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영화리뷰(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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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우강호] 어찌 강호를 쉽게 떠날 수 있으리오~ (소조빈 蘇照彬 감독 劍雨/ 劍雨江湖, Reign Of Assassins, 2010)
는 한동안 보기 힘들었던 정통 ‘무협강호 드라마’이다. 원래 ‘강호’(江湖)라는 말은 무협과는 떼어 놓으려야 떼어놓을 수 없는 심오한 용어이다. ‘홍콩 느와르’의 영향으로 흑사회(조폭)무리를 ‘강호’라고 인식들 하지만 인간사바세계와는 조금 다른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강호’는 어떤 살벌한 인간세계, 칼과 표창이 날아다니는 녹림의 최전선을 의미한다. 하지만 강호를 다룬 여러 영화와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 중에 이런 게 있다. “강호를 떠나겠다지만 강호가 어디기에 떠날 수 있단 말인가?” 김용의 소설 를 보면 무협(무술)계의 절대고수가 여러 무파의 최고수들을 모셔놓고 ‘금분세수’(金盆洗手) 이벤트를 펼치는 것이 있다. 천하에 위명을 떨치는 각 무파의 고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금 세숫대야의 물로 손을 ..
2010.10.18 -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 중국 CSI 납시오~
중국역사에 관심 있는 영화팬에게는 흥미로운 영화가 한편 개봉되었다. 홍콩 서극 감독의 이란 작품이다. 서극 감독이야 30년 전부터 홍콩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재간둥이 아닌가. (1983)을 필두로 , , 등등 고비마다 신기할 정도로 영화팬의 기호를 사로잡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마구마구’ 양산해온 인물이다. 그가 내놓은 최신 작품은 7세기 무렵 중국을 호령한 여황제 측천무후와 여전히 중국인에게 최고의 수사관으로 기억되는 적인걸이란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구중심처에서 펼쳐지는 황실 대음모극과 CSI 완전범죄 소탕스토리가 이렇게 결합되다니. 놀랍지 않은가. 여황제는 절대 안된다 vs. 반란을 용서할 수 없다 오랜 세월을 어린 아들을 대신하여 수렴청정하던 무측천이 마침내 야욕을 드러낸다. 직접..
2010.10.11 -
[양산백과 축영대] 저 낭자, 남장했어요~
지금 소개하려는 영화는 1963년에 만들어진 홍콩 쇼 브러더스의 영화 (梁山伯與祝英台)이다. ‘양산백’(량산보)이라는 도령과 ‘축영대’(주잉타이)라는 ‘낭자’의 이룰 수 없는 애틋한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양산백-축영대’, 이른바 ‘양축’ 커플은 중화권에서는 우리나라의 ‘이몽룡-성춘향’ 커플만큼이나 널리 알려진 캐릭터라서 여러 차례 영화와 TV드라마, 연극, 뮤지컬 등등으로 만들어졌다. 서극 감독에 의해 이라는 애니메이션도 있고, 일본작가의 ‘망가’도 있다. 이 영화를 오늘 갑자기 소개하는 것은 KBS드라마 때문이다. 은 정은궐의 소설 을 극화한 것이다. 이 소설은 조선시대, 한 가난한 양반집 규수가 어찌하다보니 남장을 하고 ‘여자에겐’ 금단의 학당인 성균관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소동과 ..
2010.09.08 -
[공자] 공자가 살아야 중국이 산다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지만 ‘일본 = 콘텐츠강국’이라는 등식이 우리나라 창작인에게 받아들여진다. 서점 한쪽을 다 차지하고 있는 일본소설, 넘쳐나는 일본드라마 동영상, 그리고 소장하고픈 각종 캐릭터 상품들. 그런데 그 콘텐츠강국 경쟁대열에 중국이 나섰다. 중국은 그 많은 사람, 그 오랜 역사에서 배태된 수많은 ‘스토리중심의 콘텐츠'가 무궁무진하게 포진하고 있다. 소설 삼국지(연의)를 기반으로 한 오우삼 감독의 이 그 좋은 예일 것이다. 중국에선 최근 놀랍게도 ‘공자 선생님’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만들어졌다. 언뜻 보아 “돈,돈,돈....”하며 오직 경제성장에만 올인할 것만 같은 중국인을 정신적으로 각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국책 영화(주선율)로 보이지만 놀랍게도 이 영화는 ‘콘텐츠 중국의 잠재력’을 십분 보..
2010.02.04 -
[8인 최후의 결사단] 1905, 로스트 히어로즈
* 이 영화의 중국어원제는 (十月圍城)이다. 아편전쟁 이후 홍콩이 영국에 할양된 후 빅토리아 시티를 중심으로 항구가 형성된다. '10월, 빅토리아성을 사수하라' 정도의 뜻이다. * 작년, 2009년은 중국(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된 지 60년이 되는 해였다. 그들의 건국기념일인 10월 1일 천안문광장에서 최첨단 무기를 내세운 군사 퍼레이드를 통해 그들은 그들이 초강대국의 하나임을 대외에 과시했다. 모택동이 장개석의 국민당 정부를 대만으로 몰아내고 농민과 무산계급의 혁명성공을 대내외에 선포한지 60년이 된 것이다. 그동안 중국은 세계 경제에서, 그리고 지역 헤게모니 쟁탈전에서 초강대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내보이고 있다. 영화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에게야 홍콩 느와르 이후 중국어영화라면 잊힌 장르가 되어버린 감..
2010.01.11 -
[성성왕](싱싱왕) 홍콩에서 만든 킹콩 영화. 그것도 1976년도에. (하몽화 감독 猩猩王, 1975)
‘킹콩’(King Kong)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1933년에 처음 영화로 만들어졌다. 물론 할리우드에서. 대박영화를 꿈꾸는 영화감독이 풋내기 여배우를 데리고 인도네시아 근처 섬까지 가서는 그곳에서 야생 거대 고릴라를 발견하여 뉴욕에 데려와서 흥행을 펼친다는 내용이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올라가다 전투기의 공격을 받고 죽는다는 슬픈 내용이다. 이 영화는 그해 곧 바로 속편이 만들어졌다. 제목은 (Son of Kong)이었다. 은 괴수영화, 거대동물영화의 컬트로 대접받는다. 1976년에는 디노 레 라우렌티스라는 걸출한 제작자에 의해 리메이크되었다. 이 영화에서 킹콩은 이제는 사라진 뉴욕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기어 올라간다. 1976년도 작품의 특징은 여배우 제시카 랭이 너무나도 연기를 못한다는 것...
2009.11.03 -
[출애굽기] 여인의 음모 (팽호상 감독)
홍콩영화계에 팽호상(彭浩翔 Ho-Cheung Pang)이란 감독이 있다. 우리나라의 김기덕 감독만큼이나 독특한 감독이다. 아마도 작금의 홍콩의 규모로 봐서는 ‘가장 현실적인 홍콩’ 영화감독일 것이다. 그의 영화데뷔작 (▶영화리뷰 보기)를 어떻게든 본 사람이라면 이 말에 동의할 것이다. 그는 비참하리만치 쪼그라져버린 홍콩영화판에서 가장 홍콩적인 이야기를 아주 애써서 자신의 영화에 담고 있다. 그의 2007년도 작품 를 소개한다. 물론 는 구약성서의 한 챕터이다. 모세가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민족(유태인)을 이끌고 홍해를 건너 시나이산에 이르는 고난과 역경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애굽’은 이집트를 이야기한다. ‘출애굽기’ 즉, ‘엑소더스’는 오토 프레밍거 감독에 의해 왕년에 영화로 만들어졌다. 폴 뉴먼이 이끄..
2009.10.29 -
[중국초인] ‘메이드 인 홍콩’ 슈퍼 히어로 (화산 감독 中國超人, 1975)
이 영화를 다시 찾아본 것은 쇼 브러더스(邵氏兄弟) 때문이다. 지난 20일 홍콩에서는 중국(적어도 홍콩) 대중문화계에 중요한 행사가 있었다. 홍콩에서 가장 큰 방송사인 TVB(무선전시대)의 42주년 개국행사가 열렸다. 중국도 아닌 홍콩의, 일개 방송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TVB는 바로 왕년의 홍콩 영화왕국 쇼 브러더스의 소일부(邵逸夫) 할아버지가 대표로 있는 방송사이다. 그 할아버지 올해 연세가 무려 102살. 중국 언론보도에 따르면 소일부 회장 (공식직함은 TVB 행정주석이다)은 내년 1월 1일 정식 은퇴한단다. 이 때문에 10월 20일 밤에 있었던 TVB 42주년 축하행사장은 그의 마지막 공식무대인 셈이다. 쇼 브러더스는 1958년 홍콩에서의 영화사업을 시작했다. 1970년 TV가 각광받으면서 소..
2009.10.23 -
[나는 비와 함께 간다] 홍콩 예수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에 소개되는 영화 중에 가장 관심을 받은 작품 중의 하나가 바로 이병헌, 기무라 타쿠야, 그리고 할리우드의 조쉬 하트넷이 출연하는 영화 라는 영화이다. 역시 배우들의 이름 값 때문인지 이 영화는 발매시작 38초 만에 인터넷 예매분이 매진되는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이 영화는 지난 6월에 일본에서 먼저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트란 안 홍(Trần Anh Hùng) 감독 작품이다. 이름이 조금 생소할 수도 있지만 베트남 출신의 유명감독이다. , 그리고 로 해외영화제에서 각광받은 인물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에 출연한 양조위 때문에 더 유명해진 영화요 영화감독이다. (그것은 마치 후효현 감독의 와 비슷한 이유이다) 트란 안 홍 감독이 2000년 을 완성한 뒤 한 작품을 추진하다 ..
2009.10.12 -
[성월동화2] 장국영의 오키나와 랑데뷰 (진가상 감독 戀戰沖繩 2000)
장국영 영화 중 이런 영화가 있다. (연전충승). ‘충승’(沖繩)은 일본 열도 남쪽 저~ 밑에 있는 그림 같은 섬 ‘오키나와’이다. 제목을 보자면 ‘오키나와에서의 사랑전쟁’이다.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장국영과 몇몇이 오키나와까지 가서 와당탕탕 소동을 펼치고 우여곡절 끝에 진정한 사랑을 확인한다는 그런 내용이리라. 누가 나오나. 장국영과 함께 왕비(왕페이), 양가휘가 나오고, 일본에서 찍으니 일본배우도 나온다. 기대된다. 감독은 진가상 감독이다. 사실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하다. 장국영은 2003년 4월 1일 홍콩의 한 호텔에서 뛰어나 삶을 마감했다. 죽기 몇 해 전까지 그가 출연했던 영화는(홍콩개봉일 중심) (99.4.1), (99.10.14), (2000 .5.27), (2000..
2009.08.11 -
[신주쿠 사건] 성룡의 이름, 이동승의 집념, 홍콩영화의 미래
꽤나 흥미로운 홍콩영화 한 편이 극장에서 개봉되었다. 이동승(爾冬陞,얼동셩) 감독의 이다. 신주쿠(新宿)는 일본 수도 도오쿄(東京)의 가장 번화가이다. 초고층 건물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일본 경제의 심장 같은 곳이다. 실제 이곳의 경제규모는 아시아 웬만한 국가 규모를 뛰어넘는다. 신주쿠의 가부키초(歌舞伎町)와 오쿠보(大久保)가 주 배경이다. 시대적 배경은 1990년대. 멕시코 인들이 아메리칸드림을 꿈꾸고 미국 국경을 넘듯이 중국의 많은 사람들이 밀항선을 타고 일본 해안으로 몰려온다. 이들이 타고 오는 배는 낡아빠진 화물선이고 그 배 밑바닥이나 컨테이너 속에서 질식해서 죽는 일도 왕왕 있다. 영화에서 성룡(鐵頭)은 중국 동북부 흑룡강(헤이룽쟝) 지방의 트랙터 수리공이었다. 여자 친구 슈슈(秀秀)가 일본으..
2009.06.24 -
[서유기 월광보합+선리기연] 주성치 영화의 최고봉 1편: (유진위 감독 西遊記月光寶盒/仙履奇緣 A Chinese Odyssey 1995)
[Reviewed by 박재환 2005/5/6] 일반적으로 [서유기]는 주성치 영화의 최고봉이라고 이야기되어진다. 이른바 주성치라는 현대 홍콩 대중문화예술 아이콘이 그려내는 무리두(無厘頭,넌센스) 영화의 최고 결정판인 것이다. 그런데 세월이 가면서 [서유기]는 그 작품성으로 다시 클래식의 반열에 차츰 들어서고 있다. 그와 함께 이 영화의 실제적 산파인 유진위 감독에 대한 천재성이 다시 한번 각광받고 있다. 유진위는 이미 컬트 감독으로 대접받는다. [서유기]는 1995년 연초에 1편, 2편이 차례로 개봉되면서 홍콩에서 꽤 인기를 얻었다. (두편으로 나뉘어 개봉되었지만 제작비 6천 만 元을 회수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은 이 전설적인 영화의 작은 시작에 불과했다. [서유기]는 곧바로 중국에서도 개봉되었지만 ..
2009.03.30 -
[적벽대전2-최후의 결전] 이번엔 진짜 적벽대전이다
오우삼의 새로운 도전 1과 2 오우삼 감독이 역대 중국영화사상 최고의 제작비(6억 위엔)를 투여하고 중화권 최고의 스타를 출연시켜 만든 삼국지 영화 은 상업적 이유로 상·하편 두 편으로 나뉘어 개봉되었다. 중국에서는 지난여름 개봉된 상편은 모두 4억 위안을 벌어들였다. 말이 ‘적벽대전’이지 ‘적벽대전’ 직전까지의 조조와 손권 측 군사대치에 집중된 전편만으로 이 정도 벌어들였으니 실제 전쟁이 펼쳐지는 (하)편의 수익은 어찌될까. 지난 7일 개봉되어 이미 2억 위엔 가까이 벌어들이고 있다. 영화 을 제대로 보기 위해 소설 와의 관계나 정사 와 관련하여 역사고증문제 등은 이미 한 차례 다루었고 이번엔 오우삼의 연출역량에 초점을 맞춰볼까 한다. (▶이것만 읽어도 소설-영화-역사에 대해 훤~해지는 박재환의 리뷰 ..
2009.01.21 -
[자마] 쇼브러더스 장철 감독의 역사 액션물
만청(晩淸)시기 정치는 부패했고 사회는 혼란스러웠다. 그 시절(동치 9년=1870년)에 양강총독(兩江總督)이었던 마신이(馬新貽)가 암살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이른바 청말 4대 미스테리(清末四大奇案)의 하나로 손꼽히는 '자마안(刺馬案)‘이다. 실제 마신이 총독의 암살사건은 단순했다. 동치(同治) 9년 7월 26일 상오, 연병장에서 열병의식을 마친 마신이가 총독부서로 돌아오는 길에 자객 장문상(張文祥)의 습격을 받는다. 장문상은 달아날 생각은커녕 그 자리에서 오히려 "자객은 나, 장문상이다"고 소리 지르기까지 했다. 총독이 살해되자 청 정부는 발칵 뒤집어졌다. 그런데 이 사건은 이런저런 이유로 신속하게 처리될 필요가 있었다. 마신이에 대한 추문이 흉흉했고, 정권 실세였던 서태후는 통치기반의 동요..
2008.12.21 -
[소림목인방/소림목인항] 성룡이 나오는 소림사 영화 (진지화 감독 少林木人巷 1976)
[소림목인방]이라는 영화는 1976년에 만들어진 홍콩영화이다. 주인공은 이소룡이나 이연걸이 아니라 성룡이다. 성룡이 과 (사형조수)로 인기 끌기 전에 출연했던 많은 영화들 중의 하나이다. 이 영화는 성룡 팬들에게나, 홍콩 액션영화 마니아에게는 공부할게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순전히 '소림사'에 대한 공부이지만 말이다. 우리나라엔 [소림목인방]으로 소개된 이 영화의 홍콩 제목은 (少林木人巷, 감독:陈志华)이다. ‘항’(巷)은 골목을 이야기한다. ‘더러운 거리’를 일컫는 ‘누항’(陋巷)처럼 말이다. 영화에선 이게 단순한 골목, 길목이라기보다는 좁다란 통로, 복도를 의미한다. 영화에서의 구체적인 의미는 소림사에 있는 목인들의 길목이다. 영화들어가기 전에 ‘목인항’(목인방)부터 소개한다. 최종관문 = 소림목인방..
2008.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