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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영화리뷰

[해탄적일천] 여자의 길, 대만의 운명 (양덕창 감독,1983)

by 내이름은★박재환 2022.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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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영화사를 다룬 책에는 1950년대와 60년대를 장식한 프랑스 누벨바그에 대한 설명이 있다. 기존 영화들이 답습(!)한 문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상미학을 추구한 일련의 감독들이 나열되어 있다. 시차는 있지만 낡은 것을 깨부순다는 의미에서 다른 나라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있었다. 우리가 잘 아는 서극과 허안화 등이 이끈 홍콩, 후효현과 양덕창이 이끈 대만의 경우이다. 중국어로는 ‘신낭조’(新浪潮)이다. 그냥 ‘새로운 물결, 파도’라는 뜻이다. 6일, 대만 양덕창(양더창, 에드위드 양) 감독의 ‘해탄적일천’이 개봉한다. 양덕창 감독의 데뷔작이자, 대만 신낭조의 신호탄이 된 작품이다. 


● 도시와 어촌 마을, 남편이 사라졌다

영화가 시작되면 파도가 치는 해변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하다. 한 사람이 모래밭에서 버려진 약병을 발견하고는 경찰에게 넘겨준다.(이 장면은 처음 보면 알 수 없다. 나중에 다시 해변이 등장할 때에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영화는 유럽으로 유학을 떠났던 웨이칭(蔚青)이 유명 피아니스트가 되어 귀국 연주회를 준비하면서 시작된다. 웨이칭의 귀국소식을 라디오뉴스로 전해들은 자리(佳莉)가 기쁜 마음에 호텔로 찾아간다. 오래 전, 웨이칭은 자리의 오빠 자썬(佳森)을 좋아했었다. 그런데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뜻에 따라 자썬은 다른 처자와 결혼하게 되고, 웨이칭은 그 길로 대만을 떠났던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지난 10여년의 세월을 어떻게 보냈는지 밤새 이야기꽃을 피운다. 1983년에 만들어진 대만영화이다. 그러니 그보다 10여 년 전의 대만의 이야기인 셈. 자리는 아버지가 정해준 신랑감을 피해 타이베이로 야반도주한다.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웨이더(德偉)와 결혼한다. 당시 급속 경제 성장하던 대만의 모습처럼 이들 가족, 이들 커플, 이들의 삶은 아름답게만 흘러가지 않는다. 통속극이며, 불륜드라마의 모습을 보여준다.


● 장애가와 호인몽

이 영화의 메인 내레이터는 피아니스트 호인몽과 그의 친구 장애가이다. 장애가는 오늘날 대만, 아니 중화권의 영화계 거물이 된 실비아 창이다. 호인몽(胡茵夢)도 1970년대부터 은막의 대스타였다. ‘대만 제일미녀’라는 칭호를 들었던 호인몽은 연기자로서만 아니라, 모델, 작가, 번역가, 그리고 지금은 환경보호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활동하던 시절의 대만 여배우로는 임청하, 임봉교, 호혜중이 있다) 

양덕창(에드워드 양) 감독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었다. 영화가 아니라 제어계측공학으로. 대학졸업 후 미국에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관련 일을 하다 1981년 귀국했다. 그리고는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고, ‘대만 신낭조’의 대표인물이 된다. 옴니버스 [광음적고사](光陰的故事)에 이어 그의 장편 데뷔작 [해탄적일천]을 찍게 된 것이다. 영화는 복잡한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는 듯하지만 ‘통속극의 전형적 모습’을 띤다. 가부장적 아버지, 소극적인이지만 가장의 책임을 우선시하는 장자, 모든 것을 감내하는 전형적인 어머니, 그리고 새로운 선택을 하는 딸의 모습이 뒤섞인다. 양덕창 감독은 아예 외국으로 떠나서 제 길을 개척하는 호인몽과, 자신이 선택한 길이지만 결국은 부모 세대와 똑같은 형국에 놓이는 장애가의 이야기를 나란히 보여준다. 양 감독은 이들의 갈등과 고뇌, 방황을 166분간 펼쳐 보이는 것이다. 

그날, 해변에서 사라진 남자는 자리(장애가)의 남편이다. 회사 돈을 횡령하고, 외도를 했고, 들통이 나게 되자 약을 구입한 것이란다. 과연 그 남자는 바다로 뛰어든 것일까? 그 남자는 삶이 행복하지 않았을까? 남겨진 ‘자리’(장애가)의 심정은 어떨까. 그 남자 때문에 모든 것을 내던졌었는데 말이다. 

여하튼 양덕창은 이 영화 이후 ‘타이베이 스토리’(青梅竹馬,85), ‘공포분자’(86), 고령가소년살인사건’(91), ‘독립시대’(94), ‘마작’(96)을 잇달아 내놓는다. 이미 대만에서는 대만영화를 보는 대만영화관객은 사라져가던 때였다. 그의 마지막 작품은 칸영화제 작품상을 수상한 ‘하나 그리고 둘’(2000)이다. 

 너무 늦게 도착한, 거장의 데뷔작이다. 1983년의 타이베이를 본다는 것은 영상자료원에서 그 당시 충무로영화를 보는 것만큼 신기할 따름이다. 당연히 '101빌딩'은 등장하지 않는다. 

'해변적일천'에서는 후효현과 그의 신낭조 동료들의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해변적일천'에서는 후효현과 그의 신낭조 동료들의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 ⓒ박재환 2022.1.5

▶해탄적일천(海灘的一天/That Day, On The Beach) ▶상영시간: 166분 개봉: 2022년 1월 6일/12세관람가

 

[리뷰] 해탄적일천 ‘여자의 길, 대만의 운명’ (양덕창 감독,1983)

해변적일천세계영화사를 다룬 책에는 1950년대와 60년대를 장식한 프랑스 누벨바그에 대한 설명이 있다. 기존 영화들이 답습(!)한 문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상미학을 추구한 일련의 감독들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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