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영화리뷰(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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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왕가위 감독이 한번 더 만들어 본 ‘왕가위영화’ (왕가위 감독 My Blueberry Nights 蓝莓之夜 2008)
(박재환 2008-3-12) 진정한 영화 팬이라면 누구나 가슴에는 자기만의 영화감독이 하나씩 있다. 나의 경우 좋아하는 감독이 누구냐고 물어오면 습관적으로 ‘스티븐 스필버그’라고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왕가위’가 대답이었다. 아마도 그건 우리나라에서 가장 ‘현학적인 대중영화잡지’로 알려진 >라는 잡지가 발행되던 시점이랑 거의 맞물린 시절이었다. 그런데 >가 폐간되고 나서인지 왕가위 감독은 갈피를 못 잡는 것 같다. 여전히 왕년의 ‘왕가위’ 스타일과 노스탤지어가 있기에 아직도 ‘왕가위 영화’라면 희망을 걸게 되지만 말이다. 왕가위 감독이 [2046]에 이어 이런저런 영화의 제작을 맡았고(순전히 자신의 택동영화사 영화들), 이런저런 영화에 대한 소문이 났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런 소..
2008.03.12 -
[턴 레프트, 턴 라이트] 왼쪽으로 가는 여자 오른쪽으로 가는 남자
[Reviewed by 박재환 2005-5-23] 우리나라에 소개된 두기봉 감독 작품으로는 [니딩 유], [더 히어로], [암전], [미션] 그리고 예전에 [천장지구3-풍화가인], [우견아랑] 등이 있다. 그렇고 그런 홍콩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 받아들이기 쉽지만 홍콩에서는 드물게 보는 작가주의 경향의 감독이라 평가받고 있다. 이번 깐느 국제영화제에서도 [흑사회]라는 작품으로 경쟁부문에 당당히 진출한 감독이다. 그가 아주 특이하게도 위가휘(韋家輝)와 함께 공동감독한 작품이 꽤 된다. 지난 2000년 [니딩 유]를 필두로 [랄수회춘], [종무염], [풀타임 킬러] 등 10편 내외를 '두기봉+위가휘' 콤비감독 작품으로 내놓았었다. 홍콩 영화계 내막을 잘 아는 사람은 작가주의적 두기봉과 상업주의적 위가휘의..
2008.03.05 -
[십이야] 선수들의 작업 (임애화 (林愛華) 감독 十二夜 Twelve Nights 2000)
(박재환 2003.1.2.) 이전에 신문 연재만화 중에 "love is……."라는 귀여운 한 컷짜리 작품이 있었다. 앙증맞게 생긴 조그만 남녀 애가 (아마 발가벗은 모습이었을 것이다) 귀여운 포즈를 취하고 있고 밑에는 love is.(사랑은 ~~이다)라고 한줄 감동적인 글이 쓰여 있었다. 십이야> 영화를 보면서 그 만화가 떠올랐다. 십이야>는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사람-그것도 여자-의 심리상태를 보여준다. 여자의 시각에서라고? 그렇다. 이 영화는 한 남자에게서 헤어나질 못하는 여자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자는 수동적이라고? 그렇지 않다. 이 여자도 이미 다른 남자를 사귄 적이 있다. 그럼, 일단 거리에 나가보면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 중에, 어떤 콩깍지가 씌어, ‘필연’이 되어버린 사랑에 절망하게..
2008.03.05 -
[쌍룡회] 깔깔깔 낄낄낄 우하하하하하 (임영동&서극 감독, Twin Dragons 1992)
(1999년 작성 리뷰) ‘쌍룡회’는 성룡 출연작 중 재미로 따지자면 상위권에 맴도는 그런 영화이다. 줄곧 보면서 미친 듯이 웃어댔으니 말이다. 아, 성룡은 이제 이렇게 방방 뛰고 정신없이 웃긴 영화를 만들기에는 너무 늙어버린 모양이다. 너무너무 아쉽다. 이 영화 다 끝나고 기대했던 NG장면은 없었다. 성룡영화 중에 이런 것도 있었나? 아님 비디오 출시할 때 빼버렸나? 여하튼 영화 끝 자막 오를 때 이름이 한참이나 올라가는데 홍콩영화감독협회모임이라도 있었던지 이 영화제작에 참여한 감독들 이름이 쭈욱 올라가는데, 수십 명의 명단이 올라갔다. 그들이 이름이 왜 올랐을까? 그 답은 쉽게 구했다. 작년에 출간된 성룡의 자서전(성룡은 ‘문맹’으로 알려졌는데 --;) 我是誰 成龍自述 (上海人民出版社발행>)의 후반..
2008.03.05 -
[트윈 이펙트2] 천사몽, 혹은 용가리
[Reviewed by 박재환 2004-9-23] [트윈 이펙트] 영어제목은 아마도 1편에서 주인공으로 출연한 깜찍한 듀엣 '트윈' 출연 효과를 노린 것 같은데 홍콩 제목은 [천기변](千機變)이었다. '천년에 한 번 돌아온다는 엄청난 천지개벽의 기현상'을 의미한다. 2편은 1편의 이야기와는 완전히 다르다. 뱀파이어도 안나오고 홍콩 도심지가 배경도 아니다. 아주 옛날, 여자들이 세계를 지배하던 어느 곳이 배경이다. 남자들은 목에 쇠목걸이를 찬 채 노예로 팔리던 그런 세상이다. 이때 시장통에 이런 격문이 뿌려진다. 两生花开,帝王星现;乾坤倒转,天下大乱……두 놈이 세상이 출몰하면 황제가 나타날 것이다. 하늘과 땅이 뒤바뀌고 천하는 대란을 겪을 것이다. 이런 내용. 여황제는 자신의 지위가 위태로워짐을 직감하고 ..
2008.03.05 -
[팔선반점의 인육만두] 우웩~ (八仙飯店之人肉叉燒飽, 1993)
영화잡지 [키노]의 '호러특집' 기사를 통해 [네크로만틱]이라는 영화를 찾아보는 사람이 있고, 똑같은 이유로 이 영화를 찾는다. 호러 매니아 층이 얼마나 두터운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 영화는 괜한 호기심으로 어떻게든 찾아보고 싶어하는 극성리스트의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 중 하나이다. 이 영화에는 살인, 강간, 사체훼손, 카니발리즘, 자살 등등 수위가 아주 센 장면이 속출한다. 영화 관람뿐만 아니라 이 리뷰조차 읽지 말기를 권한다. 영어제목 [The Untold Story] 즉, '못다한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의 중국어 제목은 [八仙飯店之人肉叉燒飽] '팔선반점의 인육찐만두'이다. 팔선반점은 주인공이 경영하는 조그마한 음식점 이름이다. 이 가게에 어떤 재료로 어떤 요리를 해내는가? 이 영화는 19..
2008.03.05 -
[색정남녀] 한 예술하고픈 홍콩 영화감독 (나지량 이동승 감독 色情男女 Viva Erotica,1996)
(2019.6.18) 이 영화에 대한 감상문을 두 번 썼었네요. 한 때 홍콩영화 최전성시대 끝물의 비애가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박재환 2000.3.17.) (**2000년 국내극장개봉 리뷰**) 홍콩 인구는 600만 명 정도이며 해마다 만들어지는 영화는 100편 이상이나 된다. 물론 이들 영화 대부분은 한국 영화팬들이 짐작하는 대로 쓰레기 아니면 킬링 타임용 3류 영화들이다. 그러니 그런 틈바구니 속에서 왕가위나 관금붕, 아니면 프루트 챈(진과) 같은 감독의 작품이 살아서 한국에까지 소개된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물론 홍콩영화는 한국영화와 비교하면 훨씬 국제적이며, 영화산업 자체도 훨씬 체계적이다. 어떻게 저런 영화가 만들어지고 팔려나갈까 의문이 들 때도 있지만, 확고한 스타 시스템, 분명한 시..
2008.03.05 -
[소림사학비권] 성룡, 한국여배우와 공연하다
[Reviewed by 박재환 2003-7-11] 성룡의 78년도 작품이다. 오늘날은 세계적인 액션 스타가 된 성룡이지만 1978년 이전까지의 그의 영화인생은 비참했고 '무지' 힘들었었다. ,(실제로는 사형조수)의 연이은 흥행성공으로 이소룡 뒤를 잇는 흥행배우가 되었지만 그 직전까지 수많은 액션영화에서 대역배우 아니면 엑스트라로 눈물젖은 빵을 먹어야만 했었다. 이 즈음에 그가 출연한 작품 중에 이라는 영화가 있다. 성룡이 구술한 그의 자서전에 따르면 이 영화가 그의 첫번째 '드림무비'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친구인 진지화가 감독을 맡았기에 캐릭터 구성과 격투 장면 연출에서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전까지 성룡 출연영화는 대부분 로우예(羅維)가 감독을 맡았기에 성룡..
2008.03.05 -
[살지연/살지련] 그녀는 이미 죽었어! 죽었다고… (杀之恋 Fatal Love,1988)
장국영이 1988년에 출연한 작품이다. 그의 나이 서른 셋. 아직은 동안(童顔)을 간직하고 있고, 귀여운 면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물론 이 영화도 황백명이 제작을 했다. 당시의 홍콩 영화의 경향을 알 수 있는 전형적인 스타일의 영화이다. 사실 장국영이라는 스타가 있었기에 그럭저럭 졸작소리는 면했지 보고나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늦은 밤, 장국영이 으슥한 도로에서 차를 몰고 있다. 라디오에서는 시시껄렁한 귀신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그럼 귀신을 직접 본 사람의 전화를 받아 이야기를 들어 보겠습니다. 어쩌구저쩌구….” 이때 장국영의 차 앞으로 뭔가 하얀 것이 휙 스쳐지나간다. 놀란 장국영은 차를 세우고는 차 주위를 살핀다. 분명히 누군가 차에 친 것 같았는데. 장국영은 무서운 생각에 다시 차를 ..
2008.03.05 -
[말할 수 없는 비밀] ‘비밀의 曲’
[Reviewed by 박재환 2008-2-4] 대만영화 한 편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대만의 톱 가수 주걸륜이 주연뿐만 아니라 감독까지 겸한 [말할 수 없는 비밀]이란 영화이다. 주걸륜은 (아쉽게도) ‘대만의 비’라고 알려졌지만 중화권에서는 나름대로 꽤 유명한 뮤지션이다. 중화권에서의 그의 인기는 홍콩영화 [이니셜D]와 장예모 영화 [황후화]에 캐스팅된 것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 싱어송 라이터인 그가 자신의 뮤직비디오를 직접 연출하더니 이제 극영화 감독에까지 나선 것이다. 팬으로서는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면 역시 주걸륜이 대단한 엔터테이너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웹에서 이 영화를 검색해보면 영화 내용, 결말에 대한 구구한 해석들이 올라와 있다. 적어도 ..
2008.03.05 -
[소림축구] 주성치, 축구화를 신다 (주성치 감독 少林足球 Shaolin Soccer , 2001)
(박재환 2002.2.7.) 축구를 중국어로는 '足球'라고 한다. 우리나라 예비역들이 좋아하는 '족구'와 혼돈하지 마시길... (2001년) 7월 홍콩에서 개봉되어 6천만 홍콩달러를 벌어들여 올해 최고의 흥행기록 작으로 기록된 작품이 바로 주성치 감독, 주연의 소림족구>라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제작단계에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고 개봉 후에도 줄곧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올해 유난히 헐리우드 블록버스트의 공세가 극심했음에도 이 영화가 웬만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트를 무릎 꿇게 만들었다. '엄청난 영화?' 주성치 영화이니 그다지 기대하지 않아도 되지만, 또한 주성치 영화이니까 기대할 만도 한 것이 사실이다. 주성치는 홍콩영화의 한 아이콘으로서 복잡한 평가를 받고 있다. 단적인 예로 우리나라에서 발행되는 키노>..
2008.03.05 -
[소림사] 스타 탄생
[Reviewed by 박재환 2001-6-21] 중국의 대표적 감독 장이모는 신작으로 진시황 시절의 영웅담을 그린 이란 영화를 오래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이 영화에 출연할 배우들은 모두 홍콩-중국의 쟁쟁한 스타들이다. 그런데 장이모 감독이 가장 눈독을 들이고 접촉하고 있는 배우가 바로 이연걸이다. 하지만 오늘 현재까지 이연걸은 출연 확답을 않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개런티 1,000만 달러 이하로는 몸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가난하게 자라, 단지 그 이유 때문에 무예학교에 들어갔고, 또 어린 나이에 무술대회에서 출중한 기량을 선보여 영화계에 캐스팅 이연걸. 그는 나이 19살에 의 주인공으로 발탁된다. 중국이 마오쩌뚱에 의해 공산화된 후(1949년), 중국에서는 30년 동안 '..
2008.03.05 -
[서울공략] '홍콩'영화 '서울'시를 유린하다! (마초성 감독 韓城攻略 2005)
지난(2004년) 연말 서울시 이명박 시장은 홍콩 영화인들이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 영화 찍는 것에 대해 대환영이라며 촬영에 적극 협조해 주겠다고 말했다. 이미 부산과 전주 등지에서 영상위원회가 설치되면서 각기 자기 동네에서 영화 찍는 것에 대해 지자체에서 발 벗고 나서고 있다. 파리의 에펠탑이나 뉴욕의 거리가 영화에 자주 노출되면 우선적으로 그것이 관광수익으로 이어지고 결국 국제적 지명도가 상승할 것임은 물론이다. ([여친소]에서 한국야경이 참 아름답게 잡혔다는 이야기는 했었고...)어쨌든 홍콩 영화인들이 대거 서울에 몰려와서 [서울공략]이란 영화를 찍었다. 그리고 지난 설에 홍콩과 중국에서 개봉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개봉날짜조차 잡히질 못했다) 지난 주 홍콩에서 700만 HK$에 조금 못 미치..
2008.03.05 -
[정이건 장백지의 도신] 유진위 감독의 무한부활 (유진위 감독 無限復活 Second Time Around 2001)
(박재환 2003.9.26.) 유진위 감독의 무한부활>이 우리나라에 정이건, 장백지의 도신>이라는 제목으로 은근설쩍 비디오로 출시되었다. 굉장히 반가운 영화임에 분명하다. 유진위라는 인물부터 소개하자면 한때 홍콩영화계의 컬트마스터로 추앙받던 인물이다. “유진위 없이는 주성치도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의 작품은 홍콩영화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가 주성치와 손잡고 만든 서유기>나 회혼야>(홍콩 레옹) 말고도 내세울 작품은 너무 많다. 게다가 1992년 왕가위 감독과 택동영화사를 설립하고 만든 동성서취>는 동사서독>과 함께 홍콩영화팬에게는 두고두고 회자될 걸작 코미디이다. 유진위 감독은 시나리오 쓸 때는 기안 (技安)이라는 필명을 사용한다. (유진위의 정말 걸작을 만나고 싶다면 블랙로즈>..
2008.03.05 -
[소살리토] 一見鐘情과 甛蜜蜜
[Reviewed by 박재환 2001-6-14] 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교외에 위치한 주택가로 주로 부유한 예술가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라고 한다. 홍콩 영화 는 바로 이 곳 소살리토를 꿈꾸는 가난한 이혼녀 장만옥이 실리콘 밸리의 각광받는 브레인 여명과 밀고 댕기는 연애담을 펼치는 영화이다. 여명과 장만옥이 호흡을 맞추니 자연스레 1996년의 명작 이 떠오를 수밖에. 이미 이 영화 의 국내 비디오 출시제목은 으로 잠정 확정되었다고 한다. (우습게도 라는 제목으로 비디오 출시된 홍콩영화가 있다. 여명과 서기가 주연을 맡았던 라는 영화가 그렇게 둔갑한 것이다) 의 홍콩개봉제목은 이었다. '첫눈에 반한 사랑'이란 뜻이다. 엘렌(장만옥)은 어린 아들 스콧을 데리고 샌프란시스코에서 택시 기사를 하며 외롭게..
2008.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