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나 한국 사람이에요!” (장재현 감독)

2024. 3. 8. 11:52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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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현 감독이 꾸준히 한 우물을 파고 있다.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에 이어 이번엔 <파묘>로 오컬트 무비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파묘’는 파 들어간 땅의 깊이만큼, 첩첩이 쌓인 관의 무게만큼 한국적 신비로움과 우리 땅의 소중함을 전해준다. 덤으로 공포감과 긴장감, 극강의 몰입감으로 영화 감상의 재미를 더한다.

영화는 전반부와 후반부가 나뉜다. 이 둘은 하나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감독은 영화의 허리를 동강 자른다. 영화를 처음 볼 때는 이상했지만, 두 번 볼 때 더 많은 것이 보이고, 그 ‘동강난 허리’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영화가 시작되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이른바 ‘MZ세대’ 무속인인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을 만난다. 스튜어디스는 화림이 일본사람인줄 알고 일본말로 서비스하고 화림은 일본말로 가볍게 대꾸하더니 ‘나, 한국 사람이에요’라고 덧붙인다. 화림은 미국에서 의학적 설명이 안 되는 한 집안의 기구한 형편을 보게 된다. ‘그냥 엄청나게 돈이 많은’ 이 집안의 우환은 한국에 있는 조상 묘 탓이라고 보았다. 이제 한국의 대단한 풍수사(지관)인 김상덕(최민식)과 장의사(유해진)와 함께 ‘흉지’에 자리 잡은 묘를 파서 관을 꺼내어 마땅한 처리를 할 것이다. 거금을 받고 말이다. 그런데 묘를 파헤치고, 관을 꺼내어 한 집안의 액(厄)을 쫓는 것과는 별개로 또 다른 오래된 악령과 비밀이 함께 파헤쳐진다.


영화 <파묘>는 풍수사(지관), 장의사, 무당이라는 우리나라 무속신앙에서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는 직업군을 보여준다. 이들은 오랫동안 한국인의 삶에서 알게 모르게 그들 삶의 질을 결정짓고, 목숨 줄을 쥐고 있었다. 이는 비과학적 사술에 불과할지라도 마지막 가는 사람을 위한 특별한 예법이라며 조용히 받아들이기도 한다. 물론, 이런 직업군은 오래 전부터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느 곳에서나 존재해 왔다. 부모님을 보내거나, 가족을 떠나보내는 가장 무거우면서, 형식적인 절차로서 말이다. 때로는 가장 기이한 형태와 의식을 띄기도 한다. 

 장재현 감독은 그런 장례 의식과 현생의 삶의 연결고리를 강원도 고성군 어느 산꼭대기 분묘에 파묻힌 관에서 찾는다. 그 속에 있는 증조할아버지와 미국 LA의 특급병원 인큐베이터  신생아가 무슨 특별한 연이 있겠는가. 하지만, 피의 의미와 땅의 기운을 중시하는 한국인에게는 그 믿을 수 없는 관계를 기어이 이어 붙이려 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후반전은 역사의 관(棺)까지 열어젖힌다.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없고인데 쇠말뚝은 여전히 녹슬지 않았고, 여우는 지금도 주목 주위를 맴도는 것이다.

 장재현 감독은 오컬트 무비의 매력을 발산한다. 그러면서 ‘한국 땅에 발붙인 한국인의 정서’에 딱 맞춘 영화적 재미를 곳곳에 심어놓는다. 김상덕, 이화림, 고영근, 윤봉길에 대해 한 번 더 찾아볼 것이고, 쇠말뚝에 얽힌 치우지지 않은 설(說)들도 찾아볼 것이고, 어쩌면 음양오행설을 공부하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신세대라면 ‘음양사’와 ‘오니’ 콘텐츠를 뒤적일지 모르겠다. 그 험한 것, 오니는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죽은 쇼군이란다. 참, 재밌는 시나리오임에 분명하다. 여전히 궁금한 것은 ‘여우’가 아니라 ‘은어와 참외’이다. 장재현 감독의 우물 파는 정성이 갸륵하다. 

▶파묘 ▶감독: 장재현 ▶출연: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쇼박스, ㈜파인타운 프로덕션 ▶공동제작:㈜엠씨엠씨 ▶개봉: 2024년 2월 22일/ 15세이상관람가/134분 

 

[리뷰] ‘파묘’ “나 한국 사람이에요!” (장재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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