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 월광보합+선리기연] 주성치 영화의 최고봉 1편: (유진위 감독 西遊記月光寶盒/仙履奇緣 A Chinese Odyssey 1995)

2009. 3. 30. 16:56홍콩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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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2005/5/6]   일반적으로 [서유기]는 주성치 영화의 최고봉이라고 이야기되어진다. 이른바 주성치라는 현대 홍콩 대중문화예술 아이콘이 그려내는 무리두(無厘頭,넌센스) 영화의 최고 결정판인 것이다. 그런데 세월이 가면서 [서유기]는 그 작품성으로 다시 클래식의 반열에 차츰 들어서고 있다. 그와 함께 이 영화의 실제적 산파인 유진위 감독에 대한 천재성이 다시 한번 각광받고 있다. 유진위는 이미 컬트 감독으로 대접받는다. [서유기]는 1995년 연초에 1편, 2편이 차례로 개봉되면서 홍콩에서 꽤 인기를 얻었다. (두편으로 나뉘어 개봉되었지만 제작비 6천 만 元을 회수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은 이 전설적인 영화의 작은 시작에 불과했다. [서유기]는 곧바로 중국에서도 개봉되었지만 '왕가위의 아비정전이 한국에서 받은 수모처럼' 끔찍한 대접을 받았다. "저것도 영화냐!"라는 비아냥과 함께 불교에 대한 몰이해, 신성모독이라는 악평까지 받았을 정도였다. 물론 흥행성적은 형편없었고 말이다.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서면서 [서유기]는 북경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하나의 포스트모더니즘의 최선봉으로 최고의 작품으로 추앙받게 되었다.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서유기] 동영상은 중국 대학생에게는 소장하지 않아서는 안될 기본 콘텐츠가 되었고, [서유기]에 나오는 기발한 어법, 대사는 최고의 인기 유행어가 되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주성치 열혈 팬들은 이 영화를 '보고 보고 또 보고' 최고의 영화라고 추켜세우고 있는 것이다. 


중국문학사에 있어 '장회소설'(章回小說)이란 게 있다. 거리의 이야기꾼들이 각종 재담을 하듯이 "오늘은 이~까지.. 내일을 기대하시라. 몇 회 끝!" 하는 게 소설 형식으로 정착되면서 갖춰진 방식이다. 삼국지, 서유기, 홍루몽 등이 이러한 형태를 띠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꾸준히 중국고전들이 번역 출판되고 있다. 삼국지 뿐만 아니라 [서유기]도 꽤 많은 판본이 번역 출판되었다. 그 중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온 10권 짜리 <<서유기>>에는 꽤 두툼한 부록/해설판이 포함되어 있다. 그만큼 <<[서유기>>는 중국문학의 보고이다. (꽤 많은 이설과 설명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오승은 작품으로 일컬어지는 [서유기]는 100회본 장회소설이다. 우선 우리가 다 아는 내용은 이렇다.(네이버 백과사전에서..)

  대당(大唐) 황제의 칙명으로 불전을 구하러 인도에 가는 현장삼장(玄三藏)의 종자(從者) 손오공(孫悟空)이 주인공이다. 원숭이 손오공은 돌에서 태어났으며, 도술을 써서 천제의 궁전이 발칵 뒤집히는 소동을 벌인 죄로 500년 동안 오행산(五岳山五行山)에 갇혀 있었는데, 삼장법사가 지나가는 길에 구출해 주었다. 그 밖에 돼지의 괴물이며 머리가 단순한 낙천가 저팔계(猪八戒), 하천의 괴물이며 충직한 비관주의자 사오정(沙悟淨) 등을 포함한 일행은 요괴의 방해를 비롯한 기상천외의 고난을 수없이 당하지만 하늘을 날고 물 속에 잠기는 갖가지 비술로 이를 극복하여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하고 그 공적으로 부처가 된다는 내용이다.

  이 유명한 손오공 이야기를 천재감독으로 추앙받는 유진위 감독이 기막힌 시간의 패러독스를 채용하여 [서유기] 영화를 만들었다. 홍콩에서 개봉된 1편의 제목은 정확하게는 '西遊記101回月光寶盒'이다. 100회본을 뛰어넘어 101회본을 창조해낸 것이다. [서유기] 영화를 본 사람은 다들 공감하지만 한번 볼 때보다, 2번 볼 때가 , 2번 볼 때보다 3번 볼 때가 더 영화에 몰입하기가 쉽다. 과연 어떻게 이어지는지 궁금증을 안 가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1편 [월광보합]만 봐도 상관없고 2편 [선리기연]만 봐도 상관없다.

  영화내용은 대체로 이러하다. (영화내용을 상당히 길게 써놓았는데 스포일러라면 스포일러임. 영화보기 전에 이 글 읽으면 무슨 말인지 모를테고, 영화보고 나서 봐도 그랬던가 하고 한번 더 볼 것 같음.)

영화가 시작되면 관음보살이 손오공을 맹비난하고 있다. "네 이놈! 넌 자하선사의 월광보합을 빼앗고 당삼장 고기를 먹으러 했으니 천벌을 받아야한다." 그러자 말이 무진장 많은 잔소리쟁이 당삼장(唐三藏=나가영)이 "나의 부덕이니 내가 죽어서 손오공을 회개시켜 주세요"라며 자진(자살)한다. 그리고 500년의 세월이 휭~하니 지나간다. 황량한 사막지역. 여기는 오악산(五岳山)이다. 너무나 평화롭게 도끼파 산적이 옹기종기 거지처럼 모여있다. 방주(두목)는 (칠성파의 공격을 받아서 사팔뜨기가 되었다는) 지존보(至尊寶=주성치)이다. 그의 왼팔은 이당가(오맹달), 오른팔은 장님(瞎子). 이들 도둑 무리에 겁도 없이 웬 여자 하나가 들이닥친다. 춘삼십낭(春三十娘=남결영)이다. 춘십상낭은 놀라운 무공으로 산적들을 항복시키고는 다짜고짜 발바닥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리곤, "여기 지나가는 사람들 붙잡아 모두 조사해! 발바닥에 점 세 개가 나 있는 사람을 잡아들여!" 그리곤 또 다른 여자가 등장한다. 백정정(白晶晶=막문위)이다. 이 여자도 누군가를 열심히 쫓고 있다. 알고 보니 이들은 남매. 언니는 커다란 거미요괴(蜘蛛精)이고 동생은 백골마녀(白骨精)이다. 백골마녀는 언젠가 자기를 사랑한다고 해놓고 도망간 '원숭이' 손오공을 찾고 있고, 거미요괴는 그 손오공이 모시고 있는 당삼장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당삼장(스님)의 고기를 먹으면 불로장생 한다는 믿음 때문. 혹시 변장이라도 했을 손오공의 발바닥엔 점 세 개가 찍혀 있다는 것이다. 그럼 산적두목 지존보(주성치)는 손오공? 아니면 손오공의 후예? 아니면 세월이 흘러 나중에 손오공으로 부활할 인물? 여기에 보리노조(菩提老祖=유진위 감독이 직접 연기!)라는 스님이 나타나 지존보에게 "이들은 요괴이며 넌 손오공이 되어 당삼장을 모시고 서역으로 가서 불경을 얻어와야한다"고 주절댄다. 지존보는 지금 이들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웬 개떡같은 소리를 하지?

이때 등장하는 우마왕(牛魔王). 우마왕은 또 뭐야? 우마왕은 손오공이 자신의 첩이 될 여자를 빼았아 갔다고 난리다. 지존보는 정체성의 혼란을 계속 느끼지만 순간 백정정(막문위)에게 '일견종정'(一見鍾情=한 눈에 반해 버린다). 언젠가-혹시, 전생의..- 인연이 있던 손오공의 마음이 아니라 지금 현재 산적두목 지존보로서 백정정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는 꼬이고 꼬인다. 동굴(수렴동)에서 이 영화 최고의 포복절도할 사건이 벌어진다.

  거미요괴 춘십삼낭은 지존보를 최정대법(催情大法-(그냥 눈빛으로 삐리리~ 하면 임신이 됨)으로 강간하겠다고 협박하다가 그만 그만 실수로 이당가(오맹달)가 끼어들어 그만 이당가의 애를 갖게 된다. 그리고 수렴동에서 아기를 낳는 순간. 비극은 잉태된다. 춘십삼낭이 낳은 아기가 바로 당삼장이 될 운명의 아이. 뒤늦게 우마왕의 손아귀를 벗어난 백정정은 "흥 이 와중에 출산이라니. 언니 누구 아이죠?" 그런데 이 못된 언니가 한다는 말. "흥.. 이 아기는 말야. 나와 지존보 사이에 난 아이란다." (그 말을 할때 애 진짜 애아버지 오맹달의 얼굴을 스쳐 지나가는 수심에 가득찬 모습!) 백정정은 "흑, 그럴 순 없어요." 하고 자청보검으로 자신의 목을 긋고 자살한다. 이때 우마왕이 나타나 당삼장을 내놓으라고 또 한판 결투가 벌어진다.

지존보는 동굴에서 발견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힘을 가진 월광보합으로 죽은 백정정을 살리러 애쓴다. 보름달을 향해 월광보합을 펼치고는 비장의 주문 '뽀로뽀로미'(광동어로는 '뽀이뽀로미'라고 말한다)를 외친다. 시간의 역행. 열심히 백정정에게 달려가지만 딱 2초가 모자랐다. 백정정이 아주 조금 전에 죽은 뒤. 다시 월광보합을 펼쳐 들고 "뽀로뽀로미.. 하고 달려간다. 아. 이번엔 1초.. 헥헥 거리며 다시 동굴 밖으로 뛰어나온다. "뽀로뽀로미..." 이를 지켜보는 오맹달의 눈에선 황당함의 극치! 그런데 이번엔 너무 먼 시대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아무도 없는 동굴 근처에서 망연자실 앉아있는데 한 예쁜 여자(주인)가 등장하여 "여기 좋군. 넌 내 거야."라며 발에다가 '찜'을 한다. 지존보가 놀라서 발바닥을 살펴보는 순간 너무나 선명한 점 세 개. 거울을 비쳐보니 어느새 손오공이 되어 있는 게 아닌가.

여기서 1편 [월광보합] 끝.

2편 들어가기 전에 그럼 1편의 내용은 뭐란 말인가. 원래 서유기에서처럼 관세음의 징벌을 받은 손오공은 500년 동안 돌산에 깔리게 되는데 여기선 어떻게 영혼이 맴돌다가 사막지역 산적에게 이어지는 것이다. 산적 지존보는 분명 손오공이 될 존재이지만 아직 자신이 그런 운명을 타고난 줄을 모르고 있다. 누군가가 "너가 바로 그!"이라는 것을 각성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웬 '매트릭스의 메시아', 혹은 '그가 왔어요!') 어쨌든 영화 막판에 지존보는 자신이 손오공이 되었음을 알게 된다.

2편은 자하선자(紫霞仙子=주인)가 등장한다. 자하? 그녀는 누구인가. 원래 자하선자는 청하선자와 함께 여래불상의 앞을 밝히는 일월명등(日月明燈)의 심지였다. 그런데 어느 날 자하선사가 자신의 님을 찾게다며 선계를 뛰쳐나간 것이다. 자신이 들고 다니던 칼(자청보검)을 뽑아 드는 남자를 낭군으로 삼을 것이라고.

지존보가 월광보합을 들고 거듭 시간을 오가다가 그만 500년이나 전으로 와 버린 것이다. 반사동(아직은 수렴동) 동굴 앞에서 만난 것이 바로 그 자하선사였다. 자하선사는 월광보합을 손에 넣고 지존보의 발에 점 세 개를 꼭 찍고는 자기 소유라고 말한 것이다. 마침내 지존보의 운명이 점차 손오공으로 기우는 것이다.

지존보(손오공)는 한시라도 빨리 월광보합을 손에 넣어 500년 뒤로 날아가 '자살'하기 직전의 백정정을 구해내야 하는데 자하선자가 내놓을 생각을 않는다. 게다가 자하선사를 끔찍히 싫어하는 언니 청하선자까지 등장한다. 알고 보니 자하선자와 청하선자는 '일신이심동체'(一身二心同體)의 정신분열증 존재.([동사서독]에서 임청하처럼...) 낮에는 착하고 아름다운 자하선자이고 달이 떠오르면 못된 청하선자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지존보는 밤과 낮을 통해 한 여자에게 알 수 없는 대접을 거듭 받게 되는데 나중엔 상황을 파악하고는 "나? 지존보 동생 지존옥이오.."라고 농담도 한다. 그리고 덧붙이는 대사는 (당신들이 청하가 되었다 자하가 되었다하듯이) "사실 나는 진상림이고 어제 그 사람은 진한이오"라고 말한다. 진한(秦漢)과 진상림(秦祥林)은 둘 다 한시절을 풍미했던 유명 배우들이다. 이들과 임청하의 삼각관계는 아주아주 유명했던 세기의 스캔들, 세기의 로맨스이다. 청하선자를 통해 이런 웃기는 대사를 집어넣은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맙소사... 지존보가 자하선자의 보검 자청보검을 가볍게 뽑아드는 것이 아닌가. 자하선자는 손오공을 천생배필로 생각하게된다. 자하선자는 도술을 부려 지존보의 심장으로 직접 들어간다. 확인해 보니 손오공(아직은 지존보)은 여전히 '500년 뒤의 세계에 남겨진' 백정정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 날 밤 지존보는 이 영화(월광보합)의 첫 장면을 훔쳐보게 된다. 관음보살이 손오공을 질책하고 삼장법사가 손오공 대신 죽기로 하고 하늘로 지팡이 높이 던져 올리는데 그 지팡이가 떨어져서는 훔쳐보던 지존보 머리에 땅... .그와 함께 월광보합이 작동하고 .. 또 다시 시간여행을 한다. 어디로?


당삼장은 지존보를 곧장 알아보고는 '서경'을 구하러 가자고 한다. 이때 또다시 등장하는 우마왕. 우마왕은 자신의 의동생 지존보가 자신의 여동생(향향공주)과 혼례를 올리고, 자신은 첩을 얻게 된다고 선포한다. 우마왕의 첩이 될 사람은 맙소사... 자하선자. 이 결혼식을 빛내주기 위해 하객으로 참석한 괴물들과 함께 당삼장 고기를 나눠먹기로 했다나. 이 아찔한 순간에 그를 구해주는 것은 우마왕도 쩔쩔매게 하는 우마왕 와이프 철선공주이다. 지존보와 자하선자의 눈물의 명장면이 이어진다. 자하선자가 칼을 뽑아들고 바람둥이 지존보의 목을 치려는 순간. 지존보의 독백이 흘러나온다.

  당시 그 칼과 내 목의 거리는 겨우 0.01센티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 뒤, 그 검의 주인은 철저하게 나를 사랑하게될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거짓말을 하기로 작정을 했으니. 비록 살아생전 무수한 거짓말을 했지만 그때가 최고로 완벽한 거짓말이었다.


자하: 반걸음만 더 내딛으면 바로 죽여버리겠다


지존보: 꼭 그렇게 하오. 나 같은 놈은 죽어 마땅하오. 진정한 사랑이 내 앞에 있었지만 몰랐고 떠나가 버린 뒤에야 그제서야 후회막급이구려. 인간사에 있어서 가장 고통스러울 수가 없군요. 당신의 칼이 내 목을 치기 바라오. 주저하지 마시구려. 만약 하늘이 나에게 또 한번의 기회를 준다면 나는 그녀에게 이 세 마디만을 하고 싶소. "워 아니 니". 만약 그 사랑에 기한을 정해야한다면 난 1만년으로 하겠오.

그리고는 이제 자신의 진정한 사랑이 자하선사였으며 이제 월광보합을 구해 500년 뒤로 날아가 백정정을 구해주고 그녀에게 자신의 진실을 말한 뒤 꼬인 스캔들을 정리하겠다고 한다. 이 번지러한 말에 자하선자는 그만 꼬박 속아넘어간다. 이때 우마왕의 표독스런 부인 철선공주가 등장한다. 이건 또 뭔 일인가 철선공주가 지존보에게 "이전에 나와 달구경할 때는 날 이쁜이라고 하더니...." 아이고 맙소사. 손오공은 타고난 바람둥이였나 보다.

그 동안 줄곧 숨어서 지존보를 뒤쫓던 사오정과 저팔계가 지존보를 감옥에 있는 당삼장에게 데려간다. 당삼장은 감옥에서 뒤집어지는 노래 '온리 유'를 부르면서 "손오공 너만이 서경을 구하러 갈 수 있다'고 앵앵거린다. 흑!

여기서 또 한번 뒤집어지는 상황극이 벌어진다.

지금 무대에는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자하, 향향공주가 있다. 사랑의 복수극이 펼쳐지는데.. 향향공주가 이형환영대법(移形換影大法)을 쓴다. 이게 뭐냐면 두 사람의 육신과 정신을 분리 교체시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하선자와 저팔계가 심신이 뒤바뀐다. 게다가 실수로 향향공주와 사오정이 영혼이 뒤바뀐다. 크하하하가~

날이 밝고 서로의 영혼이 뒤바뀐 기막힌 순간. 저팔계와 바뀐 것은 자하가 아니라 청하! 우마왕이 등장하여 물고 물리는 자기 원래 몸 찾기 싸움이 벌어지는데 와중에 지존보는 절벽에 떨어지고 도둑(유진위가 연기!)에게 목숨을 구한다. 도둑의 증언에 의하면 지존보가 기절해 있는 동안 백정정(500년 후의 아내가 될 여인)을 98번 불렀단다. 그리곤 덧붙이는 말 '그런데 자하선자는 784번 불렀다고 한다. 맙소사. 정신분열.... 이때 나타난 백정정. 도대체.. 어떤 시간여행을 했기에... 지존보는 상황을 전혀 모르는 백정정에게 사랑을 토로한다.

" 500년 뒤 당신은 나 때문에 원숭이를 잊고 난 당신의 남편이 될거요. 그 동안 정말 힘들었오. 수많은 사연이 있었지만... 우리 500년 뒤에 결혼할 것이 아니라 지금 결혼합시다."

백정정 역시 지존보의 심장에 들어가 진심의 소리를 듣게 된다. 지존보가 누구를 사랑하는지 알게 되고 편지를 남기고 떠나간다. 과거-현재-미래를 오가며 이 여자 저 여자 때문에 수많은 로맨스/스캔들을 펼쳤던 지존보가 운명의 시간을 맞게 된다. 춘십삼낭이 나타나 지존보의 생명을 앗아간다. 육신의 지존보가 죽고 완벽한 손오공이 남게 되는 것이다. 손오공은 수렴동에서 관음보살의 뜻을 알게 된다. 인간의 사랑, 정, 미움, 죽음 등등. 속세와 인연을 모두 끊고 손오공이 된 것이다. 머리(이마)에 금강고(인간사에 조금이라도 미련이 남아 있으면 사정없이 머리를 죄는 도구)를 하고 당삼장을 구해 서경을 구하러 가게 된다.


중국어를 몰라도 그 상황만으로도 너무나 슬픈 장면..

손오공이 금강고를 뒤집어 쓰기에 앞서 다시 한번 한맺힌 사랑의 말을 한다. 
".. 전에는 진정 사랑한 사람을 앞에 두고도 몰랐다. 잃은 후에 후회하게 되었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사랑한다는 말을 할 것이다. 사랑의 기한을 정한다면 1만 년으로 할 것이다."라는 소리.

천하무적 제천대성 손오공이 된 주성치는 우마왕에게 잡혀있는 당삼장을 구한다. 지존보가 손오공이 되어 돌아왔지만 자하선자는 자신을 외면하는 손오공을 보니 슬픔이 끓어 오른다. 자하선자는 손오공을 대신하여 우마왕의 창에 목숨을 잃는다. 자기가 '진정' 사랑했던 자하선자를 잃은 손오공은 극도의 분노와 고통, 슬픔에 휩싸인다... 그럴수록 이마를 죄어오는 금강고.

월광보합을 통해 다시 돌아온 곳은 또 500년 뒤의 동굴. 어느 때인지 모른다. 당삼장, 사오정, 저팔계와 함께 서역으로 불경을 구하러 천축으로 길을 떠난다. 이미 세상은 변했다. 동굴이름은 보리동(보리동)이 되어 있고 막문위와 남결영은 두부 파는 아낙이 되어 있고, 그 둘의 공통 남편 오맹달이 막 장원급제하여 금의환향하고 있었다.

손오공, 당삼장, 사오정, 저팔계가 저 멀리 서역으로 떠나기 앞서 성곽에 서있는 남녀 한 쌍을 보게 된다. 석양무사 차림의 주성치는 떠나러 하고 그에 매달리는 여자는 주인이다. 주성치 "당신을 너무 늦게 만난 게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하고 맞춤한다. 이때 배경으로 노관정이 부른 <<일생소유>>란 곡이 은은히 심장을 파고든다.


《西遊記大結局之仙履奇緣》盧冠廷 - 一生所愛

이 영화의 주제는 당연 '사랑'이다. 주성치의 사랑이 누구인지는 알아서 판단해도 된다. 그리고 주성치가 500년을 넘나드는 시간여행을 한 것이 꿈이었는지 상상이었는지 현실이었는지도 사실 상관없다. 시간이 제 아무리 널뛰기를 하더라도 주성치의 가슴 속에는 하나의 복잡한 연애담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주인의 눈부신 아름다움에 대부분 자하선자가 주성치의 사랑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물리적으로 이제 인간세속사를 완전히 끊은 손오공을 대신하여 석양무사를 통해 이전의 사랑을 박제시키는 방식을 택했는지도 모른다. 마치 서랍 속의 정사진처럼 말이다.

유진위 감독은 왕가위와 함께 [천하무쌍]을 통해 다시 한번 넌센스 코미디를 만들었고, 정이건과 장백지가 출연하는 시간여행극 [무한부활](우리나라 비디오 출시제목은 [정이건과 장백지의 도신]임)을 만들기도 했다.

참참, 이 영화에서 눈뜬 장님/봉사(비하의 뜻으로 쓴것은 아님^^)로 출연하는 사람은 이 영화의 조감독이기도 한 강약성(江約誠)임.

이 영화 제목은 다양하다. 홍콩에서는 1편이 [西遊記101回月光寶盒]으로, 2편이 [西遊記完結篇仙履奇緣]으로 개봉되었다. 영어제목은 각각 [A Chinese Odyssey Part One -- Pandora's Box]와 [A Chinese Odyssey Part Two -- Cinderella]이다. 대만에서는 이 제목 말고도 [제천대성동유기](齊天大聖東遊記)와 [제천대성서유기](齊天大聖西遊記)라는 센스있는 제목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홍콩제목과 함께 일반적으로 [대화서유](大話西遊)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졌다. 현재 중국에서는 유진위 감독이 10년만에 이 영화의 전편(프리퀄)에 해당하는 작품을 찍고 있다.

윽.. 생각 외로 말이 많아졌네요.. 내일 [중경삼림] 등 왕가위 영화 대사 관련하여 덧붙여야겠네요. 남결영 자살기도 관련 소식도.. (그러고.. 여태 못 썼다!!!)
 
1편: 西遊記101回月光寶盒 A Chinese Odyssey Part One -- Pandora's Box
2편: 西遊記完結篇仙履奇緣 A Chinese Odyssey Part Two -- Cinderella
감독/각본: 유진위(劉鎮偉) 액션감독: 정소동(程小東) 출연: 주성치, 오맹달, 주인, 나가영, 남결영, 막문위, 강약성(江約誠)
홍콩개봉: 1995/1/21 (1편) 1995/2/4(2편)   홍콩票房: 25,093,380元(1편) 20,872,117元(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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