀레니엄’의 공포와 환희를 당시 지구인은 그렇게 즐긴 것이다. 대만의 명감독 후효현은 이 때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제목에서부터 시대의 미묘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가 2001년 개봉되었었다. 그때 감독 나이는 54살이었다. 장년의 그는 인류역사의 한 획을 긋는 밀레니엄에 즈음하여 대만의 청춘을 이렇게 바라보고, 스크린에 담은 것이다. 영화는 ‘밀레니엄 그 해’에서 10년의 시간이 지난 뒤에 ‘10년 전’을 회상하는 여자 주인공의 내..
2025.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